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처음 블로그라는 걸 만들고 글 쓰고 다른 블로거 글 읽고 하다가 참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어요. 노랑블로거(베스트블로거기자) 블로그에 들어갔는데, '낯설게 하기'라는 블로그가 즐겨찾기에 자주 눈에 들어오더군요.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저는 '통하기' 하면 승인하고, 즐겨찾기 하면 '아 한 분 또 오셨네. 좋네. 부담이네' 뭐 그런 정도지요.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는 하양블로거(블로거기자)이건 노블이건 '즐겨찾기' 하고 뭐 그러죠.

최근에, 갑자기 '통'에 낯설지 않은 '낯설게 하기'가 있더군요. 얼른 통했죠! '통하'면 들어가서 주욱 글을 읽어보는 게 예의라. 역시, '낯설게 하기' 고준성님 글도 읽었지요. 물론 그 전에도 읽었더랬죠. 참 진지하고 쾌활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블로거란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운영자이신가?

이 분 이야길 하는 이유는 바로 '낯설게 하기' 때문이지요. 왜냐하면, 한 때, 어릴 때 이 말 참 많이 써먹었거든요. 아시겠지만, 이 말은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의 문학적 또는 문화적 테크닉이나 이론적 툴이잖아요.

'낯설게 하기'란 바로 누구나 쉽게 알거나 이미 느끼고 있는 그 무엇이 아닌 새롭고도 참신한 그 무엇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방법을 말하겠지요. 중요한 것은 그 드러냄으로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라도 이해하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는 것일 터. 어쩌면 '블로그'야 말로 가장 '낯설게 하기'와 닮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고준성님 참 마음에 드네' 이런 생각 들지 않았겠어요?

제가 존경하는 선배 중에, 현재 모 대학 국문과 교수님이 계세요. '낯설게 하기'를 아주 간명하게 설명을 들은 적이 있어요. 작은 실험입니다.

아이들 다섯명에게 '해' '달' '돌' '별' '나무'가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각각 다섯가지 소재를 생각하고, 무엇이 떠오르는(연상) 지 종이에 적어보라고 합니다. 각각 다섯가지씩 말입니다. 모두 스물다섯 가지씩 아이들은 금방 씁니다.


여러분들은 '해'하면 뭐가 연상되나요? '여름' '빨강' '옷' '땀' '친구' '구슬' '아빠' ...
또 '달'하면요? '겨울' '고향' '추석' '토끼' '엄마' '낮' '쪽배' '임금' '쟁반' '동그랑땡' ...
뭐 '돌' '별' '나무'도 등등등

아이들이 다 쓰면 그걸 서로 섞어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해'에 대해 친구가 쓴 것을 보니 자기도 같은 생각이 떠오르면 O, 아니면 X 하라고 합니다. 점수를 매겨볼까요. 동그라미 하나에 4점이겠죠. 어떤 친구는 60점을 받았어요. 또 다른 친구는 28점, 80점, 44점, 56점 뭐 이렇다고 하자고요.

이 실험은 사실 아이들의 창의성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래 집단에서 아이들이 발상하는 감수성을 보려는 것이지요. 즉, 또래 집단 아이들로부터 동그라미 7개(28점)를 받은 아이는 15개(60점)를 받은 아이에 비해 어떨까요? 더 감수성이 뛰어난 것입니다. 창의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7개의 아이는 나머지 18개를 또래 집단이 '낯설게 느낀' 떠오름(연상공감)이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아이가 '해'를 생각하니 '똥'이 떠올랐다고 해보죠.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면서 X를 했겠지요. 그래서 '너는 왜 똥이냐?'하니 '예전에 아빠랑 강원도 놀러갔는데요. 근데요. 갑자기 배가 아파서 죽을 뻔 했어요. 아빠가 차를 세우고 들판 구석에서 겨우 응아를 했거든요. 그때 풀과 땅을 쳐다보니 좀 무서워서 하늘을 쳐다봤어요. 그때 하늘의 해가 너무 반짝 거려서 기분 좋았죠. 그때 생각이 났어요'라고 할 수 있다.

그래 그럼 너는 '햇님과 똥'으로 글을 써볼래? 너희들은 '달에도 마징거제트가 있어요' '누나가 매일 먹는 돌' '낙타와 별' '만원짜리 나무' 후후후 제가 그냥 지었어요. '햇님과 여름' '달과 토끼' 보다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글을 쓴다는 것은 바로 공감이겠지요. 그런데, 재미가 없으면 이해는 되겠지만 감동이 없지요. 재미 있으려면 남과 다른 경험, 다르게 또는 '낯설게 하기'이면서 '아 그렇구나' 하는 것이어야 하겠지요.

