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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앙씨(江西)성 잉탄(鹰潭)시 롱후샨(龙虎山)에서 국제계곡낚시대회에 참가했다. 잉탄시정부가 중화명인낚시그룹(中华名人垂钓俱乐部)와 함께 이름도 멋드러진 롱후샨을 국제적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주최했다. 첫 대회이면서 국제대회라는 타이틀을 가져가기 위해 한국을 비롯 미국, 브라질 등 몇개 나라를 초청한 것이다. 다만, 비용문제로 중국 내에 있는 외국인을 참가시키게 된 이유로 기분 좋은 휴가(?)를 즐기게 된 것.

이유가 무엇인든지 한국대표 자격으로 참가했으니 모범을 보여줄 요량으로 장장 8시간이나 차를 타고 갔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배같은 곳이어서 지금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100여명의 참가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낚시꾼들이 1등상금 2만위엔(약2백5십만원)을 생각하고나 있지 않을까. 참가비도 1인당 500위엔이니 적지 않다. 4명이 한팀이고 피켓걸이 20명이 좀 넘으니 거의 100명 정도 참가. CCTV 스포츠채널을 비롯 기자들만 50여명이 취재경쟁을 벌리기도 했다.

전날(금요일) 전야 완후이(晚会)때 시정부 주최의 만찬이 있었지만, 공식 개막식이 되니 정말 낚시대회에 참가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평소에 낚시를 즐겨하지 않고 서해 앞바다에서 광어 몇마리 낚아본 경험과 기억 뿐이어서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공식 메인스폰서가 자동차 회사 아우디. 맑은 날씨에 애드벌룬이 하늘거리는 곳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인 30분 정도 카이무쓰(开幕式)가 있었다.

중국 최대의 포털 중 하나인 소후(搜狐)와 이 지방 맥주와 담배회사, 그리고 유명한 음료수 회사인 홍뉘여우(红牛)도 스폰서였다.

국제1팀, 한국팀의 피켓걸. 쓰촨(四川)성 출신인데 이곳 사범대학 학생이다. 처음에는 수줍게 낯을 가리더니 나중에 폐막식을 할 때는 먼저 말도 걸고 했다. 물론 고기 몇마리 잡았냐는 것였지만 말이다.

개막식 후 루씨허의 한 바위 앞에서 지에파이(揭牌) 행사가 있었다. 빨간 모포가 보이는 곳이다.

서있는 곳은 일급수 수준의 깨끗하기 그지 없는 루씨허 앞이다. 이 강은 롱후산을 가운데 두고 흐른다. 이 강을 끼고 여섯 곳의 펑찡취(风景区)와 아흔아홉 봉우리, 스물네 개의 커다란 암석, 그리고 백여덟 곳의 자연인문경관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개막식을 마치고 차량을 이용해 상류로 이동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많은 뗏목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게 보인다. 구명조끼 색깔이 얼핏 보면 노랗고 빨갛고 했다. 아마도 너무도 화창한 날씨와 뜨거운 햇살이 만든 조화인 듯하다.

한국대표는 모두 4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뗏목 하나에 두명이 타게 되는데, 서로 갈라놓지 않는가. 둘이 잡은 고기를 하나로 합치지 못하려는 뜻이란다. 대회 측에서 준비한 낚시를 받아서 낚시대와 찌, 낚시줄을 조립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중국 선수들은 주로 낚시회 회원들이 대부분 참가해서인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듯하다.

내가 탄 뗏목 뱃사공이다. 한 배에 두명의 사공이 앞뒤에서 노를 젓는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 됐다.

물살도 잔잔하고 깨끗한 강을 따라 계곡낚시라니. 아니 이런 기분 좋은 느낌 정말 이루 다 말하지 못한다.

출발신호와 함께

순서대로 떠나가고 있다. 10시경에 출발이고 오후 4시까지 도착하는 일정이니 장장 여섯시간을 이렇게 뗏목 위에서 머물러야 한다. '기분 좋은 지루함'이라고나 할까.

이렇게 뱃사공 둘과 선수 둘, 모두 네명이 일심동체가 되어서 움직여야 한다. 이 배를 타는데 40위엔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싸다. 게다가 몇명이 타더라도 똑같으니 얼마나 싼가. 한가족 4명 정도도 가능할 거 같으니 정말 이런 낙원이 어디 있단 말인가.

설명이 필요없는 장면들 그저 말없이 감상해보기 바란다.

이 지역은 화산 분출로 형성된 땅이다. 그러니 화산암인가. 잔잔한 수면에 암석은 자기를 닮은 녀석을 또하나 심었다. 해와 물의 조화일 터.

12킬로미터를 유람만 하면 대충 2~3시간이면 충분할 거 같다. 선수들은 고기가 있을만한 곳에 멈춰서 재빨리 잡아야 한다. 고기도 없는 곳에서 오래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낚시대를 드리우고 떡밥을 끼우고 고기를 잡아보는데 영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30분도 채 안돼 고장이 나고 말았다. 나중에 다 모여보니 나를 비롯해 한국선수들 4명, 그리고 다른 외국인들도 다 똑같았다. 서툴러서였을 수도 있지만, 품질이 좋지 않은 낚시대를 준비했던 것이다. 한 30분 허탈해 있다가 마음을 비웠다. 오히려 마음 편히 눈요기나 하자. 후후

강물에서 빨래를 하다니. 그래도 비누나 세제를 쓰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

여유가 생기니 좋았다. 블로그에 올릴 좋은 그림을 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찍고 또 찍었다. 대나무로 만든 긴 노다. 노를 잡은 팔에 힘줄이 선명하다.

어디서 날라온 바위인가. 버섯 모양같기도 한 이 바위는 아마도 뜨거운 화산으로부터 도망쳐 여기서 조용히 앉았나보다.

맑은 물살이라 표현하고 싶어졌다. 물도 맑지만 사뿐 요동치는 모양도 청아하다고 해도 될까 모르겠다.

강은 멈춰있다. 그리고 햇살이 만든 나무결이 마치 물을 흐르게 하려는 듯. 멈춘 것인지 아닌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 잔잔함에 그저 탄성이 절로 난다.

그러나, 탄성을 지를 순 없다. 같이 탄 중국인은 베이징에서 왔다. 차도매시장 마리엔다오(马连道)에서 차 도매업을 한단다. 앉은 자세가 벌써 경륜이 있어 보인다.

얕은 곳은 자갈이 훤히 다 보인다. 잔잔해도 사람 실은 뗏목 자국이야 어쩔 수 없다. 흐르는 강물임을 생색내듯 햇살이 하얗게 튕긴다.

사진 찍느라 제 정신이 아닌 나를 신경조차 쓰지 않고 꾸준히 앉았다. 그가 있어도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강물은 거울이다. 이 은유는 틀리지 않는 듯하다. 눈으로 보는 게 거울일 게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완전한 고요. 저멀리 강태공이 조용히 숨어있다 해도 감히 여기에 낚시대를 드리울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 사진을 보고 딱 한마디만 해도 된다. 데칼코마니.

뱃사공은 어느새 구명조끼를 벗어던졌다. 더웠기 때문이다. 규정에는 꼭 착용해야 하는 것일게다. 나중에 도착지점에 다다르니 다시 입는 걸로 봐서. 주최 측은 선수들에게 보상금 10만위엔의 보험을 들어줬다. 뭐 위험하지는 않지만 배려라고 느껴졌다. 하기야 사고라도 나면 큰일 아닌가.

흐르는 강물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6시간 동안 거의 3~4백장의 사진을 찍었으니 한꺼번에 다 올리자니 힘이 든다. 세차례 정도 나누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