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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배우 짱위(张钰)는 지난 11월 15일, '배역과의 성거래'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기자들 앞에 섰다. 소위 '성거래 보증서'와 '오디오테잎' 및 '비디오테잎'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를 개설했다. 중국의 언론들이 다투어 보도하고 있으며, 네티즌들이 떠들썩하다. 우리나라 몇몇 언론도 보도했다.

처음 이 보도를 접한 후 지켜보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다 말았다. 가급적 중국의 밝은 면을 쓰는 게 훨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참에 우리 나라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몇가지 면에서 조금 안타까웠고, 중국연예계를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시각이 생기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답게 길지만 차분히 쓴다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여간 진상은 이렇다.



이미 예고했듯이 18일 새벽, 짱위는 블로그에 충격적인 동영상을 올렸다. '끝까지 싸우겠다'(斗争到底)고 한 말이 실전이 된 것이다. 바로 황지엔쫑(黄健中)을 포함 3명의 유명 감독들이 연루됐다. '여성은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다'(女人不再沉默!!!)는 제목의 블로그 글은 선전포고에 가깝다. 연예계 전체, 또는 남성이 타겟일까.

모든 걸 다 드러내겠다고 했다. 중국연예계 전체를 목표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성을 거래' (性交易)의 수단으로 배역을 바꾸는 것(换角色)은 은밀한 규칙(潜规则). 아홉글자가 그야말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녀는 '비장의 무기'(杀手锏) '비디오테잎 공개 제1부'(录象带公开第一部)를 통해 찐하오(金浩) 감독과 한 여배우의 은밀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다. 물론 화면처리는 했지만 적나라한 동영상은 한마디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시발탄 그 자체다.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첫번째의 재수 없는 감독'(第一个倒霉的导演)이고, 바로 그녀가 말한 '규칙' 폭로의 첫 희생자인 셈이다. 19일에는 모 제작사 간부의 동영상, 제2부도 공개됐다. 놀랍게도 짱위 자신이 등장한다. 앞으로도 계속 공개할 것이라 하니 이 짱위가 불러일으킨 '섹스스캔들'(性丑闻)에는 어떤 한이 맺혀 있는 듯하다.

그렇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짱위와 황지엔쫑 사이에는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다. .



2003년 12월 초, 짱위는 자신이 직접 녹음한 오디오테잎 하나를 공개했다.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1년 반 전인, 2002년 6월1일 황지엔쫑의 집에서 자신의 친구인 샤오시아(小霞)와 황지엔쫑의 성관계를 녹음한 것이라 한다. 샤오시아는 물론 익명이다.

황지엔쫑은 리야펑(李亚鹏) 주연의 소호강호(笑傲江湖)를 비롯한 많은 드라마를 제작한 유명 감독이다. 이미 환갑이 지난 노감독이다.


황지엔쫑과 짱위, 그리고 샤오시아는 음식점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나란히 차를 타고 황감독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짱위의 주장이다. 황지엔쫑은 저녁 약속을 잡는 전화통화에서 성거래를 암시했으며 성관계는 성거래로 배역을 주는 일종의 관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녹음을 했다고 했다.

짱위는 2000년 처음 황감독을 알았는데, 2002년 3월 경, 2000위엔 상당의 선물을 전하는 자리에서 ‘방중술’을 거론하며 성관계를 요구하는 암시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돈이나 성관계로 배역을 따는 관례를 따르기도 했다는 것인데,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맡지 못해 황감독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황감독이 샤오시아와의 '거래', 즉 배역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녹음 내용을 폭로한 것이다. 그렇지만, 기자들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녹음 중에 나오는 남녀의 목소리가 황지엔쫑의 그것인지 애매했다고 한다.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했고, 충격적이어서 언론에 보도된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발칵 뒤집혔다. 당시는 이를 ‘오디오테이프 사건’(录音带事件)이라 부른다.


황지엔쫑은 2002년 6월 당시 그들과 저녁을 먹고 맥주 2병을 마시긴 했으나,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神志迷糊)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그들이 술에 약을 탄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그리고, 배역에 관한 문제는 제작팀에서 논의되는 것이지 '거래'가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며, 비열한(卑鄙) 방법이라고 비난한다. 소송 여부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는, 오히려 그녀를 유명하게 할 뿐이라며 고려하지 않을 생각이라 했다.


