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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2012. 3. 14 제 11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제 5차 회의 폐막식 / 신화망)


4.11 총선, 베이징에서 中 선거를 생각하다.
간접선거로 뽑는 전국인민대표 우리의 10배


[AAP News Beijing, China = 최종명 특파원]  4월 11일이다. 국회의원 총선거다. 해방 이후 선거 정국마다 격변했던 현대사를 배웠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와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야만, 다시 3당 합당의 김영삼 정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이어 이명박 정부에 이르렀다. 수많은 정당이 국민의 대의를 먹고 살아왔다.


80년대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얻었으나 나라의 주인은 여전히 제국주의자들과 야합한 정부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결국 선거라는 헌법적 제도에 기댈 방법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 국민은 새로운 변화, 민생과 복지, 조국통일을 희망하기에 투표장으로 가야 했다. 투표는 그나마 ‘앵그리 버드’였던 셈이다.


중국사람들도 투표를 할까? 총선거나 국가주석을 뽑는 선거가 있을까? 국가를 통치하는 이념과 헌법체제가 다르고 정치 시스템이 현격하게 다른 중국이지만 나름대로 방식으로 대의가 있다. 13억 인민이 다 한꺼번에 참여하는 선거는 없지만 단계별로 크고 작은 공개, 비공개 선거는 무수하게 많다.


기층 행정단위부터 뽑는 인민대표는 성과 자치구, 특별 행정구 그리고 해방군 대표를 뽑아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연다. 올해 2월 29일 기준으로 2,978명이니 우리의 10배 가량이다. 임기는 5년이고 매년 3월 수도 베이징에 모여 국무원 업무평가와 향후 계획, 현안에 대한 발안과 표결 등 회의를 한다.


공산당과 8대 민주당파, 공산주의청년단, 전국 총공회(노동조합) 등 직능조직, 소수민족, 홍콩 마카오 인사와 해외 초청 화교를 포함하는 통일전선조직인 정치협상 전국위원회 위원도 선출한다. 2월 29일 기준 2,275명이다. 대부분 전국조직을 형성하고 있어 기층부터 선거라는 형식을 빌어 전국정협을 구성하며 정협 주석은 100명의 공산당 출신 중에서 전국위원회 선거를 통해 임명한다.


중국의 모든 조직기구는 공산당 중앙에서 중앙집권적인 전국조직화를 추구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대중매체를 통해 알 수 있는 이변은 없다. 사전에 조율하고 선거 형식을 빌어 형식적인 추인을 하기 때문이다.


선거 속 깊이 중국 내부를 살펴볼 의지와 재미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몇 가지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어렴풋이나마 중국에서 선거, 투표가 가진 의미를 연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선거, 재미난 몇 가지 에피소드


5년 전 취재여행 중에 지린 성 조선족자치주에서 만난 주태호 부 현장은 공산당에서 추천한 여섯 명의 후보 중 다섯 명을 뽑는 부 현장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했다. 중국은 한 명의 정(正)과 다섯 명의 부(副)를 두는 조직관리가 일반적이며 다섯 명은 맡은 역할의 책임제를 운용한다. 그냥 알아서 다섯 명을 상급기관에서 임명하면 될 것을 한 명을 떨어뜨리는 방식의 야릇한 선거를 한다.


후보가 100% 당선되면 경쟁선거라 할 수 없으니 우리가 보기에는 다소 웃기는 중국식 선거를 치른다. 그러나 간혹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쑨정차이(孙政才) 현 지린 성 서기가 2002년 베이징의 구 서기로 재직하던 있었다. 당시 자칭린(贾庆林, 현 정협 주석) 서기와 류치 시장은 15명(16명 출마)을 뽑는 시 상무위원 선거의 16번째 희생양으로 후보로 나섰는데 뜻밖에도 자칭린의 심복을 낙마시키며 당선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를 계기로 후진타오와 원자바오 정부의 요직을 거쳐 1963년 동갑내기 후춘화(胡春华) 네이멍구 서기와 함께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보통 몇 명을 뽑는다는 약속이 있다. 총선을 통해 비례대표 포함 300명의 국회의원(1명 늘리는데 꽤나 시끄러웠다)을 뽑기로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대체로 그렇다. 하지만 가끔 이상 기후가 감지되기도 하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시진핑(习近平) 국가부주석의 경우이다.


중국공산당의 중앙조직은 중앙위원회 후보위원과 중앙위원 그리고 정치국 위원과 상무위원의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된다. 현재 9명의 상무위원, 25명의 정치국 위원과 204명의 중앙위원, 167명의 후보위원을 두고 있다. 이 인원이라는 것이 당헌이나 당규에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7년 제 15회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발표된 명단은 151명이었다. 14회에는 130명, 13회에는 110명으로 뽑던 관례대로 150명이 정상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대중의 호기심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당 중앙위원 및 정치국 위원들의 경우 획순으로 발표하는 것과 달리 후보위원은 득표수에 따라 순위를 발표하는데 마지막 151번째가 바로 시진핑이었던 것이다.


이 당시 태자당 출신에 대한 불만과 경계가 드러났던 후보위원 선거였는데 꼴찌 시진핑(국무윈 부총리 시중쉰 아들)은 물론이고 뒤에서 두 번째로 선출된 현 정협 부주석 덩푸팡(邓朴方, 덩샤오핑의 아들), 네 번째 현 국무위원 류옌둥(刘延东, 농업부 상무부부장 류루이룽의 딸), 여섯 번째는 현 국무윈 부총리 왕치산(王岐山, 정치국 상무위원 야오아이린의 사위) 등이 커트라인에 걸렸던 셈이다. 플러스 1명의 행운아(?), 그의 대권은 정말 하늘이 내려준 것인가?


4.11 총선 ‘앵그리 버드’ 中에는 없다!


하여간 중국에서는 투표와 관련해 전국적인 이목을 끄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안철수 원장이 말한 ‘앵글리 버드’도 없다. 투표율과 관련한 퍼포먼스도 없다. 국가주석이 누가 될지는 투표와 상관 없이 일정 기간 관심의 초점이 될 뿐이다.


‘투표’가 별로 재미없는 중국을 연구하지만 조국 대한민국의 투표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선거의 역동성을 거쳐 세상을 바꿔가는 나라이다. 민주주의 선거방식이 옳은지 아니면 중국식 사회주의 선거방식이 정답인지 하는 논란은 더 재미없다. 중국의 정치개혁도 접근해 볼 주제이지만 그보다 먼저 ‘중국의 개혁’이 가진 다양한 아젠더 앞에서 미국식 주입교육을 받고 자란 한국인의 두뇌구조 역시 해체해야 할 일이다.


4월 11일, 밤 11시면 얼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베이징 시간 10시. 행복한 결과를 보면서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