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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년에 세워진 홍뤄쓰(螺寺)라는 사원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다소 놀랐다. 역사책을 뒤져 보니 얼추 위진남북조 시대이다. 삼국시대가 끝나고 위(魏)와 서진(西晋)과 동진()을 거쳐 남북조 대립 이후 수(隋)가 중원을 통일할 때까지를 위진남북조 시대라고 한다.

 

1670년 전 불교사원이 베이징 외곽에 자리잡고 있다니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시내에서 약 1시간 거리에 떨어진 화이러우(怀)로 달려갔다. 11월의 차가운 날씨이건만 홍뤄쓰는 홍뤄후(螺湖)를 바라보고 홍뤄산(螺山) 남쪽에 양지 바른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다지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국가AAAA급 풍경구인지라 입장료가 다소 비싸 40위엔(약 8천원)이다. 표를 끊고 보니 동진 4년(338년)에 처음 건립된 사원이라고 한다. 338년에 동진은 회수(淮水) 이남을 장악하고 있었고 회수 이북에는 후조(后)가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던 시점이다. 즉, 갈족인 석륵이 319년 나라를 세우고 351년까지 존속했던 십육국 시대였다. 흉노, 선비, 저, 갈, 강 등 비한족 왕조대신에 한족인 동진을 내세운 셈이지만 엄밀하게 말해 후조의 두 번째 황제인 석호(石虎)가 세운 사원이다.

 

사주삼문(四柱三) 형태의 멋진 패루에 경북거찰(京北巨刹)이라는 현판 글자가 유난히 인상적이다. 1993년에 전국인민대표대회상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피선된 루자시()가 쓴 글자라 한다.

▲ 홍뤄쓰 사주삼문 패루


▲ 경북거찰이라는 현판이 인상적이다.


▲ 어죽림 대나무 숲. 수미승경 현판


안으로 들어서니 대나무 사이 벽에 수미승경(須彌勝境)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수미는 불교에서 말하는 범어로서 지극히 높고 빛나는 상상의 산을 뜻한다. 이 사원에 있는 멋진 대나무 숲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이 숲 이름도 어죽림(御竹林)이라니 꽤 고상하고 지체가 높아 보인다. 직선으로 쭉 뻗은 대나무들이 수도 없이 빼곡하고 촘촘하게 하늘로 솟았다.

 

대나무 숲을 따라 걸어가니 점점 찬불가가 들려온다. 그리고 새 몇 마리가 갑자기 놀라 후다닥 날아오른다. 새들이 솟아오른 쪽으로 계단이 있어 올라가니 초겨울 감나무가 높게 자라있고 호국자복선사(护国资)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이 나타난다.

 

이 홍뤄쓰가 처음 건립됐을 당시의 이름은 대명사(大明寺)였다가 명나라 6대 영종(英宗) 시대에 이르러 호국자복선사라 불렀다고 한다. 이름이 바뀐 이유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명(明)나라 이름이 들어간 사원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명주(明州)가 닝보(宁波)가 바뀐 것과 같은 이유는 아닐까 싶다.

 

이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천왕전(天王殿)이다. 건물 안에는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대천왕, 즉 사대금강이 자리잡고 있으며 한가운데에는 미륵불이 위치하고 있다. 건물 지붕 아래와당 끝으로는 용문양이 파란 하늘을 향해 있고 그 아래 풍경(风铃)이 바람 따라 댕그랑거리며 살랑거린다. 그 뒤로 감나무에는 떨어지지 않고 아직 생기가 남은 감들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 명나라 시대의 사원 이름인 호국자복선사


▲ 천왕전 입구


▲ 천왕전 처마에 있는 용문양과 풍경,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감나무

 

천왕전 뒷문으로 가면 위태보살(韦驮)이 늠름하게 서 있다. 이 보살은 호법신 중 하나로 도둑 맞은 부처님의 사리를 되찾아온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다. 두 팔을 모으고 합장하는 자세로 위에 한 자루의 칼이 수평으로 놓여있고 갑옷을 입은 모습이 아주 날렵해 보인다.

 

위태보살을 바라보고 뒤로 돌아서면 바로 대웅보전(大雄殿)이다. 안에는 삼세불(三世佛)이 있는데 가운데 석가모니불(迦牟尼佛)과 양쪽으로 약사불(药师)과 아미타불(阿弥陀佛)이 나란히 보좌하고 있다. 이를 보통 횡()삼세불이라 하고 중앙과 동서의 서로 다른 세계를 상징한다. 다른 곳에서는 수()삼세불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하고 한가운데 현대불인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왼편에 과거불인 가섭불(迦叶佛)과 오른편에 미래불인 미륵불(弥勒佛)이 있기도 하다.

 

횡삼세불 양 옆으로 십팔나한(十八罗汉)이 보좌하고 있으며 뒤편에는 멋진 불산(佛山)이 조각돼 있다. 한가운데 있는 관음보살(音菩)은 너무나도 예쁘고 인자한 모습으로 앉아있으며 서방정토의 모습과 불경을 찾아가는 당나라 승려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 위태보살


▲ 대웅보전 앞마당


▲ 대웅보전 모습, 한가운데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다.


