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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바로 동편에 북경시 '노동인민문화궁'이 있다. 안에는 명청시대의 '타이미아오'(太庙)가 있는 곳으로, 명나라 영락제 때인 1420년에 건립된 것이라 한다.

신중국(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들뜬 분위기 와중에 '저우은라이'(周恩来)총리의 건의로 중국인민들의 문화공간이며 쉼터로 조성했다. '마오쩌똥'(毛泽东)주석은 친필로  '北京市劳动人民文化宫' 글씨까지 쓰고 1950년 5월1일 정식으로 개방했다.

'노동인민문화궁'의 남문이다. '노동인민문화궁'에는 문이 모두 3개 있는데, 다른 서북문과 동문에 비해 좁아 차량이 진입하기 어렵다. 원래는 '타이미아오'와 남북으로, 일직선으로 통하는 정문이었을 것이나 묘를 포함해 넓게 문화공간을 만들면서 남문으로 부르는 것같다. 여기에서 '마오쩌똥'의 현판식이 열렸으며, 이곳으로 1924년 마지막황제인 '푸이'(溥仪)가 이 문으로 출궁했다고 전해지니 우여곡절이 좀 많은 문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기능으로 남아있으니 역사란 지속적으로 보호하는 가운데 존재하니 역시 '문'이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역시 황제와 황후가 되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장사가 시작된다. 이 무더운 날씨에 뭐가 좋다고 땀나게 힘든 황후가 되려는지 모르겠다. 진짜면 몰라도 말이다. 후후

남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곳이 '리여우리먼'(琉璃门)이다. 오른편에는 '구바이린'(古柏林)이라 부르는 나무 숲이 있는데 300~500년이나 된 수종들이란다. 그 나무들이 벽에 그늘을 드리웠으니 정오를 넘긴 시간이다.

'유리문'을 들어서면 또하나의 문인 '지먼'(戟门)이 있다. '지'(戟)는 옛날 무기인 창을 말한다 하니 '창문'인 셈이다. '유리'(琉璃)도 유리(玻璃)가 아니고 '창'(戟)도 창(窗)이 아니긴 하지만, 묘 앞에 '유리창'이 있다고 생각하니 우습다.

'유리문' 옆에 '스촨시앙'(时传祥)이란 사람의 동상이 서있다. 왜 이곳에 동상이 있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노동인민의 모범'이라는 칭호까지 얻고 있는 소위 '환경미화원'이다.

그는 15세때 베이징으로 피난와서는 쓰레기통을 짊어지고 고단한 생활을 하며 살았는데, 신중국 후 '평등'사상을 체득하고 환경위생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한다. 그는 '한 사람이 더러워질지언정, 모든 이들을 깨끗하게 바꿀 수 있다'(宁愿一人脏,换来万家净)는 구호를 외치며 타의 모범이 되었다 한다. 이에 그는 인민의 영웅으로 대접받았다고 전하며 1975년 사망했다.

그의 삶을 조명한 영화도 있다고 하니 노동자 농민의 사회를 표방한 '중화인민공화국'이 낳은 '모범'적 인물로 재탄생한 셈이다.

'창문'은 입장금지였다. 즉 '태묘'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남문'에서 분명 그런 공지를 못보고 놓쳤나 보다. 약간 당황했다.

그래서 부근을 둘러보고 있는데 육각형의 정자인 '징팅'(井亭) 안에 새 보금자리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클로즈업으로 새를 응시하니 새도 유심히 쳐다본다. 퇴색된 단청을 보호색으로 자리잡고 살아가니 꽤 황제의 품격을 지닌 새인가 보다.  

폭이 8미터인 강물 위에 '지먼치아오'(戟门桥)가 자리잡고 있다. 생긴 모양이 황제의 허리띠인 옥대(玉带)와 비슷하다 해 '위다이치아오'(玉带桥)라고도 부른다. 모두 3개의 다리가 있는데, 가운데는 황제만 다니는 길이다. 황제만을 위한 길은 자금성의 대부분 길이 그러하니 황제의 사당을 모신 '태묘'라고 예외일리가 없다.  

또 동상이 있다. 1990년대초 한 회사의 청도지역 공사중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자신의 귀중한 생명을 바친 '가오산씨'(郜三喜) 열사의 동상이란다.

중국 곳곳, 특히 길거리마다 다니다보면 간혹 동상을 많이 만나는데, 주로 노동영웅이 많다. 우리나라는 주로 반공투사나 전쟁영웅이 많은 것에 비하면 사회도 다르고 역사도 다른 나라임을 실감한다.

'태묘'를 중심에 두고 문화공간을 꾸미긴 했는데, 한적할 뿐아니라 보라색 운동기구여서 뜻밖이다. 저멀리 자금성이 보이는 곳에 이런 색칠은 정말 대단한(?) 발상이다. 대단히 눈엣가시가 아닌가.

도대체 뭘 하길래 '태묘'가 입장금지인지 몰랐는데, 엄청난 보수공사를 하는가 보다. 입장료 내고 들어온 이유가 '태묘'를 보러 온 것인데 좀 너무 한다 싶다. 나중에 공사 끝나면 다시 와서 전에 못봤으니 그냥 들여보내 달라고 우기면 뭐라고 할까. 당연히 웃긴다 하겠지. 그래도 한번 우겨보면 재미있을 것 같으니 '먼피아오'(门票)를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어야겠다.

'태묘'를 중심으로 주변의 작은 건물들을 회사들이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입구를 들어서니 공사현장 윗부분이 보인다. 사진 좌우에 회사들이 있고 차도 주차해 있다.

'노동인민문화궁' 서북문이다. 문밖 건너편은 북경 최대 관광지 고궁 입구와 통한다.

