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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개석 고향 설두산과 황산보다 아름다운 신선거

[최종명의 중국 산책] 설두산과 신선거

 

저장성 닝보寧波 시내에서 약 1시간 떨어진 시커우진溪口鎭은 장개석 고향이다. 아치형 대문인 무령문武嶺門이 입구다. 하천을 따라가면 장씨종사氏宗祠가 나온다. 멀리서 봐도 지붕 위에 용 두 마리가 화려하다. 구슬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황제가 통치하던 시대였다면 반역죄로 다스렸을 조각이다. 1930년대 새로 지은 사당이다. 황제에 버금가는 국민당 최고 지위에 있던 장개석은 거침이 없었으리라. 영사당永思堂에 들어서면 세밀하게 치장한 목조 예술도 돋보인다. 충의忠義와 인용仁勇의 상징인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들고 용마루를 날렵하게 뛰어다니는 듯하다.



 

사당 옆에 장씨고거氏故居인 풍호방鎬房이 있다. 두 마리 용이 빠지지 않고 관우도 마찬가지다. 신위가 있는 보본당本堂 지붕에 쌍룡창주雙龍搶珠 삼성고조三星高照가 함께 배치된 모습은 정말 감동이다. 삼성은 복록수福祿壽로 인간이 지닌 원초적 욕망을 잘 표현하는 신이다. 정교한 조형물이다. 샛노란 색감은 여전하고 약간 퇴색한 하늘색과 초록색은 오히려 은은하다다. 온통 붉은 색 기둥과 천장에 걸린 홍등까지 볼수록 화려한 느낌이다.





풍호방은 주나라 도읍이던 풍경豐京과 호경에서 따왔다. 예법과 제도를 다룬 주례周禮의 발상지이자 수도를 상징한다. 두 아들의 자도 각각 한 글자씩 따랐다. 장남 장경국은 건풍이고 양아들 장위국은 건호. 우리수기寓理帥氣 편액이 유난히 특별해 보인다. 장개석이 하야下野 후인 장경국의 40세 생일에 써준 문구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세상의 이치를 마음에 품어 통솔의 기상을 펼치라는 뜻이다. 모스크바에서 유학하며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했던 아들이 철권통치를 이어받았다.


 

청려 대문 왼쪽 아래에 옥태염포원지玉泰鹽鋪原址라고 쓴 가옥이 나온다. 장개석이 직접 쓴 필체다. 2층 방에서 장개석이 태어났다. 장씨 집안은 상인이었다. 할아버지는 소금 가게를 열었다. 아버지가 계승했다가 사망하자 장개석의 배다른 형이 운영했다. 장개석은 첫 부인과 이혼하고 송미령宋美齡과 혼인했다. 손문의 부인 송경령宋慶齡의 누이동생이다. 국민당 2인자이자 공자의 75대 후손인 거상 공상희孔祥熙와 결혼한 언니 송애령宋靄齡까지 세 자매는 대단했다. 1997년에는 홍콩영화 송가황조宋家皇朝가 상영되기도 했다. 강변에 세 자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 국가, 명예를 각각 사랑했다는 세 자매다. 손문의 유지를 받든 송경령만이 대륙에 남고 모두 대만으로 이주했다.

 

장개석 고향 뒷산은 설두산雪竇이다. 20분 차량으로 이동한다. 공원차량으로 산길 4km를 올라가면 삼은담三隱潭 입구에 도착한다. 삼은담은 폭포가 만든 연못 세 곳을 말한다. 위로부터 상, , 하로 나눈다. 먼저 상은담上隱潭과 만난다. 맑은 물이 푸른 나무와 어울려 아름답다. 용왕묘가 연못을 바라보고 자리잡고 있다. 차근차근 등산로를 따라 내려간다.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청정지역이다. 하은담下隱潭까지 내려오면 모노레일이 기다린다. 두 칸인 모노레일을 타고 나무숲 사이를 완만하게 돌아가면 거대한 폭포가 눈앞에 나타난다. 설두산을 상징하는 천장암千丈巖 폭포다.





낙차가 171m에 이르는 거대한 폭포다. 바로 밑에서 바라보면 폭포수가 시원하게 날아온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언젠가 다녀갔을 지도 모른다는 공상에 젖는다. 절벽을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케이블카로 올라가며 보는 천장암도 장관이다. 옆으로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오른다. 폭포를 따라 수직으로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면 정말 공포스러울 듯하다. 북송의 개혁을 추진한 대문호인 왕안석王安石도 천장암 폭포를 바라보고 시를 남겼다. 허공을 가르고 쏟아지는 폭포수는 선녀가 걸어둔 하얀 명주실이라고 노래했다. 햇볕이 내리쬐면 오색찬란한 무늬로 빛난다고도 했다. 시인의 감수성에 공감하면 자연은 더욱 풍성해진다.




