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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중국 신화사 인터넷에 찡지찬카오빠오(经济参考报)의 '한류' 관련 기사가 보도됐다. 이 신문은 중국에서 나름대로 권위 있는 경제전문지로 신화통신사(新华通讯社)가 주관하에 있다.

번역은 나름대로 힘들게 했으나, 우리말 분위기를 내느라 의역이 지나칠 수 있고, 세밀한 부분에서 다소 의도와 다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기사를 읽으며 해석하다가 그 뜻과 어투를 보니 우리 나라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가 좀 유치해 보이고 편향도 있어, 문단마다 의견을 쓴다고 한 게 글이 많아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중국 뉴스매체의 '한류'나 한국 관련 기사들을 보노라면 가끔 무책임하고 비전문가적 발상의 사람들이 꽤 있으니 공연히 화 낼 이유가 없다는 게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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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10년 호황인가>(韩剧在中国为什么“十年不倒” )


吕薇 付飞 
원문:>
http://jjckb.xinhuanet.com/www/Article/2006111082858-1.shtml


오늘날 중국에서 리모트컨트롤(遥控器, yáo kòng qì) 들고 이리저리 TV채널을 찾다보면, 어렵지 않게 많은 채널에서 동시에 서로 다른 종류의 많은 한국드라마(韩剧, hán jù)가 한창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琳琅满目, lín láng mǎn mù) 각종 영화 드라마 작품들이 진열된 있는데, 한국드라마는 꼭 전문 진열대를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중국사람들이 저녁을 먹은 후 한국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한국 영화나 드라마 DVD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안되는 한 부분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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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중국 전역을 송출하는 CCTV 채널 16개 중 CCTV 8번 채널이 드라마 전용채널이다. 또한, 각 성 단위마다 전국으로 송출하고 있는 1개의 위성 종합편성 채널에 드라마가 자주 보인다. 또한, 중국의 각 성과 자치구마다 단위 성을 대상으로 송출하는 채널 중 하나는 주로 드라마와 영화 위주로 편성한다.


그리고, 각 시나 현에도 몇 개씩 자체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 좀 세월이 지난 드라마를 편성해 송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중국 전역 어느 가정에서도 하루에 몇편의 한국 드라마와 만나게 된다.  

현재, CCTV 바타오(八套)를 통해 오후 시간대에 한국드라마 연속극(韩国电视连续剧) '굳세어라 금순아'(加油金顺)가 2005년에 이어 다시 방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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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10년 전으로 되돌아 가서 생각해 보면,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당시 중국으로)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다. 거의 영향력도 없고 경쟁력이 없으며 산업으로 성장하지도 못했고, 심지어 한국 사람들조차도 자기 나라의 드라마를 사보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보면, 한국 드라마는 이미 헐리우드(好萊坞, hǎo lái wù)이나, 일본, 홍콩, 대만의 영화들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어서, 점점 사면초가, 생사의 지경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한국유학생인 박휴정(朴休贞)은 그때를 회상해 ‘어린 시절 기억에, 우리들에게 잊지 못할 영화들은 모두 헐리우드나 일본 혹은 홍콩, 대만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 당시 한국사람들이 홍콩스타인 주윤발(周润发, zhōu rùn fā) 유덕화(刘德华、liú dé huá), 여명(黎明, lí míng) 등 귀에 익은(耳熟能详, ěr shú néng xiáng) 몇몇 대스타들이 받았던 열광적인 환호가 지금 중국사람들에 비친 한국 스타들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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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우리는 이미 헐리우드와 일본 애니메이션, 홍콩르와르와 일정한 경계를 긋고 있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방송의 공영화와 함께 민영 방송국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여명의 눈동자'를 시작으로 드라마 시스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목욕탕집 사람들' 등 가족 주말 드라마가 자리를 잡아갔으며 '별은 내 가슴에'를 시작으로 트렌디 드라마가 뜨는 등 드라마 장르의 분화도 이뤄졌다.


