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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쓴 "베이징올림픽아웃사이드" - 다산즈 798예술구 (6)



798예술구의 마지막 편이다. 두루 돌아다니면 하루가 금방 가는 곳 다산즈(大山子) 예술구. 정말 세상 갖가지의 예술품들이 다 모여있는 느낌으로 신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중국사회체제를 담고 있어서 진부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그 메시지들이 다분히 사회비판 마인드인 것은 확실해보인다.

길거리 청소부 아주머니는 늘 거리를 청소한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담고 있는 것은 물과 음료수가 담겼던 플라스틱 병이다. 이 병을 모으는 이유야 당연히 돈이 된다는 것 때문이다.

예쁘고 앳 띤 얼굴의 소녀가 798예술구 입구에서 포즈를 만들고 있다. 어머니가 이런 저런 포즈를 요구하고 있고, 내가 옆에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니 아주 흔쾌하게 좋다고 한다. 정말 귀여운 아이였는데 아마도 어머니는 이 아이를 끼가 있는 배우로 키우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빨을 드러내고 해맑게 웃으며 해학적으로 생긴 조각상 4개가 서로 업고 업혀 있다. 그 옆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을 찍어주고 또 나도 찍었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 생각하는데 한 귀퉁이에 낯 익은 모습이 보였다. 바로 윈난(云南)성 소수민족 중 리장(丽江)의 나시족(纳西族) 동바(东巴)문자다. 이곳에서 나시족의 공예품들을 볼 수 있다니. 외국인들에게 나름대로 꽤 알려진 것이니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거리마다 재미있는 컨셉의 동상들이 많이 서 있으며 벽에도 그림들이 독특하게 그려져 있기도 하다. 798예술구 가면 갈수록 보면 볼수록, 더 넓어지고 더 많이지니 볼거리도 많아지고 있다.  


헤이서후이(嘿!社会)라는 재미난 개러리 이름이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가니 귀여운 팬더를 소재로 그린 그림들이 있고 그 옆에는 어린 소녀의 얼굴이 함께 있다. 둥근 원 속에 들어간 팬더들이 무슨 의미인지 한참을 봐도 어렵다.


TAKE, FAKE, CAKE? 재미나다.  특히 음료수 병에 다양한 칼러를 칠해 전시하고 있는 것이 인상에 남는다. 쿵쾅 거리는 음악이 전시장 분위기를 흥청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도 하다.


거리에는 이렇게 벽과 나무, 안내판이 서로 어울리는 곳들이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간 후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는데 특히 거리의 모습이 예술적 분위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기존 벽에 구멍을 내고 유리로 치장한 가게들도 많다. 마치 군수공장의 어두운 면을 도려내고 그속에 현대적 감각과 예술적 풍치를 팔고자 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일 것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 798예술구에는 많다.


거리 한곳에 위치한 윈난 나시족의 상형문자인 동바문자를 캐릭터로 한 공예품가게 앞이다. 이곳에서 동바문자를 보게 될 줄 몰랐다. 나시족의 생활터전인 리장의 고성은 유럽인들이 가장 가고싶어 하는 여행지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정말 리장고성의 분위기는 환상적인데 더욱 여행자들에게 그 이국적인 느낌을 증폭시키는 것이 바로 이 동바문자이다.  




동바문자 캐릭터상품을 파는 가게 앞에 동바문자 상품을 진열하고 그 문자들로 벽을 꾸몄다. 이 모습을 보노라니 정말 다시 리장을 가고 싶어진다. 서울에서 가려면 쿤밍(昆明)에 가서 다시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로 7~8시간을 가야하는 먼 곳이다. 유럽인들에도 로망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아마 곧 가장 가고 싶은 중국여행지 중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지 모를 그런 곳이 될 것이다. 지금도 배낭여행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곳 리장을 상기시켜주는 동바문자, 정겹다.  


