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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06.07.25)에 제 블로그 글 <'경극' 박물관과 극장, 식당이 있는 '후광회관'>에 낯선, 그러나 친근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呵呵,你这是在中国哪里啊? (크크, 이거 중국 어느 동네인가요?)


단번에 중국사람이 올린 댓글임을 알았죠. 그리고 또 이런 글도 올라왔습니다.


你中文说得太好了.呵呵,难道是中国人? (중국어 참 잘 하네요. 크크, 설마 중국사람은 아니겠죠?)
你的文章我只能看懂一小部分,我只是个初学者^^ (겨우 조금 이해할 정도예요, 초급자이거든요 ^^)


是啊,我在学韩语,那么留个MSN:lanlanXXXX@hotmail.com (그래요, 한국어 배우고 있어요, 그럼 제 MSN 남길게요)
我们互相学习吧^^ (우리 서로 같이 공부해요 ^^)


이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그녀의 이름은 '란란'(兰兰), 본명은 유경란인데, 애칭으로 그냥 그렇게 부릅니다. 상하이(上海)에 살고 있는 25살의 아가씨이고, 직업은 건축설계사이며 참 이쁩니다.


그리고 가끔 저를 아주 힘들게 합니다. 메신저로 말을 걸어올 때마다 항상 어려운 숙제를 내거든요. 올해 4월22일에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란란'은 질문이 많습니다. 정말 힘든 건 우리나라 말이 이렇게 어려운 지 잘 몰랐던 것이지요. 물론 사지선다형이니 답은 쉽게 고르겠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니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란란이 저에게 물어본 문제 하나를 보면 알게 됩니다.


兰兰>> 그 분은 나의 상사일( )이지 그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1.만 2.만큼 3.수록 4.뿐


有约>>


兰兰>> 이것 왜 4 맞아요. 왜 1 안돼요?


有约>> 우선 말이 안돼요. 그런 말은 없어요.


兰兰>> 상사일 무슨 뜻이에요?


有约>> 상사는 윗사람이니. ~뿐이니 는 只是~ 의 뜻이네요.


兰兰>> 그럼 만도 只是~ 의 뜻이네요.


有约>> 맞아요. ~뿐이지 라고는 쓰지만 ~만이지 라고는 쓰지 않아요.


兰兰>> 그 말이 어떻게 번역해요?


有约>> 他只是我上事,跟我이런 뜻이에요.


兰兰>> 两个都可以喽 (둘다 쓸 수 있는 거네) 근데 ~이지 무슨 뜻이에요?


有约>>


兰兰>> 그 분은 나의 상사일만 그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이렿게?


有约>> 그건 안돼요.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란란'의 한국어 실력이 늘어날수록 점점 감당이 안됩니다. 언제 우리나라 말을 문법에 맞게 공부한 적이 있었겠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중국어를 배울 때 중국사람들의 심정이 바로 똑같았을 듯 하니 재밌기도 합니다.


대화가 약간 엇박자이기도 하고, 정말 이해하기 힘든 표현도 간혹 쓰긴 하지만, 저도 처음 중국어 배울 때 중국친구들이 비슷한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도와주고 있지요. 저도 우리나라 말 공부도 하면서 말입니다.


'란란'은 제가 알고 싶어하는 중국 음악, 드라마, 영화, 연예인 정보를 아주 빠르게 알려줍니다. 사실 제 중국대중문화 정보원이기도 하지요.


'란란'과 대화를 하다가 권상우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왜 한국어를 배우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란란'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주 좋아하더군요. 몇가지 질문을 이메일로 보냈고 즉시 회신이 왔습니다. 때로는 한국말로, 또는 중국말로 써온 내용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란란'이 보내온 사진입니다.



1.란란이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졸업할 후에 매일 출근밖에 할 수 일이 없어요 그렿게 살면 정말 재밌없어서 다시 공부할거에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때는 한국 드라마 많이 봤어서 한국어는 배우고 싶어요.


삶을 진지하게 사는 친구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아주 좋아해서 직장 다니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욕심이 생겨 한국어를 배운다고 합니다.


2.한국어를 어디서 얼마동안 배웠는가?


>>상해의 한국어 대학에서 공부해요.


상해에 있는 학원입니다. 공부한 기간은 안 썼네요. 약10개월 정도 배웠습니다.


3.한국어 배우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단어가 많아서 외우게 어려워요 그리고 문법도 어려워요.


아직 한국어 작문이 좀 서툴지요? 그런데, 배운 지 채 1년도 안됐어요. 이 정도라도 아주 가상하지요.  


