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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에 투자하라! 중국 비즈니스맨 김두관

 

 

한 고조 유방처럼 제가 마을 이장 출신입니다.”

 

김두관 경상남도 지사가 베이징대학 한국대학원생이 주최한 초청강연회에서 한 말이다. 이제는 진부한 마을 이장이라는 말이 인상적인 이유는 베이징에서 유방을 거론한 때문이 아닐까? 현 정치권 대권주자이자 잠룡다운 언급이었다.

 

김 지사는 2 8일 베이징대학 정다(正大)국제센터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양국 발전방향주제 강연에서 천하의 인재인 전략가 장량(张良), 이재에 밝은 소하(萧何), 맹장 한신(韩信)을 얻어 나라를 세웠다고 고사를 거론했다. 마을 이장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유방다운 지도자를 끄집어낸 것은 겸손이자 권력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중국전문가로서 큰 포부를 가지고 나라를 위해 꿈을 키워갈 것을 당부하면서 한미동맹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수 차례 토로했으며 박정희 이래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소견을 자신만의 해법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이날 강연이 끝날 무렵 설명한 유방의 고사는 또 한 명의 정치지도자를 연상시켰다. 바로 시진핑(习近平) 국가부주석이다. 시 부주석은 자신과 닮은 역사인물 중 한 명으로 유방을 공개적으로 손꼽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시황, 한 무제, 당 태종보다 한 고조처럼 인화단결에 재주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시 부주석 역시 유방이나 김 지사처럼 지방말단 현 서기를 역임했다. 1953년 생인 그는 장래가 보장된 군인의 길 대신에 1982년 허베이(河北) 성 시골 정딩(正定) 현으로 내려가 1983년부터 3년간 현 정치와 행정을 총괄하는 서기를 맡았다. 베이징(옛 지명 베이핑)에서 태어났기에 진핑이라 불린 그가 이후 푸젠과 저장, 상하이를 거쳐 다시 베이징에 돌아와 공산당 총서기 및 국가 주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방을 관덕(官德, 관리의 품성)의 표상처럼 인식한다. 시 부주석도 2004년 잡지 <구시(求是)> 칼럼에서 위민은 관덕의 핵심(是官德的核心)’이라고 해 중국공무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초 행정단위부터 시작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를 것이니 위민의 관리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김 지사는 시 부주석과 닮았고 유방을 끄집어낸 것은 아주 흥미로웠다.

 

 

김 지사는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한국사회의 주류가 미국 유학파로 구성된 편향이나 한미FTA 문제,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MB의 대북정책 등을 비판했으며 총선과 대선의 해외 거주민 참정권, 동남권특별자치도 추진, 경상남도 지방정부의 대 중국 교류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도 중국에 대한 관점, 한중 교류 및 남북교류 문제 등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유일한 중국인으로서 한반도 역사와 문화를 전공하는 장바오윈(张宝云) 양은 한국 언론을 통해 지사님에 대해 아주 좋은 분으로 알고 있고 대통령이 되실 생각이 없으신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 행정책임자로서 대권에 도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말로 즉답은 피했지만 마을 이장출신인 유방처럼 나라를 위해 일할 준비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모두 이해했다.

 

 

한편, 김 지사는 2004년 중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베이징대학에서 8개월 동안 중국 현대사 인물의 리더십 강의를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어 공부를 도와준 중국여학생 스멍린()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스멍린의 김 지사와 딸까지 중국어 선생이 된 사연에 대해 중국 주간지인 <민생주간>을 통해 상세하게 보도되기도 했다.

 

2012 1 2일 발행된 <민생주간>김두관의 중국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란 제목으로 이장에서 도지사에 이르는 과정과 한국의 지중파로 소개했으며 허물 없는 친구사이인 스멍린의 인터뷰를 담았다.

 

"베이징대학 기간 김두관은 스멍린에게 자기 딸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장래에 반드시 중국 대학에 입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스멍린은 그저 농담으로 여겼는데 그게 진심이 될 줄은 생각지 못했는데 이후 스멍린은 아버지에 이어 그의 딸 중국어 공부를 돕게 됐다." (민생주간 기사 번역)

 

 

경상남도 베이징 투자설명회

 

김 지사의 이번 방중은 중국기업 앞에서 경상남도 투자유치를 위한 설명회가 목적이었다. 이 설명회는 8년 전 중국어 선생 스멍린이 도와주었다.

 

지난 7일 베이징 리쥔(励骏)호텔에서 열린 제1회 경상남도 베이징 투자 설명회에 전 산시(山西) 성장 류전화(刘振华) 부회장을 비롯 100명의 기업 대표자와 실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국무원 비준기관으로 상무부가 지휘하는 중국국제다국적기업촉진회(이하 촉진회)가 주선한 이날 상담회에서 김 지사는 중국비즈니스 전문가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촉진회 회장은 정완퉁(郑万通) 전국정협(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맡고 있으며 10여명의 현직 장관과 해외 노벨상 수상자들이 고문을 맡고 있다. 지방정부 성장 출신과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비정부 조직이기도 하다. 전경련처럼 세계 500강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국제경제교류에서 중국에서 영향력이 크다.

 

 

이날 설명회는 김 지사의 중국어 인사말을 시작으로 경상남도 홍보물 상영과 투자유치 설명, 질의 응답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중국기업인들은 경상남도의 산업단지와 부동산 입지조건, 관광 산업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경상남도와 촉진회는 상호 업무교류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재중국한인회가 주최한 만찬이 이어졌다.

 

8일 오전에는 촉진회 류 부회장의 인솔로 부동산, 백화점 등 최고의 북방 민간기업으로 평가되는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 동사장과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5차례나 중화자선상(华慈善奖)을 수상한 인물인 왕젠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진솔한 대화가 오갔으며 경상남도의 관광리조트 사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지사의 이번 투자 유치 일행은 도 투자유치 과장을 비롯 창원시, 진주시, 남해군, 창녕군 해당 공무원 20여 명과 도 상하이 대표로 구성됐으며 김철수 베이징 소장이 현지 실무를 담당했다.

 

이번 투자 설명회는 김 지사가 강연에서 거론했듯이 8년 전 중국어 선생인 한 여학생의 주선으로 진행됐다. 평소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하는 김 지사가 만들어낸 중국비즈니스 기회였다고 베이징 김 소장은 밝혔다. 이번 설명회를 통해 경상남도의 중국 투자유치 및 교류에서 성과를 이뤄낸다면 중국을 이해하는 정치지도자로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인연을 중시하며 중국비즈니스에 뛰어든 김 지사가 유방이나 시진핑처럼 마을 이장을 시작으로 위민관덕을 갖춰 국가지도자가 된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자임하게 될 지 주목된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추가될 지 기대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