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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2014년 가을, ‘4.16’ 세월호가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을 확 뒤집어놓고 심장을 갈기갈기 찢던 때였는데, 몰래 소주 한잔으로 마음을 달래던 어느 날. 출판사 편집장과 울분의 술잔 앞에서 맹세한 덕분에 민란이라는 치열한 원고 작업에 내몰리고 말았다. 그렇게 역사 책을 끄집어내 민란 이야기만 빼내고 있었다.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나희덕 시와 안치환의 곡 ‘귀뚜라미’를 노래방에서 가끔 부르곤 했다. 노래가 가슴을 울리는구나 느끼며 강화도로 귀양을 가서 원고 쓰는 내내 귀뚜라미 소리의 여운이 맴돌았다. 시인의 감성 속으로 들어가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민란’의 소리 그 자체구나 라는 생각이 자꾸 솟아났다. 통치권자의 억압과 탐관의 야비한 고문, 지주의 폭압에 숨 죽이며 살던 백성은 누르면 솟고 밟으면 솟구치며 매미 소리를 뚫고 밑바닥부터 솟아올라 울부짖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핍박 받는 백성과 더불어 봉기의 깃발을 들어올리고 세력을 확장하고 토벌군에 맞서 힘차게 전진하는 민란의 함성은 면면이 이어져오긴 했지만 그 주모자는 여지없이 죽음으로 승화됐다. 살해되고 전사하거나 자살하며 체포 후 참수, 능지처참, 오마분시, 거열 게다가 부관참시까지 수많은 살인 기록은 피로 물들 수 밖에 없어서이다. 민란의 역사를 누비는 동안 참 마음이 아팠다. 참을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혁명적 의지와 조직, 투쟁이 곧 민란이니 그 이야기를 담아내 과거의 역사로부터 배운다면 오늘의 아픈 나날이 조금 위로가 되리라 믿던 의욕을 자꾸 누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민란의 도모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며 떳떳하게 일어난 그들을 존경하며 또 스스로 그들의 삶 속으로 슬며시 들어섰다. 그래야만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를 짜냈으며, 구세주를 희망의 종교로 치환했으며, 균등한 배분을 설파했으며, 피지배 민족의 대동단결을 실현했으며, 반외세와 반봉건을 주장했던 주모자를 조금이나마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배수진이었다. 그리고 주모자와 함께 했던 셀 수 없이 많은 백성의 피와 땀이 책 속에 흥건하게 머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승부욕 때문이기도 했다. 

 

사마천이 그토록 주장했던 역사의 밑거름 기원전 841년부터 태평천국의 민란까지 바쁘게 달려왔다. 기원전에도 지배와 피지배라는 전형적인 모순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드러내려고 주나라의 국인 민란으로 시작했다. <장자(庄子)>에서 공자를 꾸짖은 민란 대도 도척(盜跖)이나 <좌전(左傳)>에 기록된 환부택(萑苻泽) 지역의 노예민란을 담지 못한 것은 아쉽다. 나름대로 민족 주체의 민란을 그려내려 했지만 너무나 많은 사례를 일일이 다 훑지 못한 것도 역시 마음에 빚으로 남는다. 태평천국 민란 이후 ‘비적에게 배운 모택동’을 염두에 두면서 공산주의 혁명을 민란의 시각에서 접근하려던 시도도 이루지 못했다. 그러면서 20세기의 마적 주인공을 대부분 살려내지 못한 것이 지금도 착잡하다. 어쩌면 현대 중국으로 깊이 들어가려는 시도로 이어지게 되면 한계를 스스로 노출할 지 모른다는 비굴한 자책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을 그저 ‘일대일로’와 ‘세계전략’으로 치닫고 있는 중국정부 지도자가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울지 궁금하다는 말로 끝맺었다. 

