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중국발품취재6] 라오산 일일투어

▲ 해안도로를 따라 라오산 가는길

오늘(4월25일)은 칭다오(青岛)에서 동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라오산(崂山)에 간다. 대체로 시내에서 꽤 떨어진 관광지라면 대체로 일일투어가 있다. 버스편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비용이 덜 든다.

물론 여행사들이 상품알선을 하기에 지루한 상품홍보를 들어야 하니 다소 귀찮기는 하다. 그런데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재미도 있다. 게다가 상품정보는 곧 생활정보이고 중국어를 배울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사귈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나쁘지 않다.

115위엔에 버스 차비와 라오산 관광지 입장료, 가이드 비용 등이 포함된다. 케이블카와 점심은 포함되지 않는다. 차량이 민박 집 앞까지 와서 데려간다. 참 대단한 서비스다.

오전 8시, 약  20명을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 다오여우(导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해변을 달리기 시작. 역시 칭다오는 해안선이 너무 아름답다. 거의 1시간 내내 동쪽으로 달리는 내내 바닷소리가 계속 따라온다. 이렇게 상쾌할 때가 있을까.

물론 중간에 양식 쩐주(珍珠)를 파는 곳에서 한 번 하차한다. 손바닥 보다 큰 진주조개 하나를 열자 그 속에 진주가 20개 정도 나온다. 이렇게 눈앞에서 실감나게 보여주고 판매에 열을 올리니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만하다.

버스가 라오산 입구에 도착하고 쒀다오(索道),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려면 50위안을 더 내야 한다. 케이블카에서 산의 절경을 바라보는 사이 10여 분만에 정상 부근에 다다른다.

옛말에 '태산의 구름이 비록 높다고 하나, 동해의 라오산만 못하다'(泰山虽云高,不如东海崂)라 했고 도교의 유명한 인물들이 이곳에서 수도를 했다고 하기도 한다. 그만큼 영험한 산이란 뜻이겠다. 그래서 진시황과 한무제도 순행 중에 이곳의 신비한 모습을 경탄했다고 한다.

▲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라오산 암석

해발 1,133m이니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도교의 흔적이 꽤 많다. 가장 번성했을 때는 72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 정상 부근에 있는 밍시아똥(明霞洞)은 1162년에 세워진 도교 암자이다. 그 주위를 백목련(玉兰)과 백일홍(紫薇) 고목이 둘러싸고 있는 아담한 곳이다. 이곳에 암석을 파서 만든 동굴이 하나 있는데 도를 닦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 먼산을 조망하고 있는 밍시아똥 마당에 있는 향

이곳 입장료는 4위엔이다. 특이한 것은 가격이 따시에(大写)로 쓰(肆)라고 표시된 것이다. 중국에는 따시에(大写)가 있다. 물론 우리도 있다. 따시에는 은행이나 영수증, 문서 등에 쓰는 숫자를 말한다. 일은 이(壹), 이는 얼(贰), 삼은 싼(叁), 사는 쓰(肆), 오는 우(伍), 육은 리여우(陆), 칠은 치(柒), 팔은 빠(捌), 구는 지여우(玖), 십은 스 (拾), 백은 바이(佰), 천은 치엔(仟), 만은 완(万), 억은 이(亿)다.

▲ 따시에로 쓰여진 밍시아뚱 티켓


밍시아똥에서 정신없이 산과 암자 구경을 하다가 급하게 일행과 떨어져 먼저 내려왔다. 아래쪽에 타이칭궁(太清宫)을 취재하려던 것이다. 시간을 보니 빠듯했다. 급하게 내려가고 있는 게 갑자기 등이 허전했다. 카메라와 캠코더를 메고 정신없이 양손으로 찍다가 그만 메고 있던 가방을 두고 온 것이다.

이런 낭패가. 설사 산에서 잃어버릴 리는 없지만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다오여우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그녀가 찾아서 가지고 내려가니 걱정 말라고 한다. 여권이랑 돈이 들어있는데 걱정이 안 되다니. 하여간 발품취재 초반부터 우여곡절이다. 아니 아직 적응이 덜 된 것이다.

▲ 가마를 타고 오르는 등산객

결국 타이칭궁을 포기하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내려가서 다오여우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20분 지나니 웃으며 "무지 무거워 내려오면서 힘들었어요. 뭐 들었어요?" 한다. "책이랑 삼각대, 너무 고마워" 했더니 점심 사라고 한다. 그러지 뭐.

점심시간이다. 다오여우가 일러준 식당으로 갔다. 혼자 여행에 참가했으니 사실 점심을 먹을 때가 약간 난감하다. 다오여우랑 먹어도 좋은데 마침 한 쌍의 젊은 친구들이 둘이 나란히 앉아 있다.