더불어 제작 시스템의 전문화, 소재의 다양화를 도모하기 시작했으며 영화에서도 젊은 감독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감각을 선보여 대중과 호흡하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80년대 이후 사회의 민주화를 이룬 기반 위에서 공동체적 정서와 함께 개성을 강조하는 문화 산업의 토대가 이미 마련된 상태로 보인다.

우리가 홍콩 영화배우들에게 대단한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주윤발과 장국영에 매료됐고 그 영향도 엄청났다. 그렇지만, 그것은 영화와 스타에 대한 환호이긴 했지만, 현재 중국의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 스타와는 약간 거리가 멀다. 이제는 미라가 된 홍콩르와르 스타와 지금의 우리나라 스타들을 비교하는 것은 조금 과장이라 여기고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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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80년대 후반을 경험하고 90년대 중반 주먹을 불끈 쥔 채, 1997년 태극기를 높이 들고 한국 영화 드라마는 중국시장을 향해 잇달아(纷至, fēn zhì) 섞여(遝, tà) 들었으며, 마치 무인지경처럼 ‘중국시장의 위세’를 한번에 씻어버렸다(荡涤, dàng dí).

중국 대륙의 외화 수입시장에서 헐리우드영화와 한국영화가 서로 필적(抗衡, kàng héng)하고 있다면, 드라마 영역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이미 용기백배(奋勇, fèn yǒng)해 일일드라마에서 각광을 받고(红极一时) 있는 가운데, 홍콩 대만 드라마는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远远地甩在了身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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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국기자는 80년대 후반의 한국사회를 얼마나 알까. 우리 현대사의 87년 6월항쟁의 경험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방송을 전공하는 중국 학생들과 한국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문화산업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그들에게 6월항쟁의 의미를 아주 자세히, 진지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한국의 문화산업을 이해하고, '한류'의 본질에 접근하려면 80년대의 상황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민주항쟁의 경험은 바로 문화산업의 창조성으로 발현된다. 잠재된 사회 각 분야의 지적, 정서적, 문화적 가치가 우리의 역사, 문화와 결합해 뛰어난 문화상품을 창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정서와 지성을 문화산업에 쏟아 붓는 힘이 바로 지금의 '한류' 역사의 본질인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중국사람들은 '한국의 근현대사부터 공부를 해야 '한류'를 바로 아는 것이구나' 하고 동의한다.

우리가 열심히 영화와 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 문화상품을 준비하고 역량을 기르는 동안, 중국은 개혁 개방의 기치를 들었다. 때맞춰, 탈냉전 분위기를 타고 92년 한중수교가 이뤄졌는데, 그것은 우리 대중문화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 셈이다.


