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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갑자기 라면, 그것도 한국라면이 먹고 싶어 사서 먹었다. 한국에서도 신라면을 주로 먹었고, 중국에서도 '라면은 우리라면을 먹어야지'하면서 좀 비싸도 가끔 사먹었다.

라면을 끓이다가 중국을 공부할 겸 포장지를 열심히 훑었다. 그래서, 오늘은 라면 봉지 속에 들어있는 것들의 중국이름은 무엇인지 공부하기로 했다. (이거 홍보성 글로 오해? 하나? 홍보 더 안해도 이미 아는 사람 다 아니...)

더불어, 이 라면을 만드는 회사가 '중외합작' 기업이라니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즉 투자를 하는 3가지 방식에 대해서도 아는 만큼 이야기해 보려 한다.

한국과 똑같은 컨셉의 포장이지만 그 속의 글자들은 다 중국어이다. 다만, 우리나라 옥편이 배경으로 들어간 곳에 정겨운 우리말이 있다. '辛'은 '맵다'라는 뜻이겠지만 우리말(韩语)로는 '신'이라 읽고 중국말(汉语)로는 '씬'이라 읽는다.

보통 중국사람들이 자기네 나랏말을 한위(汉语, Ha4n yu3)라 하는데, 한족이 사용한 말이라는 뉘앙스이지만, 더 나아가 전 중국인이 쓰는 말로 봐야 하겠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한국의 나랏말이라고 한위(韩语, Ha2n yu3)라 하니 병음만으로는 같다. 다만 그 성조가 다를 뿐이어서 처음 중국에 온 초보자들은 주의해 듣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을 수 있다. 4성과 2성의 차이이니 그렇게 어려운 구분은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옛 발음이 '씬'이라고 적혀있는 옥편이 보인다. 이건 한국 라면에도 있는 것이다. '씬'은 중국말과 병음이 같으니 우리 말과 중국어 사이에 유사성이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어떤 이는 중국어의 상당 부분이 북방민족계인 우리의 선조들의 말로부터 왔다고 하기도 하는데, 하여간 한자에 따라 서로 유사한 발음이 꽤 많은 건 사실이다.

이 동네에서 씬라미엔(辛拉面)은 하나에 2.6위엔 한다. 우리 돈으로 바꾸면 400원 가량 하는 셈이다. 베이징에서는 4~5위엔 정도 하는 거 같은데, 지역마다 값 차이가 좀 나는 편으로 알고 있긴 하다.

라면은 중국사람들이 라미엔이라고도 하지만 보통 팡비엔미엔(方便面), 즉 '인스탄트 라면'이란 의미로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라면은 끓여 먹는 라면이라고 쭈미엔(煮面)이라 쓰여 있다. 그리고 면발은 미엔삥(面饼)이라 하니 직역하면 '밀가루 빵'이란 뜻이나 그 의미를 폭 넓게 사용하는 셈이 된다.

뒷면은 먹는 방법과 원료, 제조원과 유통기간 등이 적혀있다.

스용팡파(食用方法)를 보자. 

1. 550밀리리터의 물, 작은 잔으로 2잔 정도를 냄비 안에 넣고 불로 열을 가해 팔팔 끓여라. (将550ml 的水(约2小碗)放入锅内, 用火加热至沸腾). 페이텅(沸腾)은 우리말의 '비등'이란 말이니 꽤 어려운데 '더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을 정도'일 터이니 '팔팔 끓이다'라고 하면 틀리진 않을 거 같다.

2. 면발과 양념포, 야채포를 함께 냄비 안에 넣어라. (将面饼,调味包和蔬菜包一起放入锅内) 탸오웨이(调味)는 조미료, 양념이란 뜻이고 슈차이(蔬菜)는 채소, 빠오(包)는 뭔가를 싸는 동작이나 쌀 수 있는 어떤 것이니 원래는 '포'의 뜻인데 그냥 우리는 양념스프 뭐 이렇게 하지 싶다.

3. 다시 4~5분 동안 끓인 후에 먹을 수 있다. (再煮4~5分钟,即可食用)

원료를 보자. 미엔삥(面饼)에 들어가는 것들, 즉 페이랴오(配料), 배합된 원료들의 중국말은 뭐라 할까. 샤오마이펀(小麦粉, 밀가루), 종뤼여우(棕榈油,종려유로 종려나무 열매 기름), 디엔펀(淀粉, 녹말), 스용옌(食用盐, 식용소금), 탄쏸나(碳酸钠, 탄산나트륨), 탄쏸지아(碳酸钾, 탄산칼륨)이다. 정말 어려운 낱말들이 많다.

탸오웨이빠오(调味包)에는 스용옌, 웨이찡(味精, 화학조미료), 바이샤탕(白砂糖, 설탕), 씨앙씬랴오(香辛料, 향신료) 지앙여우펀(酱油粉, 간장 가루), 뉘여우로우찡펀(牛肉精粉, 소고기 정제가루)가 들어있다. 지금 좀 갈등(?)이다. 음~ 하여간 공부다.

