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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족 전통복장과 오색찬란한 찹쌀밥

[최종명의 중국 산책] 천호묘채와 자매반 축제

 

구이양贵阳에서 동쪽 2시간 30분 거리 시장西江에 중국 최대 묘족 산채인 천호묘채千户苗寨가 있다. 입구부터 아름다운 묘족 전통 복장을 입은 아가씨가 환영 인사를 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 매표 후 차량을 타고 10분 가량 들어가면 마을이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도랑을 따라 여유롭게 걷는다.





시간이 맞으면 오후에 열리는 공연을 볼 수 있다. 아이들 복장과 남장, 여장이 다르고 여장도 일상 생활할 때 입는 옷과 정장이 다르다. 공연하는 아가씨는 거의 정장에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민족 의상이라 칭찬 받는 은 장신구銀飾를 머리와 목에 둘렀다. 자수 문양이 박음질 된 파랑 윗옷과 빨갛게 두른 주름치마 입은 아가씨들이 알록달록 허리를 흔드는 모습에 시선을 뗄 수 없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단체로 합창을 한다. 긴 수염을 한 할아버지 인상은 따뜻하다.



 

깊은 산골에서 살면서 나뭇잎들은 악기이자 리듬이다. ‘나뭇잎 피리树叶吹笛공연은 십 리 밖까지 들릴만한 고음을 내며 단아한 새소리 같다. 입도 잎도 모두 하나가 돼 심금을 울린다. 언제 어디서나 흥겹게 노래하고 춤 추는 민족답다. 민속 악기인 루셩芦笙 소리는 귀를 쫑긋해야 들릴 만큼 저음이다. 대나무에 구멍 6개를 뚫어 만든 황관簧管악기로 생황과 비슷하다. 나뭇결을 따라 흘러나오는 청아한 소리에 단조 같은 울림이 있다.



 

묘족 노래를 비가飞歌라고도 한다. 산과 산, 산 위와 아래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소리만 냅다 지르면 힘만 들고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다. 단조로운 곡조에 가사를 담아 깨끗하면서도 고음이다. 멀리 날아가는 소리가 노래가 됐다.

 

공연을 보고 마을 뒷산으로 오른다. 천 가구에 이르는 민가 건축을 조각루吊脚楼라 부른다. 습기가 많은 1층은 주로 동물이 산다. 2층이 살림집이고 3층은 창고로 사용한다. 베란다는미인이 기대선 곳이라는 뜻으로 메이런카오美人靠라 부른다. 아가씨들이 거리를 지나는 총각과 눈을 마주친다고 붙은 이름이다. 골목을 따라 오르면 서민적인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소 힘이 들어도 산 하나를 넘는다. 내려가는 길에는 찻집이나 식당, 공예품 가게가 많다.




식당과 숙식을 겸한 농가 2층으로 올라간다. 강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와 산나물 요리와 밥을 주문한다. 밥은 나무통에 담아 나오는데 먹을 만큼 덜어 먹으면 된다. 찹쌀로 빚은 술 눠미주糯米酒는 특별한 밀주다. 달다고 많이 마실 일이 아니다. 거의 30도에 이르니 소주로 생각하고 마시면 취하기 십상이다. 1 500mL에 보통 2~30위안, 약 5천 원이다.




 

저녁이 되면 모든 집마다 등을 켠다. 천호묘채를 유명하게 만든 야경이 연출된다. 산 전체가 거대한 등불로 반짝거린다. 여행객도 자기에게 어울리는 묘족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10위안이면 모자와 장신구까지 빌릴 수 있다. 밤이면 사진이 어두우니 미리 오후에 가서 찍으면 훨씬 멋진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근처에 숙소를 정하면 밤새 야경을 눈요기 할 수 있다. 어디선가 들리는 루셩의 길고 처량한 소리에 여행자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음력 3 15일을 맞춰 구이저우 여행을 가면 좋다. 천호묘채와 1시간 거리인 타이장台江 일대에 묘족 자매반姊妹饭 축제는 쉽게 보기 힘들다. 1년에 한 번, 축제를 보기 위해 내국인, 외국인이나 기자, 사진작가까지 모두 몰려든다. 광장에서 축제가 시작된다. 화려한 옷차림과 은빛 장식으로 치장한 아가씨나 아주머니, 심지어 어린이까지 다 나온다. 자매라는 말이 바로 형제자매 중 여자 언니나 여동생을 함께 아우르는 말이니 산뜻하고 푸릇푸릇한 냄새가 요동친다. 각 마을 주민이 전통복장을 입고 모두 나오는 축제 한마당이다. 남자들은 루셩芦笙을 불며 장단을 맞춘다.






묘족 아가씨는 은 덕분에 더욱 예쁜 모습으로 변모한다. 목에 주렁주렁 달고 꽃과 물고기, 말 장식이 섞인 모자를 쓴다. 머리 위에는 봉황 몇 마리가 층층이 어우러진다. 팔찌도 머리나 팔에 두른다. , 호랑이, 양이나 물고기, 나비나 곤충을 수놓은 옷을 입는다. 동식물 자수는 붉고 치마는 파랗고 걸을 때마다 살랑거린다. 묘족마다 약간씩 모양이 다르다. 전쟁 신 치우蚩尤를 연상하는 뿔을 머리에 꽂기도 한다. 옷 색깔도 홍색, 청색, 흑색, 갈색 등으로 다양하다. 묘족도 갈래가 많아 색깔로 구분하기도 한다.