바로 중국 방송 역시 개혁 개방의 흐름을 타고, 엄청나게 채널이 늘어 난 것이다. 채널이 늘었다는 것은 많은 양의 방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대폭 늘어난 편성시간을 채울 좋은 드라마를 찾고 있었고, 당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저렴한 단가의 한국 드라마에 손짓을 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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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한국 드라마 ‘질투’(嫉妒)가 처음으로 중국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崭露头角, zhǎn lù tóu jiǎo) 때는 별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1997년) 중국중앙방송국(央视yāng shì, CCTV)이 ‘사랑이 뭐길래’(爱情是什么)를 들여와 방영하면서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인어아가씨’(人鱼小姐)에 이르러 시청(收视, shōu shì)면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대장금’(大长今)은 1편(集, jí) 당 1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국내에 팔리기도 했으니 한국 드라마는 중국 영화 드라마 시장에서 이미 알게 모르게(不知不觉, bù zhī bù jué) 10년 이상 번창해(兴盛, xīng shèng) 온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는 쇠퇴의 기미(颓势,tuí shì)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확산되는(燎原, liáo yuán) 형세이며 그 열기가 올해도 식지 않고 있다. '명성황후'(明成皇后), '풀하우스'(浪漫满屋), '가을동화'(蓝色生死恋), '엄마야 누나야'(孪生兄妹), '굳세어라 금순아'(加油金顺) 등등 걸핏하면 몇십 편에서 심지어 백편에 이르는 드라마를 대학생들이 서로 돌려 보고 있으며, 화이트칼라(白领, bái lǐng) 여성과 가정주부(家庭妇女 jiā tíng fù nǚ) 사이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수다(津津乐道 jīn jīn lè dào) 떨만한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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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CCTV는 드라마 채널에 '사랑이 뭐길래'를 방영하는데, 당시로서는 대단한 시청율(4~5%)을 기록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한류'의 발원(源头, yuán tóu)이라 부른다. 본격적으로 한국대중문화가 중국에 영향을 끼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후 한국 드라마 뿐 아니라, 대중가수와 음악, 영화,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 전 문화산업이 중국으로 들어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중국 사람들이 '10년 호황'이라는 것은 바로 '사랑이 뭐길래'를 그 시작으로 명백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2005년, 후난(湖南) 방송국은 '대장금'으로 전 중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대장금'이 방영되는 동안 전 중국은 그야말로 '열풍'이었으니 '제2의 도약'으로 불릴 만하다. 한국의 전통 문화, 역사, 언어, 여행, 음식, 패션 등 전 분야에 걸쳐 관심 영역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전 연령층의 중국 시청자들을 '대한민국' 앞으로 오게 한 드라마였다.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한류'를 경계하던 사람들에게 반박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양국의 대등한 대중문화 교류'를 명분으로 한때 한국 드라마 수입의 제한조치를 단행하기도 한 것은 '지나친' 유입을 차단해야 할 정도로 그 사회현상이 예상 밖이었음을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바이두 한국드라마 토론 방>



중국 검색사이트 바이두(百度)의 토론포스트 방인 한국 드라마 방인 한쥐빠(韩剧吧)에는 2004년 4월  이후 티에즈(贴子) 수, 즉 관련 포스트 글이 479,410편(篇)에 달하기도 한다. 아마도, 누군가 이 글들을 분석하고 종합한다면 '한류'에 대한 중국사람들의 정서와 시각 뿐 아니라 생활모습과 취향, 기호, 라이프스타일 등에 대한 좋은 보고서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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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에, 작년 한해만 해도 한국 드라마 수출액(出口额, chū kǒu é)은 거의 1억달러에 달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상품은 중국에서만이 아니라 유럽과 북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한자리(一席之地, yī xí zhī dì)를 차지하고 있다. 아주 짧은 10년 만에 한국은 미국 헐리우드를 뒤이어 강력한 문화상품 수출국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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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2005년 한국 드라마의 해외수출액은 1억달러를 넘었다. 그중 일본이 60% 이상이고 중국 대륙은 9.9%라고 하니 약 1,000만달러, 100억원이 좀 안되는 금액이다. 보도된 것처럼 '대장금'이 편당 1만달러라면 대단한 것이다. 보통 우리 드라마가 중국에 팔릴 때 평균 3~5천불 정도인 것으로 안다. 물론 방송범위나 횟수, 방영권 유효기간 등 계약 내용에 따라 다소 그 차이가 날 것이다.