'껀워 이치 츠판 하오 마?(跟我一起吃饭好吗?)' 같이 밥 먹어도 돼? 했더니 좋다고 한다. 버스 타고 오면서 줄곧 유심히 본 팀이다. 착하고 성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둘이 연인 사이인 듯 아주 다정하게 붙어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같이 점심을 먹었다.

고향이 산시(陕西) 성 씨안(西安)이란다. 이름은 조철(赵哲)이라 한다. 이곳 터찬(特产) 음식이라는 황허위(黄河鱼) 요리와 량차이(凉菜) 2가지와 맥주 2병을 시키고 남자친구가 돌아왔다. 물고기를 직접 보고 고른 것이다. 그 사이 여자친구랑 몇 마디 나눴는데 아주 성격이 발랄하고 귀여우며 특히 한국 드라마를 아주 좋아한다. 기분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이다.

▲ 화엄사, 나무와 글씨 그리고 암석이 잘 조화를 이룬 모습


중국을 돌며 여행 중인데 7월에 씨안 갈 예정이니 그 때 보자 했더니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점심 값을 냈다. 그 친구 여긴 중국이니까 자기가 내야 한다고 막무가내인데 나도 만만하지 않거든. 7월에 씨안에서 사면되잖아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하하 내가 이겼다. 우리는 그렇게 친해졌다. 다오여우가 오더니 '벌써 먹고 있어? 그럼 저녁 사야지요'라고 한다. 고민되네.

일행은 점심을 먹고 버스로 다시 해안을 따라 20분 더 동쪽으로 이동하니 화옌쓰(华严寺)다. 명나라 때인 1644년에 세워진 불교 사원이다. 자료에 의하면 지모런(即墨人)이 헌납해 세웠다 하는데 지모런이 도대체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춘추전국 시대에 유럽 어딘가에서 온 민족인 듯한데 찾기가 아주 힘들다. 중국친구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화옌쓰는 라오산 고대건축의 최고봉이라 일컫는데 정말 화려한 사원건축의 백미를 보는 듯했다. 사원에 오르는 길은 평탄하다. 온통 바위마다 서예가 조각돼 있는데 여느 곳과 달리 꽤 아름다운 형상을 하고 있어 보기에 즐겁다. 씨안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했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여자 친구가 정말 귀엽다. 권상우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

▲ 화엄사 앞에서 씨안 친구들

▲ 화엄사 오르는 길에 쓰여진 글

▲ 5.4광장 음악관 하이타이(海台)에 있는 베토벤(贝多芬) 동상
▲ 하이빠오


화옌쓰를 내려와 버스는 칭다오 시로 되돌아간다. 다시 중간에 찻집과 해산물 상품시장을 더 거치고 난 후에야 시내로 들어섰다. 찻집에서는 이 동네 특산 중에 주차(竹茶)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구수한 숭늉냄새가 나는 게 아주 맛있다. 해산물 시장에서는 하이마(海马)와 까오위피엔(烤鱼片)을 한 봉지씩 샀다. 하이빠오는 해마와 해달, 바다제비를 묶어 '바다의 보배'라 하니 신기해서 샀고 생선포는 나중에 맥주 안주로 먹으려고 샀다.

버스가 시내로 들어서고 5·4광장 앞에 이르자 내려달라고 했다. 씨안 친구들이랑 인사를 하려는데 둘 다 곯아떨어졌다. 광장을 지나 늦은 오후의 바닷가를 거닐며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룽청에서 김태송씨가 알려준 신문사 산뚱지사장을 만날까 생각했는데 피곤이 몰려온다. 내일 지난(济南)으로 일찍 떠나려면 아무래도 벅차다.

도교와 불교가 한군데 어우러진 라오산, 즐거운 하루였다.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산과 바다가 또 하나인 곳. 일일투어 치고는 참 유익했다. 다오여우에게 저녁 약속을 어겨서 좀 미안하네.


후기

조철씨와 약속한 것처럼 7월 10일에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물론 미리 연락하기로 했다. 그런데 7월 초 실크로드 상에 있을 때 몇번 전화했는데 연락이 잘 안됐다. 게다가 우루무치에서 캠코더가 고장 나는 바람에 서안에 7월 6일에 갔는데, 마침 그는 무한에 출장 중이었다. 나랑 약속 지키려고 일정을 당겨 출장을 간 것이다. 결국 못 만났다. 여자친구는 하얼빈에서 메시지가 와서 꼭 다시 오라고 하고.

그래서, 8월 31일에 다시 서안으로 갔다. 병마용을 꼭 찍어야 했고 또한 조철씨를 만나고 싶었기에. 그날 저녁 조철씨는 나를 초대했고 친구들을 함께 불러 동래순 훠궈 식당에서 멋진 재회를 했다. 모두들 한국 드라마 매니아들이었으니 얼마나 신나는 술자리였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라오산에서는 좀 쑥쓰러움도 타고 하던 조철씨는 서안에서는 보스 기질이 있는 멋지고 화끈하며 농담도 재밌게 하는 친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