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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소설 중 하나인 수호지에서 단연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武松)이야말로 가장 드라마틱한 영웅 중 하나. 지난 11월 15일 우연한 기회에 무송의 고향 허베이(河北) 칭허(清河)를 찾게 됐다. 베이징에서 서남쪽으로 허베이 성도 스자좡(石家庄)을 거쳐 다시 남쪽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산둥(山东)성을 경계로 작은 현시(县市)인 칭허에 이른다. 약5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야 도착한다.

비즈니스 미팅을 마치고 낮부터 마신 맥주에 약간 취기가 올랐지만 짬을 내어 시내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무송공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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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였던 칭허호텔 바로 건너편이니 아주 가깝기도 하고 베이징에 비해 훨씬 남쪽이어서인지 날씨가 포근한 편이었다. 공원 남문인데 1997년에 조성된 공원치고는 잘 관리가 되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관광지로 유명하지는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오히려 중국 최대의 양모 가공 생산지 중 하나로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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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입장료는 예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쌌다. 단돈 2위엔. 지금의 환율로 따져도 400원이다. 싸다는 것은 그만큼 볼 게 별로 없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문을 들어서자 원숭이랄까 고릴라랄까 닮은 바위 하나가 반갑게 나타났다. 별다른 뜻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나 볼수록 참 독특한 인상을 한 바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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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조그만 공원 이름이 금병매원(金瓶梅园)이었는데 무송공원으로 바뀐 것이라 한다. 따지고 보면 4대 소설 중 수호지와 금병매에 등장하는 인물이 무송이고 교육상(?) 책의 이름보다는 영웅의 이름을 따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긴 한다. 그래서, 이 공원 곳곳에는 수호지와 관련한 표지판들이 세워져 있는데 108협객들의 근거지인 양산(梁山)도 있다. 뒤로는 육합탑(六合塔)이 있다. 지리적으로는 이곳에서 약간 동남쪽으로 100여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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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는 몇개의 다리와 호수가 있고 정자들이 세워져 있다.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이며 산보를 하거나 젊은 청춘들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아이들 놀이시설도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시설이 낙후됐고 날씨도 쌀쌀해서인지 사람들이 붐비는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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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에 꾸이청(鬼城)이라는 간판이 있어서 갔더니 한 꼬마아이가 혼자 문을 지키고 놀고 있다. 이 안에 뭐가 있냐고 물으니 웃으며 '귀신'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음료수 병을 한줄로 죽 바닥에 깔고는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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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편이다. 아이들이 놀이터 삼아 걸어다니고 있고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젊은 연인들이 손 잡고 여유롭게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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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쪽에는 이렇게 큰 잉비(影壁)가 있다. 웅풍장소(雄风长啸), 위풍당당한 풍모와 커다란 고함소리라는 뜻일텐데, 높이는 10미터에 길이는 약 30미터에 이른다. 해와 달, 나무들이 새겨져 있으며 수호지의 영웅스토리의 핵심 내용들이 조각돼 있다. 이 공원에서 그나마 무송공원다운 웅장한 기운이 풍기는 곳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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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는 이렇게 108영웅들의 그림이 펼쳐져 있다. 정면에는 송강, 무송, 노지심 등 지도자급 36영웅들인 듯하다. 나름대로 수호지의 인물 캐릭터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지만 만화같은 느낌으로 별로 다이나믹하지 못한 구도로 인해 그 느낌이 산만하고 자연스럽지 못했다. 연인 한쌍이 걸어가지 않았다면 더욱 밋밋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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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무송공원의 하일라이트는 무송타호(武松打虎) 조각상. 이곳 칭허는 무송과 그의 형 무대랑(武大郎) 무식(武植)의 고향일 뿐 아니라 형수인 반금련(潘金莲)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차로 이동하면서 반금련이 태어난 집이라는 표시판을 봤는데 아쉽게 시간이 없었다. 사람들이 반금련의 남편을 무대라고 하는데 그것은 엄밀히 말해 틀린 말이다. 무씨 형제 중 가장 큰 형이라는 뜻으로 무대랑이라 하고 무송은 둘째라는 뜻으로 무이랑(武二郎)이라고 할 뿐이다. 중국 곳곳에 수호지와 관련된 관광지가 많지만 중국발품취재 중 카이펑(开封)에서 무식과 반금련이 팔던 취병(吹饼)이 생각 났다.

2008/05/23 - [-중국발품취재/-동영상리포트] - 카이펑 청명상하원의 반금련이 등장하는 만두집
2008/04/24 - [-중국발품취재] -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던 칭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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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내에는 아담한 가옥이 몇 채 있는데 분위기는 그럴싸 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그마한 가게들이다. 정자도 곳곳에 숨어 있는데, 그곳마다 젊은 연인들의 밀회를 나누는 곳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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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따라 몇개의 다리가 봉긋하게 솟아있다. 취선교(醉仙桥) 앞에는 할아버지 몇 분이 소일거리로 기르는 새를 데리고 나와 앉아있다. 처음에는 새를 파는 것인가 싶었는데 새 지저귀는 소리로 취미를 삼는 노인들이었다. 새장을 걸어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햇살을 쬐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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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와 탑이 나름대로 조화롭다. 앞부분에서도 잠시 보였지만 이 탑은 육합탑(六合塔)이다. 무송이 출가한 곳이며 노지심이 죽은 항저우(杭州)에 있는 육합탑의 모형이라고 한다. 육합이란 불교에서 하늘과 땅, 동서남북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육합이 서로 통하고 천지만물의 근원이 된다는 말이 거북 등 위에 비석으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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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송공원의 입장권이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무송공원이라고 하지만 108영웅이 그려진 벽이나 호랑이와 무송이 아니라면 수호지의 흔적을 느끼기에 꽤 어려운 공원인 듯하다. 그저 이곳 칭허가 무송이 태어난 곳임을 분명히 새겨놓고자 하였지만 아직은 관광산업이 정착할 정도로 교통의 요지이거나 여행상품이 많은 곳은 아닌 듯하다. 산둥성 성도 지난(济南)에서 1시간 30분 거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이곳을 찾을 정도가 되려면 한참 멀어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관광지라고 해서 역사의 내용이나 인물의 됨됨이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송나라 시대 민간소설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윤리를 깨우쳐 주고 속 후련한 통쾌함을 담은 인물, 무송을 만난 것으로 나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