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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19 칭하이2 해발 4천미터 실크로드 남단 치롄산맥을 너머




4) 칭하이후 青海湖 바다 같은 호수의 가마우지 철새 도래지


칭하이후 안에 있는 섬에서는 관광차량을 타고 옮겨 다녀야 한다. 호수만큼이나 큰 섬은 유명한 철새 도래지이기도 하다


먼저 삼각주 안에 있는 냐오다오(鳥島)로 갔다. 새의 섬 냐오다오는 2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서쪽에 있는 작은 섬을 샤오다오(小島) 또는 ‘새알 섬’이라는 뜻의 단다오(蛋島)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동쪽 섬은 하이시피(海西皮) 또는 루츠다오(鸕鷀島)라고 부른다.


단다오에 있는 철새들을 보려면 입구에서 내려서 다시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너비가 한 3미터 가량 되는 포장 길을 따라 간다. 좌우로는 나무로 세운 망이 세워져 있어 넘어가지 못한다. 길가에는 이곳에 어떤 철새들이 서식하는지 적혀 있기도 하다. 끝없이 펼쳐진 수풀을 따라 끝까지 가면 철새들이 있다.


호수 옆에서 비상하는 새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솟아오르는 모습도 멋지지만 호수 위를 한참 날다가 다시 착지할 때의 다소 정지하는 듯한 자세도 여유롭다. 곡예를 하듯 새들이 차례대로 순서가 있는 듯 한 마리씩 올랐다 내렸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단다오에서 기러기와 갈매기를 보려면 유리가 가로막힌 관망 대에서 봐야 한다. 날아오르고 내려 앉는 모습이 참 예쁘긴 하지만 유리를 통해 보니 좀 답답하다.


1989년 관련 자료에 의하면 이 섬에는 약 160종의 새들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기러기나 갈매기 그리고 갯가마우지 떼가 주종을 이룬다고 한다.


다시 관광차량을 타고 갯가마우지가 많은 루츠다오로 갔다. 10여분을 달려 갯가마우지 섬에 도착하니 호수 위에서 4마리가 줄을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환영인사를 하는 듯하다. 새들은 계속 날아가더니 언덕 뒤로 숨어버린다.


칭하이후 단다오섬(왼쪽 위), 갯가마우지 떼(왼쪽 아래), 루츠다오(오른쪽)


새들이 사라진 언덕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따라 오른다. 언덕 위에 오르니 호수의 전경이 환히 다 드러난다. 언덕 끝으로 가니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뒤로 정말 새까맣게 새들이 나타난다. 아까 우리를 환영해주던 그 새들도 저기 어딘가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을 것이다. 아주 봉긋한 바위 위에 갯가마우지 떼가 모여있으니 바위가 새까맣게 보인다.


이곳 철새 관망 대에는 유리도 없고 파란 하늘과 푸른 호수를 따라 갯가마우지 무리가 바위 위에 까맣게 앉았다가 비상하는 모습 자체가 장관이다. 한 마리씩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간혹 그 반대로 날아오르고 있다. 바위가 사람들의 시선 약간 아래에 있으니 한결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비상이다.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이 ‘푸른 바다‘의 주인이라고 과시하듯 멋지게 날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저 새들은 늘 멋진 바다 같은 푸른 호수 위에서 마음껏 비상하니 틀린 말도 아니다.


호수의 물결이 정말 바다가 출렁이는 듯한 소리를 낸다. 호수 위에 쾌속정이 떠다니고 있다. 아무리 빨리 질주한다 해도 갯가마우지와 경주하긴 힘들어 보인다. 다시 언덕을 내려가자니 이 아름다운 광경을 더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아쉽다. 다시 차량을 타려고 하니 다시 새들이 언덕을 넘어 날아가는 모습이 아련하게 멀어진다.


5) 칭하이후 海湖 칭장고원을 들으며 가는 여행


시닝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칭하이후 동쪽 진인탄(金銀灘)이라는 이름의 초원을 들렀다. 이곳에는 말을 탈 수도 있고 놀이시설도 있는데 칭하이 민가인 ‘자이나야오위엔더디팡(在那遙遠的地方)’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 한다.