하지만, 짱위의 녹음 사건은 언론의 지대한 관심 속에 '진실게임'으로 흘러간다. 해를 넘겨 2004년도에도 짱위의 공세는 끊이지 않았다. 샤오시아의 동의 하에 둘이 찍은 사진을 공개했으며 그녀가 스촨 출신의 쉬잉잉(许莹莹)이라고 밝히기에 이른다. 황지엔쫑과 통화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는 녹음도 언론에 공개한다. 그리고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한다.


한편, 황감독은 언론의 취재에 기존 원칙을 지키며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새로운 드라마 촬영을 준비하는 와중에 국면이 새롭게 전환되기 시작했다.


짱지쫑(张纪中)과 위민(于敏)을 비롯 감독들이 짱위의 품행을 문제 삼아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언론을 이용해 황지엔쫑을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짱지쫑(왼편)은 중국 드라마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인이다. CCTV 드라마 제작을 대표하는 감독 겸 제작자 중 한명이며 '삼국연의'(三国演义)나 '수호지(水浒传) 등 대작들을 두루 겪은 책임자이며 '소호강호'(笑傲江湖), '천룡팔부'(天龙八部), '사조영웅전(射雕英雄传)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는 '녹정기'(鹿鼎记)를 기획 중인 중국 무협드라마의 핵심인물이다.


일찌기 짱위를 드라마에 출연시킨 감독인 위민(오른편) 역시 짱위의 연기력과 인간성을 비난하며 모든 제작자, 감독들에게 그녀를 '봉살'(封杀)하자고 했다. 그녀가 출연할 기회를 완전히 막자는 것이다.


이에 짱위는 그들은 황지엔쫑을 대신해 나왔으며 이 사건이 '자기들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하기 때문'이라며 '위민은 3류 감독'이라며 흥분한다. 또한, 황지엔쫑이 나타나 자신과 논쟁(争论)하지 않는데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말하느냐고 대응한다. 사태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2004년 3월에 이르자,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짱지엔쫑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가겠다(奉陪到底)고 하며 정식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짱위는 짱지엔쫑의 입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하면서, 그를 처벌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변호자의 자문을 받았다며 '중국법률이 여전히 불건전하다'(我们国家的法律还不健全)는 말로 안따까움을 표시한다.


이렇게 '오디오 스캔들'은 일단락이 난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앙금이 가라앉아 있었다. 적어도 언론에서는 그랬다.


2006월 3월, 다시 '파란'(波澜)이 시작된다. 황지엔쫑, 짱지쫑, 위민 3명 감독과 쭝궈꽝뽀잉스빠오(中国广播影视报)를 명예훼손(侵犯名誉权)으로 고소하고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대해 모두 50만위엔을 배상 청구하기에 이른다.


2004년 1월, 2년 전 기사내용이 문제였다. 기사에서는 위 3명의 감독들이 짱위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 있다. '그녀는 배역을 따기 위해  모 감독 부인을 찾아가 강간(强奸) 당했다고 떠들었으며' '돈을 빌려간 후 갚지 않고' (借钱不还), '위민의 핸드폰을 훔쳐 갔다'(拐走)고 했다. '오디오스캔들'이 한창일 때다.


그러나, 법원은 2006년 5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다. 법원은 짱위가 주장하는 황지엔쫑 관련 녹음테이프를 증거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취지로, 그리고 기사내용에 대해서는 짱위에 관해 객관적으로 묘사한 것일 뿐, 모욕이나 비방은 없으므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짱위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006년 9월 베이징시 이쫑위엔(一中院, 2심법원)은 1심 판결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짱위는 왜 자신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모 제작사 간부와의 '은밀한 거래' 장면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배우로서 살아오면서 느낀 현실에 대해 한 맺힌 대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황지엔쫑으로 인해 촉발됐고 이제 연예계의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짱위가 들고 있는 자료 속에 관련 기록들이 다 들어있다고 한다. 그리고 네티즌들에게 '성거래' 배후 이야기를 모두 다 할 것이라고 한다.


