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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40 저장2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간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5)   항저우 杭州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많은 아름다운 호수


저장 성 수도 항저우에는 낭만적인 호수인 시후(西湖)가 있다. 시후는 치엔탕장(錢塘江) 하류에 있다고 해서 치엔탕후라 부르기도 한다. 동파거사(東坡居士) 소식(蘇軾, 1037~1101)은 은은한 화장과 짙은 화장 모두 어울리는 서시(西施)와 같은 호수라고 했는데, 그래서 시즈후(西子湖)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시후가 아름답다는 비유다.


시후는 하나의 동그란 원과 같다. 호수로 시선을 두면서 산책로를 따라 걸어간다. 바람이 부니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노 젖는 뱃놀이 모습이 보인다. 두둥실 떠다니는 조각배도 있고 조금 빠르게 움직이는 유람선도 있다. 어디에서 보더라도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배들이 한가롭게 움직이고 있다.


저 멀리 벽돌로 쌓은 얕은 다리가 보인다. 단교잔설(斷橋殘雪)이라는 칭호가 붙은 돤챠오(斷橋)다. ‘맑은 호수나 비 내리는 호수, 달에 비친 호수는 눈 내린 호수만 못하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다리 위에서 눈이 덜 녹은 모습이 마치 다리가 끊어진 듯 보인다는 감탄사인데 그만큼 풍경이 멋지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겨울이 아니다.


봉긋한 다리 위로 가니 할아버지가 연을 날리고 있다. 한 마리 제비처럼 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하늘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얼레를 쉼 없이 빠르게 풀자 무한정 하늘로 날아갈 듯 보인다. 눈 내리는 호수는 몰라도 푸른 바다 같은 호수 위를 날아다니는 제비 연의 까부는 모습만으로도 벌써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듯하다.


이 다리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하나 있다. 중국의 4대 민간전설 중 하나인 <백사전(白蛇傳)>의 주인공인 허선(許仙)과 백소정(白素貞)이 바로 이곳에서 만난다. 인간이 된 백사인 백소정은 전생에서 생명의 은인인 허선을 만나게 되고 배필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애절한 사랑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돤챠오를 지나면 길게 뻗은 길이 나오는데 바로 바이디(白堤)다. 사실은 호수와 호수를 막은 제방이다. 약 800미터 거리의 바이디는 항저우 자사(刺史)로 부임한 백거이(白居易)가 관개를 위해 중건했다.


곧게 뻗은 길을 따라 여유롭게 걸어간다. 호수만 바라보고 오느라 다소 지겨울 즈음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에 시선이 간다. 사람 키보다 약간 커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커다란 호수를 배경으로 쓸쓸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백성들을 위해 둑을 만드느라 고심하는 백거이의 모습으로 연상되기도 한다.


바이디 끝에는 호수 안으로 조금 몸을 밀어 들어가서 수면과 거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가을 달밤의 보름달을 평호추월(平湖秋月)이라 한다. 바로 해발이 겨우 35미터인 낮고 자그마한 구산(孤山)과 잇닿아 있다.


아담하고 예쁜 식당과 찻집도 있고 고풍스런 민가도 있는 아름다운 거리다. 육지로 연결된 시링챠오(西泠橋)에서 본 산과 호수, 물 위에 가득한 수련도 참 예쁘다.


시후 단교(왼쪽 위), 인상시후(왼쪽 가운데), 시후 야경(왼쪽 아래), 황빈홍 조각상(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중국 최고의 명기라 일컫는 소소소(蘇小小)의 자그맣고 동그란 무덤이 있다. 일찍 부모를 잃었지만 총명하고 감수성이 뛰어났던 그녀는 뭇사람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기생이 된다. 19세의 나이로 요절했으나 파란만장한 사연을 담고 있는데 마치 황진이와 춘향을 섞어놓은 듯하다.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재상의 아들 완욱(阮郁)과 못다 이룬 사랑의 주인공이다. 산자락에서 책을 읽고 있는 서생 포인(鮑仁)의 인물 됨됨이를 한 눈에 알아보고 격려해주는 성품도 지녔으며 관찰사 맹랑(孟浪)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멋진 시를 지어서 위기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녀는 시후를 거쳐간 백거이와 소식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의 좋은 시적 소재이기도 하다.


