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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품취재 산시 2010 1회] 천연기념물 따오기 천연 서식지 산시 성 양현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따오기 노래에는 해와 달, 별이 돋는 내 어머님의 나라를 담고 있다. 한정동 동시, 윤극영 작곡의 이 동요, 한두 번 들어보거나 불렀으리라. 일제 시대 나라 잃은 슬픔을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노랫말로 애절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보기 힘든 새가 됐다.

 

천연의 자연환경에서만 서식한다는 따오기는 도시화, 산업화에 의해 멸종되기 쉬운 새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제 198호로 지정한 따오기는 1970년대 중반 사라졌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연 상태로 서식하고 있는 따오기는 중국에 있다. 따오기는 중국말로 주환()이라 한다. 산시(西) 성 양()현에 있는 주환 생태습지를 찾았다. 따오기는 중국 대륙 중부를 동서로 가르는 천혜의 요새인 친링(秦岭)산맥 남단에 서식한다. 고도 시안(西安)에서 차를 타고 따오기가 있는 양현까지는 약 4시간이 걸린다.

 

친링산맥을 넘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긴 터널의 연속이다. 최고 긴 터널은 14킬로미터나 된다. 게다가 동서로 1,5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기나긴 산맥의 주봉은 해발 37백 미터가 넘고 평균 해발도 2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이다.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면 싸늘하다. 8월 한여름인데도 휴게소에 잠시 멈추자 초겨울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중국 <초한지> <삼국지>에 자주 등장하는 한중(汉中) 시에 속해 있는 조그만 양현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따오기 구호사육(救護飼養)센터로 향했다. 담벼락에 새겨진 따오기 그림들만 봐도 반갑다. ‘동방의 보석(东方宝石)’이자 상서로운 길조(吉祥)’라는 문구에는 따오기에 대한 존경심까지 떠오르게 한다.

 

그 아래에는 ‘1981 5월 조류학자 류인쩡(柳荫增) 등이 오랫동안의 연구와 조사 끝에 이곳 양현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적적으로 생존해 있는 야생 따오기 7마리를 발견했다는 말이 써 있다.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있는 따오기를 찾아낸 것 역시 기적이라 할만하다. 류인쩡은 중국에서 20년 전에 사라진 따오기를 찾기 위해 3년 여 기간 동안 5만 킬로미터, 12개 성에 이르는 곳곳을 걸어 다녔다고 한다.

 

류인쩡을 비롯한 연구팀은 이 친링 1호 따오기 무리를 발견해 화제의 인물이 됐다. 중국 정부는 이 지역을 특별 관리했는데 농약, 비료 등의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고 공기총이나 폭죽 사용도 금지됐으며 벌목도 관리했을 뿐 아니라 일년 내내 습지를 유지하기도 했다. 기념우표도 발매했으며 관련 규정도 엄격하게 적용했다. 1990 9월에 외지에서 사냥하러 온 사람이 과실로 따오기 3마리를 죽였는데 이 때문에 실형 4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후 번식 활동을 통해 매년 5마리씩 증가해 지금은 상당한 숫자의 따오기가 서식하고 있다. 이 따오기는 외교 선물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1998년에는 당시 장쩌민 주석이 일본에 한 쌍의 따오기를 선물했으며 2008년에는 후진타오 주석이 우리나라에 기증했다. 지금 경남 우포 습지에 있는 따오기 한 쌍은 2008년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의 방한에 맞춰 기증 받은 것이다.

 

관리사무실에 들어가서 따오기를 보고 싶고 취재도 했으면 한다고 했더니 대뜸 오늘은 볼 수 없다고 한다. 한참 설득해 겨우 안내인을 소개해준다고 하더니 돈을 내라고 한다. 한 사람에 500위엔 씩 내라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모두 6명이니 3,000위엔, 50만원이나 받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전에 왔던 사람들에게 발급한 영수증을 보여주는데 정말 엄청나다.

 

500위엔은 저렴한 편이고 어떤 경우는 2,000위엔이나 받았다.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우리는 베이징에 사는 사람이고 따오기 보려고 고생 끝에 왔다고 애걸하다시피 해서 겨우 1인당 100위엔을 주기로 했다.

 

안내원은 차를 타고 따오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면서 오늘은 따오기 보기가 아주 어려운 날이라고 한다.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정말 볼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힘들게 보게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시내를 가로질러 도로를 따라 30여분 가더니 졸졸 흐르는 하천 앞에 멈춘다. 차에서 내리니 1시간 가량 더 가면 따오기가 많은 산이 나오는데 거기 가면 오늘 보기 힘들 것이라면서 여기 하천 습지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보나 더 가서 보나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다.




 

하천을 따라 좁은 길을 걸었다. 10여분 걸어가니 정말 푸른 습지가 나타난다. 하천 옆으로 풀들이 싱그럽게 자라 있는데 땅을 밟으니 푹푹 빠진다. 한가로이 물소들이 장난을 치고 있는데 그 사이로 새들이 정겹게 어울려 있다. 안내원은 소들과 함께 있는 새들은 따오기가 아니라 백로라고 한다. 따오기 사는 곳에는 늘 백로가 많은데 둘을 구별하기가 조금 어렵다고 한다. 도대체 따오기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지.