 

천장암 위 산길을 따라 밖으로 나가면 웅장한 불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민국 시대에 들어서서 5대 불교 성지로 자리매김한 설두사가 자리잡고 있다. 미륵보살彌勒菩薩의 도장道場이다. 높이가 33m에 이르는 미륵대불彌勒大佛 동상이다. 청동 500톤으로 제작했다. 3층 높이의 기단 위에 연화좌花座9m나 된다. 계단이 많아서 한번 올라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계단 앞에 평안전平安殿이 있다. 오등회원五鐙會元 편액이 걸렸다. 항아리 안에 기름이 가득 차 있고 등잔 다섯 개가 떠다닌다.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오대산五臺山, 관음보살觀音菩薩의 보타산普陀山, 보현보살普賢菩薩의 아미산峨眉山, 지장보살地藏菩薩의 구화산九華山과 함께 미륵보살의 설두산을 부각하고 있다. 예로부터 오악五嶽과 함께 4대 불교 성지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

 

설두산에서 서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신선거神仙居는 국가5A급 관광지다. 화산 작용으로 생긴 유문암流紋巖 빚은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신선이 은거隱居한 산이라는 자랑도 믿을만하다. 일찍이 알았더라면 구태여 황산에 갈 필요가 없다는 극찬에도 공감한다. 협곡과 폭포가 어우러지고 운무가 쌓인 절경이 많아 천룡팔부天龍八部를 비롯해 무협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도 많다.


신선거 산문은 북쪽과 남쪽에 각각 하나씩 열려 있다구간마다 사자성어처럼 풍광을 설명해준다북문으로 들어가 협곡을 따라가면 서암자범西慈帆이다송나라 때 설애선사雪崖禪師가 은거하던 서암사 옛터가 있다기암괴석이 차례로 등장한다수녀봉羞女峰과 수미인睡美人는 약간 낯 뜨거운 바위다장군암將軍巖은 정말 듬직하다차분히 30여 분을 걸어가면 북해北海 케이블카가 나타난다.




 

케이블카는 두 대가 왕복한다. 운무 사이로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기다린다. 처음에는 완만하지만 점점 가파르게 올라간다. 구름을 뚫고 날아오르는 기분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능선에 만든 잔도를 걷는다. 관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화병연운煙雲이다. 구름과 운무가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운무 덕분인지 일범풍순一帆風順 바위는 돛단배가 바다를 순항하는 형세다. 봉우리를 서로 연결하는 잔도를 지나 한바퀴 다시 돌아온다.





 

협곡을 내려다보며 불해범음佛海梵音 속으로 들어간다. 등산로도 반야도라고 멋지게 지었다. 전망대에는 기암괴석마다 그럴싸한 이름을 짓고 위치도 그려놓았다. 멀리 십팔나한十八羅漢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시야를 옮기면 봉우리 정상에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바위가 있다. 밥그릇처럼 생긴 천하양창天下糧倉이다. 봉우리 셋이 옹기종기 붙은 도원결의桃園結義가 솟아 있다. 인연도因緣道가 시작되면 날카로운 바위인 의천신검倚天神劍이 등장한다. 조금 오르락내리락 하니 등산하는 맛이 난다. 능선 따라 등산로가 길게 이어진다. 가끔 나타나는 정자에서 쉬어 간다. 연우정煙雨亭이나 청도정聽濤 운무와 잘 어울리는 비경을 표현한다. 가파른 길을 올라 미신정微信에 잠시 자리를 잡고 앉는다.




 

곧바로 남천교南天橋와 만난다. 신선거 최고의 진풍경이다. 협곡 120m를 서로 연결했고 100m가 넘게 깊다. 운무가 가렸다가 사라지면 아찔하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편하게 건너기 어렵다. 여섯 개의 밧줄로 양쪽 암반과 단단하게 고정해 안전하다. 다리 가운데로 이동하면 신선거를 상징하는 봉우리인 관음산觀音山과 만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봉우리는 더욱 명품으로 다가온다. 라이부라이 관망대는 철근으로 단단하게 묶었는데 20m가량 붕 떠 있어서 아슬아슬하다. 아래를 보면 오금이 저린다. 공중 부양한 느낌이다. 동사와 아닐 부를 써서 의문을 만드는 중국어답게 이다지도 아름다운 풍광을 보러 올래 말래?’라고 묻는 듯하다.




 

케이블카 옆으로 비응도飛鷹道가 있다. 송골매가 날아다닌다는 길이다. 예불대禮佛臺에 서면 장엄한 불조봉佛祖峰이 정면에 나타난다. 부처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표정이다.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햇볕이 얼굴을 가득 비추면 인자한 성품도 느껴진다. 기분이 좋아 다소 과장한 감상이지만, 볼수록 반듯하고 착한 바위다. 부처를 바라보려고 뒤를 돌아보면 조심스레 밟아온 잔도를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하는 잔도다.

 

온 천지가 바위와 운무로 뒤섞여 시선을 어디에 두더라도 예쁘지 않은 장면이 없다. 풍요춘랑風搖春浪이라고 한다. 천길 낭떠러지인 줄도 모르고 자꾸 바람처럼 풍덩 비상하고 싶어진다. 관음산이 다시 시야에 나타난다. 인심대印心臺에서 보는 관음산은 일품이다. 마음에 도장을 찍으면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뜻이리라. 관음과 한마음이 된다. 도장 인 자는 갑골문을 보면 꿇어앉은 사람을 손으로 누르고 있는 모양이다. 누른다는 뜻이었고 세월이 흘러 도장이 됐다. 관음이 연출한 풍광이 가슴으로 들어와 꾹 누를 기세다.



 

남천케이블카로 하산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출구까지 30분 이상 걸어가야 한다.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진다. 물이 많아 수풀이 우거진 길이다. 계곡을 넘는 다리도 많다. 출구에 나와 뒤돌아 바라보면 관음산이 다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최종명 중국문화 작가 및 강사

崔钟名 中国文化作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