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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중 수교20주년 기념 한류 스타 음악 여행 베이징 콘서트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한류' 콘서트였다. '한류' 원조인 중국 수도 베이징, 외국 가수 콘서트로는 최초로 개최되는 실외 경기장, 6만 명을 수용하는 축구장인 공인체육장(工人体育场).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걸그룹만큼이나 화려하다. 중국 문화부가 공연을 허가한 명분은 '한중 수교 20주년기념'.

 

지난 14일 공연 시작 1시간 전 공연장에 들어섰다. 프로 축구 구단 홈 경기장 잔디 위는 이미 의자들로 꽉 찼다. 무대를 제외한 세 방향의 관람석은 팬들이 듬성듬성하다. 과연 몇 명이나 모일까?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다. 예상보다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는 주최측 걱정치고는 꽤 많은 인파다. 첫 공연으로 보이프렌드(BOYFRIEND)가 등장할 즈음 약 3만여 명(주최측 추산)이 자리를 잡았다. 6명의 '예쁜' 아이돌이 등장해 춤과 노래로 분위기를 돋웠지만 왠지 반응은 썰렁했다. 무대 오른쪽 관중석에 리더 "동현'과 "넌 나의 BOYFRIEND" 팻말을 든 한국 팬들만이 다소 들뜬 분위기다.



걸그룹 포미닛(4Minites)이 연분홍과 연하늘색 옷을 입고 마치 천사처럼 등장했다. 사회자가 중국 뮤직 사이트 "볼륨업(Volumn Up)이란 노래가 인위에타이(音悦台) 주간 뮤직비디오 순위 1위 한 거 아느냐?"고 질문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5명 멤버는 무대 오른쪽, 왼쪽을 다 돌며 많은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려 했다.

 

양국 수교 기념 취지로 중국 가수 2명이 출연했다. 2006년 후난TV 주최 가수 등용문 프로그램인 '차오지뉘성(超级女声)'에서 우승한 상원제(尚雯婕)가 검은 벨벳을 입고 남성 백댄서와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인기 스타이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생소했다.

 

이어 미스에이(miss A)가 등장했다. 최근 떠오르는'아이콘' 수지는 오지 않았지만 중국인 멤버는 '뱃걸굿걸(Bad Girl Good Girl)'에 맞춰 관객들에게 춤 동작을 소개해 열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첫 중국 공연이라고 소개했는데 관객들 열기는 상당히 고조됐다. 아는지 모르는지 중국 팬들도 한류 콘서트에 온 가수가 중국말이 유창한 것이 기분 좋은지 흔쾌히 몸 동작과 노래를 따라 했다.




투에이엠(2AM) 역시 중국 첫 공연치고는 관객 호응이 놀라웠다. 인터넷으로 뮤직 비디오와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거의 실시간으로 섭렵하기에 마니아 층이 폭넓다. 대표곡인 '미친 듯이'를 열창하니 팬들 반응이 훨씬 고조됐다. 사실 이번에 캐스팅돼 온 그룹 중에서 뮤직 비디오사이트 인위에타이에서 최근 50위권 안에 드는 팀은 투에이엠이 유일하다. 게다가 예능을 통해 상당히 잘 알려진 조권이 있다.

 

2007년 후난TV의 또 하나의 가수등용문 '콰이러난성(快乐男声)'에서 우승한 천추성(陈楚生)이 등장했다. 댄스 없이 지루한 발라드를 5곡이나 불렀지만 곧바로 무대에 오른 조권과 가인이 분위기를 쇄신했다.

 

'아담 부부' 스타의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를 불렀다. '워먼샹아이커이마(我们相爱可以吗)'라는 제목으로 이미 소개됐으니 중국어로 번안해 불렀다면 반응이 몇 배는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마지막은 브라운아이드걸스(Brown Eyed Girls)였다. 화려한 조명과 어울린 댄스 퍼레이드, 히트곡 '아브라카다브라'를 열창하고 관객들 호응도 좋았다. 9시30분을 훌쩍 넘긴 멋진 '한류' 향연,'한류 스타와의 음악 여행'이라 할 만했다.

 

"처음 보이프렌드 나왔는데 너무 조용해 우리만 소리 질렀어요.중국 사람들 다 쳐다봐요. 잘 모르나 봐요!"
"투피엠, 원더걸스도 없고, 아쉬워요.하지만 재미있어요!"

 

현장에서 만난 김도경(13), 고유나(13) 학생은 더 인기 있는 팀들이 나오지 않아 아쉬워했다. 중국 팬들도 일부 마니아를 빼고는 왠지 한국이나 일본 콘서트와는 달리 사뭇 썰렁했다.

