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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3일 영화 만청진다이황진지아(满城尽带黄金甲, 이하 황진지아)의 공식 블로그(博客)에 영화제작자인 짱웨이핑(张伟平)이 공개한 것은 짱이모와 꽁리의 14년 전 사진. 영화 황진지아는 당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측천무후의 이야기를 그린 짱이모의 최신작이다. 올해 12월 21일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공식 홈페이자와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마흔두살이던 짱이모와 스물일곱살이던 꽁리가 1992년 봄, 만리장성에서 찍은 사진이다. 서로에게 다짐했던 약속이 바로 여황제 역은 꽁리가 한다는 것이었다 한다. 짱이모의 약속은 바로 '중국의 유일한 여황제는 무측천(武则天)이고 오로지 꽁리가 연기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 것.



블로그에 올려진 글과 사진의 제목은 '그녀가 돌아왔다'(她回来了)이다. 돌아온 그녀 꽁리는 바로 홍콩 갑부와 결혼하기 전 짱이모와 연인 사이였다. 그러나, 짱이모의 반대, 즉 '결혼이라는 종이가 무슨 소용이냐'는 말로 차일피일 미뤄, 둘의 결혼은 이뤄지지 못했다. 헤어진 후에도 꽁리는 만리장성에서의 약속을 위해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지 물었고 그때마다 짱이모는 묵묵부답, 그녀는 하염없이 비처럼 눈물을 흘렸다 한다. 그리고, 14년 후 올해 3월 영화 언론발표회 장소에서 짱이모는 만리장성에서의 염원을 다시 거론해 그녀를 눈물 짓게 했다고 한다.



블로그에 공개된 두번째 사진은 14년 후 다시 만나 영화 황진지아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녀의 변함 없이 아름다운 얼굴 속에 지나간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고 충만한 감성이 표현된 그녀의 연기를 칭찬하고 있다. 더불어, 짱이모는 '그녀는 지금이 가장 연기가 최고에 달한 시기다'라 하기도 했다.


꽁리는 짱이모(张艺谋)가 발굴했고 스타로 키웠다. 꽁리에 의해 짱이모의 영화적 상상력은 빛나게 창조됐으니 바로 짱이모의 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중국언론은 짱이모 영화 속에서 히로인이면서 때로는 연인이기도 했던 여배우들을 '짱이모의 여자'란 의미를 담아 모뉘랑(谋女郎)이라 부른다. 짱이모의 영화 데뷔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뉘랑들은 누구일까.

 

 

 


말할 것도 없이 첫 여자는 꽁리(巩俐)다. 그녀는 1965년 생으로 짱이모의 데뷔작인 홍까오리앙(红高粱, 붉은수수밭)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했다. 그녀는 이미 유부남이던 짱이모와 공공연하게 연인 사이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다. 1987년 홍까오리앙으로 유명해진 짱이모와 꽁리는 1989년 쥐또우(菊豆, 국두), 1991년 따홍덩롱까오까오과(大红灯笼高高挂, 홍등), 1992년 치여우쥐따관스(秋菊打官司, 귀주이야기), 1994년 훠저(活着,인생), 야오아야오야오따오와이포치아오(摇啊摇,摇到外婆桥)에 이르기까지 같이 영화에 몰두했다.





두번째는 배우이자 가수, 방송진행자이면서 모델이기도 한 취잉(瞿颖)이다.  1996년 짱이모의 영화 여우화하오하오슈어(有话好好说)에서 지앙원(姜文)과 함께 출연했다. 이 영화는 짱이모가 꽁리의 농촌 분위기를 일색하고 현대 도시사회의 문제를 영화적 주제로 삼았다. 짱이모의 영역을 벗어난 것인지 양지아웨이의 '타락천사'와 올리버 스톤의 흔적을 풍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취잉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자신을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한 남자로부터 고통받는 현대여성을 열연했다. 하지만, 현대여성을 다루는 데 실패한 짱이모에 의해 한 편의 영화로만 남고 말았다. 이후 취잉은 방송프로그램 진행과 모델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끼를 발휘하고 있다.

 

 





세번째는 바로 시골 소녀 웨이민쯔(魏敏芝)다. 그녀는 짱이모의 1998년 작품 이거도우뿌능샤오(一个都不能少)에 출연한 비전문 배우이다. 영화는 한 농촌의 학교를 무대로 리얼리즘적 영화를 시도한 짱이모에 의해 현지에서 캐스팅된 소녀였다. 당시 이 영화는 세계 무대에서 각광을 받았고 일약 시골 소녀는 연기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녀는 못다 이룬 배우의 꿈을 위해 서안의 한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하기도 했다. 이 시골소녀는 짱이모가 발굴하니 빛나는 보석이 되는 가 보다.







그리고 등장하는 배우가 바로 짱즈이(章子怡)다. 1979년 생인 그녀는 짱이모의 1999년도 작품인 워더푸친무친(我的父亲母亲, 집으로 가는 길)로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2002년도 잉시옹(英雄)과 2004년 스미엔마이푸(十面埋伏, 연인)에도 연거푸 출연, 세계적 스타로 거듭난다.




짱즈이와 1999년도 작품을 한 후 짱이모는 2000년에 영화 씽푸스광(幸福时光)을 통해 1980년 생인 똥지에(董洁)를 캐스팅한다. 그리하여 다섯번째 모뉘랑이 된 똥지에는 씽푸스광에서 짜오번산(赵本山)과 함께 열연했는데, 꽁리의 눈매와 많이 닮았다고 알려진 그녀는 이후 바이링꽁위(白领公寓)에서 안재욱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론은 다시 황진지아에 출연하는 리만(李曼)을 또 한명의 모뉘랑으로 평가한다. 1988년 생인 그녀는 현재 쫑양씨취쉬에위엔(中央戏剧学院) 1학년으로 황진지아에 캐스팅됐다. 궁녀이면서 황제의 아들과 연인인 관계로 출연한다. 앞으로 그녀가 꽁리, 짱즈이를 잇는 스타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짱이모가 키우는 배우라는 이유 하나로 그녀의 미래는 활짝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위는 소후닷컴이 모뉘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타가 누군지를 설문조사하고 있다. 똥지에의 인기가 매우 높아, 꽁리와 비슷하고 짱즈이는 겨우 15% 정도. 아마도 짱즈이가 일본 기생 역할을 했던 것이 여전히 반영되고 있는 것일 듯하다. 모뉘랑들은 어쩌면 짱이모 스스로 영화를 위한 도구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배우로서 성장해 스타가 되는 것은 여배우들 스스로의 몫일 것이다.


중국인들은 짱이모를 대단히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또 그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첸카이거 감독과 자주 비교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짱이모는 아주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모든 비난을 수용하는 발언을 하는 유연한 사람이란 느낌이다. 그의 마음씨나 성향을 중국인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행사 총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준 중국적 창의력을 세계의 스포츠 제전에 어떻게 조합할 지 기대가 된다.


짱다오(张导)라 불리는 사람, 그저 감독으로 영원히 남을 짱이모와 그의 모뉘랑. 배우를 키워내고 영화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사람. 14년 전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사랑'과 '약속' . 그리고 영화 속에서 다시 그 사랑보다 더 소중한 '신뢰'를 영화 황진지아에서 지켜낸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영화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