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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삼국지 장기를 본 적 있나요?

최종명작가 2011. 2. 10. 17:19

중국은 명절, 특히 우리의 설날인 춘제(春节)에 먀오후이(庙会)가 열린다. 

사원이나 사당에서 펼쳐지는 시장이라 해 먀오스(庙市)라고도 하고 제창(节场)이라고도 부른다. 

사당에서 향을 피우며 기원하고 시장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는 축제인 것이다. 

중국의 오랜 전통이자 민속문화 활동이다. 베이징만 해도 먀오후이가 최소한 20군데 이상 장소에서 열린다. 

보통 1주일 가량 연휴 기간 내내 시장이 열려 수 많은 사람들이 전통문화를 즐기는 셈이다.  


2월 4일, 차오양구(朝阳区)에 있는 둥위에먀오(东岳庙) 먀오후이를 찾았다. 

입장료 10위엔. 라오베이징(老北京)의 다양한 생활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기회가 흔하지 않다.

아이들의 전통 완구체험관에서 참 재미있는 것을 봤다. 바로 삼국장기이다. 

싼궈샹치(三国象棋)라고 쓰여 있고 장기알이 3등분 돼 있다. 

희한한 것은 장기판도 물론 나누어져 있는데 한가운데가 다소 가로세로로 포물선이다.


자원봉사 여학생이 장기판 앞에 앉아서 자기도 신기한 듯 핸드폰카메라로 찍고 있다. 포물선이지만 서로 엇갈려 만나는 점이 장기알이 가는 자리, 멈추는 지점인 줄 알았다. 한가운데 삼각형 속 공동공간은 빈 공간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포나 차를 사용한다면 둘 중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셈이다. 볼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판에 적혀 있는 설명에 따르면 삼국 이후 남송 시대 이후 이 장기의 원형이 생겼다고 한다. 삼국의 수장인 조조, 유비, 손권을 정해 시작하면 된다. 장기알을 움직이는 동선은 기존 초한 장기와 다르지 않다.

다만, 서로 잡고 잡히는 과정에서 어느 나라의 수장이 잡으면 나머지 군사는 모두 수하로 복속돼 나머지 한 나라를 정복하고 통일하는데 유리하게 된다.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변수가 있을 것 같다. 중국사람들도 흔히 보는 장기판과 장기알이 아니어서 신기해 한다.  

함께 데리고 간 후배 딸은 마냥 신이 났다. 알 쌓기 놀이인 줄 아는 것이다. 나중에 배워도 되겠지. 삼국지의 그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체험관에 또 하나의 삼국지가 있다. 바로 화룽다오(华容道)라는 놀이이다. 적벽대전 이후 도망치는 조조를 잡기 위해 제갈량의 명령을 받은 5대장군 관우, 조운, 장비, 황충, 마초와 병졸 넷이 있다. 관우는 크기가 가로로 긴 사각형이다.  

화룽다오 놀이의 시작 모습. 총 81번을 움직여 조조를 탈출시켜야 한다.

거창하게 수 많은 포진을 설명하고 있다. 총 81보를 움직여 조조를 탈출시켜야 한다. 중간마다의 조조의 위치를 상세하게 그려놨지만 막상 하려고 보니 생각만큼 쉬워보이지 않는다. 마침, 한 아이가 엄마의 도움을 받아 막 조조를 탈출시켰다.

"지능놀이로서 중국의 3대 불가사의"(智力游戏界的三个不可思议)라 불릴 정도로 어렵다고 한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지지 않고 전해내려오던 놀이이다. 그러다가 1932년 존 하롤드 플레밍(John Harold Fleming)이란 사람이 영국에서 특허권을 얻었다고 한다.

체험관에 여러 재미난 완구, 놀이기구가 있지만 역시 삼국지만큼 사람의 눈과 발을 끄는 것은 없어보인다. 삼국지장기 놀아보고 화룽다오로 조조도 구출해보면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