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China Watch 2011.10.18 in Beijing]

 

허난성 시촨(淅川) 16만여 명의 주민이 고향을 떠나고 있습니다. 2년 여 동안 이주민들 생활상을 취재한 기자는 "당신들 왜 옮겨야 하는 지 아나요?"라고 묻자, "알아요. 베이징이 목말라서(北京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합니다. 정든 고향을 버리고 타지로 옮겨야 하는 가난한 농민들의 모습이 최근, 방송과 신문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형국책사업이 많습니다. 싼샤댐, 칭짱열차, 징후고속도로 등 거대 공사 외에도 천연가스, 전기, 전력, 석유, 석탄 등 자원을 이동하는 시치둥수(西气东输), 시뎬둥쑹(西电东送)이 그렇습니다. 사회간접자본 구축이나 자원관리가 국책사업인 것은 이해가 쉽습니다. 남쪽의 수자원을 북...쪽으로 뽑아 올리는 난쉐이베이댜오(南水北) 역시 아주 중요한 국책사업입니다. 베이징이나 텐진, 화베이 지방은 물이 부족해 창장(长江) 등의 남쪽 수자원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항저우에서 베이징까지 운하를 팠던 역사처럼이나 우리에게는 생소합니다.

 

이 난쉐이베이댜오 프로젝트는 수많은 이주민을 양산할 뿐 아니라 환경문제 등을 야기시킵니다. 정부도 국무원난쉐이베이댜오공정건설위원회(国务院南水北调工程建设委员会)를 두고 부총리급인 리커창이 주관할 정도로 중시합니다.

 

물길은 크게 3방향에서 끌어올립니다. 동쪽라인, 중앙라인, 서쪽라인에서 각각 수천 킬로미터를 연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인데 이번에 알려진 시촨 주민들의 애환은 바로 중앙라인입니다. 친링(秦岭)산맥을 수원으로 하는 단장(丹江) 댐을 화베이 지방과 베이징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중국 최대규모의 물길 이동"이라 선전하고 있는데 이주가 시작된 지 2년 만에 이주민들의 아픈 사연들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갑자기 <낙엽귀근>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중국6세대 젊은 감독 장양의 영화로 도시에서 막노동으로 일하다 죽은 친구의 시체를 메고 길을 떠나 고향으로 가는 로드 무비. 우여곡절 끝에 시체를 가족에게 인계하러 갔더니 싼샤 댐으로 인해 고향은 물에 잠겼고 옛 집터에는 "아빠, 우리 이주하니 어디어디로 찾아오세요"라는 글자만 적혀있습니다. 현대 중국의 산업화로 인한 아픈 상처입니다.

 

신중국은 주민들의 강제이주를 정책적으로 장려한 역사가 많습니다. 남방 사람들의 동북방면 이주, 한족들의 소수민족 변경으로의 이주, 강 범람을 막기 위한 댐 공사로 인한 이주, 그리고 베이징 사람들을 위해 수향에서 살던 사람들의 이주까지 숱한 에피소드가 숨어 있습니다. 여전히 사회주의 정책, 당 중앙의 정책에 반발하기 보다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주보상금만으로 달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야인'으로 살기도 하고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사람도 생겨납니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100살 노인까지 정해진 시일 내에 이주해야 합니다. 어느 할머니는 '죽어도 떠나지 않겠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조상의 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살아서 다신 오지 못하는 것을 용서해주세요'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국의 물길사업은 사실 수십 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일입니다. 지금에 이르러 이주민들의 상처가 공유되는 것은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곪은 상처가 더 곪아 썩을지, 아니면 터져서 상처가 치유될 가능성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연 앞에서 일시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공감할지 지속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될지 역시 오리무중입니다.

 

난쉐이베이댜오 물길과 기념우표

 

 

[China watch 2011.10.17 in Beijing]

 

중국공산당 17 6중 전국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5일부터 18일까지 당 중앙정치국 중심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베이징 후진타오 총서기의 주재로 열립니다. 지난 1년 정치국의 업무에 대해 보고하고 토론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중국공산당의 최대화두인 "문화체제 개혁의 심화, 사회주의 문화대발전과 대 번영 추진"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17차 대회의 마지막 해를 맞아 "문화"대토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 내외 전문가들은 "문화체제 개혁", "공공문화서비스", "문화경제정책", "문화산업", "경제문화화", "문화경제화", "국가문화", "문화 각성" 등 정신을 차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난무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총알을... 봐야 피할 수 있듯이, 제대로 봐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 치융펑(齐勇锋) 전 국가발전개혁위문화산업연구센터(国家发改委文化产业研究中心) 주임의 관련 글을 읽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신문을 장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거의 정돈된 논리를 지닌 것으로 요해됩니다. 읽고 난 후 우리말로 정리할 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1년 후에는 18차 전국대회가 열리고 당의 총서기가 바뀝니다. (총서기는 자동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되며 다음해 3월 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 추인을 거쳐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됨)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중 7명이 퇴임하고 새로 임명됩니다. 중앙정치권의 치열한 암투와 경쟁, 타협과 양보를 거치게 됩니다. 현재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과 204명의 중앙위원회 위원, 167명의 후보위원도 바야흐로 긴장의 끈을 더욱 조여야 할 때인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봐서는 잘 짜인 조직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속에는 각 파벌 사이의 경쟁 산물이 숨어져 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처음에는 찾기 힘들지만 한번 찾으면 기억만 한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기회가 되면 중국정치지도자들의 인물DB와 매카니즘을 정리하고 공유하겠습니다. 저도 더 배우고 찾고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조직도

 

[China Watch 2011. 10.14 in Beijing]

 

"20여 년 전에는 아이들에게 물질적 영양분을 제공했다면 지금은 정신적 영양분을 제공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보다 훨씬 많은 800억 위엔(14조원)의 재산을 보유한 충칭허우(庆后) 와하하(哇哈哈) 회장의 말입니다. 와하하는 중국 최고이자 세계 4위의 음료회사로 항저우에 본사를 둔 기업입니다. 2010년 최고 갑부로 등극하며 '부동산거물(房地产大亨), 가전두령(电器大佬)과 함께 최고갑부의 3각 편대로 새롭게 '음료대왕(饮料大王)이란 칭호를 얻게 됩니다.