▲ 아름다운 관음보살


▲ 대웅보전 뒤쪽에 있는 관음보살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사방에는 몇 곳의 배전(配殿)이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띠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가람전(伽殿)이다. 가람보살은 사원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토지나 재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송나라 이후 삼국시대의 명장 관우()를 가람보살 또는 가람신으로 봉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긴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에 남는다.

▲ 불교사원의 토지나 재정을 보호하는 수호신 가람보살을 모시는 가람전


▲ 가람보살

 

대웅보전 뒤에는 삼성전(三殿)이 나온다. 이 건물에는 한가운데 서방극락세계(西方极乐世界)의 교주()인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좌우로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大至菩)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서방삼성(西方三)이라 부른다. 한편, 동방삼성은 동방유리세계(方琉璃世界)의 교주인 약사불과 좌우에 일광보살(日光菩)과 월광보살(月光菩)이 함께 자리잡고 있는데 보통 약사전에 이 약사삼존(药师三尊)이 봉공된다.

▲ 삼성전 모습


▲ 삼성전 와당 위에 쌓인 눈


삼성전을 벗어나면 산자락을 따라 계단으로 만들어진 등산로인 관음로(音路)가 있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수없이 많은 관음보살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천수천안관세음(千手千眼 世音)이라더니 다양한 모양과 컨셉의 관음상이 조각돼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모두 삼십삼관음(三十三)으로 변신된 것이다.

약간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면 양 옆으로 앙상한 가지들이 펼쳐져 있고 하늘은 파란데 각양각색의 관음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용의 현신인 용두(龙头), 연꽃을 타고 있는 일엽(一叶),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듯한 룽견(泷见), 물 속에 비친 달과 같은 수월(水月), 중년의 여성 모습인 다라존(多), 손을 모으고 있는 합장(合掌) 등 세상 사람들의 고뇌를 다 어루만지듯 인자한 모습의 관음이 줄줄이 이어진다.

▲ 관음로에 있는 33가지 형태의 관음보살 조각상


▲ 관음보살


▲ 관음로 모습


▲ 관음로에서 바라본 전경


▲ 관음로 계단 길


세상만사를 다 품은 듯한 관음의 변화무쌍한 자태를 두루 보고 오르면 산 능선에 조용하게 자리잡은 관인쓰(音寺)에 다다른다. 참나무(橡)에 둘러 쌓인 이 조용한 사찰은 금(金)나라 시대에 세워졌는데, 원(元)나라 시대 유명한 고승인 운산선사(云山禅师)의 수련장이기도 했다.

입구로 들어서니 팻말과 함께 복록(福)이라 써 있고 뒷면에는 수희(寿)라고 써 있는 병풍 하나가 반갑게 맞아준다. 높이 솟은 나무와 파란 하늘 그리고 오후의 햇살이 조화롭다. 벽 옆으로 큰 길상대종(吉祥大)이 있다. 한번 치는데 1위엔을 내면 된다고 한다. 중국 연인들이 종일 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관음전(音殿)에는 어머니가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의 송자관음(送子) 불상이 있어서 신기했다. 비록 인상적인 모습을 촬영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팔을 뻗고 있는 아이를 살포시 앉고 있는 모습이 인자한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이다. 원래 불경에서 나오는 33인의 현신 중에는 없지만 민간에서 아들을 바라는 심정이 녹아 든 것이라고 한다. 관음에게 빌면 부처님이 소중한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민간신앙이 접목된 것이라니 참으로 인간적인 관음이라 하겠다.

▲ 관인쓰로 가는 길에 있는 돌 병풍 복록!


▲ 관음전 앞에 있는 종


▲ 관인쓰 입구 관음전


▲ 관음전


관음전 뒤에는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은 인간의 번뇌를 상징하듯 모두 108개로 이뤄져 있다. 이 계단을 다 올라가면 회승전(乘殿)이 나온다. 한가운데 관음보살이 자리잡고 있고 왼쪽에 문수보살(文殊菩)과 오른쪽에 보현보살(普)이 나란히 보좌하고 있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은 원래 석가모니를 수행하는 수호자로 보통 석가모니불 좌우에 있는데 이곳 관음보살과 함께 있는 것은 아마도 관인쓰이기 때문인 듯하다. 문수보살은 사자, 보현보살은 코끼리와 함께 등장하는데 석가모니를 수행하며 서 있는 모습이 건물 안 양 옆에 벽화로 나란히 걸려 있다.

해발 360미터 정도로 그다지 높지 않은 곳이지만 108계단 때문인지 꽤 숨이 가쁘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회승전을 지키는 도우미 아가씨는 계속 화로에 향을 피우고 있다. 맑고 차가운 산 공기와 더불어 향긋한 느낌을 받는 향을 맡으며 조용히 관음보살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불교신자는 아니어도 이상하게 관음보살이 있는 곳에 오면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이 이상할 뿐이다.


▲ 회승전 앞 화로의 향불


▲ 회승전의 부처와 문수보살 벽화


▲ 회승전 모습. 보현보살의 벽화가 살짝 보인다.


▲ 회승전에서 본 관음전 모습. 108계단이 가파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