 

중국영토는 한반도의 44배, 공식인구는 13억6천만 명이다. 그 규모만큼이나 여러모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2005년부터 10여 년을 배낭 메고 취재를 핑계로 300개가 넘는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왔다. 행정단위를 기준으로 약 2천여 지방(현)마다 사람들 생김새와 거리 냄새부터 시작해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향기는 각각이다. 전 중국을 다 내 가슴에 품어야겠다는 목표는 여전하고 아직도 멀었다. 10년 세월 발로 밟은 지방마다 매 순간 수많은 역사의 편린과 만났다. 신화가 튀어나오고 기원전은 물론이고 온통 역사 연대표를 위 아래로 오가며 살펴야 하는 유물이나 유적지였고 인물이었다. 그때마다 때가 되면 꼭 중국역사를 통사로 한번 달려봐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각오가 민란의 역사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발품 후 집으로 돌아와서 취재기를 쓰면서 현장에서는 몰랐던 이야기를 발견했을 때, 예습 불충분을 자책하기보다 새로운 발견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많다. 2010년 가을 섬서 성 북단 유림(榆林)에 있는 북송 시대 서하 왕국을 건립한 당항족(党项族) 이원호(李元昊)의 조부 이계천(李继迁)이 등장하는 홍석협(红石峡)의 장관을 담아온 후 북경에서 글을 쓸 때였다. 홍석협의 신비로운 동굴 속이 바로 영화 <동사서독>의 촬영지였던 것이다. 김용의 원작소설에다가 장국영, 장만옥, 임청하, 장학우가 등장하는 멋진 영화를 또다시 보면서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감동이 새삼스럽기도 했다. 

 

중국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민란의 현장을 뒤늦게 발견하고 생생한 감동이 살아난 것도 행복이었다. 최근에 자주 가는 귀주 여평에 묘족 포리의 한이 서려 있었으며 계림은 당나라 멸망의 기폭제가 된 방훈이 깃발을 들었고 카슈가르에는 회족의 나라를 꿈 꾼 백언호가 항쟁했다. 중원의 민란 주모자가 주로 희생된 수도 서안, 개봉, 남경, 북경도 새롭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가장 기분 좋게 써 내려간 민란 이야기의 공간 배경은 서안과 북경을 꼽을 수 있다. 

 

당나라 멸망의 단초인 황소는 과거에 실패한 후 읊조린 시의 운명처럼 장안을 점령한 후 피의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쓰면서 심장이 부정맥처럼 뛰어다녀 혼났다. 청나라 시대 북경 고궁 침입기도 사건을 기획한 임청 역시 민란이 발굴한 주연배우가 아닐까 싶다. ‘자금성’ 고궁에 당시 전투 때의 화살촉이 박혀있는 융종문(隆宗门)을 10번도 더 드나들었지만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도 반성했다. 

 

서슬 퍼런 ‘살인의 추억’이었지만, 조금 자랑하자면 1000만 평방km나 되는 영토를 민란으로 쪼개놓고 살펴보니 나름대로 밉상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민란은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큰 일’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와 선거제도가 실효적인 나라에서 ‘혁명적인 이론과 실천’을 실행하면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위일 것이다. 이 책은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고 ‘국정교과서’를 획책하지도 않으니 내심 ‘민란’을 꿈 꾸는 사람을 위한 ‘즐거운 상상’이거나 참고서가 되면 좋겠다. 

 

민란을 책으로 낸다니 ‘지금 시대에 무슨 자살 폭탄이냐?’며 웃겨주던 지인들이 고맙다. ‘지금 시대’는 2015년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지리도 궁핍한 출판계이니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시대에 민란이라는 책을 흔쾌히, 사실 주도적으로 출판을 단행한 출판사 썰물과 밀물에게 감사 드린다. <13억 인과의 대화> 이후 또 한번 끈끈한 인연을 잇게 됐는데 1970~80년대라면 그도 나도 서울구치소로 손잡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뒷담화 까며 소주 한잔 기울일 날이 기다려진다. 

 

도무지 혈기왕성과는 거리가 먼 50대인데 민란이라는 불온한 ‘폭탄’을 왜 쓴 것일까? 그것은 30년이나 지났지만 대학 시절 배운 ‘언론’과 세상을 뒤집어보고 싶었던 정서가 여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떠나 노동운동을 위해 위장취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행방이 묘연한 아들을 찾으려고 서울로 올라오셨는데 당시 학과장이신 교수님은 어머니와 함께 학교 앞 술집을 이 잡듯 돌아다니셨다.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5공화국, 그 악랄했던 시대의 울분과 경험과 함께 저널리즘을 머리와 가슴으로 알려주신, ‘형’이시자 은사이신 정대철교수님께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강화도 집필 도중 밴댕이 회를 구실로 달려와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2015년 8월 여름 밤낮으로 백주로 ‘인생’과 ‘민란’을 토론하며 시간을 함께 보낸 ‘북경 어때?’ 팀 대원들은 ‘대장’의 민란 기획단계부터 용기를 주고 초고가 나온 후 ‘재미있다’고 박수를 힘차게 쳐주었다. 민란이 성공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면 당연히 일등공신이다. 중국의 명주로 서안이 자랑하는 서봉주(西凤酒) 마시며 다 함께 ‘귀뚜라미’를 소리 높여 부르고 싶다.


