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미 보도된 바, 허재 감독은 기자회견 도중 약간의 욕설로 흥분했다. 영상을 보면 팩트는 그렇다. 한국에서는 중국 기자들의 무례를, 중국에서는 한국 감독의 무례를....서로 감정 대응하고 있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약 100여명의 취재진이 모인 자리라 했다. 중국 기자의 무례한 질문을 이해하려면 몇가지 생각해볼, 약간 다른 문화적 차이, 물론 결정적 차이는 아니지만 생각해볼 문제이다. 


우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아니면 중국은 기자회견에 들어가는 매체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점이다. 소위 전국 일간지는 물론이고 지방지, 전문지 뿐 아니라 포털을 비롯한 온라인 미디어도 자유롭게 들어간다. 이 점은 개인 기자의 크레딧과는 달리 매체의 책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계급이나 신분을 무너뜨리려는 이념의 연장선에서 평등주의라는 기준이 적용되는 사회적 가치의 하나라도 봐도 아주 틀리지는 않다. 


우리와 달리 취재진의 경험이나 글로벌 표준을 다 준비할 만큼 넉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20대 초중반의 여 성기자들이 아주 많다는 점에 가끔 놀란다. (절대 연령과 성별을 폄하하려는 바 아니다.) 허재 감독에게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데 한국 선수 일부가 다소 예의에 어긋난 게 아니냐? 감독 말해보세요' 라고 한 기자도 목소리를 들어보면 어린 톤의 여성 기자였다.

또 하나 굳이 덧붙이자면, 이렇다. 예전에 한국 언론사와 함께 중국 기업인 인터뷰를 추진하면서 섭외할 당시 곤혹스러웠던 것이 바로 취재료 문제이다. 경우가 다르긴 해도 상당히 일반화된 제도(물론 공식적이진 않지만 관례적)가 취재에 대한 홍보 효과 등에 대한 비용을 사전에 합의한다는 점이다. 나쁘다 좋다 문제도 아니고 합리성 문제도 아니지만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 문화는 상호 관계에서 경제적 문제가 굉장히 기본적인 문제가 된다. 도덕과 예의 그리고 글로벌 표준? 그런 것의 가치보다 약간 앞설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국수주의까지 말할 것은 아니지만 취재 현장에서 매체의 성향에 따라 제멋대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것이 기자의 특권일 수도 있다.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 일이 중국에서 흔하다. 언론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허재 감독의 욕설'로부터 또 한번 알게 됐다.

중국의 보도 문화를 우리가 애써 욕하고 감정 대응해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의젓하게 대처해도 좋은데 스포츠라는 정서로 보니 또 그게 참 사람이 품어 안고 가기에 힘든 것도 사실이다. 매체의 크레딧이 가치의 기준이고 '좋은 질문'에 대한 '멋진 인터뷰'가 독자들에게 더 큰 감동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어쩌면 중국 기자들도 '대기자'답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다면, 스포츠나 문화 행사 등에도 중국 전문가가 매체 홍보 담당관 형태로 따라붙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무식하고 무지하면서 무례한' 질문에 역공을 하면서 거꾸로 창피하게 할 수 있을 만큼의 창의적인 대응 능력을 보유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Q :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데 무례하게 선수들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감독님!

A : 그런 일이 있었는가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에서 살아서 국가 연주에 대해 그 정도의 무례는 아무 일도 아닙니다. 다음번에는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차렷 자세로 숨도 쉬지 마라고 선수들에게 지시하겠습니다.

물론 이래도 시끄럽겠지만...

중국 포털에 실린 장면이다.

중국어로 된 제목
韩主帅被记者问急发飙 爆粗口离席嘘声四起
한국 책임자 기자 질문에 돌연 상식에 어긋나게도 거친 욕설로 자리를 떠나자 주위에서 야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