반면, 중국 드라마를 한국이 수입할 경우는 어떤가. 대체로 한국의 지상파 3사는 중국 드라마를 거의 가져오지 않고, 케이블의 무협채널이나 중국전문채널, 지역민방 등이 구매한다. 중국 드라마의 경우 아무리 비싸도 1500불 이상을 부르지는 않는다. 문제는 한국에 중국 드라마 시장이 아주 미약하니 당연히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거래 자체가 그다지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500불 이하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우리가 중국 입장이라면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현상에 대해 어찌 불만이 없겠는가. 그렇지만, 달리 문제를 풀 방안이 많지 없다. 정책의 문제가 아닌 방송시장의 문제라 보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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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업계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 영화 드라마가 빠르게 궁지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가 아시아 금융 위기(亚洲金融风暴) 후 한국정부가 재빨리 사고의 방향을 바꿔, 최우선적으로 문화산업 발전을 제기했으며 곧바로 ‘문화입국’(文化立国) 정책을 밀고 나갔고 방송국, 제작사, 제작인도 모두 (문화산업을) 시장마케팅 수단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더욱 발전을 가속화했다(推波助澜, tuī bō zhù lán)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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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드라마 산업은 90년 이후 열린 사회가 낳은 창조적인 신성장 동력이다. 그 힘은 80년대의 치열한 갈등을 극복하고 탄생한 것이다. 대중문화의 창조성는 닫힌 틀을 벗어야 발휘된다.


90년대 중반에 일본문화 개방과 관련해 한 심포지움에 사회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느낀 일본 대중문화의 힘은 바로 60년대 일본의 좌우익 갈등을 겪은 젊은 지식인들이 기존 사회에 안주하지 않고 문화 매니아이면서 창조자가 되었다. 그 바탕 위에 애니메이션, 만화,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갔던 것이다.


'문화입국' 정책을 세우고 드라마의 산업화라는 '한류'의 배경에는 오랜 드라마 역사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화, 시민사회의 소통 마인드, 공동체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여유 등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문화는 드라마를 비롯 문화콘텐츠를 재빨리 함께 즐기고, 공유하고, 또 대중들의 호흡까지 담아내는 제작시스템을 가능하게 한 점도 있다. 제작은 시스템화되고 인력은 전문화됐으며 자본은 투자됐다.


중국이 우리 나라의 문화산업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 동력이 진정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정확한 분석을 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점을 지적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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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드라마와 그 파생상품은 수많은 중국사람들 마음 속에 이미 유행이 됐다. 영화 드라마의 영향으로 ‘장금아 힘내야 해(长今要加油啊)’라고 하는 말은 젊은이들의 입에 발린 말(口头禅, kǒu tóu chán)이 되었다. ‘곰 세마리(三只熊)’는 친구들 사이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됐으며,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화장품을 사용하고, 한국여행 붐이 일기에 이르렀다.


중국 국내 한 여론조사(民意调查mín yì diào chá)를 보면, 한국 드라마가 미치는 범위가 이미, 초창기의 청소년에서 여성, 대학생으로 확대되더니 이윽고 중년 및 노인, 남성에까지 이르렀으니, 바로 연령층이건 직업을 막론하고 모두 한국 드라마에 목숨 건 매니아(拥趸, yōng dǔn)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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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은 브랜드이고 이미지이면서 소위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이다. 물론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 게임 등이 지속적으로 '한류'를 이끌고 있다 보니 대기업은 물론이고 한국기업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다. 생활 속으로 파고 든 이런 유행같은 대중문화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콘텐츠에 밤낮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들 노력이 헛된 일이면 안될 것이다.


2004년 7월, '풀하우스' 제작발표회가 경기도 서해의 한 섬에서 열렸다. 그때 비와 '송혜교를 비롯 표민수PD, 그리고 투자자인 대만GTV 부사장 취재를 갔을 때 사진이다. 당시에는 '곰 세마리'라는 동요까지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애 키우면서 수백번은 더 들었던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이야기. 그걸 중국 방송에서 듣고, 생활 속에서도 들을 줄이야. 이것이 바로 대중문화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중국말로는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중국 네티즌들도 '곰 세마리'의 한국말 가사와 노래에 관심이 많은데, 나라고 모르면 안되니...


곰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有三只熊住在一起)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熊爸爸熊妈妈熊娃娃)
아빠곰은 뚱뚱해             (熊爸爸真强大) 
엄마곰은 날씬해             (熊妈妈身材真好呀)
애기곰은 너무 귀여워      (熊娃娃真可爱呀)     .
으쓱 으쓱 자란다            (一天一天长大拉!)       


