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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중문화

중국인들이 부르는 아리랑은?

최종명작가 2008. 12. 23. 07:11
야흐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이다. 중국에서는 캐롤을 어떻게 부르는지 찾다가 재미있는 대중가수를 알게 됐다. 1984년에 데뷔한 3인조 여성그룹 헤이야즈(黑鸭子)이다. '검은 오리'라는 뜻인데 그 뜻과는 달리 종달새같은 목소리로 오랫동안 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그룹이다. 그들이 <아리랑>을 불렀다.


그들이 2003년 5월에 발매한 '잊을 수 없는 조선의 시대(
难忘的朝鲜时代), 中国科学文化音像出版社'라는제목의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 속에는 '아리랑'이 함께 들어있다. 예전에 발품취재 중에 칭하이(青海) 성에서 중국사람들에게 우리말로 <아리랑>을 불러준 적이 있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 갑자기 물어서 좀 답답했는데 이 노래를 미리 알았다면 한번 더 중국어로 불러준다면 금방 이해시킬 수 있을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아리랑'이 어떤 의미를 담아 부르고 있는 것일까. 헤이야즈의 노래 가사를 그냥 직역해보자. 한번 들어보자! 



阿里郎阿里郎阿拉里郎             아리랑아리랑아라리랑

我的郎君翻山过岭路途遥远      내 낭군(lángjūn) 산 넘고 고개 넘어 가는 길 아주 머네요 
你真无情啊把我扔下                당신 너무 무정하네요! 나를 내버려두고 가다니
出了门不到十里路你会想家      문 나서고 십리길도 안돼 당신은 그리워 할거에요

阿里郎阿里郎阿拉里郎             아리랑아리랑아라리랑

我的郎君翻山过岭路途遥远      내 낭군(lángjūn) 산 넘고 고개 넘어 가는 길 아주 머네요
春天黑夜里满天星辰                봄날 어두운 밤,  하늘은 온통 별들이네요
我们的离别情话千言难尽         우리네 이별과 사랑의 말은 천마디로 어찌 다 말하리요 

阿里郎阿里郎阿拉里郎             아리랑아리랑아라리랑
我的郎君翻山过岭路途遥远      내 낭군(lángjūn) 산 넘고 고개 넘어 가는 길 아주 머네
今宵离别后何日能回来            오늘 밤 떠나신 후 언제나 다시 돌아오려는지요
请你留下你的诺言我好等待      언약을 남겨주세요.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阿拉里喲)'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랑~'으로 한 게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의미를 나름대로 살려내고 있어보인다. '님'을 '낭군'이라 하니 다소 어색하기도 하지만 남편(老公)이라고 '무식'하게 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란 느낌이다.

무려 25년 동안 그 이름을 이어온 것이니 대단하다. 하지만, 이 팀은 처음 결성될 당시에 비해 계속 팀 구성원이 바뀌어서  지금까지 여섯차례에 걸친 개편이 있었다. 그래서, 원조(原)헤이야즈, 옛(老)헤이야즈를 비롯해 팀 리더의 이름을 따서 양(杨)헤이야즈와 함께 현재 리(李)와 니(倪)로 나뉘어 두 팀의 헤이야즈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3명의 여성이 하모니가 뛰어난 노래가락으로 25년 동안 수많은 노래를 불러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으니 놀랍다.

런데, <아리랑>을 부른 가수는 또 있다. 대만출신 여가수인 펑페이페이(凤飞飞)이다.  1953년생인 그녀는 2003년 4월에 <아리랑>이 포함된 앨범(国语原声典藏II, Cn music)을 발매한다.  <아리랑> 가사가 아주 다르다. 역시 그냥 직역으로 들어보자!



阿里郎 阿里郎 阿郎里喲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我爱我的阿里郎多么美丽         나의 아리랑(님?)에 대한 사랑 너무도 아름다워요
清山又绿水永远陪着你            맑은 산과 푸른 물처럼 영원히 당신이랑 함께 해요
从来不会和你分离                  지금처럼 당신이랑 헤어지기 싫어요

阿里郎 阿里郎 阿郎里喲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我爱我的阿里郎多么神奇        나의 아리랑(님?)에 대한 사랑 너무도 신비로워요
剩下一个我还有一个你           나를 남기시려거든 당신도 함께 남아요
我俩永远生活在一起              우리 둘 영원히 함께 살아 해요


<아리랑>을 꽤 유치하게 번안해 부른다는 느낌이 든다. '아리랑'을 사랑의 대상처럼 표현하는 것이나 '신비하고 아름다운' 추상적 표현도 신파에 가깝게 헤어지기 싫어하는 이유이니 말이다. 이 노래를 듣자니 중국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아리랑>에 담긴 '이별의 정한'을 승화하고 '사랑의 역설'을 표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든다면 괜한 염려일까.

그밖에는 랩 형태로 편곡된 것이 많은데 대체로 <아리랑>에 대한 가사 번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재미있는 것은 2003년 8월에 발매된 '멍즈뤼(梦之旅)중창단'의 옛 노래 프로젝트(流淌的歌声之真情依旧, 太平洋影音)'에 <아리랑>이 담겨 있는데, 멋진 남성과 여성의 하모니가 아주 돋보인다. 이렇게도 부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아리랑요(
阿拉郎哟)'라고 하는 말이 다소 거스리긴 한다.


정도로 멋지게 부른다면 '아리랑요'라고 한들 대수일까. 이 중창단의 '흐르는 노랫가락(流淌的歌声)' 프로젝트는 무려 18개의 앨범을 발매했다. 각 앨범마다 평균 15곡씩 수록돼 있으니 270여 곡이나 실려 있다. 인터넷을 통해 아는 중국노래 몇곡을 더 들었는데 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목소리를 지녔다. 정통 성악을 배운 솜씨라 더욱 그렇다. 기회 있으면 꼭 전체 곡들을 들어보면 좋겠다.

예전에 '아리랑'이란 그룹이 나타나 나름대로 유명세를 탔는데, 중국에 사는 조선족 동포들 역시 우리의 <아리랑>을 아주 자랑스레 부르는 것으로 안다. 조선족 자치주 옌볜가무단의 <천년아리랑> 공연을 보면서 '아리랑 가락'에 흥이 절로 난 기억이 난다.

2007년에 옌볜예술학원(延边艺术学院) 출신의  도지문(
都智文)이란 가수가 칭랑(情郎, 一松亭文化)이란 제목의 앨범(专辑)을 냈는데 그 중 타이틀 곡이 <아리랑>이다. 다른 곡들은 전부 중국노래를 리바이벌한 것인데, <아리랑>은 우리말로 불렀는데 나름대로 듣기에 좋다.

중국에서 우리 노래를, 더구나 최신 한류(?) 가요도 아니고 민요인 <아리랑>을 어떻게 부르고 있는지 아는 것이 뭐 그다지 중요한 것이야? 라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하거나, 중국친구와 서로 교류하거나, 또 여행이나 출장 중에 만날 때 <아리랑>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면 상황은 아주 달라진다.

누가 뭐라 해도 중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우리나라 노래는 <아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