...

그런 와하하가 2011년 올해 소매업 진출에 이어 출판사 등과 합작해 문화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는 와하하의 전략적 양대 기조인 글로벌화와 함께 아이템 다양화의 신호탄이란 분석입니다. 이제 '정신적 영양분'을 위한 야심 찬 계획이 음료를 공급하듯 최고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입니다.

 

특히, 소매업 등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에는 경영과 업무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외동딸 쭝푸리(宗馥莉)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29세에 불과하지만 미국 유학 후 말단 직부터 시작해 그룹 내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재원이자 후계자입니다. '최고 갑부의 딸', '그룹 후계자의 강한 개성' 등 그녀를 두고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생김새는 바링허우(80)처럼 곱게 자란 부자 집 말썽꾸러기처럼 보이지만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고 근면 성실한 노력파이자 경영관리 전문가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개혁개방으로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엄청난 프리미엄으로 순조롭게 성장했지만 2세들의 경영능력은 수많은 시험대 위에 올라설 것이 분명합니다. 2세 경영 시대가 열린 중국에서 최고의 브랜드 와하하가 전략적 진군이 성공할 지 두고 볼 일입니다.

 

와하하 회장 외동딸 쭝푸리

 

 

[China Watch 2011.10.13 in Beijing]

 

중국최대 쇼핑몰 타오바오()의 소규모벤더 수만 명이 시위를 했습니다. 벤더들이 지급해야 하는 기술서비스 연회비(6000위안->3, 6) 및 위약 보증금(1만 위안->5, 10, 15) 5~15배까지 급작스레 인상한 것에 대한 항의입니다.

 

이는 타오바오에 홍주(红酒)를 판매하는 이빙(가명)이란 벤더가 자신의 심경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동조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각 포털의 커뮤니티가 조성돼 급속도로 확산된 것입니다. 급기야 '5만 명을 채워서 대규모 행동에 나서자'는 지령(?)이 전파되면서 10 12일 타오바오의 항저우 총본부 앞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

타오바오는 나스닥 상장기업 알리바바의 자회사입니다. 알리바바 대표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CEO 중 한 명인 마윈(马云)입니다. 마윈의 경영철학과 전략은 전 중국을 휩쓸었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윈은 자신의 웨이보(微薄)를 통해 가격인상의 정당성을 토로하면서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가장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은 우리"라며 심정적 논리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샤먼() 사람인 이빙은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이 타오바오의 급작스런 가격인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이에 벤더들이 동병상련으로 동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반 네티즌들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이는 뉴스가 됐고 점차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타오바오의 경쟁자인 QQ쇼핑몰은 벤더들의 행동에 동조하는 차원에서 내년 3월까지 관련 비용을 면제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반타오바오연맹(反淘宝联盟)'이 결성되는 등 파급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해결방안이나 법률문제 등이 나오기도 합니다.

 

메이저쇼핑몰과 소상공인연합이 벌이는 이번 다툼은 해결방안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점차 조직화되고 있어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불법적인 행동으로 가지 않는다면 공안경찰이 개입할 여지도 없어 보입니다. 결국 마윈과 네티즌의 대결입니다. 이 과정에서 마윈과 타오바오는 어떻게 대처할 지, 슬기로운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China Watch 2011.10.12 in Bejing]

 

백성들의 식량은 왜 늘 부자들의 간식거리가 되는가?(百姓口粮怎总成富人点心). 인민일보(2011.10.11) 기사제목입니다. 서민들에게는 생계, 생활에서 꼭 필요한 것을 부자들의 추가 부 축적을 목적으로 강탈한다는 뜻이니, 사회주의경제체제에서 보면 뜨끔할 일입니다.

 

'식량'은 바로 보장방입니다. 중국정부는 일본과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을 모델로 저소득층을 위한 서민아파트 공급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 이름이 보장성주택, 즉 보장방입니다. 중국정부가 보장방의 점유율을 5년내 전체 주택의 20%( 3,600만 호)까지 공급하려고 합니다. 심각해지는 부동산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입니다.

 

자본주의적 민간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주거조건이 일정한 보장방은 해당 지역에서 일정수준 이하의 평균소득인 가정이나 미혼인 자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기존 민간아파트에 비해 아직 완전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많은 혼란이 예상되며 잘못 흘러갈 경우 '계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인민일보는 전매, 공동구매, 사기 등으로 혼탁해지고 있는 보장방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간주택과 서민주택의 균형을 이뤄가려는 노력을 통해 부동산문제를 잡아보겠다는 의지입니다. 작년 베이징에 공급된 보장방이 약 13만호입니다. 평방미터 당 최고 8천 위안 이하(참고 베이징 왕징은 3~5만 위안)로 책정됐기에 주변 지역의 아파트 값 상승세를 잡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불법, 편법으로 보장방 시행이 이뤄질 경우, 부자들의 '간식거리'로 전락하게 되면 사회적 혼란은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혼탁 양상을 사전에 뿌리뽑기 위해 보다 강력한 관리시스템이 동원되지 않을까 보여집니다. 부동산문제는 실업문제, 교육문제 등과 더불어 중국정부의 민생 기조 중 하나입니다. 과연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