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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2006.11.03)에 쓴 글 중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아름답게 비상한 무용수 이야기인데, 저도 이 글 쓰는 내내 참 진한 감상에 젖었고 눈물도 흘렸습니다. 그동안 쓴 글 중에서도 꽤 애착이 가는 것이니 한번씩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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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CCTV의 춘지에(春节) 완후이(晚会) 방송프로그램을 본 많은 중국인들은 때 아닌 감동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 한다. 청초하고 어여쁜 얼굴에 20명의 다른 장애인 무용수들 선두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을 선사한 그녀. 그녀의 이름은 타이리화(邰丽华).


채 6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텔레비전 화면 가득 수 놓은 무용은 천수관음(千手观音)이라 한다. 타이리화가 표현한 것처럼 '펼치는 천가지 손길은 어려움에 처한 세상 모든 이들을 어루만지는 선한 보살 관음'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타이리화를 비롯 21명 모두는 장애인(残疾人)이라는 사실 역시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했다.


지난번 '13억과의 대화' 첫 중국인으로 '홍콩봉황TV의 진행자' 천루위에 이어, 볼수록 아름답고 만날수록 '사람' 내음 나는 타이리화와 즐거운 대화, 중국대중문화 공부를 하려 한다. 작년에 '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했었는데,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사람이다.


마침 10월 28일, 자신이 15년 전에 다녔던 우한(武汉)의 농아학교, 띠이롱샤오(第一聋校)의 개교 60회 기념식에 참가해 100켤레의 무용 신발을 선물로 '쭈셔우'(祝寿), '생신 축하인사'를 한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녀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해서 못 듣고 잘 말하지 못한다. CCTV는 그녀를 2005년 '중국을 감동'(感动中国) 시킨 인물로 선정, CCTV의 한 프로그램에 초대됐다. 그녀는 수화를 하면서 끊임없이 입으로는 뭔가 소리를 내고 있다. 수화 통역과 그녀의 목소리를 연결해 집중해서 들으면 어느 정도 소통이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1976년에 태어난 그녀는 후천적으로 청각장애가 생긴 경우다. 그녀는 2살(중국 나이)때 심한 고열을 앓고 나서 청각을 잃었다. 총명했던 아이는 점점 소리를 잃기 시작했고 7살때 정상적인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 농아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그녀는 이것이 처음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과 현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어느날, 아버지가 사온 무용 신발(舞蹈鞋) 한켤레는, 유일한 벗 삼아 침대 위에서 신고 놀았는데 이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꾼 최초의 계기였다.


그리고, 농아학교 율동수업(律动课) 시간에 또 한번의 아름다운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농아학교의 율동수업 시간. 농아들이 진동에 반응하면서 균형과 평형 감각을 일깨워주는 수업이다. 그런데, 어느날 선생님이 나무를 두드리는데 그 울림이 교실 마루바닥을 타고 자신의 몸으로 울려 퍼지는 것을 느꼈다 한다.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이었으며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이었다 한다. 그 느낌은 바로 리듬이었다. 감동(激动)스럽고 흥분(兴奋)되고 눈이 환해지며 상기된 채 선생님에게 손짓(手势)으로 세 글자를 표시했다 한다. '좋-아-요'(我-喜-欢).


15살 이전까지 그녀는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 다만, 수화로 자신의 동심을 전하는 농아 소녀라는 것 외에는. 지난 10년, 무용은 놀이였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 알아보는 저울이 바로 무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무한시 가무단에 들어가 정식으로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도교사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떤 형태로 대화해야 할 지 몰랐으며 다른 학생들과 도저히 함께 지도할 방법도 없어서 그저 방치했다. 그녀의 무용 동작이나 자세도 도저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는 입학생들이 출연하는 무용 리허설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이다.


텅빈 리허설 실에 혼자 남겨진 그녀는 커다란 거울 앞에서 자신을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자신을 제대로 테스트도 하지 않는 교사를 원망하지 말자. 이 정도 난관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고, 세상에는 이보다 더 험난하고 거친 파도(惊涛骇浪)가 너무도 많을 것이다. 무용을 그만 둘 수는 없다고...


그녀는 이후 보름동안 잠자고 밥먹는 시간만 빼고는 모든 시간을 무용 연습에 몰두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번에 몇번 하지 못하던 회전동작을 보름 후에는 2~3백번을 거뜬히 할 수 있게 됐다. 불과 보름만에 지도교사는 그녀가 '다시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重新燃起了希望的火焰)고 했다.


음악은 무용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된다. 무용하는 사람들은 음악에 감각적으로 반응해 몸을 움직인다. 그녀가 첫 무용에 참여하면서 대체로 700여개가 되는 음악의 리듬(节拍)을 춤에 맞춰 나갔다. 그녀는 춤 동작과 모든 음악 리듬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치열하게 노력했는데, 그 유일한 방법은 기억, 반복, 재기억, 재반복이었다 한다. 춤과 리듬이 하나가 될 때까지 말이다.


오랜 암흑의 세상에서 살아온 그녀는 정상인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평정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생명을 각인하듯 각 순간의 춤 동작 마다에 집중한 것이다. 자신의 몸을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과 다른 자신을 생각해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자신을 무용수로서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1992년 이탈리아 스칼라 극단에서의 콘테스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에 현재의 장애인예술단의 링우(领舞), 춤 리더를 맡았다.


