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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차이나

베이징 식당의 주문표와 요리

최종명작가 2008. 11. 12. 18:39
중국에서 중국요리를 먹으러 식당에 가면, 우선 입구부터 환영인사를 듣고 나면 바로 '지웨이(几位)' '몇분이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 수에 따라 적절한 자리로 안내하려는 것이다. 자리를 잡고 나면, 주문을 하게 되는데, 푸우위엔(服务员)이 가져온 차이푸(菜谱,메뉴판)를 보고 주문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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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바이완 식당


며칠 전 진바이완(金百万)이라는 카오야(烤鸭)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은 저녁만찬을 소개한다. 중국에서 당나라 농업사를 전공하고 연구중인 이중원 박사의 주문에 따라 맛갈나는 요리를 먹었다. 게다가 얼마전 황당하고도 비싼 췐쥐더에서 한국여행사의 농간(?)으로 바가지를 엄청 쓰고 먹은 오리요리 때문에 영 배가 아팠기에 이날 먹은 오리고기는 더없이 맛있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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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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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표


먼저, 량차이(凉菜)부터 주문한다. 이박사는 징총바좌위(京葱八爪鱼)라는 쭈꾸미 요리를 주문했는데, 속으로 약간 불만스러웠다. 쭈꾸미를 량차이로 먹다니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게 아닌가. 그런데, 막상 식탁 위에 올라온 요리는 색깔도 예뻤지만 그 맛도 담백하고도 상큼해서 맥주 안주로 기가 막히다 할만했다. 라오추화셩미(老醋花生米)도 하나 추가했다. 화셩미는 땅콩이고 라오추는 중국전통 식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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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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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요리


찬음식을 먼저 시킨 후 더운음식을 시키게 된다. 러차이(热菜)는 보통 종류가 아주 많은데 주로 채소볶음, 고기볶음, 채소와 고기를 함께 볶은 요리 등 볶음요리를 먼저 주문한다. 이어서, 탕 요리를 시키는데 주로 물고기, 고기, 두부, 버섯, 야채 등을 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들이 있다. 찜 요리도 있는데 고기나 물고기 등을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이박사는 쓰촨지방에서 유래했으며 물고기를 재료로 기름에 넣고 고추와 같은 매운 향신료, 콩나물 등을 함께 넣고 삶는 쉐이주위(水煮鱼) 요리를 주문했다. 물고기는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차오위(草鱼)를 주 재료로 한 것을 주문했다. 쉐이주위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요리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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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이주위


러차이 하나를 더 주문했는데 자량더우샹파이구(杂粮豆香排骨). 각종 잡곡과 돼지갈비를 재료로 한 요리인데 곡식과 돼지고기를 함께 먹는 맛이 생각보다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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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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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곡돼지갈비


그리고 우리의 메인요리인 카오야 푸통(普通) 이타오(一套), 한 세트를 주문했다. 4명이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양인데 가격이 78위엔이었다.

요리를 다 시킨 후에는 술이나 음료수를 주문한다. 우리는 먼저 옌징(燕京) 춘셩(纯生) 맥주 1병과 함께 바이쥬(白酒)를 주문했다. 바이쥬 역시 종류가 아주 많아서 매번 기분 상태나 자금 상황에 따라 고르는 것이 다 다르다. 도수 역시 36, 38, 42, 44, 46, 48, 52, 56, 60, 65도 정도로 다양하니 견딜 능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이날은 라오커우즈(老口子) 46도 500밀리리터를 골랐다. 포장지를 보니 물, 수수(高粱), 쌀(大米), 밀(小麦), 완두(豌豆)가 원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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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쥬 라오커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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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징 맥주

 
주식을 먹지 않고 우리 4명이 정말 푸짐하게 먹었다. 100위엔 가량하는 바이쥬를 포함해 음식 값은 380위엔. 우리 돈으로 8만원이 안되는 가격이었다.

주문표에 보면 오른쪽 아래에 칭단(清淡)이란 독특한 말이 등장한다. 칭단은 '담백하다'는 뜻이다. 이박사는 중국요리가 다소 짜고 매우니 특별히 담백하게 요리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다.

주문표에는 이렇게 전체 음식의 맛을 손님의 기호나 요구를 적어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사람 입맛에 약간 거북한 향신료인 샹차이(香菜)를 넣지 말라고 주문할 수 있다. 그러면 부야오샹차이(不要香菜)라고 써둘 수 있고 소금, 설탕, 미원 등의 조미료에 대한 정도를 적기도 한다. 그밖에 손님의 취향에 따른 다양한 옵션을 말하는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주문표에 이렇게 써두지는 않는다.

칭단? 이렇게 주문표에 적혀 있으니 참 재밌다. 이날 자리에서 이박사 왈 "'자장면 싱겁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과연 통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자장면이 입맛에 맞는 중화요리 집을 그냥 찾아가면 되지" 라고 했다. 정말 그럴 듯하다.

중국의 유명 식당들에 가서 좀더 맛스럽게 먹으려면 '칭단'이라고 한번 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