'노동인민문화궁'을 끼고 '베이허'(北河) 호수가 인접해있다. 호수 건너편은 고궁과 왕푸징 거리를 잇는 교통로이다. 저 길로 10위엔을 내면 삼륜자전거를 타고 멋진 폼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고궁 옆 돌담길을 유람할 수 있다.

'노동인민문화궁' 입구에서 서쪽으로부터 돌아, 서북문을 거쳐 다시 동쪽으로 걷다보면 동북쪽에 인상적인 식당인 '위쩐팡'(御珍舫)을 만나게 된다. 황실(皇家)의 주방(御膳)에서 만들던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한낮이라 문이 닫혀 있지만 저녁이면 고관대작들이 지금도 만찬을 즐기리라.

'위쩐팡'에서는 주로 이름난 차인 '푸얼차' '모리화차' '우롱차' '티에관인' '따홍파오' 등을 기본으로 갖가지 재료를 첨가해 만든 황실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입맛이 절로 난다. 나중에 기회되면 반드시 가봐야겠다.

식당이름은 '어전방'이지만 문입구에는 '옌츠팡'(燕翅舫)이라는 간판이 있다. '제비날개'라니 특이한 이름이다. 뒤돌아보니 '어전방' 뒷면에 '복'이 있다.

나중에 기회되면 황실 요리들을 연구해보기로 하고, 그중 하나만 찾아봤다. 바로 이름도 참 어려운 '리요안시앙루이시엔과피엔'(六安香蕊鲜瓜片)이다.

녹차로 유명한 안후이(安徽) 성 '육안'에서 나는 청녹차인 '과피엔'(瓜片)을 우러내고 거기에 '박과'에 속하는 여섯가지 재료를 넣어 요리한 음식이다. '육과'란 '씨과'(西瓜,수박), '난과'(南瓜,호박), '동과'(冬瓜,동과), '베이과'(北瓜,호박), '칭과'(青瓜,오이), '시앙과'(香瓜,참외)를 이른다. 다만, '난과'와 '베이과'는 같은 서로 별칭인데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그리고 '칭과' 역시 '황과'라 부르기도 하는데 같은 것으로 보인다. 부드럽고 시원한 독특한 맛이 나며 색은 새파랗고 향은 순하다 한다.

'육안'에서 나는 차에 '육과'를 넣었으니 '육육'은 '삼십육'인가. 너무 보고싶고 먹고싶어 농담이 다 나온다.

배고픔을 달래고 동문에 도착하니 한바퀴를 다 돈 셈이다. 아뢰는말씀(敬告)이 보인다. '시정부가 여행객 안전을 위해 유물을 보수하라고 해 지금 한창 공사중'이라고 하며 '태묘' 등을 잠시 개방하지 않으니 이로 인해 불편을 겪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한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옆 건물은 '칭화'(清华)대학 부속 IT훈련센터다.

막 '노동인민문화궁' 동문을 빠져나왔다.

길거리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샤오츠'(小吃)나 '지아창차이'(家常菜) 식당들이 많다. 길거리 음식이니 사서 들고다니면서도 먹고, 자전거 타면서도 먹고, 집에 가져가서 먹기도 한다.

'청두'(成都) 식당이니 사천성 음식들이 있겠다. 매운 맛의 사천음식은 한국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다. 나도 사천음식이라면 사죽을 못쓴다.

길거리에 앉아서 한 여행객이 간단히 요기를 채우고 있다. 공중전화 박스가 중국은 아직 많다.

관광지 부근이라 영어로 '중국예술'을 팔고 있다. 물론 값싼 관광상품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바로 옆에 '밍옌밍지여우'(名烟名酒) 간판은 담배와 술만 파는 가게이다. 중국은 이렇게 담배와 술을 같이 파는 가게들이 아주 일반적이다. 이곳에서 물이나 음료수도 팔기도 한다.

거리에 자전거들이 서있다.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게, 정확히는 잃어버리지 않게 자물쇠로 잠글 수 있도록 장치가 서있다. 또한 오래된 나무들도 일렬로 서있다. 사람만 빼고는 모든 게 다 서있는 듯하다.

거리에 또하나의 산뜻해 보이는 식당인 '티엔띠이지아'(天地一家)가 있다. 해산물 위주의 광동요리 전문집으로 국가지도자(领导)나 기업총수들이 많이 찾는다 한다.

하늘색 모자 쓴 모습이 유리에 비친다. 저 유리문은 자동문인데, 열릴 때 잠깐 들어가서 보니 정말 화려한 식당이다. 전통 사합원 모습에 고급 장식과 전통 조각상들을 배치해 놓았으니 말이다. 무려 250명이나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국가주석이 사는 '중난하이'(中南海) 부근 사합원들이 겉은 허름하나 집으로 들어가면 초호화판 이태리가구들로 꾸며져있다고 하는 것처럼 식당 입구야 평범한데 실내는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온세상에서 하나 뿐'이라고 하는가.

문 밖, 동서를 잇는 대로인 '창안지에'이다. 차가는 방향이 남쪽이니 오른쪽으로 가면 천안문이고 왼쪽으로 가면 중남해이다. 건너편 바로 오른쪽이 중국공안부가 있다. 지금 사진 찍은 곳에서 동서로 '창푸허'(菖蒲河) 공원 길이 있기도 하다.

천안문 동편 '노동인민문화궁'으로 들어가 한바퀴 돌아나왔다. 노동하는 인민들의 휴식처로 개방한 신중국의 '문화궁'에는 공사 중인 '태묘'를 중심으로 문화 공연과 행사가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대형문화 행사도 그럴 것이지만, '태묘'란 게 황제들의 사당이니 일반 서민들과는 그렇게 가까와 보이진 않는다. 신중국의 지도자들이 노동인민들을 황제처럼 떠받들 요량이었는지는 몰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