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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 중국영화 캐기>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 요청을 했는데 회신이 없어 그냥 시작합니다. 중국영화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 장이머우, 첸카이거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의 영화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는 이미 헐리웃 스타일의 블럭버스터를 지향하면 지나치게 오락성만 강조하니 따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중국대중문화 매니아로서 관심의 초점은 바로 중국6세대 영화입니다.

중국 6세대 영화는 장이머우, 첸카이거, 이안, 펑샤오강 등 유명감독들과 달리 20대 젊은 시절, 천안문사태를 경험하고 사회에 등장한 감독들이 만들어낸 영화를 말합니다. 장이머우로 대표되는 5세대를 뒤이어 세대를 가를 정도로 확연하게 다른 영화들입니다. 이 6세대라는 표현은 '제5세대 이후의 중국 대륙의 영화창작 집단'이라는 개념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됐습니다. 참신한 생명력과 개성 강한 시각을 지닌 새로운 감독군을 뜻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워낭소리>와 같은 실험정신이 강하고 사회 비판적이면서 인간의 가치를 기반에 둔 리얼리즘 영화를 제작하는 독립영화프러덕션들과 비슷합니다. 저예산이지만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당당하게 중국의 진흙같은 토양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단골로 꼭 초청되기도 하고 유럽의 각종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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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6세대감독 시나닷컴 사이트

이 6세대 감독들의 영화는 우리 대중문화의 세계화, 또는 한류영화의 중국진출이나 중국대중문화산업과의 협력을 통한 한류의 발전 모색 등 향후 우리 문화산업계에서 반드시 검토하고 또 꼭 봐야 할 영화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일부 매니아를 제외하고, 또는 부산이나 전주 국제영화제 시점을 빼고는 이들의 영화가 잘 소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6세대 영화를 소개하는 단행본이 간혹 출간되기도 하고 영화잡지에 이따금 나오기는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반 상영관에서 많이 소개되지 않았고 스크린에 걸렸어도 미미했지만 세계영화계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는 '6세대'의 중국영화를 통해 중국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비록 대중적이지는 않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의 줄거리, 촬영테크닉, 사회적 배경, 감독의 작가주의 성향, 중국영화의 방향 등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리라고 봅니다.

또한, 장이머우를 비롯한 유명 중국감독들의 대작 영화만 관람한 경험 때문에 중국 영화산업(대중문화산업) 속에 담긴 계층 간 차별 및 지역 격차, 그리고 사회발전에 따른 인간의 소외, 민족 갈등, 심지어 반정부 투쟁 등에 관한 메시지를 읽지 못하는 것은 중국을 제대로 알아가는데 오류로 작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중국 비즈니스, 어학연수, 출장, 여행, 문화교류 등으로 중국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콘텐츠로 인식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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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6세대감독 역사와 흐름

6세대 영화감독은 베이징영화학교(北京电影学院) 85학번 출신들이 그 원류입니다. 그들은 89년 천안문사태(항쟁)를 경험하면서 부득이하게 영화를 문화적 무기가 됐습니다. 자신들의 영화언어를 드러낸다는 것은 곧 지하에서 영화작업을 하게 됨을 뜻합니다. 영화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독립프로덕션으로 활동하면서 6mm 카메라로 중국적인 것을 찍기 시작합니다.

기구한 6세대의 운명과 탄생 원인은 시대를 잘못 만났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1985년에 대학을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8,90년대가 교차하는 시대, 거대한 동요 속에 있었습니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새롭다는 느낌을 주었고 중국 대중문화계에 만연하던 '낙관주의'와 '이상주의'가 곤두박질칠 정도로 놀라자빠질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1989년 장위엔(张元) 감독과 왕샤오솨이(王小帅)는 영화 <마마(妈妈)>의 극본을 기획하고 제작 허가도 받지 않고 검열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기업으로부터 영화제작 경비를 조달해 촬영했습니다. 곧바로 영화는 완성됐고 그들은 이후에서야 시안영화제작소를 통해 허가를 받았습니다.

6세대의 첫 영화라 불리는 장위엔의 <마마(妈妈)>는 한 어머니와 저능아 아들의 아픈 경험을 줄거리로 했으며 플롯이 난해해 근본적으로 재미난 영화라 하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측면을 보면,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신세대 영화감독들의 '예술선언'으로 인정했습니다.

평론가들이 보기에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새로운 영화적 각색에는 모종의 은밀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것은 5세대 감독들의 미학에 대한 '모반'이었으며 동시에 억압적인 사회현실과 압박에서 '독특한 암호를 사용하는 우화'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철학을 교묘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의 감독, 영화가 나타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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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6세대 영화의 시작 <마마>

이때부터 그들은 이전의 대감독들과 다른 카메라테크닉과 소외된 서민 생활을 기반으로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니 기존 영화스타일과 확연하게 다른 그림이 그려집니다. '6세대'라는 이름을 부여 받게 된 그들은 중국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기 어렵게 되자 유럽 등의 세계영화제에 참가해 가치를 인정 받게 되면서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방법으로 영화 작업을 지속합니다.

그들의 영화는 중국본토에서 상영금지 조치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데 그것은 오히려 그들의 잠재적 가치, 작가주의 성향을 강화해주면서 의연히 독립영화집단으로 각광 받게 됩니다.

점점 그들의 영화는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영화적 성공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렇듯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초기의 거친 테크닉은 갈수록 세련된 감각으로 거듭나면서 흥행이라는 대중성까지 고려하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이제 그들의 영화는 소재의 확대와 더불어 쟝르적 확산 그리고 자본의 유입, 새롭고도 창의적인 영화를 지향하는 등 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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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중국6세대감독 10인

그들은 갈수록 그 변화가 거대해 하나의 구분으로 통합하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또한, 영화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소재주의에 의존하거나 대중과 영합하려는 경향 등으로 인해 비판적인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20여년에 걸쳐 훈련되고 승화된 대중과의 공감대를 무기로 향후 활짝 빛을 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면서 중국대중문화산업의 일대 변화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6세대 영화감독의 기존 영화와 최근 중국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보는 기회를 삼고 싶어 약 50여 편의 영화 DVD를 구입해 다시 보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이런 중국영화를 DVD를 구입해 보거나, 중국어를 안다고 해도 어쩌면 지루해 보일 수도 있는 영화들을 일부러 찾아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서 '진흙 속에 숨어있는 진주를 캐'는 심정으로 독자들에게 '중국영화 읽기'를 제공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