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안에는 중국 5대 명산 중 하나라는 <화산>이 있다.

중국사람들은 5대 명(名)산이라고도 하고 5악(岳)이라고 부르는데,

5대 명산으로 딱 규정된 말은 찾아보기 힘든 거 같다.


다만, 5대 악산이라고는 분명히 기록에도 많이 있다.

동악,서악,남악,북악,중악으로 부르면서 대접해 주는 것이다.

이중 서악이 바로 섬서성 화음시의 <화산(華山)>이다.


동악은 산동성 태안시에 있는 <태산(泰山)>

남악은 호남성 장사시에 있는 <형산(衡山)>

북악은 산서성 혼연현에 있는 <항산(恒山)>

중악은 허남성 등봉시에 있는 <숭산(嵩山)>


시내에서 약 2시간 30분 차로 달려야 하니, 꽤 먼 편이어서

300위엔을 내고 일일투어를 따라갔다.

300위엔에는 교통비, 입장료, 케이블카 사용료가 다 포함된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산 입구에서 이른 점심을 먹으라 하더니

20여분 이동차량을 다시 타고 케이블카 입구까지 바래다 주더니

오후 4시 30분까지 알아서 등산하고 내려오라면서, 자유시간이란다.



케이블카는 가파르게 오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산 아래 케이블카 입구이다.

중국어로 케이블카로 연결된 길을 '쑤어다오'(索道)라 한다.


거의 10분 가까이 안절부절, 이거 중국제를 믿을 수가 있어야지.

가이드 말로는 싱가포르 기술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더 걱정이었다.

싱가포르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던가.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니 아래에 등산로가 있다.

아무도 저 길을 이용하지 않지만, 케이블카가 도입되기 전에는 저 길을 따라 등반했을 것이다.


더운 날, 저 길을 따라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산에 오른다 생각하니 심란하다.

물론 등산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실례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해발이 높으니 등산로도 대체로 가파르다.

악산의 특징이 돌이 많으니 돌을 넘어가긴 해야겠지만,

이렇게 자연석을 깨서 길을 만들었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연미 넘치는 거석에는 여지 없이 글을 새겨넣는 중국사람들인지라 영 아쉽다.

다만, <화산>에는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문구는 눈에 띄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기괴한 암석이다.

쓰러질 듯 넘어지지 않고 수만년을 버텨온 형상이 장하다.


자연에다 인공으로 써넣은 글씨에는 영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이 암석의 자태를 탐낸 누군가가 써넣었음직한 글씨 네 글자가 또렷하다.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한줄기 빛(雲飛孤光)' 뭐 이 정도의 뜻인가.



<화산>에는 5봉(峰)이 있다.

지도를 펴놓고 보니, 도저히 시간에 맞춰 다 오르긴 힘들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높은 남봉을 먼저 오르고 서봉을 거쳐, 시간이 되면 북봉을 다녀올 요량이다.


남봉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니 생각보다 멀지는 않다.

산 아래부터라면 아마 5~6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리라.


<화산>은 남면과 서면을 비롯해 삼면이 모두 험준한 절벽이라 한다.

그래서 자고로 <화산> 오르는 길은 케이블카 입구가 있는 동면에서 오르는 길 뿐이란다.



등산로 중간에 짐을 지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민요를 불러제끼는 게, 등산의 피로를 가시게 해주는 듯

중국사람들은 흥을 내며 따라부르기고 한다.


어떤 이들은 신나서 돈도 주고 하니 일종의 등반도우미(?)인데

알고보면 쓰레기 청소부들이다.



'잔도'를 한참 오르니 사람들이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직 정상이 아니건만 저 멀리 악산의 자태가 드러나고 케이블카에서 내렸던 곳도 보인다.



남봉과 서봉으로 향하는 길에 금쇄관(金鎖關)이 딱 버티고 있다.

이곳에는 자물쇠가 잔뜩 잠겨 있다.


자신의 소원을 담아 이곳에 묶어 두면 성취한다는 이야기이다.

빨간천을 묶어두는 것은 산동성 제남의 천불산에서도 보긴 했지만

자물쇠는 처음이라 재미있다는 생각이다.


한 아가씨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려니

갑자기 수줍게 돌아서서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게

마치 비밀을 들켜버린 사람처럼 행세하는 걸 봐서는

자물쇠를 잠글 때 아무도 모르게 소원을 담아야 하는 가 보다.


중봉과 동봉은 다녀오려면 힘들기도 하거니와,

사람들 말로 서봉과 남봉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니 곧장 올라가야 할 성 싶다.



'바오지에'(保潔)란 말은 '청결을 유지'하는 말이어서

'보결상(箱)'이라 하면 쓰레기통이라고 부르는데, '보결지(池)'라고 하니

쓰레기를 담는 연못이라는 말이 된다.


아마도 산이니 그렇게 부르는 게 훨씬 낭만적이게 느껴진다.

등산로 곳곳에 수없이 많은 '연못'이 있고 관리인들이 오가며 치우고 있다.


<화산> 전체가 당연히 금연으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국사람들은 지키지 않고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핀다.

제발, 이 '연못'에라도 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사람들이 낮은 봉우리에서 <화산> 다녀온 티만 내고 내려간다.

특히, 최고봉 남봉은 다가갈수록 인적이 드물다. 힘들긴 하다.


하늘과 잇닿은 듯한 한적한 계단길에서 남봉에 대한 기대가 사뭇 크다.



<화산>의 절경은 뭐니뭐니 해도 산 곳곳에 당당하게 서 있는 고목들이다.

고산지대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이야말로

거칠 것 없이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내니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만하다.


하늘과 구름, 돌과 나무의 상생의 산수화가 <화산>에는 절묘하다.



남봉 바로 코밑에 비스듬히 하늘을 향하고 산맥을 아우르고 있는 나무.

비와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잘 자라고 있음이다.



남봉 정상에 가장 높이 굳건하게 뿌리 박고 있는 나무이다. 정말 장하지 않은가.

서악 <화산>이 중국 서북 방면에서 가장 높다 하니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화산극정(極頂)'인 남봉이다.

해발 2160미터의 정상은 매우 좁고 위험하다.

겨우 10명 정도 들어차면 불안하기조차 하다.


힘겹게 정상에 올라보니, 또 내려갈 길이 걱정이다.

산이 인생에 비유되니, 산 정상에 오르면 그 비유는 여지없이 떠오른다.


중국사람들은 아름다운 남봉을 '낙안'(落雁)이라 부른다.

'기러기가 내려와 노는 곳'이야말로 바로 여기란 말인가.


남봉에도 자물쇠와 빨간천으로 된 소원이 많이 달려 있다.

비록 자물쇠와 천은 사들고 올라오지 않았지만

인생을 비유해 <화산> 최정상 남봉에서 가벼운 소원 하나를 심고,

<화산>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서봉 가는 길을 서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