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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14회 네이멍구 2 전지현 닮은 몽골족 아이 주어린

 

 

1) 쿠부치 庫布其 우리나라로 불어오는 황사 진원지의 낙타들

 

초원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이제 다시 사막 체험을 떠난다. 아침을 먹자마자 네이멍구 이커자오(伊克昭) ()다라터(達拉特) ()에 속해 있는 쿠부치(庫布其) 사막을 향해 갔다. 멍과 치는 중국식으로 말하면 군과 현 정도되는 개념이며 '쿠부치'는 몽골어로 활시위라는 뜻의 사막 이름이다. 중간에 바오터우(包頭)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쿠부치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니 시라무런 초원에서 4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입장권을 사고 나니 양말을 사라고 한다. 샤와(沙襪)라고 하는데 사막 모래를 막는 커다란 양말을 10위엔에 빌렸다. 양말을 신고 나서 사막 지프차인 위에예처(越野車)를 타야 하는데 또 돈을 내라고 한다. 함께 간 일행이 대부분 학생들이라 계속 돈을 내야 하니 부담스러운가 보다. 6월의 한낮은 아무리 북쪽 지방이라 해도 덥다. 게다가 사막이니 상상이 될 것이다.

 

지프차는 거의 20~30명이 타도 될 만큼 크다. 그냥 보통 평범한 지프차가 아니라 바퀴가 마치 탱크 같은 커다란 차이다. 그 옆에 4인용 지프차가 있어서 물어보니 그것은 더 비싸다고 한다. 정말 사막탱크라 부르는 게 더 맞을 거 같다.

 

지프차는 그야말로 적진 앞으로 진격하는 탱크처럼 달렸다. 큰 덩치인데다가 30인승 '탱크 지프차'는 시속 40~50킬로미터로 쌩 달리는데 평지라면 뭐 대수롭지 않겠지만 여기는 사막이다. 모래 능선을 타고 올랐다가 내려갈 때는 거의 폭포처럼 떨어진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을 정도이다. 이 예상하지 못한 쾌감은 돈을 지불한 것에 못마땅하던 우리 일행들을 완벽하게 입을 막아버렸다. 그렇게 10분 동안 한마디 말도 못하고 비명만 질러댔다.

 

모래썰매(왼쪽), 사막 탱크(오른쪽 위), 사막 낙타(오른쪽 중간), 양말 샤와(오른쪽 아래)

 

사막으로 들어가니 사막놀이터가 나온다. 낙타도 타고 사막자동차나 사막모래썰매 등 놀이기구가 많다. 역시 사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은 낙타이다. 낙타들이 맑고 커다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부드러운 털이 바람에 살짝 날리며 계속 눈길을 마주치고 있는 낙타들이 귀엽다.

 

사실 쿠부치 사막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생태 숲을 조성하는 일로 자주 언론에 소개되는 곳이기도 한데 즐겁게 놀고만 가기엔 좀 아쉽기도 하다. 쿠부치 사막은 동서로 길이가 262킬로미터이며 16천 평방 킬로미터에 이르는 광활한 크기로 중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사막이다.

 

이곳의 별미인 사막 모래썰매도 있다. 무더위에 무슨 썰매일까 의아해 할 수 있는데, 내려가는 속도 때문에 오히려 시원해 보인다.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더 빠르게 내려온다. 함께 간 일행들은 이 놀이가 너무 재미있다며 두 번씩이나 탔다. 한 번 타는데 10위엔이다.

 

점점 가속도가 붙어 바닥에 닿을 때면 거의 속도가 장난이 아니게 빠르다. 하지만 나뭇조각을 이어 만든 썰매 판을 들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 일은 참 힘들고도 느릿느릿 하다. 썰매를 들고 올라가는 사람이 조금 힘겨워 보인다.

 

다시 돌아올 때는 4명이 탈 수 있는 지프차를 탔다. 자주 다니니 사막 한가운데 지프차가 다니는 길이 만들어져 있어서 편안하게 돌아왔다.

 

2)   쿠부치 庫布其 광활한 사막 속으로 들어가다

 

네이멍구에서 함께 시간을 한 도지와 함께 사막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저 사막놀이터에서만 있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중국어 한마디 못하면서 오랫동안 와보고 싶던 사막을 찾아 중국에 왔으니 당연하게 사막 깊이 묻혀 보고 싶은 것이다.