재미있는 것은 곳곳에서 '三只熊'의 한국말을 궁금해 하고 찾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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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매대학(中国传媒大学) 박사이며 드라마 평론가 짱궈타오(张国涛)는 말하길, ‘한국의 문화적 배경은 중국에 비해 깊거나 두텁지(深厚, shēn hòu) 않고, 경제력도 일본에 비해 떨어지며, 영화 드라마 방면에서도 일찌기 홍콩 대만에 비해 낙후됐으며 헐리우드를 받아들이고 일본 트렌디 드라마(偶像剧, ǒu xiàng jù)에 오랫동안 영향을 받아 그 흔적이 깊다. 다만, 갑자기 상상조차도 못했던(咸鱼翻身, xián yú fān shēn) 기적이 오히려 그곳(한국)에 나타났으니 ‘한류’는 확실히 세계 문화방송 사상 일대 소설을 쓰는 것과도 같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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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베이꽝(北广)으로 알려진 중국전매대학(中国传媒大学) 본관이다. 이 대학은 중국의 언론과 방송 전문 대학으로 이곳 출신의 짱궈타오(张国涛)는 나름대로 유명한 드라마 평론가로 씬찡빠오(新京报)나 찡화스빠오(京华时报) 등에 드라마 평을 자주 쓴다.


더구나, 그는 한국 드라마와  중국 드라마를 비교 분석하기도 했다는데, 중국 드라마 평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의 글들을 읽으면 황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이 글에서 '한국의 문화적 배경'에 대해 아주 편협한 사고를 하고 있다. 문화란 무엇인가. 상대적 다원주의로 '비교문화'를 하는 것이지, 우월을 따지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와 민족의 자기 문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우월 여부를 말하는 것은 인문학의 기초를 모르거나, 의도된 것이다.


'더 깊다', '덜 두텁다', '더 우월하다', '많이 떨어진다'와 같은 인식은 짱궈타오의 글 수준을 비판할 때 타당한 개념이지 한 나라의 문화 배경 자체를 평가하는 개념은 아닌 것이다.


그는 또 '대장금'을 수준이 떨어지는 '복수'라는 이야기구조로 관중을 사로잡았다고 하면서 드라마 중에 나오는 '귀중한 밀가루구나!'(珍贵的面粉呀!, 정확하게 대장금 드라마 중 대사는 잘 모름)라는 대사를 꼬집어 '한국이 빈곤한 역사'(韩国贫苦的历史) 운운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상상할 수 없던 기적'이라.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2006년 3월 <热带风暴>라는 최신 드라마 시사회에서 한국 드라마와 중국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를 설명했다. '중국 드라마는 보다 사회와 시대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 드라마는 생활에 관심을 가진다(中国电视剧更关注社会关注时代, 韩剧关注生活)'고 하면서 <热带风暴>야말로 중국 드라마가 추구하는 시대정신을 잘 드러냈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 드라마는 2006년 3월부터 CCTV를 통해 방영됐다. 1980년대 중반 중국 남방 해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당 중앙과 무장경찰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CCTV드라마제작센터(中国电视剧制作中心)와 무장경찰부대정치부TV선전예술센터(武警部队政治部电视宣传艺术中心)가 공동제작한 것이다.


이 드라마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짱궈타오가 이 드라마를 '거울이며 창문'이라 하며 감동을 받았다 하는데, '대장금'이 채 방영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비하 발언을 한 것이 못내 못마땅해서이다.


