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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할 변()자에 뺨 검().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이 삐엔리엔(变脸)을 보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듯하다. 나 역시, TV나 영화, 드라마 중에 본 것 말고도 베이징 등지에서 몇 번 봤다. 단골인 베이징의 라오써(老舍) 차관의 주요 메뉴이니 꽤 본 셈이다. 그리고 유명 고급식당인 따짜이먼(大宅)에서도 본 적이 있다. 아들 우혁이도 두 곳에서 두 번 봤을 텐데, 넋을 잃고 무아지경으로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스촨에서 직접 보니 그 격이 다르다. 우선 등장하는 배우들이 아주 많다. 그리고 무대의상에서부터 음악, 동작의 세련된 맛과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는, 그야말로 원조의 맛이 난다.

 

순식간에 얼굴, 즉 표정이 바뀐다. 아마도 삐엔미엔()이라 하지 않고 삐엔리엔(变脸)이라고 하듯이 그 표정이 변하는 뜻이 담긴 것이다. 표정 변화의 무기는 역시 열 가지 이상 된다는 홍(), (绿), (), (), 헤이(), 바이(), (), ()로 변하는 리엔푸(脸谱)라 할 수 있다.

 

4천여 년 전 유물로 최근에 평가 받는 청두(成都) 부근의 싼씽뚜이(三星堆)에서 발견된 청동 미엔쥐(面具)가 있기는 하지만, 북제() 시대에 이르러 중국 무대극에서 처음 등장하고 당()나라 시대에 발전했다고 한다. 삐엔리엔이 무대극에서 선보인 것은 청()나라 건륭(乾隆)제 시대인 듯하다. 당시 스촨 어느 시골 마을에서 새해 맞이 축제에서 간혹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20세기에 이르러 보다 그 기술이 세련되기 시작해 촨쥐(川剧)를 대표하는 특색을 갖췄다고 전한다. 삐엔리엔 기술의 전수에는 매우 엄격한 규정이 있어서 남자에게는 전수하되 여자에게는 전수하지 않고, 내부인에 전수하되 외부인에게 전수하지 않고, 장자에게 전수하되 서자에게 전수하지 않는다(男不,传内,传长)’고 한다. 지금이야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여자배우가 삐엔리엔을 시연하는 것을 베이징에서 본 적도 있다.

 

스촨 삐엔리엔에는 투훠(吐火)가 함께 곁들여져 있다. 입에서 뿜는 불꽃이 무대를 달군다. 여러 가지 색의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가 펼치기도 한다. 갑자기 관중들에게로 다가가서 코 앞에서 불쑥 표정을 확 바꾸니 환호를 보내게 된다.

 

바뀔 듯 말 듯 약간의 뜸을 들인다. 그것은 음악의 리듬에 맞추는 것이련만 쩌렁쩌렁 울리고 빠르게 두두두두웅 울리는 소리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확 바꾸는데, 그 과정이 절묘하다.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연기력이 있다. 이 감동의 바탕은 단순히 변했다는 사실도 흥분 그 자체이지만 농축된 절기, 고도의 훈련, 창조된 예술이라는 가치에 대한 공감까지 다 끌어내는 듯하다.

 

연속으로 얼굴이 팍 팍 팍, 띵 띵 띵 바뀌면 그저 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트맨처럼 반만 얼굴을 가린 가면, 리엔푸를 쓰고 나타난 진짜 얼굴은 인간의 얼굴이다.

 

처음 삐엔리엔을 보면서 과연 어떤 기술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게다가 이것은 비전이라 하여 아무에게나 전수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가. 분장한 도포 속에 리엔푸를 줄줄이 엮어두고 줄을 당기는 것인가. 고개를 휙 젖힐 때마다 자동으로 하나씩 리엔푸가 내려오는 것인가. 마술사라고 불릴 정도로 삐엔리엔 배우들이 취급 받는데 정말 놀라운 속도로 감췄던 리엔푸를 뒤바꾸는 것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여전히 열 번 스무 번 수백 번 봐도 알 수 없다. 엄격한 기준을 거쳐 삐엔리엔을 전수 받으러 들어가야 하나. 외국인에게도 그런 훈련생의 길이 열려 있을까. 하여간 상상할수록 재미있다.

 

그래서 삐엔리엔을 볼 때마다 그저 얼굴만 보지 않는다. 머리도, 부채나 옷과 같은 분장도 보고, 손을 비롯해 걸음걸이, 앞뒤로 도는 동작도 유심히 본다. 그러니 더욱 재미있고 신기하다.

 

어느 평론가가 삐엔리엔의 리엔푸를 평하길, ‘()와 추()의 모순이 통일(丑的矛盾)’되어 있다고 했다. 거의 캐릭터 상품처럼 인기를 끌며 팔리고 있는 삐엔리엔 리엔푸 가면을 보면

 

이번 공연도 찍어놓고 꽤 여러 번 봤다. 한번 봐도 흥미롭지만 또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변검, 삐엔리엔인가 보다.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한번 더 봐도 좋다. 두 번 이상 본 사람, 꼭 와우 한번 해주세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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