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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테마기행에서 ‘3일 해 뜬 날 없고, 3리에 평지 없다.’고 했지만 사실 ‘3푼 동전도 없다.’고 할 만큼 가난한 땅이기도 하지요. 그런 구이저우(貴州)를 ‘중국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 가장 아름답다.’고 늘 말하고 다녔지요. 13년간 330여 도시를 다닌 제가 그렇다고 하면, 굳이 거기냐고 사람들이 묻지요. 제 대답은 늘, “자연에 묻은 사람의 향기”


구이저우를 사랑한 덕분일까요? 제가 쓴 구이저우 기사와 블로그 사진을 보고 작가가 연락 오고 PD와 카메라감독과 함께 떠난 구이저우, 그 다채로움의 향연으로 다시 깊이 들어갔어요. 저로서는 이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구이저우 소수민족과 즐거웠던 시간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리려고 해요.


구이저우는 그야말로 카르스트 지형이 연출한 대자연, 드라마처럼 멋진 곳이지요. 명나라 여행가이자 지리학자 서하객(徐霞客)이 극찬한 폭포와 산봉우리. 위 아래 왼쪽 오른쪽, 폭포 뒤로 들어가도 멋진 황궈수(黃果樹) 폭포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지요. 인롄주이탄(銀鏈墜潭) 폭포는 코앞에 봐도 멋졌지만, 드론으로 보니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더욱 기막혔어요. 



그림1 황궈수와 인롄주이탄, 폭포 앞의 부이족, 황궈수 무지개



완펑린(万峰林)은 만개는 그냥 애교, 무려 이만여 개의 봉우리가 볼록 불룩 솟구쳐 다양한 장면을 그려놓고 있지요. 유채꽃이 뒤덮는 2월이면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이유를 알 수 있지요. 마링허(馬嶺河)협곡은 우주에서 보면 만리장성과 더불어 시야에 들어온다고 과장까지 하는 곳이지요. 그래서 ‘지구의 상처’라는 인상적인 이름까지 가지고 있어요. 봉우리와 협곡, 카르스트 지형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 할만해요. 


제가 이번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포광옌(佛光岩) 인데요. 붉은빛으로 덮은 암석, 단하지형의 교과서라 불리는 곳인데, 정말 멋져요. 간쑤(甘肃)의 칠채산(七彩山)보다 규모는 작지만 가운데 폭포가 쏟아지는 장면은 더 멋져 보여요. 약 1㎞에 이르는 포광옌, 부처의 빛이라는 이름이 딱 적절하네요. 방송으로 나온 드론 영상을 보니 정말 장관이네요. 



그림2 완펑린 봉우리와 아주머니, 마링허협곡과 포광옌


이런 바위가 만든 멋진 풍광은 중둥먀오자이(中洞苗寨)에서도 만날 수 있었지요. 동굴 속에서 수백 년 살아온 먀오족(苗族) 마을이지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하다니 천연동굴이 인간에게 선물한 멋진 공간이라 하겠네요. 동굴을 촬영하다가 높은 나무를 타격하고 대나무 밭으로 추락한 드론이 생각나네요. 


동굴 안에는 지금은 사라진 ‘희망학교’가 있었다고 해요. 오지에 학교를 세우거나 개량하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그 희망이 어디로 갔는지 안타깝더군요. 이곳을 관광지로 조성하려고 마을 사람들을 자본의 힘으로 쫓아내려고 해요. 폐허가 된 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흥겨운 숨바꼭질도 했지요. 동굴 안에 소, 양, 돼지, 염소 등 온갖 가축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그다지 냄새가 나지 않고 어둡지만 따뜻한 품과도 같아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예정에 없었지만 하루 밤 묵어가기로 했지요. 



그림3 중둥먀오자이 동굴 마을 모습


구이저우는 소수민족의 고향답게 많은 민족이 살고 있지요. 특히 먀오족, 둥족(侗族), 부이족(布依族)은 구이저우 곳곳에서 만나게 되지요. 처음 보면 다 비슷해 보여도 몇 번 마주치고 대화해보면 조금씩 다르구나! 느끼게 되지요. 


우카이춘(烏開村)에서 축제를 하는 먀오족의 은빛 찬란한 매무새는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지요. 아장아장 걷는 꼬마 아이의 화려한 외출, 그들과 사진 찍으며 어울려 보네요. 춘하추동 없이 오로지 더운 계절과 추운 계절로 나누고 새해 명절을 보내는 먀오넨제(苗年節)를 즐겼어요. 돼지 잡고 수많은 요리가 등장해 마을 사람 다 모여 만찬을 벌려요. 



그림4 먀오족 먀오녠 축제가 열리는 우카이춘


둥족은 겨울로 들어서면 잉어를 염장해 얼린다는 둥위제(凍魚節) 축제를 열어요. 이때 노래자랑대회도 하고 루셩(蘆笙)이라 부르는 대나무 악기를 부는 대회도 열지요. 마을 전체가 축제이고 많은 외지인도 찾아오지요. 칭윈샹(慶雲鄉) 마을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명절이 되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도 다 손님 대접을 받아요. 



그림5 둥족 둥위제 축제가 열리는 칭윈샹


이번 여행에서 가장 뜻밖의 만남은 거자족(革家族) 마을을 찾아갔던 것인데요. 비포장도로를 달려 산골 마을 펑샹춘(楓香村)이 바로 그곳이지요. 중국은 한족을 포함 56개 민족이 사는 나라인데 이 거자족은 원래 먀오족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미정(未定)’으로 남은 민족이기도 하지요. 


이들은 문자는 없지만, 자신만의 구전으로 문화를 보존하며 구이저우 산골에 약 6만여 명이 살고 있다지요. 춤과 노래로 반갑게 맞아주고 엄청나게 많은 술을 따라주기도 해 거의 만취될 정도였어요. 이들은 해를 쏴 떨어뜨린 옛 전설 속 영웅 후예(後羿)의 후손이라 하네요. 그래서 화살과 해를 상징하는 머리 장식을 하고 있어요. 



그림6 거자족 마을 펑샹춘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중국여행을 하다 보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요즘은 그 덕분에 SNS로 바로 그 자리에서 연결하게 되지요. 그렇게 인연이 되고 친구가 되는데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되겠지요. 중국은 우리 카톡만큼 유명한 위챗(wechat)이란 게 있어요. 이번에도 거자족과 먀오족 아주머니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친구가 됐지요. 



그림7 우카이춘에서 만난 먀오족(사진 왼쪽)과 채팅


그림8 펑샹춘에서 만난 거자족과 채팅


여행 후에도 가끔 안부를 묻게 되는데, 촬영 여행 잘하고 있느냐는 메시지도 오지요. 자기네 동네에 소싸움 사진도 보내오고요. 사진 고맙다고도 하고 내년 축제에 또 놀러 오라고 소식도 전해주지요. 저도 방송 나간 후 얼굴이 등장하는 영상을 보내준다면 아주 좋아할 거 같아요. 


구이저우는 아직 때가 덜 묻은 여행지이지요. 그래서 순박하고 쾌활한 마을이 많아요. 여러분도 세계테마기행 구이저우 편, 다채로움의 향연에 취해 지금 배낭을 싸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구이저우를 가고 싶은 분이라면 여행정보와 Q/A를 알려드릴 테니 블로그(13억과의 대화)에도 놀러 오세요. 


최종명(중국문화전문기자)

13억과의 대화 www.youy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