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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담는 사진은 다양하다. 산이나 들을 비롯 온 천하가 다 피조물이자 대상이고 사람이나 자연도 주인공이다. 대체로 익숙하며 한두번은 나만의 카메라 속으로 들어온 적도 있다. 그래서 타인의 사진을 보노라면 그럴 듯하고 공감도 쉽다. 멋진 구도와 찰나의 세상을 보며 극찬해주노라면 미안한 일도 아니다. 


며칠전 한겨레가 기획전시 중인 "제나 할러웨이 - the Fantasy"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세계 최초의 여성수중사진작가, 그녀의 사진을 1시간 동안 들여다보면서 자꾸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즐겁게 훔쳐 본 고마움이 새록 피어올랐다. 그리고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다니던 여름, 친구와 어울려 계곡에서 물장난치다가 빠져죽을 뻔했던 일, 대학교 때 바닷가 바위 위에서 놀다가 넘어져 파도에 휩싸인 기억. 둘 다 허우적거리며 용케 목숨을 잃진 않았으나 기억조차 잃진 않았더라. 물 속에서 사진을 찍다니, 전시까지 할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유료관중이 무려 4만명이나 관람했다니 궁금했다. 게다가 '판타지'가 컨셉이자 관람 포인트라니. 문을 닫기 전에 서둘렀다.


사진전의 사진을 찍는 일은 참 괴롭다. 예전 한겨레가 주최한 "매그넘코리아"와 "사라문"도 그랬다. 도대체 '사진'을 찍는다는 일이 무엇일까 사고하는 순간 그 행위는 수줍은 '도둑'이 될 수 있다. 


- 사라문 전시, 패션인가 사진인가, 가을의 마법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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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가 가장 애장하는 최신작' 앞에 서자 액자 속으로 앵글을 잡자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춘다. 천사의 날개짓이 일으킨 물방울은 사진과 사진으로만이 아닌 바다, 강물, 빗물같은 이미지가 쌓은 접점처럼 다가온다.


물에 빠지면 도저히 볼 수 없는 물방울. 이 여린 듯 뽀얀 움직임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수중사진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오로지 물방울 뿐인 듯했다. 그 방울을 생기있게 비추는 조명을 따라 사진 전체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찍어두는 물의 조화. 모델의 표정과 동작은 물방울로부터 더욱 발랄하고 우울하며 신화적이며 동화적이다.


'나에게 물은 캔버스이고 빛은 물감이다.' - 제나 할러웨이


물 속의 나체는 더욱 빛나고 있으며 캔버스 위 보다 더 사실적인 느낌이다. 물 속에서 장난치는 아이들을 색칠한 'The water babies'는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니 '동심'이자 판타지로 살아난다. 물고기와 수초도 빛나지만 한켠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는 환상적인 선택이다. 모델이자 주인공인 강아지처럼 실물이 아닌 것이 오히려 안타까울 뿐이다. 


벌써 두 달이 다 된 사진전인데 여전히 관람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전 취재의 '면피'는 그래도 관객의 시선을 담는 일이다. 사진작품과 관객의 시선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 내 카메라의 위치가 된다면 그나마 취재의 맛이 살아난다. 그래서 큐레이터의 손짓도 시선이고 바라보는 눈빛도 사진작품만큼 꼭 어울려보이는가 보다. 


우리의 트라우마, 2014년의 '세월호'는 신화도 동화도 아니다. 살아있는 현실이다. 제나 할러웨이가 한국을 다녀가면서 제주도 해녀의 투박한 몸을 그려내고 싶다고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 멋진 프로젝트가 될 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한번 그녀의 카메라 시선을 만날 수 있으리라. 


'세월호' 이미지는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해진다. 2015년 여름, 한국에 선풍적인 인기와 짜릿한 시선을 던져준 그녀가 판타지를 넘어 투박하지만 살아있는 '인간미'까지 담아낸다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













































- 한겨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