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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뜻밖에 어떤 사람을 만나 '오래 남을 추억'이란 행복을 담아오는 일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어 인생의 도화지를 채워가는데 목숨을 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귀주(ebs세계테마기행)에서도 어김없이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촬영이라는 혜택이어선지 조금은 독특한 인연이기도 했지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아무래도 병안고진의 이발사 부부가 가장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병안고진은 중국대장정에서 아주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옛 마을 정서를 그대로 담고 주민들이 주거하는 공간의 흔적이 기분 좋은 곳입니다. 이틀 동안 촬영 중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그립기도 합니다.


이발사 부부는 일단 말이 없습니다. 30년 경력의 아저씨는 호남형 외모에도 불구하고 말수가 워낙 없어서 무뚝뚝해보였습니다. 머리 깎고 면도와 머리 감는 동안에도 그저 손만 바삐 움직이더군요. 그저 웃기만 할 뿐 그래서 내가 뭔가 잘못 말한게 있는지 되새길 정도였지요.


그런데 정작 부인이 말 못하는 농아인 걸 안 건 10분도 더 지나서였습니다. 머리 감겨줄 때 동선을 안내하는 멘트가 귓가에 또렷이 들렸던 듯 한데 다 감고 나서 일어서고 똑바로 얼굴을 보니 부인은 가벼운 신음처럼 읊조릴 뿐이었습니다. 이발비용 10위안. 그렇게 촬영은 간단히 끝나고 재래시장 등을 돌고 난 후 촬영진이 면도를 하겠다고 해 다시 이발소로 향했습니다.




부인은 아저씨를 급하게 찾고 PD와 카메라감독이 각각 면도로 '새사람'이 된 후 각각 5위안씩 내고 보충 촬영이 시작됐지요. 이발소로 들어오는 장면에서 부인은 손짓으로 큐 사인을 주고 민망한 듯 웃고, 아저씨도 옆에서 살포시 미소만 짓고...


헤어질 때 부인은 기념사진을 찍히고 싶었어요. 제 DSLR로 찍었는데 얼핏 이메일도 없을 건데 어떻게 하지 하고, 코디는 아저씨 핸드폰을 받아 찍어주었는데 흑백으로 드러난 짠~한 사진을 보는 순간 우리는 모두 말문을 닫았습니다. 아저씨와 부인은 사진을 보자 아주 행복한 웃음을 보이셨는데, 그래서 아저씨 미소가 순박하다는 것도 알게 됐지만, 괜히 어색한 연출이 될지도 몰라 이 대목은 촬영도 삼가했지요.


제가 멘트를 짜고 코디가 중국어 필체로 쓴 쪽지. 마침 영수증 종이여서 카피본이 생겼고 소지하게 됐지요~


얼마 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귀양에서 PD가 내가 찍었던 사진을 기억하고는 인화해서 발송하자는 생각을 했지요. 급하게 인화하고 택배를 불렀으며 우리가 숙박했던 호텔 아주머니에게 전화해 전달 부탁까지 했지요. 그리고 메모지에 우리의 인사말을 적었습니다.


我们是来自韩国的游客,真心感受到丙安古镇的真情和纯朴,谢谢您两位的热情招待!

衷心祝福您两位幸福,健康!

韩国游客一行4人。


저희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입니다. 병안고진에서 진실한 마음과 순박한 대접을 받아 진심으로 두 분께 감사 드립니다. 

두 분의 행복과 건강을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한국 여행객 4명 일동


세계테마기행에 어떻게 두 분이 그려질 지 궁금합니다. 언젠가 다시 병안고진을 찾아가면 이발소에 제가 찍은 사진이 딱 걸려 있다면 아주 행복할 것입니다. 여행이란 인연이 주는 감동을 확인하는 것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ebs 세계테마기행 귀주 편 

2016. 1.4~7 (월~목) 20:50~21:30 본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