현재, 타이리화는 현재 쭝궈찬지렌이슈퇀(中国残疾人艺术团) 단장이면서 무용수이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개막행사에도 초대됐다. 이때 '워더멍'(我的梦)이라는 제목으로 타이리화를 선두로 전부 12명의 장애인으로 구성된 무용단이 공연을 해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CCTV의 2005년 춘지에 프로그램에 21명을 위한 공연 내용으로 수정해 출연하게 된 것이다. 


타이리화를 비롯 21명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천수관음>의 감동은 무얼까. 춘지에 당시의 공연 모습이다.



화려한 의상을 한, 한 무용배우가 등장한다. 언뜻 보면 한명이 걸어나오는 듯하다. 그런데 수많은 손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사라지고, 빠르게 또는 느리게, 갑자기 새가 날아오는 듯 하다가 꽃이 피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천수관음이 된다.



타이리화는 짧게 아름다운 손동작을 하는데 마치 혼자인 듯. 뒤에서 손이 차례로 천천히 오르다가 이윽고 현란한 손 표현을 쏟아낸다. 타이리화로부터 시작되는 손은 바다를 헤엄치기도 하고 산을 오르기도 하고 무한한 원을  반복해 그려내는 장면도 이어진다.



조명은 현란하고 음악은 손동작과 어울린다. 그리고, 빠르게 반원을 그리는 모습이 좌우로 반복되는데 21명 모두 하나다.



어느새 음악이 바뀌고 먼저 5명이 나뉘어지고 있다. 여전히 일정한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천수관음이다.



한몸은 흩어져 무대에서 역동적인 동작을 보여준다.



다시 하나로 뭉쳐 화려한 손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는 타이리화가 무릎 꿇은 상태에서 서서히 다른 무용수들이 일어서는 모습이다. 마지막 피날레로 모두 손을 흔드니 화려한 천수관음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선두에 선 타이리화. 그녀는 천수관음을 연기하면서 항상 자기 뒤에 20명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듣지 못하는 그녀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동작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20명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은 분명 하나다.


그녀는 한 언론사로부터 대중문화계에서 주목받는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아 무용가이고 춘지에의 스타이기 때문만을 아닐 것이다. 사람들에게 주목 받으면서 그의 성장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에 중국사람들이 많은 감동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천수관음 열풍이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라도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타이리화가 주도하는 천수관음을 따라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도, 관광지에서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어른 아이 모두 그들을 따라하고 있다.


이렇게 따라 하는 행위를 중국인들은 '꽃이 핀다'(开花)고 표현한다. 꽃은 말이 없지만 아름답다는 뜻이라 한다. 그리고 수화를 배워 일반인과 장애인이 서로 교류하는 것이라 한다. 타이리화의 천수관음이 중국 사람들에게 '꽃이 피는' 것의 의미를 알려 준 것이다. 꽃이 피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그렇게 중국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주 진지하게



아저씨들도 관광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도 과감하게



좁은 틈에서도 기도하며



사원 앞에서도



 목 없는 조각상 대신에



 어린 친구들도 밝게 웃으며



시골 아이들까지도



어디서든 누구라도


참 많은 중국 사람들이 이렇듯 장애인예술단처럼 '꽃'이 되었다. 그들의 마음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주니 그들도 흔쾌히 기뻐하리라 믿는다. 솔직히 약간 부럽기도 하다. 이런 따뜻한 마음씨로 방방곡곡에서 우리도 장애인과 한 마음이 되는 이런 운동을 하면 좋지 않을까. 지금은 미국 뉴욕에 살지만, 10년 전에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우'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던 후배가 생각난다.


타이리화는 방송에 출연해 '장애는 허물이 아니고 인간이 가진 여러 다양한 특징의 하나이다. 장애는 불행이 아니고 단지 불편할 뿐이다. 장애인도 생명의 가치가 있다. 장애인은 '평등, 참여, 공유'에 목말라 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지혜를 통해 여러분들과 모두 함께 인간이 아름답다는 것을 창조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残疾不是缺陷,而是人类多元化的特点;残疾不是不幸,只是不便;残疾人,也有生命的价值。残疾人不仅仅渴望“平等·参与·分享”,还希望以自己的意志和智慧,与大家共创人类美好)



올해 9월, 한국에서도 공연이 있었다고 들었다. 타이리화가 이끄는 예술단은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연하고 있고 세계 각 나라에서도 초청이 많다고 한다. 점점 공연내용도 변화하고 더 세련되고 있다고 언론이 보도한다. 아무쪼록 더욱 발전된 공연이 되길 바란다.


중국이냐 한국이냐를 떠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사람은 정말 아름답다. '천수관음'에서 그녀의 손짓은 마치 수화처럼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교감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 아닐런지.


<13억과의 대화>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다.


후기


이번 발품취재 중 따뚱(大同)의 윈깡스쿠(云冈石窟)에서 베이징에서 온 대여섯 명의 중국 학생들이 천수관음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는데,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계속 지금도 엠에스앤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열풍이 많이 준 듯하지만 그래도 관광지 곳곳에서 이런 모습을 연출하는 장면을 가끔 봅니다. 혹 이런 모습을 보게 되시면 타이리화를 떠올려 주세요.


우선, 한국에 계신 분들



중국에 계신 분들은, 제대로 퍼올만한 게 없고, 퍼와도 에러가 계속 나네요. 유튜브로 보시거나 직접 검색해서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