"귀뚜루루~~" 

 

2015. 10. 13 최종명
본적은 충북 남한강 수몰지구 청풍. 1963년 강원도 태백산 자락 광산촌에서 출생, 서울로 유학해 중곡초등학교 마친 후 부산에서 항도중학교, 배정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2년 서울대 농대 입학 후 다시 1984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 학생운동에 몰두하다가 1987년 서울 노동현장으로 투신했다. 1991년 2월 국가보안법 등 위반으로 1년 수감 후 출소, 군 복무와 복적을 거쳐 10여 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1994년 인천정보통신센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인터넷과 미디어에 종사하다가 2001년 북경 출장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고 2004년 중국문화채널 차이나tv를 설립해 부사장을 역임, 2005년 중국전매(傳媒)대학 한어(漢語)반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후 본격적으로 중국발품취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 도시 곳곳을 다니며 중국 역사, 문화, 생활을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저작으로는 <꿈꾸는 여행, 차이나>(2009)와 <13억 인과의 대화>(2014)가 있다.

 차례

 

1. 국인, 벌떼처럼 일어나 공화제를 쟁취하라 

2. 진승과 오광, 민란의 힘으로 역사를 훔쳐라 

3. 녹림과 적미, 농민의 야망이 되어라 

4. 황건군, 혼란의 시대 삼국지를 잉태하다 

5. 양진남북조의 숨은 영웅들, 그들도 치열하게 살았다 

6. 장백산과 와강채, 백성을 춤추게 하다 

7. 황금갑옷 황소, 당나라 수도를 점령하다 

8. 계급 해방을 위해 쏟아져 나온 송나라 영웅들 

9. 원말 백련교와 명교, 그리고 백성의 우상 

10. 피지배 계급, 새로운 세상을 열어라 

11. 명나라의 종말, 이자성을 다시 평가하자 

12. 청나라를 거부한 전국적 민족 항쟁 

13. 구세의 백건군, 죽지 않은 자는 영웅이 아니다 

14. 하늘과 땅을 품은 홍문, 한족을 위해 존재하는가 

15. 19세기 태평천국과 두 개의 백 년

 

추천사

 

김종현(동아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불온한 생각을 꿈꿔 본 사람들이 역사를 바꾸어 왔다. 『민, 란』은 그런 점에서 저자 최종명이 젊었을 때 꿈꿔 왔던 불온한 생각을 중국 역사에 투영시켜 민중들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하고 춤추게 하겠다는 오랜 계획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이 계속될 것이라 믿는다. 

 

정길화(<피디수첩> 제작)

이 책 『민, 란』은 박노자 교수의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점에 출간되었다. 그래서 독자에게 뼈아픈 성찰을 제기하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출판사 서평

 

[민란의 역사] 

 

중국 역사는 민란의 역사였고, 민란은 농민이 주도한 혁명의 역사였다. 소금업자, 비적, 광부 같은 인물이 주축이 되기도 했으나 그 밑바닥에는 항상 농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원전 841년에 일어난 국인 민란이 그렇고, 녹림군이 그렇고, 황소 민란이 그렇고, 19세기에 일어난 태평천국운동도 종교적인 형식을 띠기는 했으나 농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항쟁이었다. 그리고 20세기에 일어난 공산 혁명 또한 모택동이 주장한 농민 투쟁이 있었기에 신중국을 건국할 수 있었다. 당시 국가는 농업 사회라서 그렇기도 하겠으나 탐관이나 지주는 농민을 수탈의 대상으로만 생각했고, 착취가 극에 달하자 농민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항거한 게 바로 민란의 역사인 셈이다. 

