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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홍콩필름마트' 참관 및 미팅을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첵랍콕 공항에 도착했다.

첵랍콕 공항은 1998년에 개항했으니 비교적 신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어쩌면 주변인프라나 대중교통연계 등을 따지면 훨씬 좋아보인다.

고민끝에 이층버스를 타고 침사추이 부근의 호텔로 가기로 했다.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버스출발지를 물으니 여기까지 데려다 주었다. 5분 이상 걸었던 거 같은데, 정말 친절하다. 멀리 보이는 이층버스가 신기해 사진을 찍는 순간, 스튜디어스 둘이 끼어들었다.

이층버스의 이층 맨앞 자리에 앉으니 시야가 정말 좋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정말 산뜻해 설레이기조차 한다.

공항에서 시내 구룡반도를 들어서려면 '칭마따치아오'(青马大桥)를 지나야 한다. 교각이 없는 이 다리는 1999년 미국의 권위지가 뽑은 20세기 세계10대 건축성공사례에 꼽히기도 했다.

'칭마따치아오' 양옆 부채살 모양이 진행방향에 따라, 그리고 떨어진 거리에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스틸사진에 잡혔다. 저멀리 건물들이 보이고 그 너머는 아마 중국대륙이리라.

아름다운 다리이다. 그리고 정말 달려보고 싶은 도로이다.

시내로 들어서니 서서히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이층 맨앞에 앉았으니 바로 밑으로 차들이 붙었다. 경찰카도 사이에 자리를 찾아 서있다. 홍콩에서는 택시를 '的士'라 한다.

역시 홍콩답게 건물들이 높고 길은 좁다. 인구밀도가 높으니 교통이 혼잡할 것이고 교통흐름이 중요하니 신호체계도 많이 연구했을 것이다. 오른편이 운전석이 있는 곳이니, 아주 낯설다. 하여간 일방통행길이 많다는 느낌도 들었다.

중국본토와 달리 횡단보도 신호등을 잘 준수한다. 무사히 호텔을 찾았고 피곤한 상태라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일찍 잤다.

다음날, 홍콩필름마트를 다녀오는 택시 안이다.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잇는 해저터널을 지나고 있다. 숨막힐 듯 답답했고 교통이 많이 막혀 갑갑했다. 오른편이 앉은 택시운전사가 연신 핸드폰으로 장난하고 있다.

해저터널과 연결되는 톨게이트이다. 중국본토를 벗어나니 확실히 붉은색을 덜 보니 좋다.

필름마트를 다녀온 후 오후시간을 내어 시내 구경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중이다.

쇼핑천국 홍콩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여자들이나 천국이지 지옥이다. 그래서 금방 나왔다.

술 파는 가게가 인상적이라 카메라 앞에 섰다. 영 수염때문에 미치겠네.

그 당시 마침 홍콩가수 '롱주얼'容祖儿'이 새 앨범을 냈다. 그래서 건물 곳곳에 홍보간판이 많이 눈에 띠었다. '롱주얼'은 중화권에서 꽤 알려져 있고, 한국 가수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도 번안해 부른 가창력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홍콩이 글로벌 도시니 세계 각 브랜드들이 다 보이는데, 중국대륙 브랜드인 '북경동인당' 약국도 프랜차이즈로 당당하게 서있다.

홍콩도 오토바이가 참 많은데, 다행히 헬멧을 깍듯하게 쓰고 다녀서 안심이다. 북경에서 헬멧 쓴 사람 한번 볼 날이 조만간 오긴 하겠지.

홍콩 지하철 역 입구다. 역이름이 '조단'이어서 특이했다. 실제 발음은 다를지도 모른다.

북경 지하철에는 아시다시피 외부에 역 이름이 없다. 참 기이한 일이긴 해도 바깥에 아무리 둘러봐도 '띠티에짠'(地铁站)이라고만 써있는 무슨 역이라고는 써있지 않으니 웃기는 일이다. 나중에 이 분야에 있는 사람에게 한번 도대체 무슨 심산이었는지 물어나 봐야겠다.

구룡반도 쪽 시내도시는 대체로 좁고 높은데도 불편하지는 않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번잡스럽지도 않아서 좋다.

저녁에 유명한 선상 음식점인 '점보'에 갔다. 아주 느릿느릿 가는 배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된다. '차인표' '조재현' '송윤아' 주연의 드라마 '홍콩익스프레스'에서 등장하기도 했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 갔던 터라,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점보'는 광동요리점인데 맛도 있고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아서 좋다. 3명이 술과 함께 마셔도 500홍콩달러(약7만원) 정도니 분위기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이렇게 황제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꼴이 영 말이 아니다. 슬리퍼에 반바지에 수염이라니 저런 황제도 있단 말인가.

벽면 귀여운 동자승이 많은 그림이 눈에 띤다.

식당입구다. 용 머리가 머리 위에서 용트림이다. 홍콩에 가면 꼭 들러서 운치에 젖고 이국적 느낌도 만들어 볼 일이다.

저녁을 먹고 금방 호텔로 들어와 잤다. 피곤하기도 했고 다음날 이른 아침 마카오를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미팅이 예상과 달리 하루만에 다 끝나 시간을 벌었고 덕분에 마카오까지 덤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마카오는 다시 사진과 함께...

마카오를 다녀온 다음날, 공항까지 직행하는 공항고속전철을 탔다. 고속전철 역시 손님 편의를 최고로 배려한 안락하고도 쾌속이다. 너무 빨라 서운할 정도로 금방 공항에 도착한다.

고속전철 밖으로 아쉬운 홍콩이 지나가고 있다. 잘 짜여진 도시, 글로벌과 소박함이 공존하고, 쇼핑의 천국과 지옥이 다 있으면서도, 다시 찾고싶은 도시 홍콩! 다음에는 시간을 내어 여행으로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