4.란란이 만난 한국사람들에 대한 느낌은?


>>친절하고 성격이 아주 명랑해요 항상 남을 돔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해요


학원에서 초급시절 한국어 선생님이 아주 이쁘고 발랄하다고 했어요. 


5.음악,드라마,영화,배우 등 한국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以前觉得韩国的文化都源于中国文化,因为在古代,韩国是作为中国的傀儡国的角色被历史记载下来的,但是现在韩国能作为亚洲的强国,经济,政治,文化各个方面都表现出惊人的成绩时,我不得不承认,韩国人有优于中国人的品质,他们有强烈的民族荣誉感,遇到困难,能够同心协力,不计较个人得失,我想正是这种精神创造了韩国的今天。


이전에 한국 문화는 대부분 중국문화가 그 기원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대에 한국은 중국의 허수아비 역할을 하는 나라라고 역사에 기록돼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한국은 아시아의 강국이 되었고 경제 정치 문화 등 각 방면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내고 있어서 정말 중국사람들보다 더 소질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어요. 한국사람들은 아주 강렬하게 민족적 명예를 지키고 있고, 어떤 위기를 겪더라도 득실을 따지지 않고 한마음으로 힘을 합치는 것으로 알아요. 저는 이런 정신이야말로 현재의 한국을 창조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주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느낌을 듣고 싶었는데, 한국에 대한 자신의 역사인식까지 살짝 드러내줬네요. 실제로 중국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보면 중화사상에 입각해 교육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우리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치우천황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북방에서 온 치우와 황제 헌원이 전쟁을 했고 헌원이 그를 사로잡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중국 역사교과서에 대해 한번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하여간, 란란은 한국이 모든 면에서 아시아 강국으로 부상했고 민족의식과 단결심이 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6.란란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노래, 드라마, 영화, 배우는?


>>가장 좋아하는 어렵게 말해요. buzz를 좋아해요. 드라마는 my girl를 가장 좋아해요 그리고 배우는 당신 이제 알아요^^


buzz? 컥 누구죠? 저도 잘 모르는데. 쩝~ 란란이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권상우. 후후


다시 잠깐 란란과의 대화내용을 소개합니다.


兰兰>> 저는 재일 좋하하는 배우를 알아요 ?^^


有约>> 제일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인지 물어보는 건가요?


兰兰>> 추측해 봐요


有约>> 장동건 아닌가?


兰兰>> 아니에요. 그의사진은 이제 저의 책상에 있네요 ^^


有约>> 누굴까?


兰兰>> 하루하루 그 사진을 봐요


有约>> ...? 


兰兰>> 관사우


有约>> 권상우....


兰兰>> 네,마죠. 정말 멋이다


有约>> 권상우를 좋아하는구나


兰兰>> 네,슬프사랑부터 좋아네요.


有约>> 슬픈사랑부터 좋아졌어요. 이렇게 말해야 하지요. 


兰兰>> 네,슬프사랑에서 좋아네요.


有约>> 슬픈사랑에서 좋았어요. 후후


兰兰>> 당신하고 항상 이렇게 애기하면 좋게네요.


有约>> 좋게네요 --> 좋겠네요.


兰兰>> 저는 이제 눈의영화 보고 있어요.


有约>> 눈의 여왕


兰兰>> 네 눈의 여왕


有约>> 전보다 한국어가 많이 좋아졌어요.



말이 막 틀려도 무슨 말 하는 것인지 다 아시겠지요. 그런데, 마지막에 "당신하고 항상 이렇게 애기하면 좋게네요"라고 한 말이 조금 거슬리지요? '당신'이란 말의 쓰임새에 대해 아직 모르고 있어서겠지만, 잘못 들으면 오해살지도 모르지요. 후후. 그러고 보니 호칭이 애매하네요. 고민 좀 해야겠군요.


7.젊은 중국사람들이 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가?


>>应该说,中国的年轻人是喜欢赶时髦的,他们喜欢的不是韩国的传统文化,而是他们对于时尚与感情的诠释。所以,韩剧会流行,韩饰会流行。其实这没有什么不好理解的,就像韩国的年轻人喜欢欧美时尚一样,但对于中国人来说,同为黄种人的文化更容易接受吧。


마땅히 중국 젊은이들은 유행을 따르는 걸 좋아하죠. 한국의 전통문화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현대적 감성의 트렌드나 감수성을 자극하는 내용들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한국 드라마가 유행이고 한국 옷을 좋아하는 겁니다. 사실 이 문제(중국사람들이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별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한국 젊은이들이 서구의 트렌드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중국 사람들이 황인종 문화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쉽다는 이유와 비슷하겠지요.


