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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요리는 새끼돼지를 소재로 만든다. 광둥(广东)요리 중에 유명한 카오루주(烤乳猪)라고 부른다. 11월 초순, 중국친구들을 만나러 궈마오(国贸) 건너편 졘와이(建外)SOHO에 있는 홍콩식당인 홍광러우(鸿光楼)에서 이 진귀한 요리를 맛 볼 수 있었다.

루주는 젖먹이 정도로 어린 새끼돼지를 말하는 것이고 기름을 빼기 위해 통채로 바비큐처럼 구워내는 것이니 예전에는 정말 귀한 요리였다고 한다. 서주(西周)시대에는 8가지 진귀한 요리 소재 중 하나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 요리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그 유래가 있다. 외출 후 돌아와서 보니 불 탄 집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나서 보니 그게 키우던 새끼돼지였다고 한다.

정말 고소하고 바삭바삭하다. 껍질이나 살코기나 다 맛이 독특하고 즐거운 향이 풍긴다. 이 식당에서는 달콤한 소스를 함께 찍어먹도록 하는데 나름대로 괜찮다. 하지만, 역시 고기를 단맛으로 먹는다는 것은 왠지 약간 이상해 그저 그대로 먹었는데 아직도 감칠맛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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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모두 4명이었다. 하나씩 요리를 시켰는데 한 친구가 주문한 간차오뉴허(干炒牛河)라는 이름의 요리로 일종의 볶음면인 차오몐이다. 면을 볶고 소고기, 야채와 함께 곁들여 먹는데 담백한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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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를 살짝 볶아 소스에 묻혀서 만든 요리인데 그 이름이 칭차오시란화(清炒西兰花)라고 한다. 야채 중에서도 가장 영양가가 많기로 소문난 브로콜리를 중국어로 西兰花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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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자와도 비슷하고 물만두와도 비슷한 훈둔을 넣은 탕면인 훈둔탕몐(馄饨汤面)이다. 맑은 국물에 면발도 쫄깃한 쌀국수와 비슷하고 훈둔을 하나씩 나눠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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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식 졘빙(煎饼)인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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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접시에 조금씩 덜어서 먹었는데 역시 중국요리는 여럿이서 많은 요리를 시켜 나눠먹는 맛이 제일이다. 가볍게 점심을 먹기 위해 이 식당에서 이렇게 먹으면 한 사람당 평균 3~50위엔 정도면 충분하다. 궈마오 부근이 꽤 요리들이 비싼 편이긴 하지만 한끼 이렇게 먹기에는 그다지 부담스러운 식당은 아니다. 베이징에서 홍콩이나 광둥지방의 요리를 먹는 맛도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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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문 주방 쪽으로 고기들이 걸려 있다. 창문 밖으로 베이징 최대의 번화한 비즈니스 오피스텔 타운을 비추는 듯 조명이 연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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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돼지 요리를 말로만 듣다가 이날 비록 가볍게 맛 보긴 했으나 뿌듯했다. 그다지 비싸지도 않고 (한 접시에 한 35위엔 정도했던 듯) 맛도 좋았다. 정말 육해공에서 나는 재료로 희한한 방식으로 만들어서 사람들 입맛에 오르내리는 중국요리들은 매번 재미난 이야기들이 샘 솟는다.

조금 더 8가지 진귀한 요리 또는 재료에 대해 알아보자. 이 바전(八珍)에 대한 이야기는 앞서 말한대로 주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주례 천관총재 周礼·天官冢宰>라는 책에 처음 등장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후 여러 출처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숫자로 셈해 과장과 등급을 메기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회자되곤 했다.

八珍중에 통채로 굽는 방식으로 만든 바오툰(炮豚)이 바로 이 새끼돼지구이를 말한다. 이 새끼돼지구이인 카오루주를 다른 말로 바오툰이라 하기도 한다. 주나라 시대의 8가지 진귀한 재료에 이 새끼돼지를 비롯해 소(牛), 양(羊), 고라니(麋), 사슴(鹿), 돼지(豕), 개(狗)를 비롯해 이리(狼)까지 먹었다는 기록이다.
 
거의 3천 년 전 그 당시와는 엄청난 맛의 차이가 있을 터이지만 그 요리 재료야 크게 바뀌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니 참으로 옛 선인들의 지혜로부터 여전히 우리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에 가면 애써 홍콩식당이나 광둥식당을 찾아서 한번 맛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