수호전(水滸傳)의 의사(義士)로 칭송 받는 무송(武松)의 무덤 역시 시후 호반을 바라보고 있으며 펑위팅(風雨亭) 앞에는 중국 현대미술의 대가인 황빈홍(黃賓虹)의 동상이 있다. 그는 서호서하(西湖棲霞)와 같은 작품을 남겼으며 말년에 시후에 머물며 여생을 마쳤다. 손을 위로 뻗어도 할아버지 동상의 손에도 미치지 않는 꼬마아이의 몸짓이 귀엽다.


시후 북쪽 도로를 따라 가면 또 하나의 제방 길인 쑤디(蘇堤)가 보인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이 둑길은 호수를 3개로 나눴다. 그 중 송나라 시대 민족영웅으로 칭송 받는 위에페이(岳飛) 사당 바로 앞을 위에후(岳湖)라 한다.


이 위에후에는 장이머우(張藝謀)의 환상적인 공연인 인상시후(印象西湖)가 매일 밤 펼쳐진다. 마침 호수 위에서 리허설이 한창인데 장막으로 막아서 볼 수 없다. 찻집인 밍스위엔(明石苑) 표지판을 따라 가면 꼬불꼬불한 길이 나오고 개울도 흐르고 있으며 연못도 나온다. 이 곳은 위에후 뒤쪽이라 연습 중인 배우들 모습도 보이고 고함 치는 현장 감독의 마이크 소리도 시끄럽게 들린다.


작은 연못들마다 수련이 떼지어 피어있으니 정말 절경이다. 스스로도 예쁘지만 물 속에 비친 빛깔도 그저 단순한 그림자가 아닌 듯하다. 나무들도 곧게 솟았고 나뭇잎은 옷을 갈아입은 듯 수면 위로 몸을 숙이고 있다. 호수만큼 거대하지는 않아도 소박하고 다정한 산책로다.


어스름도 내리고 호수도 점점 암흑으로 변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돌아갈까 하다가 시후는 사시사철은 물론이고 낮과 밤이 다른 절경이라는 생각이 들어 왔던 길로 돌아간다. 호반의 밤 풍경을 놓칠 수 없다.


바이디 둑 길도 이미 어둠 속에 묻혔지만 생생하게 살아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불빛이다. 몇 미터 간격으로 자리잡은 가로등이 내뿜는 불빛 사이로 배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헤치고 가듯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배에는 하나같이 호롱불을 하나씩 대롱대롱 달고 있다.


호수 반대편으로 멀리 보이는 레이펑(雷峰)탑에서 조명이 환하게 밝았다. 호롱불 돛단배가 시야를 가로질러 지나가기도 한다. 호롱불과 레이펑탑 조명이 서로 엇갈려 보이는데 그 넓은 호수가 멀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 때문일 것이다. 백사전의 주인공 백소정을 승려인 법해(法海)가 이 레이펑탑에 가뒀다.


고개를 돌려 시내 번화가 쪽을 바라보니 불야성이 따로 없다. 빌딩들마다 휘황찬란한 조명을 쏟아내고 있다.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그 빛이 강렬해지는 것이 눈이 아프다. 그렇지만 시원한 바람도 불고 호수 위로 떨어지는 조명도 볼 만하다.


밤이 되자 공예품 가게들이 오색찬란한 빛깔로 유혹하기 시작한다. 술집들도 호수 옆에 있는 것만으로 은은해 보인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도 있지만 한적한 곳도 많다. 거의 호수의 반을 걸어서 둘러봤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후 내내 푸른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닌 듯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니 매 순간 가슴에 담은 감동이 호수만큼 커 보인다. 하나씩 차곡차곡 쌓으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듯하다.


