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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푸허'공원, '황청'예술관, 아쉽게 못 본 '타이미아오'의 '노동인민문화궁' 등 천안문 동편을 살폈으니, 이번엔 천안문 서편이다.

'중산공원'에는 정말 볼거리가 많다. 그걸 소개하려면 몇번에 걸쳐 나누어야 할 듯 싶다. 그리고, '국가도서관'이 있고, '천주교 성당'도 하나 있다. 그리고 후통 골목에 있는 집의 '문'에 집요한 내 성격도 드러내보고 싶다.

중산공원은 원래 요나라 시대 '흥국사'(兴国寺)라는 사찰이었으나, 명나라 영락제 때 '쓰어지탄'(社稷坛)을 위해 재건했다가, 1928년 손문선생의 영구가 머물렀으니 이때부터 중산공원이라 불렀다고 한다.

중산공원(中山公园)은 천안문서역 B출구를 나와 약간 천안문 방향으로 가면 바로 남문이다. '난창지에'(南长街)를 따라 약500미터 정도 북으로 가면 서문이 있고, 고궁의 입구인 '우먼'(午门)과 연결된 '취에여우먼'(阙右门), 이렇게 세곳에서 들어갈 수 있다.

서문으로 들어가면 기암괴석을 만난다. 꽃과 조화를 이뤄 보기 좋다.

서문 왼편, 공원 북편에는 '여우촨마토우'(游船码头)가 있다. 즉 노 젖고 배타고 노는 작은 부두를 이른다. 북경에서는 '베이하이'(北海) 공원과 '차오양'(朝阳) 공원에서 배를 타봤는데, 나름대로 재미있다.

배를 타려면 표를 끊어야 하겠지. 보통 배 종류에 따라 그 값이 다른데, 1시간에 30~60위엔 정도 한다. 다만, 배를 훔쳐가는(?) 사람이 있는 지 몰라도 소위 '야진'(押金)이라는 보증금 200위엔을 맡겨야 한다.

멀리 보이는 자금성의 외곽 성곽을 배경으로, 이름하여 '위하이'(御海)라고 부르는 조그만 호수에서 배를 타보는 것도 분위기 있을 것이다. 보통 발로 젖거나 노를 젖거나 하는 배도 있는데, 팔과 발이 좀 피곤하니 조금 비싸도 '디엔동촨'(电动船)을 타는 게 좋다.

호수 옆을 따라 길게 산책로가 있고 벤치도 있으니 책을 보거나, 잡담을 하거나 하면서 쉬어도 좋을 것이다. 어른 아이 남녀노소 즐겁게 노니는 공원이니 말이다. 가끔 '리엔아이'(恋爱)하는 진귀(?)한 영화의 한 장면을 만나긴 하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공원이다.

청소부가 늘 돌아다니면 치우니 말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나무도 많으니 산소호흡에도 아주 좋다. 가끔 담배를 피우는 사람만 없다면 금상첨화일 터이다.

중국 젊은이들은 공원은 물론이고 길거리, 대중교통수단 내,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엉켜붙는다. 사랑을 나누는데 다른 사람의 얼굴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투다. 처음에는 놀랍고 황당하지만 좀 적응되면 볼만 하다. 큰 길 바로 옆 벤치이니 지나는 사람들 모두 한두번씩은 보고 지났을 것인데도 요지부동이다. 참 고민 많이 했다. 이 사진 보고 실연한 사람들 더 가슴 아프게 하지는 않을런지 말이다. 후후

꼬불꼬불 이런 길이 길게 연결되어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하다.

주변 꽃도 감상하면서 밝은 햇살도 좀 피하니 서태후의 여름별장 이화원의 기나긴 길이 연상된다. 나를 위해 꾸며놓은 길이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맛보는 산보가 아주 시원하다.

이화원에는 서태후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이 연작 그림으로 그려져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는 않다. 큰물고기와 작은물고기가 같이 떠다니는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대표로 뽑아보니, 천정의 느낌이 과히 나쁘지 않다.

옆에도 사각 안에 꽃무늬가 걷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중산공원에는 '두줸샨'(杜鹃山)이라는 조그만 산이 하나 있고 그 아래 차관 '스쉬엔쉬엔'(四宣轩) 사이에 작은 호수가 있는데 정겹다. 역시 호수는 나무와 건물을 담아내야 멋드러지게 자기 역할을 다 하는가 보다. 잔잔함만이 할 수 있으리라.

호수와 연꽃이니 나무랄데가 없다. 다만, 하늘을 가렸으니 그보다 더 멋을 부렸어야 하는데 좀 아쉽다. 사람들이 지켜봐주니 다행이다.

조그만 다리 하나가 이룬 대칭이 보기 좋다. 한 아이가 가다말고 무얼 보는지, 시선도 정겹다. 그래서 다리에 새겨진 이름을 봤는데, 도통 모르겠다. 번체를 흘려 쓴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맘대로 유추해서 '츠위치아오'(耻雨桥)라고 하기로 했다. '비가 부끄러운 다리'라니 그럴 듯 하지 않은가.

'두견새가 울고 간' 산 중턱에 정자가 하나 있다. '영휘정'(迎暉亭)이라니 '빛을 영접하는 정자'가 아닌가. 이름도 참 그럴 듯하게 짓는데 일가견들이 있다. 한자도 아름답고 색감도 좋다.

다리를 건너와 정자를 다시 보니 아담하다. 나무들에 숨어 빛을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산도 산처럼 보이지 않으니 두견새는 어디로 갔는가.

천안문 동편, 태묘 앞에서도 만났던 '구바이'(古柏)이다. 아마도 '바이'가 측백나무라 하니 그런가 보다. 서기 10세기 요나라와 관련된다 하니 아주 오래된 나무인 듯하다. 고목을 소개하는 입간판이 투명해 빛에 반사되니 웅장한 나무의 모습을 다 보여주기 싫은가 보다.

지나는 사람들, 입간판, 나무가 자연스레 하나가 된 듯하다. 입간판을 봐도, 뒤에 있는 나무를 봐도, 오랜 풍파를 이겨온 고목의 자태가 느껴진다.

"서기 10세기 북경은 일찍이 요 왕조의 제2의 수도인 남경(남쪽수도)이었다. 당시 이곳은 도성 동북쪽 교외의 흥국사의 절터였다. 여기 몇그루의 '구바이'는 요나라 사찰의 유물이다"라 한다. 제일 큰 나무는 한장구척이 넘는다 하니 계산하니 6미터가 훨씬 넘네.

글씨들만 없더라면 누군가 나를 찍은 것 같아 보일 것이다. 천년이 넘는 나무 사이에 서니 세월도 떠오르고 운치도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