형식주의자들의 문학적 테크닉이 아니더라도, 기자가 기사를 쓰거나, 블로거가 블로그 글을 쓰는 것 역시 이런 '낯설게 하기'가 기본이 아닐까 늘 생각했지요.

예전 2000년에 모 기자가 개설한 서강대-KBS 방송아카데미 '디지털미디어저널리스트' 과정의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우리가 추구하고 설명한 것은 '원맨미디어'였지요. 점점 웹미디어와 저널이 하나로 융합되어 가면 갈수록,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지요.


정보의 생산과 소통, 소비는 다 하나처럼 움직일 것이니 디지털미디어로 모든 정보의 '생산' '소통' '소비'가 이뤄지는 사회에서 원맨미디어, 즉 가장 효율적인 1인이 정보생산의 주체이면서 소비의 객체이고 또 그 반대이기도 한...

블로그 저널리즘와 참 많이 닮았구나 생각해요. 그래서, 블로그 질(?)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기자는 기자답게, 블로그는 블로그답게. 이게 좋아요. 블로거가 기존 미디어 기자처럼 글을 쓰는 것이나 기자가 블로거처럼 기사를 쓰면 둘 다 재미 없지요. 그렇지요. 블로거는 더 멋지고 자유롭고 희망찹니다.

지난 6월, 처음 블로그 글을 쓰자 할 때입니다. '다음'과 '오마이뉴스' 두 곳을 내심 정하고 각각 준비잇 땅~~~~했죠. 초기에 나름대로 의욕을 부려 썼던 글이 '진시황과 병마용'이었는데요.

'오마이뉴스'는 우리나라 토양에서 성장한 대단히 소중한 대안미디어로 높게 평가합니다. 기존미디어의 영향력을 뚫고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과 가치를 듬북 담아왔고 또 그렇게 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음(한메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알고...후후 옛날 초창기 시절 사장님 한번 만났지요. 그리고 모 유럽회사로부터 투자 받기 전, 당시 멤버들과 같이 술도 진하게 마셨는데...(다들 계시나 모르겠군요) 중국어까페 활동도 좀 하느라, 하여간 다음, 이렇게 두군데를 보금자리로 생각했죠.

제가 병마용이 있는 서안을 다녀온 후 글을 쓰고 똑같이 올렸습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는 '잉걸'이란 게 있더군요. 편집국에서 메일이 와서, 사실 확인, 원문기사 번역((제가 중국언론에 난 '병마용은 진시황의 것이 아니다'라는 기사를 보고 서안으로 갔거든요.), 원고내용 수정 등등.


물론 언론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힘들게 고치고 있었지요. 아시겠지만, 한번 쓴 거 다시 쓰려면 무지 고역이죠. 마침 주말이라 그런지 글쓰기 안되더군요. 직업 기자도 아니고. 하루 이틀 지나고 보니, 어라~ 뜻밖에 글이 기사화 됐어요.


메일 확인하니 '잉걸'을 너무 오래 두기 그래서 임의로 수정해서 올렸더군요. 편집자가. '오마이갓!'


저는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저 블로거이고 싶어요. 더 넓고 자유롭고 '낯설게 해도' 좋은 ...

블로거>진시황이 없어도 아름다운 <병마용> : http://blog.daum.net/youyue/3221808

기   자><오마이뉴스> '진시황병마용'이 있는 서안을 가다 : http://blog.daum.net/youyue/3346315

정해진 '틀'을 주면 자꾸 벗어나려는 것이 사람의 속 사정이지요. 더구나, 드넓은 땅 인터넷에 '훌륭하고 높다란 그릇'만 있으면 뭐 합니까. 낮더라도 넓은 그릇이 낫지요. 문턱은 낮게 하되 이야기를 쓰는 블로거들에게 의욕과 방법을 가이드하는 정도면 충분하지요. 그런 면에서 '낯설게 하기'야말로 다음블로그를 이끄는 소탈한 조타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넓고 발랄한 블로그 세상을 만드는데, 그저 '즐겨찾기'나 '통하기'로 있어도 좋겠네요.

 

1년 축하합니다.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고 감동을 주는 블로거 많아요. 아참, 2006년 블로거 투표 중이더군요. 와우~ 진짜 재미난 글 많더군요. 블로거 두 분 점 찍었는데, 한 분을 아직...(결심하면 참가해야지...)

그냥 축하합니다! 하면 좀 심심해서 너저분하게 썼네요. 어이구 다시 읽기도 기네. 하물며... 여러분들은 그저 사진 뒤부터 읽어도 좋겠네요. 하여간, '낯설게 하기'로 인간적으로 살아보자구요. 아래 통통 거리는 친구는 누구지?

 

200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