6)   항저우 杭州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간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항저우 시후의 둘째 날이다. 버스표를 예매하는 곳을 물어보니 우체국에 가면 된다고 한다. 마침 추석 연휴 직전이라 사람들이 많은데 아주머니 직원이 5분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금방 업무를 마치고 행선지를 묻더니 친절하게 표를 끊어준다. 중국을 다니면서 이렇게 손님을 손님답게 예우한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세세닌(謝謝您)’이라고 존칭까지 써가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상쾌한 마음으로 다시 시후로 향했다. 어제보다 훨씬 맑은 날씨다. 시후텐디(西湖天地) 팻말이 적힌 라오녠공원(老年公園)으로 들어서니 바이셔우투(百壽圖) 벽이 나타난다. 벽에는 목숨 수(壽)자가 백 가지 글자체로 새겨져 있다. 고어체들을 엮어 만든 것으로 장수를 기원하거나 축복하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데 지방마다 다소 다르다. 이것은 청나라 시대 유명한 상인 집안인 산시(山西) 성 챠오자다위엔(喬家大院) 벽에서 따온 것이다.


호수 안에까지 놓인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한가운데가 봉긋한 다리인 융진챠오(湧金橋)가 나온다. 시후 위를 걸어가는 듯 수면과 아주 낮게 설치된 돌다리를 걷는 재미가 시원하다.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돌다리를 건너니 이차이셩(一茶一生)이란 낭만적이고 품격이 느껴지는 찻집이 나온다.


찻집 앞을 지나 칭보먼(清波門)까지 약 1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은 버드나무가 흐드러져 있고 새들이 모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바람 따라 날리는 버드나무는 마치 새들이 앉았다가 막 떠난 듯한 여운이 담겨 있다. 호수를 따라 나무들이 거리를 두고 앙상하게 서 있으니 외롭게 보이기도 한다. 멀리 산과 호수 앞에서 조용히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호수 옆 푸르른 녹음을 따라 걷는데 중국사람 한 명이 친해보려는 듯 말을 걸어온다. 따라오면 따라가고, 따라오지 않고 딴짓 하면 그냥 두고 가고 그러는데 간섭이 좀 심하다. 전통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길래 길을 재촉해 갔다.


호반 길에는 술집이나 찻집이 연이어 있으며 사당과 정자도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차를 마셔도 좋고 밤이라면 술 한잔 해도 좋을 듯하다. 잘 정돈된 길인데다가 드넓은 호수와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갈수록 친근해진다.


수면 위를 걷는 듯한 돌다리 창챠오(長橋)에 도착했다. 지그재그로 만들어진 이 돌다리에는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등장한다. 백사전과 더불어 4대 민간전설이자 영화와 드라마, 노래말로도 자주 소개되는 양축(梁祝)이다. 축영대(祝英台)와 양산백(梁山伯)이 수없이 작별하던 곳이기도 하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는 그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위해 무덤에서 솟아나와 나비가 돼 훨훨 날아올랐다고 한다.


애간장을 녹이는 전설 때문인지 젊은 남녀가 다리에 다정하게 앉아있다. 찰랑이는 물살이 다리를 넘나들고 바람조차 상쾌하게 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까지 다 헤아려주지는 않을 듯하다.


소동파 조각상(왼쪽), 전설의 다리(오른쪽 위), 쑤디(오른쪽 가운데), 레이펑탑(오른쪽 아래)


창챠오를 지나 쑤디로 가는 길에서 신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곳은 시후에 있는 삼담인월(三潭印月)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바로 중국 인민폐 1위엔 종이돈 뒷면의 배경으로 나오는 곳이다. 시후 안에는 3개의 섬이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샤오잉저우(小瀛洲)는 밭 전(田)자 형태인데 바로 '호수 속의 호수'가 있다. 그 앞에는 2미터 높이의 석탑이 3개 물 속에 잠긴 채 놓여 있다. 추석 보름달이 뜨면 하늘의 달, 물 속의 달 그리고 탑 속에도 달이 비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쑤디로 가는 길에 큰 식당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이름도 멋진 화중청(花中城)인데 항저우의 유명한 요리인 둥포러우(東坡肉)와 쟈오화지(叫花雞)를 판다. 혼자 들어가서 먹기가 어려워 들어가지 못한 게 한없이 아쉽다.


둥포러우는 두터운 돼지갈비 또는 삼겹살의 푸짐한 탄생이라 할 만큼 먹음직스럽고 소동파가 즐겨먹었다. 쟈오화지는 원래 궁핍한 난민들이 훔친 닭을 진흙에 넣고 구워 먹었다는데 '쟈오화'라는 말은 구걸하다는 뜻이라 거지닭이라고 하는데 별로 좋은 입맛의 번역은 아닌 듯하다.