슈차이빠오(蔬菜包)에는 총(葱, 파), 씨앙꾸피엔(香菇片, 표고버섯 건더기), 후뤄뽀(胡萝卜, 당근), 라지오피엔(辣椒片, 고추 건더기)가 들어 있다.

품질보증기간은 빠오즈치(保质期)라 하는데 육개월이다. 생산일자는 셩찬르치(生产日期)라 하고 포장지 바깥 측면에 표시돼 있다(标示于包装外袋侧面)고 해 봤더니 '상하이 제조'(上海制造)라는 글자 아래  '2006. 09. 13'이라 되어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그 오른쪽에 'A2'라 또 써 있는데 이건 뭔 표시인지 모르겠다. 생산공장 또는 유통회사 이니셜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 공부하는 시간이면 라면이 맛있게 되었을 시간이다. 생전 우리나라에서도 라면 연구(?)를 하지 않는데 중국에 와서 이러니 좀 우습긴 하다. 하여간 가끔 라면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래도 중국 어디를 가도 좀 큰 수퍼에 가면 한국 라면이 있어서 다행이다. 신라면 외에도 상당히 많은 한국라면들이 많다. 편식은 좋지 않으니 가끔 다른 한국라면도 먹는 게 좋을 듯.

두번째 그림 오른쪽 아래에 보면 쭝와이허줘(中外合作)라는 말이 보인다.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들어와서 어떤 형태로든 투자해 사업을 하려면 세가지 방법이 있다. 합자투자, 합작투자, 독자투자가 그것이다. 소위 두즈(独资)는 외국기업이 중국법에 의해 자금을 투자해 설립하면 되니 그렇게 말썽이 될 일이 없다. 물론, 회사 설립을 하는 과정이나 법적 허가 절차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합자나 합작에 비해 스스로 하는 것이니 크게 문제될 일이 없다.

문제는 중국 내에서 중국 파트너와 함께 하는 투자방식이 가끔 문제가 된다. 더구나, 외국의 실정, 특히 시장의 정황을 잘 모를 경우 중국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합작과 합자의 개념이 흔들리면 종종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거창한(?) 중국기업과 거대한(?) 중국시장을 꿈꾸며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합작과 합자의 차이를 모르면 말이 안된다. 우리나라 언론 역시 자주 이를 혼동하는 경우를 보는데, 그 기본적 차이를 간단히 보자.

기본적으로 <中外合资经营企业法>(중외합자경영기업법>과 <中外合作经营企业法>(중외합작경영기업법)는 한 글자 차이이긴 하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합자법은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1979년 만들어졌다. 중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서로 자본을 투자해 만든 회사, 즉 중외합자경영기업을 위한 법률인 것이다. 이 법은 기본적으로 쓰꽁(四共)의 원칙을 갖춰야한다. 공동투자(共同投资), 공동경영관리(共同经营管理), 공동이윤분배(共享利润), 위험과 적자의 공동부담(共担风险和亏损)이 그것으로 엄격한 원칙과 정해진 틀에 의해 기업경영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기업이 굳이 낯선 중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형태의 합자를 하는 경우보다는 보다 자유롭게 기업경영의 수준을 선택할 필요가 제기된다. 외국기업과 중국기업이 서로 상호 합의에 의해, 상호 계약만으로 충분히 사업협력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1988년에 이르러 합작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외국기업과 중국기업은 서로 투자의 조건(投资的条件), 생산품의 분배(产品的分配), 수익분배의 방식(收益分配的方式), 경영관리방식(经营管理方式)에만 계약 약정(合同约定)을 합작기업으로 허가 받고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차이인 것이다. 가끔 우리 언론에서 합자나 합작을 모두 대체로 '합작'의 개념으로 포괄하는 경향이 있다. '내용은 합작인데 합자기업을 설립했다'고 하거나, 실제로 '합자를 한 형태인데 합작투자'라 하기도 한다.

한국기업 농심은 내가 아는 정보로 홍콩에 투자법인을 설립 후 중국대륙, 즉 칭다오(青岛)에 독자투자기업을 설립한 다음, 상하이(上海)와 션양(沈阳)에 중국기업과 합작을 해 '중외합작'(中外合作) 기업을 다시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

하여간 말이 길어졌는데, 내가 먹은 이 라면은 상하이에 있는 중외합작기업이 만들어 유통한 것인 셈이다. 맛 있는 라면과 맛 없는 라면회사 이야기를 다 한 게 되나 보다.

겉봉에 신라면의 특색(辛拉面的特色) 중에 '한국의 정통 매운 맛을 담고 있다'(具有正宗韩国辛辣味)고 한다. 아무쪼록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중국에서 한국인의 매운 맛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