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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註釋-2014-03-07] 왕치산, <별에서 온 그대>를 본 이유?

 

2014년 양회(两会) 기간인 3 5,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언급했다. 한국 언론들은 새로운 한류(1)의 시대가 왔다고 떠들고 있는데 그의 정확한 워딩(말투)과 이후 중국 언론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 않다. 우리 언론이 보도한 전인대에서도 화제가 된것과 칭송했다는 보도는 그럴 듯하다. 꼼꼼히 살펴보면 중국 평론가들의 한류에 대한 부적절한 편견과 함께 오랜 질투가 묻어나고 있다.

 

ⓒ 신화망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이 열릴 때마다 화제가 만발하다. 전국적 정치 축제 또는 정책 홍보의 장으로 점점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회 기간 중에는 각 성 정부마다 업무 보고대회도 열린다. 이날은 베이징 시 차례였다. 베이징 시장을 역임했던 왕치산(2)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라고 전해지는 보고대회에서 베이징인민예술극원 원장의 지루한 문화 부문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왕치산은 갑자기 끼어들어 농담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다.


<별에서 온 그대> 방송 중인 중국 인터넷 ⓒ LETV 화면 캡처

 























지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드라마 봤는가? 거 별뭐더라?”라며 화제를 꺼냈다. 뒤쪽에 있던 사람이 작은 소리로 별에서 온 그대라고 했고 왕치산은 웃으며 왜 한국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지 하는 문제를 생각해봤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의 핵심과 영혼은 역사전통문화의 승화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왕치산이 비유한 전통문화는 가정생활의 소소한 일이나 고부갈등 그리고 윤리와 삼강오륜과 같은 주제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유교적 전통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중국대중문화에도 유교적 내용을 담아내면 좋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중국 지도자들은 한동안 잊혀졌던 공자(3)를 때때로 인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 전 세계에 중국문화 전파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은 공자학원이다. 될 수만 있다면 국교로 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삼강오륜 속에 담긴 역사적 전통은 중앙집권적 통치에 아주 알맞은 사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언론 천바오() 등은 별에서 온 그대속에 묻어 있는 유교적 전통을 중국의 전통문화 승화로 단정지어 보도한다. ‘중국또는 중화가 만들어낸 역사전통을 한국이 가져가서 드라마로 승화했다는 논리다. 이런 관점은 중국에서 한류와 관련된 평판에 아주 오래 전부터 등장했다. 2006 11월 신화사가 인용 보도(4)한 중국 문화평론가 장궈타오(张国涛)는 당시 <대장금> 열풍에 대해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한국의 문화적 배경은 중국만큼 심오하지 않다.’고 했다. 중국 언론의 요지는 창피하다는 것이다.

 

왕치산이 중국대중문화의 발전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 화제가 되자 평론가들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1997 <사랑이 뭐 길래?>가 당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때나 2006 <대장금>이 전국을 후끈 달궜을 때와 똑같이 2014 <별에서 온 그대>의 열풍에 늘 한결 같은 반응과 반성이다.

 

3 7일자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에 게재된 문화평론가 양싱둥(杨兴东)문화는 경계가 없고 품질의 문제이고 심사나 제도의 개혁, 보다 선진화된 창작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중문화산업이 발전하려면 영화 드라마의 사전제작 후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왜 매번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서 전통문화의 보호라는 구호야말로 온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는 자조 섞인 반성도 있다. 항상 어느 나라 사람이냐? 당신의 DNA는 무엇이냐?’며 심사 때마다 까다롭게 지적하는 정책결정자들을 은근히 비판도 한다.

 

왕치산은 <별에서 온 그대>를 꺼내 들어 좋은 대중문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의 DNA에 맞지 않는 스토리,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는 소재나 주제에 대해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중국의 정책이야말로 글로벌 DNA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삼강오륜의 덕목을 잘 담고 있는 한국 드라마처럼 하면 좋겠다는 정치지도자의 인식이라면 중국은 한참 멀었다. 1980년대 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가 보장되지 않던 시절에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없던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쉽다. 13억 인민들이 보는 중국드라마는 <별에서 온 그대>보다 훨씬 관람수가 많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이유교적관념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중국 대륙 밖으로 한 발자국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1)   한류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중국 <북경청년보> 기자다. 1999한국 유행이 밀려오다(韩国的流行拥来)”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래했다. 당시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이 유행하면서 한국가수들의 콘서트에 중국여학생들이 과민하게 반응하자 이를 우려하면서 쓴 기사다. 다분히 부정적이고 비아냥조의 언급이었다. 양국 수교 이후 <질투>를 시작으로 한국드라마가 소개된 이유는 당시 중국방송산업이 구조개혁을 하면서 채널이 다양화해지면서 부족한 콘텐츠 수급차원에서 편성하기 시작한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또한, 베이징 라디오의 <서울뮤직>을 통해 한국음악이 알려지면서 HOT, 클론 등 그룹이 중국에서 콘서트 붐을 일으켰다.

 

2)   왕치산은 국무원 부총리를 역임한 당 원로 야오이린(姚依林)의 사위로 1980년 중반 이후 지방으로 내려간 젊은 개혁파 사군자 중 한 명으로 주목 받았으며 중앙무대에서 금융전문가로 인정받았지만 주룽지 총리의 은퇴 이후 좌천됐다가 2003년 사스(SARS)가 베이징을 뒤덮는 긴급상황에서 시장으로 중용돼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일등공신이었다.

 

3)   2011 11월 베이징 천안문광장에 공자의 조각상이 등장했다. 2,500년 전 학자가 중국 사회주의 국가를 상징하는 광장에 등장하자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 동향이 좋지 않자 다시 국립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공자는 여전히 중국사람들에게 반드시 유일한존경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유교의 가르침이 맹목적인 우리나라에 비해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부익부 빈익빈,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불만을 잠재우는 충성효행의 덕목으로 그다지 환영 받고 있지 못한 것을 증명하고 있다. 유교는 물론 도교와 불교 모두 중국에서는 역사적으로 관이 주도하는 종교로서 자리잡고 성장한 경향이 있다.

 

4)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십 년이나 건재한가?(韩剧在中国为什么十年不倒”)”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류확실히 세계 방송 사상 일대 획기적인 소설이자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우정/사랑/가족애 등)을 잘 표현했으며 물욕적인 현실사회 속에서 꿈꾸며 기다렸던 감성을 만족스레 표현했다면서 중국과 서로 닮은 생활방식과 행동준칙, 윤리관념은 유교문화이고 그런 한국 드라마는 한국 민족의 문화적 약세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자 동양문화 전체의 힘을 빌어 서양문화와 대항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송고한 글

http://www.huffingtonpost.kr/jongmyung-choi/story_b_49171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