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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여행투어를 다녀오신 분들은 아마도, 한번을 들렸을 <치엔먼>(前門) 거리.


<치엔먼>은 조선 사신이 자금성 입궁을 앞두고 여장을 풀고 묵었다 하니 예전부터 여관과 음식점이 많았을 것이다.


사신은 <치엔먼>을 시작해 천안문광장을 지나 자금성 입구까지 일보삼배로 예를 표하며 걸었다 하니, 따지고 보면 별로 달갑지 않은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 <치엔먼> 남쪽으로 '치엔먼따지에(大街)'에 '취엔쥐더'(全聚德) 북경오리집이 자리잡고 있지만 큰길인데다가 차길이어서 별로 정이 가지 않는 동네이다.


오른편으로 골목길을 찾아 들어서면 옛 베이징의 풍치를 담은 복잡한 시장통이 나타난다.

바로 '따스란'(大栅栏) 거리라고 하는데, 유명한 약국인 '동인당'이 있어 한국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거리이다.


원래 '짜란'(栅栏)은 사전에서 울타리인데, 옛 베이징 방언이 그대로 남아 이곳 사람들은 '따자란'이라 하지 않고 '따스란'이라고 한다. 게다가 얼화가 있어 현지 발음으로는 'ㄴ'이 탈락하고 아마 '따스뢀' 정도로 발음할 듯 싶다. 시장거리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으니, 발품 팔며 걸어봤다.



'치엔먼따지에'를 중심으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니 길가에 수북하게 놓인 자전거가 길을 더욱 좁게 만들었으니 쨍쨍한 햇살을 막는 우산까지, 혼잡이 예상된다.


이곳에는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파는 가게부터 갖가지 음식점, 차관에 이르기까지 다 있고 값싼 여관을 중심으로 세탁소, 여행사, 술집 등 있을 법한 것은 모조리 섞여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죽신을 파는 가게 앞에 사람들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조각상이 놓여있다. 옛날 수제화를 만들어 팔던 곳이거나, 그 추억을 미끼로 했겠지만 단순 시장통이 아니라 옛 베이징의 향수가 여전히 남아있는 거리임을 암시한다.



옛날 '서부상'는 비단모포 전문점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옷가게이다.


갑자기 '명월이 한테 반한 비단장수 왕서방'이 생각난다. 구한말 시기, 청나라 개혁의 배신자 '위안스카이'를 따라 조선에 들어온 수많은 화교들이 비단 무역으로 성공한 것을 조금은 시샘해 불렀을짐한 노래, 에피소드를 떠오르게 하는 '서부상'이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비단이나 모피 등도 팔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거리의 옷 품질은 모르겠으나 가격은 매우 저렴한 편이어선지 아주 성황이다. 가게이름이 길조를 뜻하는 '상서'(祥瑞) 사이에 가부좌의 의미가 있는 '부'(趺)가 틀고 있으니, 뜻 연결이 잘 안된다.



창 사이로 사탕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워낙 마시는 물부터 시작해 먹는 것도 가짜가 많다보니, 깊숙한 곳 보면 알겠지만 '가짜가 있다면 열배로 배상'할 수 있다는 글씨까지 써놓고 호객한다.



길 가운데 남녀 종업원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작은 종이컵에 든 '차'(茶)를 권한다. 이 가게는 대만의 유명 차 브랜드 매장인 '티엔푸'(天福)이다. 북경은 물론이고 중국 전역 온사방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차 가게인데 그 품질이 높지 않아, 사실 차 애호가들은 별로 가지 않는다.


한국관광객들은 '동인당' 약국을 거쳐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차를 산다. 더구나, 거리까지 나온 호객행위에 끌려 연두색 컨셉의 매장에 들어서고 만다. 차보다는 차로 만든 과자는 싸고 맛있으니, 정 이끌려 들어갔다면 과자나 좀 살 일이다.



대륙의 차관 대표 브랜드는 아마 '장이위안'(張一元)이 아닐까 싶다. 청말 광서제 때부터 차로 유명한 안후이 성에서 차관을 시작했다 하니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겠다. 이곳 차맛이나 품질은 아직 못봐서 말하기는 어렵다.