식당 앞 연못에는 우산을 쓰고 배를 타고 온 손님을 맞이하는 여인들 조각상이 아주 인상적이다. 연못 위로 놓여 있는 다리를 지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정말 언젠가는 꼭 친구들이랑 들러보고 싶은 멋진 식당이다.


쑤디는 시후 서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둑길이다. 3킬로미터나 되는 둑을 막아 치수 농경을 한 동파거사 소식이 만들었다. 시인이며 화가로 알려져 있는 그는 항저우에서 3년 동안 머물며 둑을 쌓았다. 당시 직위가 통판(通判)이라고 하는데 주요업무 중 하나가 바로 수리(水利)였다. 이 둑을 쌓아 관개도 이뤘으며 호수가 셋으로 갈라졌고 6개의 아치형 다리가 새로 생기게 된 것이다.


다리 이름들도 참 운치가 넘친다. '물결이 비치는' 잉보(映波), '물살을 가두는' 쒀란(鎖瀾), '산을 바라보는' 왕산(望山), '둑을 눌러 한가운데 중심을 잡은’ 야디(压堤), '동편의 강어귀'라는 둥푸(東浦), '무지개처럼 걸쳐있는' 콰홍(跨虹)이다. 버드나무가 안개처럼 일렁인다는 뜻으로 육교연류(六橋煙柳)라고 칭송한다.


가장 남쪽에 있는 다리인 잉보챠오 맨 위에 서니 내리막길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둑길을 하염없이 걷고 싶어진다. 버드나무 축 늘어선 벤치에 사람들이 편한 휴식을 즐기고 있고 자전거를 타고 오고 가기도 한다. 언덕길을 내려가기도 하고 오르기도 한다.


잉보챠오 옆에는 시후 남쪽 끝자락에 꽃과 물고기의 조화가 아름다운 연못이 하나 보인다. 화항관어(花港觀魚)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버드나무 휘날리고 연꽃이 수북한 곳을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저 연꽃이 더 많이 핀다면 잉어들이 보이지 않을지언정 명성까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쑤디에서 다시 큰길로 접어드니 서예의 대가라는 샤멍하이(沙孟海)가 쓴 쑤띠(蘇堤) 비석이 나온다. 옆에는 소동파의 멋진 석상이 서 있다. 안쪽으로 소동파기념관이 있는데 입장료는 무료인데 오후 4시 30분이 지나면 문을 닫는다. 아쉽게도 기념관 안을 보지 못했지만 삼면이 호수인 정원에 있는 벽마다 소동파의 시문이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글자체를 빛내고 있다.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에 서 있는데 레이펑탑이 보인다. 거리 가로등 사이로 불 타는 듯 탑이 빛나고 있다.


하루 종일 시후의 남쪽을 유람했다. 느릿느릿 걷다가 경치가 마음에 들면 앉아서 쉬었다 가기도 했다. 잔잔한 호수이건만 재미있는 이야기와 역사가 온 동네 곳곳에 숨어있으니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흥미진진한 하루였다.


7)   항저우 杭州 추석맞이 특집 방송의 하이라이트 이정현의 바꿔


항저우 시후 공원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 저장TV 교육과학 채널의 <메이리A지화>(美麗A計畫)로 ‘아름다운 A급 프로젝트> 정도로 해석하면 될 프로그램이다. 중추절 특집 녹화다.


추석 특집으로 진행된 이날 방송녹화는 열광적인 팬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주변 관광객들이 뒷자리를 꽉 메운 채 시작됐다.


워낙 방송 진행자들인 주츠런(主持人)들이 우리나라보다 연예인 성향이 강해 시작부터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여성 주츠런 4명이 백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며 나타나고 이어서 방송국의 다른 프로그램 주츠런까지 합세한다. 모든 주츠런들이 다 모여 노래를 합창한다. 위에량커이다이뱌오워더신(月亮可以代表我的心)이란 노래를 부른다고 소개하는 난난(楠楠)이 메인 진행을 맡고 있으며 가장 인기가 많다. 연한 주홍 색과 흰색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참 예뻐 보인다.


옷 색깔이나 세트도 나름대로 추석 특집에 맞게 꾸민 모습이다. 립싱크로 하는 노래에다가 전문가수가 아니니 약간 어색해 보인다.