 

자수와 납염蜡染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묘족은 재료를 산에서 구한다. 그래서 색감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축제에 입고 나온 옷을 성장盛装이라 부른다. 설날에도 입지만 화려한 옷차림에 어울리게 결혼할 때 차림새다. 자신에 딱 어울리게 준비하고 치장도 옷과 맞춤이라 남에게 절대 빌려주지 않는다.

 

광장이 주는 복잡한 분위기를 벗어나 자매반 발원지인 라오툰老屯으로 향했다. 색깔이 아롱다롱 가지각색인 자매반을 드디어 찾았다. 방금 만들었다는데 색깔이 정말 예쁘다. 한 그릇에 3위안약 500원이다. 찹쌀로 만든 밥이 오색찬란한 색감을 드러내는 까닭이 궁금하다. 붉은색을 내는 식물은 센차이苋菜, 산이나 들에 흔한 비름이다. 노란색을 연출하는 식물은 미멍화密蒙花인데 눈을 맑게 해주고 단맛이 난다. 하늘색과 섞은 듯한 녹색은 보차이菠菜, 시금치가 주인공이다. 검은색은 우판예乌饭叶. ‘까마귀밥 만드는 잎’? 우리나라에도 있는 모새나무를 말한다.




 

완성된 오색 찹쌀밥이 자매반이다. 축제 무대에 주인공이 되고 묘족 옷과도 잘 어울린다. 생각해보니 재료가 모두 우리나라에도 있으니 만들어 먹어도 좋을 듯하다. 찹쌀밥을 찔 때 밥솥을 5등분 한다. 미리 만든 색깔 내는 물을 붓는다. 찹쌀로만 하지 않고 흰쌀을 1/10 정도 함께 섞는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오색의 김밥을 만들어 팔면 잘 팔리지 않을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투계가 보인다. 묘족은 닭이나 개, 소와 더불어 살면서 서로 싸움도 시킨다. 병아리가 대문 문지방에 올라서서 눈싸움을 벌인다. 축제에 참여해 주인공이 되려고 옷을 갈아입고 치장을 하느라 바쁘다. 큰길로 나서니 왁자지껄하다. 아이들에게 무언가 먹이고 있는데 군침이 돈다. 바로 미더우푸米豆腐라는 쌀로 만든 두부다. 약간 허기를 느껴 자리를 잡았다.




 

한 그릇 5위안이다. 좌판에 앉아 미끄러운 두부를 건져 먹었다. 쌀과 함께 만들어선지 묵처럼 담백하다. 그런데 구이저우 일대 주민이 즐겨 먹는 어성초鱼腥草가 문제다. 중국인은 저얼건折耳根이라고도 부르는데 비릿하고 강렬한 향내 때문에 쉽게 먹기 어렵다. 이뇨작용이 탁월하고 해독과 해열에 자주 쓰는 약재다. 중국 남방에 흔한 재료로 요리에도 많이 쓰인다. 이미 친숙하면 별 탈 없지만 처음 맛보면 먹기 쉽지 않다.

 

라오툰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스둥施洞 마을도 자매반 축제 발원지이다. 묘족 민가로 전해지는 <자매제가姊妹节歌>에 재미난 전설이 있다. 언니와 여동생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아이 금단金丹과 여자아이 아교阿姣는 죽마고우로 자랐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됐다. 묘족은 딸을 외삼촌 집에 시집보내는 환낭두还娘头 전통이 있다.




 

아교는 외삼촌 집안으로 시집가기 싫어했고 금단도 다른 아가씨랑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둘은 몰래 산속에서 만났고 그때마다 아교는 아무도 몰래 대바구니에 밥을 지어 왔다. ‘몰래 한 사랑은 감동을 끌어냈고 결국 둘은 부부가 됐다. 묘족 말로 정인을 위해 몰래 지은 밥을 짱판이라 부른다. 이 말이 자매반 유래가 됐다. 자매반 축제는 동방의 발렌타인데이东方情人节라고 알려졌는데 예쁜 전설도 한몫하고 있다.

 

다른 전설도 있다. 아름다운 아가씨 수십 명이 밭을 일구고 파종을 해 풍년을 이뤘다. 이듬해 봄 만물이 샘솟는 계절이 되자 아가씨들도 사랑을 갈구하게 됐다. 온 사방 외지에 있는 젊은이를 초청했다. 소식을 들은 청년들이 앞다투어 찾아왔고 서로 눈이 맞으면 함께 살았다. 이때 아가씨들이 오색 자매반과 술을 대접했다.



 

스둥 마을을 둘러본다. 온정이 넘치는 농촌이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놀고 축제를 준비한다. 마을 입구에 자매반을 놓고 아가씨가 손님 대접을 한다. 술도 한잔 건넨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모두 당연하다는 듯 포즈를 취한다. 취재 경쟁도 치열하다. 이날만큼은 마을 주민 모두 모델이 된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마음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매년 음력 3 15일이 되면 자매반 축제가 열리는 전통이 생겼다. 지금도 그때처럼 마을 입구에 술과 밥을 차리고 환영 행사를 진행한다. 술을 따라 주고 밥을 싸준다. 알록달록, 오색찬란하다. 은빛 화사한 옷으로 치장한 묘족 아가씨가 건네주니 더 맛있다.

 

최종명 중국문화 작가 및 강사

崔钟名 中国文化作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