8.중국언론에서 이런 한류 현상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란란의 생각은?


>>그렇게 걱정하고 필요없어요. 在保留传统文化的同时,多吸收一些美的东西没什么不好的。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게 뭐가 나쁘겠어요.


지나친 한류 관련 대중문화 유입에 대해 일부 중국언론들이 다소 이를 걱정하는 것에 대해 중국의 젊은이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해 이미 문을 열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9.한국과 중국의 음악,드라마,영화,배우와의 차이가 있다면?


>>我不能说出具体的差别在哪,但会感到不同。拿电视剧来说,同中国的相比,就会觉得韩国电视剧不论在画面,音乐上都比中国的电视剧要吸引人,不说故事情节,单单看女演员的穿着就很让人赏心悦目。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지 말하긴 어렵지만 좀 다르다고 느껴요. TV드라마를 중국과 비교해보면, 화면이나 음악 모두 중국 드라마에 비해 훨씬 흡인력이 강하고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고 여주인공 의상만 보더라도 사람들을 아주 즐겁게 해주지요.  


중국 사람들과 한국 대중문화, 즉 한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길 하면 대체로 드라마 위주로 많이 이야길 합니다. 그만큼 그 영향력이 광범위하고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이전에 쓴 글 중국언론의 유치한(?) 한류 드라마 보도 스타일에 대한 진심 어린 충고를 보시면 중국에서의 한국 드라마의 역사와 반응, 영향력, 또한 중국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다소 근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란란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의 노래, 드라마, 영화, 배우는?


>>歌手我比较喜欢林志炫,游鸿明等,电视剧喜欢香港拍的。电影有很多喜欢的,你喜欢的 如果爱 我也很喜欢。周迅也是我喜欢的演员之一,还有钟汉良也喜欢。


가수는 린쯔쉬엔, 여우홍밍 등을 좀 좋아하고 드라마는 홍콩에서 제작한 걸 좋아해요. 좋아하는 영화는 아주 많고 너(有约)가 좋아하는 '루궈아이'를 나도 아주 좋아해요. 저우쉰 역시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고 쫑한량도 좋아해요.



린쯔쉬엔(왼편)은 둬안션칭꺼(单身情歌)를 불렀으며, 여우홍밍 역시 칭꺼스런(情歌诗人)이라 불리는 인기 가수입니다.


저우쉰(왼편)은 예옌(夜宴)과 루궈아이(如果爱)에 출연한 인기여배우이며 가수. 쫑한량은 드라마 캉씨미스(康熙秘史)에 출연한 역시 배우이고 가수.


11.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15년이며 '한중문화교류의 해'이다. 알고 있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我知道今年是中韩建交15年,不过也只是知道而已,不太了解,说实话,我对政治不太关心。不过,中韩建交意味着两国将迈向更辉煌的明天^^


올해가 중한 수교 15주년이란 걸 알아요, 그렇지만 그저 알고 있을 따름이지 상세히 알지는 못해요, 솔직히 나는 정치에 거의 관심이 없어요. 그러나 중한수교가 양국에게 보다 휘황찬란한 미래로 나아갈 것이란 걸 뜻하고 있겠지요.


12.한국 다음의 네티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저는 유경란이에요,중국사람이에요.그렇게 여러들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요. 저는 한국 친구를 사귀하고 싶어요.그는 샹해에서 살으면 우리 같이 밥 먹고 놀아고 이야기하수 있어요.아니면 인터네에서 채팅에요^-----^


이상 '란란'의 회신과 제 의견을 좀 섞었습니다.


사실, 깊이 고민하고 질문을 던진 건 아니고 가벼운 기분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좀 어색한 질문도 있고, '란란'에게 부담이 되는 것도 있는 듯합니다. 성실하게 답해준 '란란'에게 정말 고맙네요. 더구나, 물론 제가 질문을 중국어로 번역해 보내긴 했지만 가능한 한국어로 답변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정말 가상하기 그지 없습니다.


'란란'의 생각이 중국 젊은이들을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 젊은이들은 대체로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작은 시도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 젊은이들의 진지함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우리 대중문화를 즐기는 중국 젊은이들의 일상과 향유를 조금 드러내보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란란'도 말했지만 정말 좋은 한국친구를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상하이에 사는 한국유학생이면 아주 좋겠지요. 또는 메신저라도 친구가 되고 싶은 분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란란'도 한국 사람들이랑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또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하니 말입니다.


우리말을 배우는 중국 상하이 아가씨 '란란'. 정말 이쁜 중국의 젊은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