어린 꼬마 아이가 등장해서 애교 넘치는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다. 맷돌을 돌리고 방아 찧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서 귀엽고 재미있었는데 갑자기 노동자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나와서 역시 사회주의 국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장방송국의 남자 주츠런인 샤오챵(小強)이 나와서 퇀위엔(團圓)이란 노래를 부른다.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아 명절을 즐긴다는 내용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도 괜찮은 편이지만 빨간 옷을 입은 백댄서들의 춤이 잘 어울린다. ‘오늘 저녁 우리 모두는 한 가족입니다’ 라고 하자 관중들이 열광하면서 마무리한다.


또 한 명의 남자 주츠런이 나와 샤오챵과 함께 펑여우(朋友)를 열창한다. 우리나라에서 안재욱이 <친구>라고 번안해 불러서 유명한 곡이다. ‘친구여 평생토록 함께 가자’ 라는 가사도 좋지만 단순하면서도 친근한 멜로디여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중국노래다.


무대 위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무용수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처녀 총각이 서로 사랑하는 동작을 표현하거나 부채를 소품으로 연기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초록색 옷을 입고 형형색색의 꽃무늬 우산을 들고 수건으로 손짓하는 율동들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노래 부르는 사람들 보다 계속 춤 추는 무용수들에게로 시선이 간다.


갑자기 열렬한 박수소리를 받고 6명의 아가씨들이 등장한다. 모두 똑같이 붉은 색 옷을 하늘하늘거리며 나타났는데 민속악기의 가락이 흘러나온다. 게다가 아주 익숙한 멜로디라고 생각해 가만 듣고 보니 이정현의 히트곡인 '바꿔'다.


먼저 디즈(笛子)를 불며 강렬한 인상을 주더니 이어서 얼후(二胡)가 등장해 혼을 빼더니 구정(古箏), 피파(琵琶), 양친(揚琴)으로 합주를 하고 있다. 늘씬한 외모와 빼어난 몸짓은 물론이고 연주 실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노래가 항저우 시후 호반에 울려 퍼지고 있고 그것도 전통악기로 연주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중국전통악기를 대중음악과 접목한 뉘즈스얼위에팡(女子十二樂坊)이라는 그룹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를 모방한 팀들이 꽤 많이 생겼다. 그들과 비해 결코 뒤떨어진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6명의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연이어 이탈리아 민요인 '라 스파뇨라'까지 연주한다. 흥겨운 가락에 맞춘 조화로운 선율이 고풍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럽다.


6명의 여자 꼬마아이들이 예쁜 공주 복장을 하고 나타난다. 유치원 솜씨자랑에 나온 듯한 모습인데 어려운 서커스를 보여준다. 방송 녹화이니 무대도 불안하고 조명도 굉장히 강해 보이는데 멋진 묘기를 선보이니 크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방송 진행자(왼쪽 위), 인기가수 리나(왼쪽 아래), 추석특집 녹화 중(오른쪽)


유명 인기가수들이 출연하기도 한다. 이번 추석 특집에는 노래 잘하고 귀여운 리나다. 2006년 후난TV가 주최한 노래경연대회인 차오지뉘셩(超級女聲)을 통해 데뷔한 실력 있는 여가수다.


그녀의 대표 곡인 <광주사랑이야기(廣州愛情故事)>를 비롯해 4곡을 불렀다. 여린 듯한 목소리로 감수성이 짙은 노래를 부르지만 간혹 춤을 추기도 하고 템포 빠른 곡도 선보인다. 역시 인기가수의 노래라 듣기에도 보기에도 아주 좋다.


오락프로그램 현장 녹화의 피날레다. 중국 유명가수들 17명이 함께 불렀던 노래 '샹친샹아이이자런(相親相愛一家人)'라는 노래를 출연한 주츠런들이 모두 나와 함께 부른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는 한 가족’이란 뜻인데 들을수록 포근함이 묻어나는 노래다.


한밤의 멋진 공연이었다. 항저우 시후의 물결소리도 바람소리도 다 잊고 시끄럽지만 달콤하고 특집 프로그램에 걸맞게 한 가족이라는 마음을 중국에서는 이렇게 방송으로 담아내는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