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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또 마시는 이야기한다고 싫어하겠군요. 뭐 얼마 전에 마신 술 히스토리와 네이밍이 재밌어서 한 말씀 드립니다. 

베이징에서 동북으로 살짝 가면 허베이 성 청더(承德), <열하일기>의 그곳이 있는데, 글쎄 요길 아직 못가봤기에 막연한 동경이 있지요. 그런데, 그 청더에서 생산되는 중국바이주(白酒) "반청사오궈(板城烧锅)"를 얼마전 마셨지요. 그야말로 숨겨졌던 보물같은 술 맛이었습니다. 

이 녀석에게 재미난 고사가 있지요. 네이밍과 관련...

건륭제가 총애하는 신하 기효람(纪晓岚)과 평복차림으로 마실 나갔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술향. 몇잔 마시니 시 흥이 난게죠. 댓구로 시 하나 짓기로 하고 황제가 먼저 읊습니다. 예전에는 상련과 하련으로 많이 기분 내는 그런거. 나쁜 군주는 재미없는 댓글 나오면 바로 죽이기도 했지요. 

건륭이 갑자기 "金木水火土" 한거죠. 오행에 댓구라 너무 단순해서 어려운거죠. 그런데 기발한 기효람이 마침 동네이름이 '반청'이고 '사오궈'는 술도가라는 뜻, 댓구하길 "板城烧锅酒"라 했지요. 여기 반청 술도가에서 나온 술 마시니 세상사 다 잊어지네 뭐 그런 뉘앙스겠지요. 술에 금 목 수 화 토 다 있으니 말입니다. 후후~
金木水火土 
板城烧锅酒


참 기가 막히게 딱 맞지 않나요. 이 다섯글자의 좌변엔 모두 황제가 읊은 오행이 다 들어가 있는 것. 황제가 기분이 좋아 "好联!好酒"하며 술집에 친필 어필을 하사했다네요. 그 이름의 술, 그 술맛입니다. 참 황제처럼 마신거죠. 

댓구라는 게 그렇지요. 평등한거죠. 댓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글에 댓글하는 건 그 양을 따지기 전에 평등하게 소통하는 것일 터. 

MB가 9일 베이징 온다는데 여기저기 '평등'과 '인간'을 볼 수 있을 지. 

여러분 베이징 오시면 이거 한잔 하시죠. 오행이란 세상만물이니 세상사를 다 담을만한 술이라 생각하시고...^^ (에구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