시부거왕(西部歌王)이라 불리던 중국의 유명작곡가인 왕뤄빈(王洛賓)의 곡으로 ‘저 머나먼 곳에는 착한 소녀가 있었지’로 시작되는 낭만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초원 한가운데 빨간 글씨로 노래 제목을 새긴 바위가 있다. 정말 넓고도 얕은 구릉 같은 초원이 너무 예쁘다. 이렇게 정겨운 곳이니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노래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푸른 초원에서 푸젠(福建)에서 온 꼬마가 말을 탔다.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초원 위를 달리면 어떤 기분인가. 잠깐이라도 말을 타려고 하는데 가이드가 시간 없다고 꼬마를 재촉한다. 머쓱해져서 그저 보고만 있는데 일행 중 내내 조용히 잠만 자던 대학생 녀석이 불쑥 혼자 가더니 말을 내달린다.


칭하이후 여행은 참으로 즐거웠다. 상쾌한 초원과 파란 물결 넘실거리는 호수가 함께 있는 멋진 곳이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 편안해진다.


푸젠에서 온 아이(왼쪽), 진인탄 초원(오른쪽 위), 기사와 가이드(오른쪽 아래)


이때 얼굴과 마음씨 모두 포근한 우리 가이드가 나와의 약속대로 노래를 불러주었다. ‘칭장고원(青藏高原)’이라는 노래이다. 칭장고원은 중국의 4대 고원 중 하나로 칭하이 성과 티베트인 시장(西藏) 성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로 표현했으니 얼마나 아름다울 지 상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인 중국 최고의 여가수 한홍(韓紅) 역시 티베트민족으로 티베트에서 태어났다. 티베트 장족의 고향 같은 노래라 그 정서가 사뭇 이국적이기도 하다.


밤낮으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자 누구인가 (是誰日夜遙望著藍天)
영원히 변하지 않을 꿈을 갈망하는 자 누구인가 (是誰渴望永久的夢幻)
찬미할 노래가 아직 남아 있으랴 (難道說還有讚美的歌)
그 장엄한 모습이야 변할 리 없으리 (還是那仿佛不能改變的莊嚴)
아~ 산을 보았네, 하천도 보았네 (哦 我看見一座座山一座座山川)
산과 하천이 서로 만나는 것을 보았네 (一座座山川相連)
야라숴 그건 바로 칭장고원이라네 (呀啦索 那就是青藏高原)


티베트 장족인 한홍은 시장에서 태어나 1998년에 데뷔했는데 2003년부터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누구도 부인 못하는 최고의 여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동북에서 왔다는 남자도 한 곡 불렀고, 나도 노래를 불러야 했다. 한국 민요라고 소개하고 느리게 아리랑을 불렀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참으로 마음 편한 여행이었다.


6) 칭스쭈이 石嘴 해발 4천 미터 실크로드 남단 치롄산맥을 너머


칭하이 성 시닝의 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간쑤 성 장예까지 긴 여행을 시작한다. 시닝에 오면서 과연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치롄산맥을 넘어가는 교통편이 있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지도에서 보면 높은 산이 2개나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교통편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하루에 단 한 대이긴 하지만 분명 버스가 있어서 다행이다.


아침부터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25인승 버스들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버스 지붕 위에 짐을 싣고 묶는 작업이 한창이다.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시닝에서 장예까지 347km 밖에 안 되는 227번 국도인 닝장국도(甯張公路)를 달리기 시작한다. 중국에서는 비교적 짧은 국도이긴 해도 8~9시간 가량 걸릴 정도로 가파른 산을 넘어야 한다.


30분도 안돼 바로 가파르게 산을 넘기 시작한다. 먼저 해발 3000미터에 이른다는 라오예산(老爺山) 능선을 넘는데 거의 수직으로 오른다 싶을 정도이다. 다시 내려가는 길 역시 그야말로 곡예이다. 꾸불꾸불한 길이 끝없이 이어져 내려가고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화물트럭도 많다.


봉우리들이 정말 하나 같이 아름답게 솟아 있다. 마침 비까지 멎으니 파란 하늘과 흰구름과 어울리는 환상적인 모습이다.


그 옛날 실크로드(絲綢之路) 남단 길의 한 갈래라 하는데 어떻게 이 험한 산길을 넘었을까 모르겠다. 버스도 지쳤는지 점검하느라 한 작은 마을에 잠시 멈춰 선다. 멋진 산세를 보느라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잊었던가 보다.