그가 정말 '대중문화'를 즐기는 기본인 열린 마음으로 '대장금'을 다시 보기를 권유한다. (가능할 지 모르겠다) 그가 평론을 쓰면서 그저 '대장금'의 주제가 '복수'(复仇)라고만 한다면, 왜 1억명 이상의 중국사람들이 시청했고 열광하는 지를 이해하는 '진지한' 평론가가 되기는 참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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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적지 않은 한국 드라마 팬들이 텔레비전 앞에 꼼짝도 않고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한 편 보고 또 다음 편 보느라 밤을 지새며(通宵, tōngxiāo) 견디는 것은 자신과 공감되고 즐거운(痛并快乐著) 한국 드라마의 결론을 꼭 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 드라마에는 폭력이나 살인이 없고, 약탈이나 강도도 없으며,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자극적인 줄거리는 찾아볼 수 없어 시청하는데 정말 좋다고 대체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한국 드라마의 주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역사드라마, 홈드라마, 트렌디드라마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대부분의 드라마 마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을 잘 표현하며 혈육의 정, 우정, 사랑이 자주 등장하며, 신뢰(信, xìn), 예의(礼, lǐ), 정의(义, yì) 청렴(廉, lián), 부끄러움(恥, chǐ)과 같은 관점이 강렬하게 스며(渗透, shèn tòu)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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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우리나라가 유구하게 이어온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전통을 현대에 되살려 산업화한 것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뛰어난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해 '대한민국'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 가치가 스며 있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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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요극의 직설적인 표현이나 홍콩 드라마의 사리사욕(利欲熏心, lì yù xūn xīn)과 ‘죽기살기(你死我活)’ 식, 국산 드라마의 제왕과 장군, 재상의 등장, 탐관 부패를 척결하는 소재, 그리고 미국 대작 영화의 강렬한 장면은 설사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저 신변잡기를 재잘거리는 집안 모습은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사랑과 생활을 통해 유토피아(乌托邦, wū tuō bāng)를 구축하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물욕적인 현실 사회 속에서 오래 전부터 기다렸던 감성을 최대한으로 만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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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라 한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들이 다 한국 현실 그대로이냐?'라고 자주 묻는다. 현실 생활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드라마'가 아닌가. 물론 지나친 비약이거나, 상류사회 중심의 비현실적 설정, 선남선녀 위주의 사랑놀음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 드라마에 담긴 대중문화 정서는 분명 우리 사회가 만든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에게는 유토피아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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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사람들은 중한 양국은 서로 닮은 생활방식과 행동준칙, 윤리관념을 지니고 있고 유교문화라는 것으로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 한국 드라마가 중국으로 진군해 들어올 수 있던 근본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짱궈타오 박사는 심지어 대담하게 제기하길, 한국 드라마의 바로 그 절묘함 속에는 자기 민족의 지위와 타국의 지위, 의식형태의 특징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민족문화를 존중하는 자주적인 기반 위에서 모든 동양문화를 그 배경과 소재의 원천으로 한다. 그리고, 동양문화를 강조하는 것은 민족문화의 약세를 모면하기 위한 것으로, 동양문화 전체의 힘을 빌어 서양문화와 대항하려는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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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최근 유교문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드라마가 '효'를 강조한다고 흠모하면서도, 원래 자신들의 철학사상임을 은근히 드러낸다. '효'라고 하는 보편타당한 윤리를 어떻게 중국에만 있는 공자 사상으로 대표하는가. 공자의 철학이 우리에게 전해졌다고 해서, 현대 한국사회의 '효'가 드라마 속에 녹아있다고 해서 그것이 인기를 끈 근본원인이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중국 박사생이 태극기에 '팔괘'가 있으니 과거에 속국이지 않았는가 하는 인식에 할말을 잃은 적이 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런데, 윤리관념이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고?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적응해 살기 힘든 나라가 중국이 아닐까 늘 생각한다. 참 힘들게 자리잡고, 어렵게 소통하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그들의 생활 방식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동양문화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잘 통한다고 쉽게 말할 일은 아닌 듯하다.


한국 드라마가 동남아나 일본 외에도 서남아시아, 유럽, 미국, 중남미 등에서도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중국 평론가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한국은 세계 모든 나라와 그 생활방식이나 규범, 윤리, 철학과 사상 등에서 서로 통한다'고 말이다.