 

압제에 시달리던 농민은 산속으로 들어가 비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뜻을 같이하는 농민들이 산채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자 이들은 무장 조직을 갖추게 되었고, 관료와 지주에 대한 증오심을 표출하며 관청을 공격해 살육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탐관과 지주는 죄를 물어 사형으로 다스렸으며, 창고를 열어젖혀 곡식을 나누어 주자 백성들도 열렬히 환호하며 나섰다. 비적으로 불리던 이들이 대오를 갖추게 되자 자연스럽게 평등사상 같은 구호를 내거는 이념 집단으로 발전했으며, 급기야 왕조를 교체하려는 세력이 나타났으며, 19세기에는 회당이라는 강력한 혁명 집단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모택동도 회당이 있었기에 혁명의 깃발을 올릴 수 있었고, 민란 역사를 교훈으로 삼았기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워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은 왕조의 역사보다 기층 농민의 항거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민란을 일으킨 인물은 지금의 보통 사람처럼 지극히 평범했다. 그들은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로 무기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봉기했을 때는 어김없이 혁명으로 이어졌으며, 그 끝은 항상 망국임을 환기하고 있다. 

 

[민란은 망국] 

 

이 책은 주나라 시대에 일어난 국인 민란을 시작으로 해서 19세기 태평천국운동, 20세기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끝을 맺고 있다. 이 3천 년 동안 중국 역사에서는 가난과 학대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항거가 끊이지 않았는데, 민란이 일어난 과정과 그 결과를 살피다 보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국인 민란 때는 왕정을 내쫓고 최초로 공화제를 시행하게 되었고, 진승과 오광의 민란 때는 진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 녹림과 적미의 민란 때는 왕망의 신나라가 멸망했으며, 황소의 민란 때는 당나라가 멸망했으며, 이자성의 민란 때는 명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이처럼 민란은 곧 망국이라는 결과가 규칙적으로 나타나는데, 포악한 정치와 부정부패를 일삼으면 결국 민란이 일어나고, 그래서 나라가 망한다는 결론이다. 

 

어느 나라 역사를 막론하고 부패한 정치권은 기층 백성의 봉기를 막은 일이 없고, 그 끝은 항상 살육이라는 참혹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민란 주인공만 보더라도 들고일어나자마자 먼저 관리와 지주를 척살했고, 이후에는 썩은 정권을 도려내기 위해 서슬이 퍼런 창을 들고 왕조를 향했으며, 결국 자신도 죽고 나라도 망하고 말았다. 지금처럼 정보가 발달하지 않아서 무식했던 농민이었지만, 죽은 듯이 일이나 하며 살던 농민이었지만, 세상을 보는 지혜만큼은 누구보다 현명했다. 참을 때는 참을 줄 알았고 항거해야 할 때는 당당하게 봉기의 깃발을 들었다. 그렇게 들불처럼 일어난 기층 민중들의 역사가 바로 오늘을 만든 게 아니었겠는가. 

 

지은이는 간절히 말한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배나 굶지 않으면 된다는, 가족과 행복하게 살 안식처만 있으면 된다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이것마저 안 된다면 민란이 일어난다는, 이 간단한 이치를 권력자들이 어서 깨달으라고. 

 

[현재진행형 민란] 

 

현제 사회에서도 민란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해도 해도 너무하면 민란이 일어난다’ 등 민란을 화두에 두고 사회를 통찰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정부패 문제, 연금 문제, 노동법 문제, 부정선거 문제, 국정교과서 문제 등 수없이 많은 문제가 떠올라 사회를 달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생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민생은 오히려 더 피폐해지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일자리가 없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있으며, 중년 세대는 갈수록 먹고사는 문제로 압박을 겪고 있으며, 노인 세대는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 사회의 화두는 민주주의와 경제적 안정, 그에 따른 불안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경제를 보는 시각은 서로 관점을 달리하며 연일 부딪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달려온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가 나타나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영국 노동당은 강성 좌파 제러미 코빈을 당수로 선출했으며, 캐나다에서는 쥐스탱 트뤼도의 자유당이 보수당을 누르고 정권을 교체해서 부자 증세, 난민 수용 등 좌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모두 국민의 염원이 담긴 것으로, 세계는 경제성장보다 ‘따스한 길’을 선택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이 책은 민생을 살피라는 주문인 셈이다. 민란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특출한 재주를 지닌 사람이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백성들의 간절함이 모이고, 그 힘을 행사하면 바로 민란이다. 현재 대한민국도 전국 곳곳에서 불합리한 제도를 성토하며 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이제는 위정자들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수천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민란이 왜 일어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곱씹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