 

모래뿐인 사막이긴 하지만 그 사막의 느낌을 몸으로 체험하려면 그냥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낙타를 찍느라 낙타도 타지 못했지만 사막을 걷는 낙타들의 행렬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꽤 인상적이다.

 

한참 낙타 위에 앉아 사막을 관람하던 사람들이 서서히 차례차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모습을 보니 정말 사막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사막 한가운데를 유유히 거니는 낙타가 있어 메마른 사막을 아주 '영화'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가 보다.

 

1시간 동안 사막 속을 걸었다. 사막의 깨알 같은 모래도 손으로 만져보고 머리 속에도 담았다. 사막 언덕을 올라도 가보고 내려도 가보고, 내려가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사막 위에 글씨도 써보고 지워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니 비록 덥고 모래가 온몸으로 들어가 가렵기도 하지만 언제 다시 이렇게 한적하게 사막 한가운데에서 고독해 볼 일이 있겠는가 싶어 기분이 좋다.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 모습

 

조용하던 사막에 갑자기 사막을 달리는 ATV, '사륜 오토바이'가 나타났다. 4대에 나누어 타고 사막 언덕을 순식간에 내려가더니 멀리 사라진다. 이런 소음을 듣지 않으려면 더욱 멀리 사막 깊은 곳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나중에 중국 서북쪽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에 가서는 이 시끄러운 오토바이를 타고 너무도 즐겁긴 했지만 이때만 해도 정말 왜 저런 걸 이 사막에 풀어놨는지 안타깝게 생각했다.

 

모래언덕에 글자도 써본다. 곧 바람이 불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지만 황사의 진원지에서 우리 글을 쓰면서 사막모래에게 제발 매년 봄 우리를 괴롭히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막의 언덕을 사구라 하는데 사구는 정말 재미있다. 작은 언덕이니 오르는데 아주 힘들지도 않고 미끄러워 자꾸 오를 듯 말 듯 힘도 든다. 또 내려갈 때는 주르륵 흘러내리는 느낌이 좋다. 사구의 크기도 다 다르고 경사도 제 각각이고 햇살을 마주 보기도 하고 등지기도 한다.

 

터벅터벅 걸어서 사막 언덕을 넘고 또 넘었다. 저기 수 백 미터 떨어진 도지는 멀리도 갔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아니 사막의 끝이 어딘지 볼 각오인 것처럼 계속 걸어가니 다소 걱정이다.

 

사막 바닥을 보며 걷는데 갑자기 벌레 한 마리가 쪼르륵 돌아다니고 있다. 이 황량한 사막에 뭐 먹을 게 있는지 모래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다니 놀랍다.

 

사하라 사막에서 마라톤을 한 친구를 아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비록 한나절 아무런 규칙도 없이 사막 속을 한가로이 그저 걸었을 뿐인데도 엄청나게 땀이 샘 솟듯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쿠부치 사막에서 놀이터에서 잠시 머물다 온 것이 아니라 발 닿는 대로 사막 속으로 들어갔다가 온 것이 너무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3)   후어하오터 呼和浩特 몽골족 가이드의 어린 딸 전지현 닮았다

 

몽골족 가이드 바털(巴特兒)은 경력이 5년이 넘자 봉고차 한 대를 장만해 부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부인은 주로 운전을 하고 바털은 영업을 한다.

 

후허하오터로 되돌아와서 대부분 다른 일행들은 기차로 베이징과 텐진으로 돌아갔다. 바털이 약속대로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다. 그리고 어린 딸인 주어린(卓琳)을 데리고 왔다. 바털은 부인과 함께 일을 하고 있어 딸은 여동생이 돌봐준다고 한다.

 

주어린은 표정이 상큼하고 약간 고집도 있어 보이지만 웃거나 노래하고 춤출 때는 정말 예쁘다. 우리 일행은 마치전지현 같다고 칭찬했다. 평소 얼굴은 평범하지만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하면 번득이는 끼가 드러나 표정이 180도 바뀌는 '전지현'과 너무 비슷하다며 계속 추켜세웠다.

 

술을 마셔 약간 취기가 올라 과장이긴 하지만 너무나 귀여운여우같은 표정 때문에 우리 모두 즐거웠다.