베이징에는 차관이 참 많은데 고급부터 길거리 찻집까지 다양하다. 길거리 곳곳에 우리나라 짜장면 집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만약, 차를 사려면 이런 브랜드 가게보다는 베이징 '시얼환'(西二還) 부근의 차 전문 도매시장 '마렌다오'(馬連道)에 가기를 권한다.


하여간 없는 차가 없고, 좋은 품질을 싸게 사려면 그야말로 최고라고 생각한다. 정말 온통 차와 차도구만 있는 곳으로  처음에 흥정 잘한 후에, 한두곳 정도 단골을 만들어두면 편리하다.



그 유명하다는 '동인당'이다. 북경을 다녀간 한국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청나라 '강희제' 때 개업했다 하니 300년 넘는 전통이다. '우황청심환' 하나 정도 이곳에서 사지 않은 사람 있을까.


날이 갈수록 비싸지는 '동인당'의 약값을 보면, 간혹 화가 나기도 하지만 탁월한 약효로 노인들에게는 상비약이고 보면, 한국관광객에게 선택의 여지 없는 선물용 아니겠는가. '동인당' 역시 프렌차이즈 매장이 곳곳에 있으니 약 한봉지 사려고 '치엔먼'까지 올 필요는 없다.



이 거리에도 '베이징카오야' 즉 북경오리구이 고기는 많다. 분위기 차이가 좀 있을지는 몰라도 맛은 '취엔쥐더'와 뭐 크게 다르랴.


2층이 주방인가 보다. 오리들 걸려 있는 모습이 영 입맛 없게 한다.



한 찻집 안에 조각상이 있어서 정겹게 보고 있노라니 밋밋한 대낮, 환한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맞은 편 가게들과 어울려 있으니

유리 속에서 볼거리가 좀 있다.



한 '지여우지아'(酒家)에 바람풍선이 호객 중이다. '라오(老)베이징' 음식들을 맛볼 수 있으니 '자장면'(炸醬面)도 있다.


중국에는 당연히 한국 중화요리집의 자장면이 없다. 그런데, 맛은 틀려도 엄연히 자장면이란 이름의 음식이 있다.


'북해공원' '천단공원' 내에 있는 유명음식점에서도 있고 특히, '북해공원' 북문으로 나와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바로 있는 오래된 식당은 정말 맛있다. '정말 맛있으니 따라 오라'고 데리고 간 한국사람들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ㅎㅎ 하여간 2주 전에도 가서 먹었는데 나는 아주 맛있다.



이곳은 '따관로우'(大觀樓)라고 한다. 바로 1905년 중국 최초의 영화인 '정군산'(定军山)을 처음으로 상영한 영화관이다.


상단에 있는 <中国电影诞生地>는 2005년 12월에 영화 탄생지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 주무부서인 '광전총국'이 게패(揭牌)했다고 한다.


지금은 영화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중국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벽면에 적어두었고 영화 '하이바오'(海報,포스터)를 걸어 두니 한눈에 이곳의 옛 분위기를 간파할 수 있으리라.



지금은 오른편은 디스코장이고,



왼편은 화랑이 되었다.



'따스란' 거리 입구에서 '관음사' 거리까지 설레설레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다. 지금은 좀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거리로 바뀐 듯하다.


'관음사' 거리부터는 주위가 온통 옛 베이징의 주거지역인 '후통'이고 계속 서쪽으로 걸으면 유명한 골동품 거리인 '리여우리차앙'(琉璃厂)이며 약간 남동쪽으로는 서민문화의 진수인 '팔대괴'가 있는 '티엔치아오'(天桥)이며 자금성, 천안문광장부터 남쪽으로 걸어왔으니 주변이 온통 '중국적'인 곳 뿐이다.


'관음사' 거리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따스란시지에'(西街)이니 이곳은 지금까지 온 곳보다 더 시골스럽다고나 할까. 주변이 온통 관광명소이다 보니, 여관이나 유스호스텔이 대부분이고 배낭 여행 온 외국인들이 참 많다.


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