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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중국비즈니스포럼 송년회를 가려고 경복궁 역에서 내렸는데, 마침 [불조심 만화 포스터 입상작 전시회]가 열렸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일반부로 나누어 공모전이 있었고 이를 역사 내의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전시 중이었던 것이다.

우수상, 최우수상을 비롯 장려상까지 미술관 벽 양 옆으로 늘어선 포스터를 보노라니 학교 다닐 때 꼭 때 되면 언제나 포스터를 그려오라는 숙제에 머리를 싸메고 고민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 지는 몰라도, 하여간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 오려고 하면 반드시 이 엄청난 '불조심 포스터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포스터는 초등학생부 장려상인 '1학년 1반 9번 불조심!'에 귀여운 소화기 캐릭터 그리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였다. 포스터 안의 흔적으로 봐서 애띤 1학년 학생이 그렸음직한, 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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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역시 메시지의 강한 전달력, 그리고 그 메시지의 표현력이 승부를 가릴 듯 싶다. 그래서, 포스터를 그릴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화재가 나면 어떻게 되는가에 골몰하지 않던가. '애들아 살려줘'는 정말 무섭다. 가장 정겨운 친구를 '장난 삼아 던전 불씨!' 때문이라니, 포스터로서는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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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사고가 범죄이면서도 죄인을 잡듯이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 이를 전달하고자 수갑 속에 '불'을 담는 아이디어와 표현력이 나쁘지 않았다. 포스터 표면에 반사돼 사진을 찍는 나도 포스터를 감상하는 사람들도 왠지 '다시 한번 확인하면 ~ 잡을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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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부 최우수상이다. '학교화재'가 '교육을 정체 시킬 지도 모릅니다'는 것을 세밀한 터치로 잘 묘사한 듯하다. 메시지보다는 정교한 표현력이 오히려 더 구체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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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부 최우수상이다. '시한폭탄'과 성냥, 학교를 삼킨 불꽃, 추락하는 사람들, 책을 조화롭게, 다소 복잡하지만 잘 그려냈다. '0:02'초 남았으니 다급한 일이다. 이런 긴박한 설정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2초?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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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최우수작이다. 이렇게 많이 '불조심'을 포스터 속에 그려넣었으니 이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가 또 어디 있으랴. '불조심'을 '그리고' 있는 손까지 그렸으니 그저 단순한, 수평적 구성을 넘은 초등학생의 발상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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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공모전도 함께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만화까지 그려오라고 한 숙제는 없었다. 포스터보다 이렇게 만화를 그리라 했다면 조금은 더 재미있게 그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숙제는 뭐라고 하던지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초등학생부, 중학생부, 고등학생부, 일반부 차례로 만화 최우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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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미술관. 경복궁 역에 있다. 이런 행사가 벌써 8회라고 한다. 우연히 역을 지나다가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니 참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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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이런 흥미가 혹시 생길 듯하면 12월 9일까지 전시하니 일부러 찾아도 좋을 것이다. 물론, 경복궁 역 주변을 지날 때 생각난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역을 나오면서도 계속 '1학년 1반 9번' 학생의 귀여운 붓끝이 떠올랐다. 엉금엉금 붓칠을 하는 모습과 다 완성됐을 때의 환호성? '불조심'하면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외침? 뭐 이런저런 연상이 떠올라 추운 밤길이 약간 따스해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