 

노래 한번 해보라고 하니 수줍어하면서 비싸게 군다. 엄마 품으로 쏙 들어가서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속 몇 번 '예쁜 주어린 노래가 듣고 싶어요' 하며 '예쁘다'를 강조하니 드디어 노래를 한다. 동요를 부르면서 신이 났던지 귀엽게 춤도 춘다.

 

아주 열심히 우리에게 솜씨를 뽐낸 주어린에게 100위엔을 주니 받지 않는다. 아빠가 괜찮다고 하니 그때에서야 쑥스럽게 받는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네 아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바털은 그런 주어린이 기특한가 보다. 우리가 계속 예쁘다, 재능이 있다 하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이렇게 네이멍구 한복판에서 몽골족 아이를 만나니 마치 동포 같은 정도 생기고 부담도 없고 즐겁다.

 

초원과 사막 여행 가이드의 딸 주어린

 

바털은 훠궈를 먹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노래 한 자락을 불렀다. '멍구런(蒙古人)'이란 노래이다. '저스멍구런러아이(這是蒙古人熱愛~)하면서 부르는 모습이 참 선량해 보인다. 한족의 나라 중국, 드넓은 초원을 휘젓던 유목민족 몽골족의 땅에서 듣는 노래라 그런지 왠지 가슴도 찡하고 그렇다.

 

그래서, 우리도 답가로 '아리랑'을 불렀는데, 꼭 이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가사를 적어주고 그 밑에 발음도 달아줬다. 아마 한국 관광객이 오면 '아리랑'을 부르는 바털을 볼지도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헤어지려는데 바털이 맥주 한잔을 더 하자고 했다. 양고기 고치인 양뤄촬(羊肉串兒)에 맥주를 마시는데 바털 부인이 한국말을 공부하고 싶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일한 지 얼마 안되지만 열심히 한국말을 배워 한국사람이 오면 가이드를 잘 하려고 한다니 기특하다. 노트에 일일이 발음을 몽골어로 적어가면서 묻고 또 묻는다.

 

바털의 딸 주어린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좀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그 귀여운 표정을 본능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말을 좀 가르쳐 주려고 했더니 아주 비싸게 굴며 숨어버린다.

 

우리 말을 알려주고 더불어 몽골어를 배워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센베이누(sain-bai-noo)'라 하며 '고맙습니다'(謝謝) '바이엘라(by-yar-la)'라 하고 글자를 쓰는데 정말 어렵다.

 

우리말과 같은 알타이 어 계통이 아닐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친근하게 접근했다. 그런데 막상 글자를 보니 도무지 너무 낯설고 그리기조차 힘들 정도이다. 인사 두 마디 겨우 배운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바털 가족과 헤어진 후 호텔에서 푹 잠을 잤다. 호텔로 찾아온 바털과 작별인사를 하고 역으로 갔다. 후허하오터 역 플랫폼에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우리 직원들은 여러분 곁에 항상 있다'는 글씨가 보인다. 서둘러 기차를 타고 자리를 잡느라 미처 몰랐는데, 자리에 앉으니 이 글자가 새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중국도 갈수록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정오가 조금 지나 출발한다. 네이멍구 초원을 서쪽으로 가로질러가며 장장 10시간을 가야 한다. 대낮에 드넓은 고원지대를 지나니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매번 밤 기차로 움직이다가 낮에 기차를 타고 가니 새삼스레 색다른 느낌이 아주 좋다.

 

중국은 크게 4개의 고원지대가 있다. 황투고원(黃土高原), 윈구이고원(雲貴高原), 칭장고원(藏高原)과 함께 지금 달려가고 있는 네이멍구고원(內蒙古高原)이다.

 

해발 1000~1400미터에 이르며 남북으로는 네이멍구 자치구와 몽골공화국에 이르며 동서로는 중국 최북단이기도 한 헤이룽장(黑龍江)에서 간쑤(甘肅) 허시줘랑(河西走廊) 북쪽에 있는 마종산()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말한다. 내몽고 고원의 남쪽을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서서히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다.

 

몽골족 가이드 바털과 그의 부인, 그리고 귀여운 그들의 딸 주어린과의 추억을 간직한 채 초원을 달린다. 초원을 다 벗어날 때까지 주어린의 미소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비록 하루 저녁이었지만 지금도 몽골족 아이의 쌍꺼풀 없이 싱그러운 눈망울이 너무도 그립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