언론은 그녀의 행동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도 없지 않다. 게다가 몰래 찍은(偷拍) 것이 증거로서 신빙성이 있느냐, 그리고 그걸 공개하는 것 또한 개인의 명예(名誉)와 프라이버시(隐私)를 침해한다고 우려한다. 또한 이를 방조한 인터넷 사이트들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중국이 들끌고 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짱위는 왜 '살신성인'의 공세를 하는가. 그녀가 말한 것처럼 '감독과 여배우의 성거래'가 자신을 비롯 여배우, 여성들의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문제인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거론하는 것인가. 비록 그녀 자신도 '은밀한 거래'에 어쩔 수 없이 동조한 후회와 원한을 드러내는 것일까.


그녀 개인의 오랜 숙원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됐으니 제대로 가야하지 않을까. 진상을 보면 그녀의 행동들은 다소 어설픈 면이 없지 않다. 확실한 증거로서 어필하기에는 조금 미흡한 게 사실인 듯하다. 이왕이었으면 누가 봐도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으면 이렇듯 파격적인 '논란'으로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녀는 황지엔쫑을 비롯한 감독들이 돈으로 법원을 매수했다고 하는 등 중국사회에 거침 없이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용기로 봐야 하는지 우려도 된다. 언론과 인터넷의 '여론'과 함께 싸워가는 이런 모습이 중국사회에서 아주 드문 경우로 보인다.


인터넷 여론조사들을 보면 90% 이상 압도적으로 그녀를 지지한다. 중국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소위 '콩나물'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루 속에서 자라는 콩나물 중 위로 솟아나온 것은 빼내버린다는 것이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 갑자기 그 생각이 나기도 한다. 위험수위를 넘었다.


한번 쏟아진 물은 다시 담기 어렵다. 짱위가 부순 그릇에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모름지기 싸우는 데는 그 끝이 있어야 한다. 이미 황지엔쫑과의 원한의 수위를 넘어섰으니 과연 어떻게 될까. 게다가 자신의 억울함을 위해 새로운 사람들까지 '등장' 시켰으니 일파만파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이미 그녀의 블로그는 거의 500만명이 다녀갔으며 동영상 역시 1000만 조회수를 육박한다.


과연 중국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누가 나서서 문제를 풀 것인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한편, 몇가지 예상과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연예계에 암묵적인 비리들이 개선되어 중국문화산업의 일대 전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연한 비밀을 쌓아놓는 것보다는 상처를 도려내면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드라마 영화 산업이 한층 성숙되는 전화위복이 된다면 좋을 듯 싶다. 그런 쟁점이 형성돼 건전한 토론 아젠다(의제)가 형성되길 바란다.


그녀가 폭로한 동영상들로 인해 개인의 명예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넷은 열린 공간이지만 아무 것이나 모든 게 공개될 수는 없다. 중국 인터넷에서 이러한 문제는 종종 문제가 되어 왔다. 아무리 '흑묘백묘'(고양이가 무슨 색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가 중국사회에서 다소 용인이 된다 해도 말이다. 적어도 인터넷 문화에 대해 토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의 태도에 변화를 기대한다. 대체로 흥미위주다. 이해는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 사건의 진상을 잘 살펴, 중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내는 보도가 나왔으면 한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폭로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속의 아픈 구석을 도려내는 마음이 담긴 기사들로 채워지는 성숙한 언론의 기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끝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중국 사회, 중국 연예계에 대한 선입견으로 잘못 전달되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 중국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잘못'만이 있는 게 아니다. 13억의 인구가 나름대로의 질서와 문화, 생활과 예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나라다.


또한, 연예계 전체가 모순으로 가득하다고 착각하거나 편협한 상상을 하지 말기 바란다. 짱위의 폭로는 그녀를 둘러싼 일부의 경험이 비화된 것이 아닐까. 그녀의 이 행동은 자신의 '불결한 욕심(脏欲)'을 채우려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약간 새겨볼 문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좀 과장된 측면이 있지 않을까.


짱위의 사건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남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 옷매무새를 한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