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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로운 중국 술 한병과 만났습니다.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술 브랜드만 해도 몇 백개, 몇천개일지 모를 정도로 많은 중국에서 보물찾기 하듯 처음 보는 술과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10대 명주 반열에는 들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자기 동네를 자랑하듯 툭툭 튀어나오는 바이주(白酒)가 어찌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향과 맛?



이 술의 이름은 구주(沽酒)입니다. 沽는 '사다'는 뜻도, '팔다'는 뜻도 됩니다. 게다가 텐진의 별칭이기도 합니다. 사전에 나오는 뜻풀이입니다. 구주의 생산지가 텐진과 가까운 허베이 바오딩(保定)이니 별칭을 써서 네이밍을 했구나 생각했는데 사고 팔다는 뜻, 특히 '술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 가장 맞을 것 같습니다. 


힌트는 사자성어에 있습니다. 고주당로(沽酒当垆), 대충 '술 파는 사람이 술독 지킴이' 뭐 그런 의미. 옛날옛적에는 술집이 성벽 옆에 붙어 있어서 술독 지킴이가 바로 술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술을 사는 사람이 아닌 것이죠. 그런데 이 말이 점점 변해서 유명인사가 속세를 버리고 은신한다는 뜻으로 변합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세상사 버리고 술독에 빠져산다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하여간 구주는 베이징 근처 바오딩(保定) 구주촌(沽酒村)에서 나오는 술입니다. 캬~ 이름도 죽이네요. 술 파는 동네, 술 익는 마을 뭐 그래도 되겠습니다. 병도 환상적인 모양입니다. 정말 날씬한 유리병인데, 재미있는 것은 병 안에 거대한 함선이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병 속에 보이시나요? 그리고 펄럭이는 돛에는 이루순펑(一路顺风)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술 마시며 하시는 일(가시는 길) 순조롭기를 바란다는 것이죠! 역시 중국 사람들은 술을 안다니깐. 술을 잘 마셔야 일도 잘 풀리고...후후~


향과 맛도 좋습니다. 이날 안주가 바로 개고기수육이어서 더욱 잘 맞았는지 모릅니다. 온갖 약재를 다 넣고 푹 삶아낸 멍멍과도 궁합이 잘 맞는 거 보니 구주 역시 명주라 할만 합니다.  모 대기업 직원이 회식을 위해 가져온 것입니다. 새로운 술을 소개해주는 사람 정말 좋아요! 잘 마셨습니다. 후후~


술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 세상을 등지게 된 사람이 된 이유야 몰라도 '술을 이해하고 맛을 아는 사람이 선비(董事喝酒是雅人)'라니 구주 꼭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