한 꼬마 소녀가 약간 수줍은 듯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머니는 연신 이런저런 주문을 하며 소녀의 사진을 찍는다. 아이가 너무 예쁘다고 했더니 정말 좋아라 한다. 함께 사진을 찍으니 더욱 다양한 자세를 요구하는 어머니. 아마도 아이를 정말 배우나 탤런트로 키우고 싶어하는 듯하다. 아이도 귀찮지 않은 듯 착한 모습으로 서 있다. 웃기도 하고 약간 재롱을 피우는데 이목구비도 또렷하고 인상도 좋다.


젊은이들이 해학적이다 못해 약간 흉물스럽기조차 한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조형물의 인상과 포즈를 따라 하려는 듯한데 왠지 약간 어색하다.


사진을 찍어주니 내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한다. 고맙지 뭐. 한여름이라 반바지에 '독도' 티셔츠를 입고, 모자까지 쓰고 카메라와 캠코더를 메고 다니니 영락 없는 외국인이다. 중국사람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어디서 왔냐? 한국. 아 반갑다. 정말. 그리고 꼭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드라마 정말 재미있다는 말. 이제는 조금 지겹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말은 곧 한국 드라마(电视剧)인가.


그들과 잠시 한담을 나누는 사이 조형물 뒤편에 있는 곳에 또 웃기는 캐릭터들이 앉아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발가락과 손가락이 아주 디테일하다. 흰옷에 빨간 머플러가 눈에 띠는 모습인데 표정을 다 제각각이다.


거리에는 이렇게 예술품들을 광고 간판 형태로 걸어둔 곳도 많다. 워낙 갤러리가 많다 보니 길거리에 포스터나 광고 입간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할 것인데 예술구이긴 하지만 간혹 낯 뜨거운 장면도 없지 않다. 화면구도를 둘로 나누어 찍으니 색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얀 벽에 중국(中国)이라고 흰색 칠을 하고 그 사이에 세계 각국의 국기들을 그려넣었다. 무슨 의미인지 뜻밖에도 꽤 난해하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중국 속에 세계가 있다'거나 올림픽 메시지인 '하나의 꿈(同一个梦想)'으로 이해해도 좋겠다. 뭐 별다른 뜻이 있겠어 싶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거무튀튀한 벽에 도토리(?)같은 녀석이 앙증맞게 그려져 있다. 이런 그림은 대부분 이곳 갤러리 어딘 가에 있는 전시작품의 일부 또는 상징적인 캐릭터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전통의상을 파는 가게 앞이다. 어딘지 중국답지 않은 모습의 인형이다. 아프리카 느낌도 나는데 익살스럽고 귀엽다.


거리에 서 있는 동상이다. 이것은 중국인민복을 만든 것인데 가슴팍의 낙서 역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듯하다.


전쟁터에 나가는 옛 군인들의 형상이 일렬로 서 있다. 그 사이에서 팔을 벌려 멋지게 포즈를 만든다. 중국 젊은이들의 예술공간이며 문화거리답다.


거리의 벽화다. 온통 거리에는 이런 모습이 많다.


798예술구는 군수공장이 예술과 문화, 그리고 상업까지 결합된 공간으로 변했다. 베이징에는 문화거리가 꽤 많지만 갤러리가 중심이 된 곳은 그렇게 많지 않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다산즈 798예술구가 거듭 발전하길 기대한다.

다만, 젊은 예술인들의 작업현장이면서 동시에 전시공간인 이곳이 자본의 힘에 의해 상업화의 길로 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은 염려가 된다. 공장을 때려부수고 몇 층 건물을 짓고 그속에 자본과 장사가 들어서는 것이 우려되고 있다.

어쩌면 예술의 밑거름이 될 젊은 예술가들의 혼이 지속적으로 살아숨쉬고, 사회와 인간, 과거와 미래를 공유하고 진지하게 그려내고 쪼개고 붙이고 다듬어내는 진정한 예술공간으로 오래 남길 바란다. 그래야, 매번 베이징에 갈 때마다 그래도 사람이 살아숨쉬는 호흡을 맡아볼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