 

3만 명이나 모인 까닭




중국에서 가수 콘서트 티켓 요금은 꽤 비싼 편이다. 이번 콘서트 객석도 180위안(1:190으로 환산), 280위안, 380위안, 480위안, 680위안, 880위안, 심지어 1,280위안(약 24만 원)에 이른다. 한류 그룹 중 슈퍼주니어(Super Junior))를 빼고는 단독 공연으로 중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류 취재를 해 온 경험상 정설이다. 저조한 티켓 판매에도 나름대로 관객이 많이 모인 이유가 궁금했다.

 

콘서트는 1년 전 주최 측인 중국국제여행사(China International Travel Service, 약칭 CITS)가 한국 기독교 단체의 지원을 받는 모 협회와 공동투자협정(MOU)을 맺고 진행했다.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광저우, 청두, 하얼빈 등 전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 협회는 "한중 수교 20주년"을 명분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행정 및 기업 자금 지원을 기대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콘서트를 주최한 궈뤼(国旅)국제회의전람유한공사 리주위안(李柱元) 총재는 "좀 더 좋은 캐스팅이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티켓 판매가 어려워 여행사 파트너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으로 콘서트를 진행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어렵게 공연 허가를 받았고 기대했는데 독자적으로 투자해 진행하다 보니 난관이 많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티켓을 판매하면서 한인회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실무 책임자의 고충도 전했다. "한류 콘서트는 중국인들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한인회의 반응이었다는 것이다. 최초로 야외 공연 허가를 받고 3달 동안 홍보를 위해 "하루 2~3시간 자면서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며 그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한류 스타를 섭외하고 무대 연출을 담당했던 렉스이엠티 유기호 대표(52)역시 좌불안석이었다. "1년 가까이 함께 준비했는데 중국 주최측 상황이 너무 어려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좋은 파트너에게 큰 빚을 졌다. 꼭 갚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공연 무대를 도저히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자리를 피했다.



CITS는 제주도를 비롯해 한국 여행 사업을 하는 중국 최대 여행사 중 하나다. 내년부터 오고 갈 상하이와 제주를 잇는 크루즈 사업도 추진하는 등 한국과 사업 교류가 많다. 한류 콘서트를 추진했던 이유기도 했다. 공연 허가, 장소 섭외, 가수 출연료, 무대 연출, 홍보 등으로 어림잡아 10억 원 이상의 손해가 예상된다. 그나마 현대자동차 등 스폰서가 없었더라면 공연이 열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전국 콘서트를 추진했지만 시작하자마자 베이징을 끝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90년대말 에이치오티(HOT)를 비롯해 한국 그룹들이 중국에서 '한류'를 일으킨 역사가 있지만 적어도 콘서트만큼은 현재 '빚 좋은 개살구'일 따름이다.


'한류' 콘서트의 진화를 기대한다!

 

중국에서의 '한류' 콘서트는 어렵고도 힘들다. 한국에서 1년에 한번 여는 '드림 콘서트'와 같은 방식이 되면 조금 가능성이 있다. 매우 저렴한 입장료, 수익을 기금으로 내놓는 방식이다. 5만 명 이상 모이는 야외 공연장이면 기업 협찬도 쉽고 방송중계나 가수 섭외 비용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가능하다.

 

CITS의 적자 폭을 보전하면서 중국에서 '한류' 콘서트를 복원하려면 이보다 좋은 프로젝트는 없다. 100위안(약 1만8천 원)정도의 유료 관중 3만 명이면 훌륭한 콘서트라고 볼 수 있다. 공익 기금과 주최 비용 및 수익을 반반으로 합의해 전국 5곳에서 콘서트를 열어도 충분하다.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우리 정부는 내년 한류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중국은 지방 성급 도시만도 30곳이 넘고 현실적인 티켓 비용으로 3만 명 이상팬들이 찾을 곳도 그 이상이 된다.  중장기적으로 양국 정부와 CITS와'드림 콘서트' 측이 좋은 파트너가 된다면 안정적인 '한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열과 안전사고를 염려한 중국 정부를 달래고 '한류 혐오'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도모해 신뢰를 쌓는 것도 필수다.

 

또한, '한류' 스타의 중국 진출뿐 아니라 콘서트에서 중국 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우호를 증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중국 스타들의 한국 진출의 교두보도 고려해야 한다.


스토리와 음악으로 한국 대중 문화를 전파하는 '한류'스타들이 중국 무대에서 마음껏 솜씨를 발휘한다는 것은 즐겁고도 보람 있는 일이다. 휘황찬란한 무대지만 그 뒤에는 숨은 눈물도 있다. 새로운 '한류', 이기적인 교류가 아닌 대중 문화가 '한강'과 '장강'같은 자연스러운 물줄기로 흘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