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주문화 답사는 안휘성을 거쳐 강서성 방향으로 넘어간다. 황산 훙춘에서 휴녕休宁의 판교향板桥乡을 거쳐 강서성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지방도로를 달리다가 도로 변에 잠시 멈춘다. 손마디 굵은 아저씨와 잠시 유익한 시간을 가진다. 다시 길을 달려 그 옛날 오나라와 초나라의 경계 부근 휴녕과 무원을 잇는 휴무고도休婺古道를 지난다. 18번 돌고돈다는 18절十八折을 오르는데 꽤 힘들다. 그런데 가끔 쉬면서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면서 오르면 30여분이면 오른다. 가끔 이렇게 땀을 흘릴 필요가 있다.
천천히 마을 한가운데로 들어가자 아마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동감할만한 작은 연못 월소(月沼, 위에자오)가 보인다. 연못을 빙 둘러 역사의 빛깔로 연하게 퇴색된 고풍스런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곳 역시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와호장룡의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장쯔이가 호수 위 물살을 밟으며 사뿐히 날아오르고 뒤이어 저우룬파가 뒤따르는 장면. 둘은 이 연못을 벗어나 대나무 숲에서의 멋진 칼 싸움을 벌인다. 이 연못은 명나라 영락제 시대에 주민들의 요청으로 한 지리학자가 오랫동안 탐사한 끝에 마을 한가운데 있는 샘을 넓혀서 만들었다. 산에서 내려온 계곡물이 연못에 모였다가 수로를 따라 마을을 돌아 나가도록 한 구조다. 완벽한 수리 계산을 한 것도 그렇지만 골고루 물을 나눠 쓰는 공동체 마..
드디어 안휘고촌락 훙촌宏村이다. 휘주문화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마을로 들어서면 난후(南湖)가 나온다. 맑고 잔잔한 호수를 따라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정겹다. 호수에 비친 건물들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니 학생들이 캔버스를 놓고 연필로 열심히 데생을 하고 있다. 호수 위에 멋진 아치형 다리가 나타났다. 리안李安 감독의 첫 장면에 스틸 컷처럼 나오는 촬영지다. 다리를 보는 순간 도저히 쉽게 연출할 수 없는 멋진 모습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봉긋한 돌다리와 수련이 어우러지고 있으며 천 년의 역사를 담은 집들과 먼산 구름과 하늘까지 차례로 드러나는 환상적인 장면. 잠시 숨을 멈추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왕(汪)씨 집성촌이다. 서원을 둘러보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전체가 소 우(牛)자형으로 된..
안휘고촌락 서체西递에서 홍촌宏村 가는 길에 노촌卢村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노씨 집성촌이다. 4~5월에 오면 유채꽃이 바다를 이룰 정도로 멋지다고 식당 주인이 일어준다. 이 마을도 그림 그리는 학생이 참 많다. 꽤 큰 또랑을 따라 조성된 마을로 들어선다. 지성당志诚堂을 지키는 강아지가 반갑게 맞아준다. 목조가 현란한데 아쉽게도 얼굴 부위가 많이 훼손돼 있다. 조상의 초상화를 걸어둔 것이 이색적이고 조벽에 새긴 복(福)자가 멋지다. 새소리가 나무에 걸렸다. 한가롭고 소박한 농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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