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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 시내 중심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이고

비석들의 박물관인 <비림>과 잇닿아 있는 풍물거리 <서원문>은 말 그대로 '문물천지'다.

이모저모, 구석구석 살피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길 좌우로 건물마다 상가가 있고, 길 한가운데는 노점상들이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치 서울 종로의 인사동 거리를 걷는 기분이 들어 한결 마음이 들뜨게 된다.

인사동에 비해서 훨씬 한가롭고 조용하다.

여느 중국의 풍물거리라면 흥정소리에 시끄럽기 일쑤나 이곳은 너무 차분하다.

이런 분위기가 관광객들조차 한가로이 구경하도록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거리 입구에 노점상이나, 지나는 사람들이나 별로 바쁠게 없다.

온 세상의 문물이 다 있는 곳 치고는 꽤 정적이다.

아마도 문물이란 조용함 속에서 배어나야 그 가치가 더한 것인지도 모른다.



머리가 다 희끗한 주인은 아예 피서의 해변처럼 누웠다.

그리고 중국인 답지 않게 손으로 입도 가리고 누군가와 전화통화 중!

아담한 노점에 걸린 이 서예 상품은 좀 아마추어적이다.



액자 속 그림들이 하나하나 보면 별로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렇게 사진 속에서 보니 꽤 색깔 배치가 이뤄진 거 같다.



풍물거리 벽면에 꽤 큰 광고판이 그려져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좌우의 배치이어서, 누가 봐도 눈에 띠는 광고다.

게다가 늘씬한 서양모델들이 거닐고 있으니 느릿한 중국인들이라도 시선을 사로잡을게 뻔하다.



정말 노점상들이다.

이들 역시 바쁠 게 전혀 없으니, 과연 하루 매상으로 살만 하기는 한걸까.



붉은 색만 보면, 나는 흥분한다.

워낙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다른 주변 색과의 부조화를 즐기는 편이기 때문이다.

유리만 보면 또 즐겁다. 마치 대상 속에 함께 한다는 착각도 즐기는 편이다.



노점 뒷면으로 돌아가봤다.

주인은 신문을 보고, 중국 개는 졸다가 살짝 고개를 든다.

조각상들도 매번 앞만 보다가 뒤를 보니 좀 어색하다.

따가운 햇살에도 살짝 끼어든 맨홀 뚜껑도 역시 낯설긴 마찬가지다.



<서원문> 거리 중간 쯤에 <서원>이 있어서 들어가려고 하니 경비가 막는다.

알고보니 학교였다. 서예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곳이란다.

왠지 학교 안이 참 고풍스런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서예나 배우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골목에는 간단한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이 드문드문 있다.



인사동과는 다르지만, 꽤 정겨운 풍물거리다.

더구나, 옛 건물 그대로 서있고 아기자기하게 나무도 꾸며놓으니 정겨울 수 밖에...



<서원문> 거리 입구다.

<비림박물관>을 보고 오다보니 끝부분에서 시작해 앞부분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서원문>을 뒤로 하고 정면은 서안 시내 중심지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종루가 있는 최고의 번화가가 나온다.

정면에 보이는 호텔 건물이 인상적이다.

그 옛날, 당나라의 도읍지 장안의 거대한 주각이 이런 모양일까.



서안에 내리자마자, 고대와 현대가 잘 조화를 이룬 도시라는 인상이 굉장히 강렬했다.

그리고 풍물거리가 홀로 여행객의 마음을 잘 헤아려줬기에 다시 한번 사진에 담았다.

서안은 낮과 밤 모두 아주 인상적인 도시이다.

최근 서부대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그 중심도시 서안이 도약하는 것같다.

그저 고대 도읍의 전통만 간직한 '서안'이겠지 한 예상을 완전히 달리한다.

내가 가본 25개 정도되는 중국도시 어느 곳보다 깨끗하다.

밤의 절경은 상하이나 홍콩과는 다르지만, 서안다운 환상이 있다.


이 즐거운 '서안' 여행을 한 지난 5월, 나는 북경의 지루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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