주변에는 유채꽃(油菜花)이 연두 빛으로 피었다. 칭하이 성 곳곳은 그야말로 유채꽃으로 뒤덮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먼위엔(門源) 시는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중국 유채꽃 식용유 생산의 40%에 이를 정도로 유채꽃밭 천지라고 한다.


버스가 다시 출발했는데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이제 9시간 중 채 2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사고가 난 것이다. 예전에 몇 번 국도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어 좀 시간이 걸리겠구나 했는데 무려 4시간이나 2차선이 완전 막힌 채 오도가도 못했다.


대형트럭이 커브 길을 내려오다가 사고가 났으니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교통사고로 4시간을 하릴없이 기다렸으니 죽을 노릇. 교통사고 원인조사를 하는데 2시간, 트럭을 한쪽으로 몰아 길을 내는데 다시 2시간. 중국사람들은 의례히 있는 일이라는 듯 그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겨우 도로가 풀리고 1시간을 더 달려 조그만 시골마을 칭스쭈이(青石嘴)이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치린(麒麟)이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치린은 사불상(四不像)이라고도 불리는데 뿔은 사슴, 얼굴은 말, 다리는 소, 꼬리는 낙타를 닮았다는 전설적인 동물이다.


이때 어디선가 ‘헬로’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꼬마 녀석 하나가 신기한 듯 유리창 밖에서 계속 웃고 서 있다.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 먹고 나오니 계속 뒤를 따라다닌다. 꼬마와 형과 함께 놀았다. 이마에 빨간 인주가 찍혀 있는 6살 ‘아이부’가 귀여워서 돈을 주니 받지 않는다. 그러자 형이 귓속말을 하니 냉큼 받는다. 그리고 뛰어가더니 풍선 껌을 사서 오더니 나눠준다.


칭스쭈이 아이들(왼쪽), 버스터미널(오른쪽 위), 어부 진(오른쪽 중간), 치롄산맥 양떼(오른쪽 아래)


다시 버스는 치롄(祁連) 산맥 남쪽고원을 달린다. 고원은 차에서 내려 머물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광경의 연속이다. 사진에 담고, 양치기들과 대화도 하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평지에서부터 초원 능선을 넘어 하얗게 끝도 없이 이어진 설산을 향해 올라가고도 싶다. 정말 언젠가는 다시 이곳을 찾아오리라, 그때는 지프차를 몰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가 또 멈췄다. 치롄 현 어부(峨堡)라고 하는 마을이다. 차에서 잠시 내렸다. 저 하늘 멀리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하얀 구름이 단층을 이루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니 정말 멋지다. 하늘 아래 설산이 하얀 눈을 간직한 채 산맥으로 이어져 있고 다시 아래는 푸른 초원 지대이다.


산 능선은 온통 양떼들의 천국. 산 형태와 무관하게 온통 흰 양털이 반짝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풀이 있는 곳이라면 산을 타넘기도 한다. 파란 하늘과 새털구름이 뭉실뭉실한 햇살에도 아랑곳 않고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다.


버스는 드디어 치롄산맥을 넘어가기 시작한다. 치롄산맥은 칭하이 성과 간쑤 성을 가르는 산맥으로 허시저우랑(河西走廊, 실크로드 주요도로로 간쑤 성의 좁고 긴 평야 길)의 남단에 위치한다. 최고봉은 퇀제펑(團結峰)으로 해발 5,808미터이고 보통 4,000미터 이상의 설산으로 이뤄져 있다.


이제부터 해발고도를 1,000미터 이상 올라 산맥을 넘어가야 한다. 다시 버스는 지그재그로 긴 포물선을 그리며 달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버스가 멈춘다. 한 무리의 양떼가 도로를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다. 양떼 주인도 버스 기사도 마냥 기다린다.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끊임 없이 양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으니, 빵빵거린 후에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도로 끝으로 서서히 비켜선다.


브레이크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버스도 너무 늦었는지 과속이다. 어느새 산맥을 다 넘어간 듯 하다. 산맥을 넘으면 민러(民樂) 현이 나타나고 1시간 정도 직선도로를 달려가니 드디어 장예(张掖)이다.


거의 밤 8시가 다 됐다. 시닝에서 출발해 12시간 만에 도착했으니 정말 긴 여행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해발 4천 미터를 넘기 위한 여정 속에는 멋진 초원에 대한 기억이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