짱궈타오란 사람 참 계속 지켜볼 일이다. '민족문화의 약세'는 그렇다 치더라도 '서양문화의 힘을 빌어 동양문화와 대항한다'고 했다가는 바로 오랑캐라 지탄 받을 것 같다. 우리 드라마에는 알게 모르게 서양, 특히 미국적인 생활방식에 다소 젖어 있는 게 현실인데, 오히려 그런 측면을 지적해주는 것이라면 혹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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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번역>>


사람들은 보통 드라마 속의 곡절이나 줄거리, 단아한 주인공들의 특징 외에도, 아름다운 모래사장, 온통 샛노란 낙엽이 깔린 길, 평온한 호반, 은빛 단장 흰눈이 덮힌 세상처럼 지극히 시적 정서가 넘치는 화면, 전문가가 사람들의 감명을 불러 일으키려고 줄거리와 엮은 음악, 계속 바꿔가는 배우들의 머리모양이나 의상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것들은 긴 드라마 속에서는 가볍게 처리될 수 있는데도, 한국 드라마에는 아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비록 ‘실성한 주부(疯狂的主妇)’들처럼 날밤을 새면서(开夜车, kāi yè chē)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본다 하더라도 한국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현실을 절망적인 것으로 보게 하는 것은 극히 드물고, 반대로 삶이  희망으로 충만해지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감이 흐르는 온정이야말로 바로 우리 국산 드라마에는 모자라는 점인 듯 하다.


여우위에>>


'한류' 관련 기사들을 보면 한결같은 시나리오가 있다. 한국 민족문화에 대한 곡해. 드라마의 비본질적인 부분으로 폄하하기, 중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한국 문화를 향유하는 것에 대한 경계, 그리고 '한류' 드라마의 재미있는 측면을 거론하고 그런 것은 중국 드라마에는 부족하니 노력하자. 이게 '한류'를 보는 일관된 스타일이다.


일부 '한류' 비난 스타일리스트(?)들을 '중국 대중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문화 원숭이'라 부르고 싶다. 문화이론을 흉내 내고 평론으로 쇼를 하니 말이다. 중국도 세계 속에서 자신의 대중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창조해 당당하게 우리와 경쟁하길 바라는 것이 진심이다.

2005년 9월, 중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기에 중국전매대학 석사 과정의 '언론학' 강의 부교재가 미디어 이론가인 마샬 맥누한(马歇尔 麦克卢汉)의 <미디어의 이해>(理解媒介)인 것을 보고 놀랐다. 20년 전에 읽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 전공자들의 필독서이기도 하고, 지금도 그의 이론이 유효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2005년의 중국, 그것도 석사생 전공과목의 교재라니 놀란 것이다. 그렇지, 맥루한이 <미디어의 이해>가 나온 1964년은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시작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드라마,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를 창조하고 그 속에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일은 '열린 사회'에서 '창의적 발상'과 '자기 문화에 대한 사랑', '보편타당한 가치'를 담아 '세계 속에서 경쟁'하는 치열한 작업일 것이다. 중국은 어쩌면 '세계로 가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언제 진정으로 '열린 사회'가 될 것인가.  


'한류' (韩流)는 1999년 11월, 당시 클론(酷龙)의 성공적인 중국 공연 직후 유력 일간지인 베이징칭니엔빠오(北京青年报)가 동풍(东风)에 비유하면서 처음으로 썼고, 2002년 2월 H.O.T 공연에 대한 중국 젊은이들의 환호가 이어지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말이다.


'한류'라는 이름이 중국언론에 의해 회자됐으며 게다가 다분히 비아냥과 경계심을 담고 있어 가끔 좀 그렇긴 해도, 질퍽한 중국적 시장에서 꽃 피운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로 이끌고 나간 우리들의 문화적 역량과 지혜도 담겼으니, 누가 뭐라 해도 우리의 '한류'가 아닌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