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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베이징 리여우리창(琉璃厂)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골동품이나 공예품에만 눈독이 있었는데, 마침 중국 서예가와 만났다. 리여우리창 씨지에(西街)에 있는 한 서예 전시장을 찾았다. 중국 서예가들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 작품의 가치는 잘 모르겠으나 술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대화도 하면서 슈파(书法) 이슈(艺术)를 하는 모습은 정말 정겹기도 하고 신기하며 인간적이다.

서예가 리롱취엔이란 분이 닭 형상을 멋드러지게 그려내고 있다. 주위에는 어느덧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관객들은 그의 작품에 질문도 하고 담배도 권하면서 관여한다. 이 서예가는 맥주도 마시면서 가끔 중국문화에 대해 강의도 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고사성어도 섞는다.
동영상으로 잠시 그 분위기를 느껴보자.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유심히 그의 손놀림을 지켜보고, 그의 대화에 귀 기울인다. 이렇듯 관객들의 참견과 주시를 즐기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익숙하고도 흔하다. 이런 호흡과 완성은 정말 인간 냄새가 풍긴다. 홀로 어디선가에서 이미 만들어 가지고 온 서예 전시관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낯설지만 말이다.

동영상 중 배경음악은 중국대중가수 쩌우촨씨용(周传雄)의 황훈(黄昏)이란 노래의 인트로 부분이다. 최근 이 가수에 심취해 있기도 하고 그의 노래 속에 담긴 철학적 뉘앙스가, 이 노 작가의 경륜과 여유와도 서로 잘 묻어나는 듯하다.



설송(雪松)이란 필명의 서예가 리롱취엔(李荣泉)이다. 허난(河南)쩡저우(郑州) 사람으로 1938년생이다. 여러 번 해외 전시 경험이 있고 중국 전국문학예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적도 있다.
모두 7~8명 정도의 서예가들의 공동 전시관 속에 설송각 부스인 셈이다. 전체 전시관의 여러 작품들은 아래 파이에 묶었다.

붓과 벼루, 먹, 종이 위에 그려내는 그의 작품세계. 붉은 닭 벼슬이 인상적이다. 물론 맥주병은 그냥 소품이 아니다. 이미 한모금 마셨다. 그의 취한 듯한 말투. 손놀림만큼은 아주 재빠르고 당당하고 꼿꼿하다. 엄숙하지 않고 친근한 소재에 자유분방한 필체와 파격으로부터 드러나는 작품. 하얀 종이 위에 붓이 스칠 때마다 새록 살아나는 색깔. 더불어 소통도 살아나고 있다. 작가의 솜씨와 정신과 함께 사람들이 살아가는 정서가 드러나는 듯하다.

말 참견하던 관객은 이윽고 담배도 권한다. 관객들 역시 같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한다. 작가는 때로는 낙관을 하기 전에 작품의 제목을 관객들에게 묻기도 한다. 의견을 다 들어보고 스스로 정한 제목을 써넣기도 한다.

자신의 작품에 설명을 하고 있다. 소재에 대한 자신의 통찰이나 작품 주제를 설명하기도 하고 인생에 빗대어 교훈 섞인 강의도 있다. 이렇게 작품 하나가 완성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한 편의 공짜 영화인 셈이다. 물론 관객 중 누군가 이 작품을 사 갈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전시되고 팔려 나간다. 부르는 게 값이니 정확히 얼마일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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