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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지냈어? 우리나라 여름은 장마가 꽤 사람을 지치게 하는데 즐겁게 잘 보냈는지 궁금하구나.

 

아빠는 여전히 중국을 여행하면서 신나는 취재 중이란다. 4월20일에 떠났으니 벌써 4개월이나 지났네. 우혁이가 아빠 잘 다녀오라고 동영상으로 인사말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그때 약속대로 10월24일 우혁이 생일에는 서울에서 보낼 수 있단다.

 

아빠가 온 중국을 다 여행한다고 하니, 그것도 6개월이나 된다고 하니 부럽다고 했지? 혼자 배낭 메고 방학 동안에 여행을 하는 대학생 형들을 몇 명 만났어. 정말 스스로 아르바이트 해서 여행경비를 마련한 형들을 보니 참 대견하더구나. 우혁이도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꼭 아르바이트해서 경비를 마련해 아빠가 다녔던 길로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 그때까지는 성실한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으면 해.

 

우혁이는 원래 초등학생 때 별명이 ‘걸어 다니는 삼국지’였지. 중국 삼국지 이야기를 아주 좋아했잖아. 아빠가 삼국지의 무대가 되는 중국의 중원 땅을 다니면서 우혁이 생각을 많이 했단다. 우혁이랑 함께 삼국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게다가 동북 쪽으로 러시아 하바로브스키와 불과 1시간 떨어진 ‘쟈무스’, 북쪽으로 내몽고 초원과 사막, 동양과 서양의 무역 길이던 실크로드를 달려 서쪽으로 ‘우루무치’, 서쪽으로 여전히 망명정부가 있는 땅 티벳의 ‘라싸’, 서남쪽으로 운남성의 세계문화유산 ‘리쟝’, 남쪽으로 아열대 기후의 아름다운 섬 해남도의 ‘싼야’에 이르기까지 다 다녔단다. 아직 중원의 강남이라 일컫는 곳을 못 갔지만 중국 대부분 지역을 다 가봤구나.

 

앞에서 이야기한 곳들은 중국 중원 땅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들이지. 그러니 원래는 중국 땅이 아니었던 곳이며 그곳에 살던 민족들의 삶의 터전이고 뿌리인 셈인데 다 지금의 중국에 빼앗긴 땅인 것이지. 이국적이고 아름다워서 감동이 생길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단다. 바로 힘 없는 나라의 민족은 자기 나라의 언어와 문화, 전통은 있어도 자기 땅, 나라가 없구나 하는 그런 생각. 나라가 없이 살았던 우리나라 일제시대처럼 중국 변방에 사는 사람들도 그런 고통을 느낄까.

 

아빠가 사진과 영상, 그리고 취재기에 담아내려는 것은 ‘중국’이지만 그 속에 역사도 있고, 살아왔고 살아가는 문화와 생활도 있으니 참 재미있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역사와 문화, 생활이 있으니 그렇겠지. 그러면서 우혁이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우혁이는 어릴 때부터 역사에 참 관심이 많았잖아. 아빠가 고조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각 나라별로 하나씩 설명해줄 때마다 진지하게 듣고 따라 외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학생이라니. 참 대견하고 기쁘단다.

 

아빠는 우혁이가 중학생이 된 것이 유쾌하면서도 약간 아쉬운 점도 있단다. 책 많이 읽는 아들이었는데 그 좋아하던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니 얼마나 안타까운지 몰라. 물론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과목에도 풍부한 지식과 지혜가 담겼지만, 스스로 찾아서 읽는 책만큼 삶의 지혜를 풍부하게 담은 것은 없을 것 같구나. 그래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읽으면 마음이 행복해지는 그런 책들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오랜만에 편지 쓰면서 또 무거운 이야기만 많이 한 듯하네. 아빠가 떠나기 전에 사 준 디지털카메라로 세상과 사물을 많이 찍었는지 모르겠구나. 사진이나 영상은 찍는 사람의 시선과 마음씨를 나타내 준단다. 아무쪼록 따뜻하고 진지한 우혁이의 색깔을 드러냈으면 한다.

 

이제 새로운 학기가 시작이겠네. 학교생활이 꼭 자기 옷처럼 편하지는 안더라도 꼭 입어야 하는 옷처럼 편하게 지냈으면 한다. 그리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즐겁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이게 과연 될까?’라는 것보다는 ‘이게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키웠으면 한다.

 

아빠가 예전에 중학교 다닐 때 한 선생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나라가 어디지?”라고 물었는데 대부분, 아빠도 그랬지만 스위스, 미국, 프랑스 등 서방 여러 나라를 이야기했었지.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란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많이 난다. 자기 나라, 자기가 사는 땅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곳이 아닐까. 그런 마음을 가진 총명하고 바른 아들이 되길 바란다.

 

공부라는 것은 힘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할수록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봐. 그리고 어떻게 하면 공부가 재미있을까를 생각해봐. 공부를 즐겁게 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재미난 공부방법을 만들어가는 사람일거야. 어려운 이야기이긴 해도 말이야. 학교와 학원, 밤낮 없이 공부하는 아들에게 공부방법을 창조하라고 하니 또 부담 주는 일일까 두렵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아빠 말이 이해될 날이 올 거라고 믿어.

 

건강하게 잘 지내. 밥 씩씩하게 먹고, 공부도 늠름하게 덤벼들고 말이야. 선생님들께도 적극적인 학생으로 평가 받고 친구들과도 유쾌하게 지내길 바래.

 

아마 다시 만날 때면 더 의젓해 진 아들 우혁이가 되어 있겠지. 그리고 6개월 동안의 중국여행이야기를 마음껏 들려줄게. 너무 풍부해서 뭐부터 말해줘야 할 지 모르지만, 하여간 신나는 중국 이야기가 될 거야. 기대해도 좋아.

 

그리고, 아빠는 도대체 왜 중국발품취재를 할까? 한번 생각해봐. 혼자서 캠코더와 카메라, 노트북까지 들고 중국 온 사방을 다 돌아다닐까 생각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어른들에게도 꿈이란 게 있고, 미래의 비전이란 목표가 있기 때문이야. 어떤 것일까. 아빠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꿈을 이해하는 사람, 이 또한 우리 아들 우혁이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며칠 전에 심천이란 곳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해남도 해구라는 곳까지 버스 타고, 다시 배 타고 도착하니 그 다음날 새벽 4시였단다. 거의 18시간 동안 섭씨 35도나 되는 더위를 헤치고 말이야. 이 기나긴 여정이 고통뿐이었다면 어떻게 가능하겠니. 즐거운 상상과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는 슬기로운 생각이야말로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우혁이도 꿈 꾸는 사람, 지혜와 용기가 충만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오랜만에 편지를 쓰면서 마치 훈장님 말씀만 늘어놓은 듯하다. 안 그래도 아빠가 수염이 기니 훈장 같다고 한 사람이 있었지. 후후~ 공부 차곡차곡 하고 때 거르지 말고 밥 챙겨먹고 늘 행복한 꿈을 꾸며 자고 또 일어나고 그러길 바래.

 

건강해라.


2007. 8. 22

중국 남쪽 끝 섬, 해남도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