 

진흙탕에서 나뒹구는 물소를 지나 점점 상류 쪽으로 올라갔다. 안내원이 바로 저 새야하며 소리친다. 그러니 후다닥 하고 휙 날아가는 새가 보이는데 정말 백로인지 따오기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자세히 보면 따오기는 머리부터 목 줄기에 빨갛게 물 들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날갯짓할 때 보면 백로보다 약간 금빛을 띠는 것이 따오기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사람들 접근을 꺼려 하천 건너편에 나란히 서 있는 따오기가 보인다. 거리가 멀어 카메라로 찍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망원렌즈라도 가져올 걸 후회스럽다. 다행히 캠코더를 최대한 줌인 하니 어렴풋하게나마 따오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일행들은 따오기가 도망가지 않도록 멀리 조용하게 뒤편에 머물렀다. 캠코더를 들고 조심스레 접근해 축축한 습지 한 귀퉁이에 앉았다. 다행히 따오기들은 낯선 이방인의 흔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30여분이 더 지난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서서히 백로 틈에서 따오기의 광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참을 더 시린 엉덩이를 참아내며 기다렸던 보람이 있는 것인지, 갑자기 따오기들의 비상이 시작됐다. 허공을 가르며 비상하는 모습이 감히 백로에 비할 바 없이 화려하고 멋지다. 크게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던 따오기가 커다란 나무 뒤로 숨었다가 다시 눈 앞에 나타나더니 상류 쪽을 향해 멀리 머얼리 날아간다. 하천 습지가 길어서일까 사라져가는 따오기 모습이 오랫동안 시야에 잡혔다. 그리고 차분하게 착지하는 모양까지 아름답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조용히 읊조려 본다. 그런데 그 다음 가사가 뭐더라? 잘 생각나지 않는다. 너무나 오랫동안 잊었던 것인지. 너무나도 오래 우리 곁에서 사라졌던 따오기였기에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요즘 아이들도 이 따오기를 부르고 있는지.

 

일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멋진 따오기의 비상을 찍었다는 말에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했다. 40대가 넘은 사람들에게는 따오기의 처량한 곡조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정말 어렵사리 이 멀리 와서 못 보고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한 몫 했음직하다.

 

우리는 다시 따오기 센터로 이동했다. 관리사무실에 들러 따오기 상품을 구경했다. 주환헤이미쥬(朱鹮黑米酒), 따오기 브랜드를 붙인 흑미로 만든 술인데 병 색깔이 아주 예쁜 빨간 색이라 한 병 샀다. 따오기 열쇠고리, 배지도 있으며 홍보DVD도 있다. 벽에는 따오기를 소재로 그린 산수화가 몇 점이 걸려 있는데 그다지 탐날 정도는 아니다.




 

안내원은 우리가 따오기를 많이 못 본 것을 미안해 하는 표정이다. 그러더니 따오기 구호사육센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곳은 따오기를 양육하는 곳인데 입장료 40위엔을 받는다. 그러니까 우리는 덤으로 그냥 들어간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따오기 조각상이 서 있다. 촌스럽고 커다랗게 조각상 만드는데 일가견 있는 중국답다. 물론 이 촌구석에 대도시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세련된 느낌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무심한 조각상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일행들 역시 뒤편에 있는 따오기가 지저귀는 소리가 예사로운 새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커다란 철조망 안에 사육되고 있는 따오기들이 엄청나게 많다. 낮잠을 자는지 모두 조용하다. 안내원은 철조망 옆에 관망대로 가라고 한다. 모이를 주는 관리인을 들어가게 했으니 좋은 기회 놓치지 말라고 한다. 얼마 후 모이를 들고 들어서자 갑자기 따오기들이 엄청난 소리로 합창을 하며 날아오른다. 크고 높은 철조망이건만 새의 비상을 가두는 느낌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은 좋다.

 

정말 야생습지에서 보던 느낌과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따오기의 아리따운 색감과 의젓한 날갯짓은 볼수록 감탄이다. 몇 바퀴째 빙글빙글 돌던 따오기가 서서히 어딘가에 내려앉았는지 점점 조용해진다. 한 무리는 커다란 나무 위에 살포시 내려앉기도 한다.

 

양현을 떠나 다시 시안으로 돌아간다. 지방도로를 벗어나는 내내 창 밖으로 날아가는 새만 보면 따오기인지 눈을 씻고 바라봤다. 쉽게 보일 리가 없다. 양현 천연습지나 산 속에 천 여 마리 이상 서식한다는 따오기. 옛날에 비하면 아주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따오기를 가까이에서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기사 끝!!

추신: 여러분 이참에 <따오기>를 회상해보세요. 아이들 모르면 함께 들어도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이 노래에 담긴 뜻과 자연습지에서 살아야하는 이 예쁜 따오기를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여기서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따오기 모습도 보여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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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클릭하면 <따오기> 노래 다음 뮤직검색이 나옵니다. 참 여러 버전으로 많이도 불리고 있었네요...아 다음 뮤직플레이어는 1분 재생입니다. (물론 다 들을 수도 있겠지요) 비록 짧지만 1절은 충분히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