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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송고하기 위해 다시 고쳐 쓴 기사입니다. (2011. 4.13. 22:06)


문득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대체로 포털 뉴스 면을 통해 헤드라인을 훑으며 보는 스타일이다. 아마 많은 뉴스 마니아들의 공통점이기도 할 것이다. <다음>과 <네이버> 등은 뉴스생산 언론을 통해 송고 받은 뉴스를 배치하는 미디어로서 책임이 있다. 물론 뉴스를 잘못 생산하는 언론에게 1차적인 문제가 있다.


<"나, 죽지 않았어" 유승준, 中 영화 10일 만에 6천만 '대박' (스포츠서울)> 제목의 기사이다. "중국 소후닷컴 등 주요 외신들은 유승준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경한2'가 지난 1일 개봉된 뒤 10일 만에 6천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하는 기사이다. 아무리 해도 너무 한다.


기사가 하나뿐이었다면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다. 중국 관련 기사의 오보에 흥분하면 오래 살 기 힘들다는 것이 나름 중국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런데, 줄줄이 '유승준'기사가 뜨고 있다. 포털은 해외연예 TOP 기사로 재빨리 배치했다.


<유승준 주연 中영화 '경한2' 개봉 10일째 6천만 관객 50억 수입 '잭팟' (뉴스엔)>
<유승준,中서 배우로 입지..'경한2' 흥행(스타뉴스)>
<유승준,中영화 '경한2'로 흥행배우, 6000만명 동원(이데일리)>
<유승준 중국서 영화배우 '우뚝', '경한2' 개봉10일 만에 50억원 대박(TV리포트)>
<유승준,악역 맡은 中 영화 10일 만에 6천만 관객 달성(매일경제)>
<유승준, 中 영화 '경한2' 대박행진 '6천만 관객동원'(티브이데일리)>
<유승준, 중국 영화배우로 뿌리내렸다(뉴시스)> 
<유승준 주연 영화 '경한2' 개봉 10일째 6천만 관객 50억 수입 올려(아주경제)>


이 뉴스들 제목만 봐도 유승준은 '대박'이다. 그런데 이 제목은 기본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다. 아이큐가 6천만 정도여서 상상 초월이면 모르겠다. 아니면 의도적? '유승준마케팅'?


다음 해외연예 캡처


'6천만 관객 50억 수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관객이 공짜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6천만'이나 봤다면 50억 수입'에 그치지 않는다. 단위가 한국 돈 '원'인지 중국 돈 '위엔'인지도 표기하지 않고 애매한데 한국 '원'이다. 한국 매체들은 모두 헷갈렸다.


6천만X관람료 50=30억X환율1.68=50억? 중국 인터넷 기사를 참고해, 이렇게 머리 속에서 상상했던 것이다. 환율도 1/100로 줄여서 대충. '3천만위엔'의 수입을 올렸다는 보도는 대체로 맞다. 그러니까 '50억 수입'이 맞는 것이다. 그런데, 기껏 '50억' 수입이 '책팟'이라는 제목까지 갖다 붙일 사안은 아니다.


오류대로 계산하면 6천만 관객X관람료 50위엔=30억위엔X환율168=5,000억원을 번 셈이다. 이러면 정말 '잭팟'이다. 중국 최대 흥행 영화 '아바타'가 3천만 관객을 돌파했을 정도인데 그 2배의 흥행을 단 10일만에 올렸다면 기적 같은 '잭팟'이 맞다. 한국 매체들은 유승준에게 '잭팟'을 선물한 것이다.


사실, 이 헷갈린, 무책임한 오보는 중국 영화산업의 특성을 몰라서 벌어진 해프닝인 듯하다. 기자는 영화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늘 언급하는 것이 바로 중국영화산업의 계산법이 우리와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관객수를 기준으로 하지만 중국은 퍄오팡(票房), 즉 관객입장수입, 돈(RMB)을 기준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6천만'은 관객수가 아니라 관객입장수입이다. 정확하게 '6천만위엔(RMB)'인 것이다. 우리 돈으로 100억원 좀 넘는다.


중국 방식대로 계산하면 대충 '1백만 관객' 정도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면 무난할 것이다. 이걸 60배나 뻥튀기한 것이 됐다. 중국 13억 인구에 대한 선입견도 버려야 한다. 앞으로 스크린이 더 많아지고 영화 관객이 늘어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나마, <유승준 中서는 잘나가네, 새 영화 대박(마이데일리)> 기사 등은 '6천만'이라는 관객이야기를 뺐다. 맨 처음 '유승준' 기사를 내보낸 경향신문 등도 '6천만'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시간 순으로 보면 '원흉'은 '스포츠서울'인 듯하다. 그 이후 줄줄이 낚였다. 뉴스 패턴도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중국 영화산업의 스크린 장악력이 가장 큰 중국영화집단(中影)이 '경한2'를 배급하고 있다. 그만큼 관객동원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관객동원 5위에 그쳤다. 당연히 '잭팟'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대륙에서는 <단신남녀(单身男女)>가 최고의 '잭팟'이다. <경한2>보다 더 인기 있는 영화가 많다.



매주 중국영화 흥행순위를 발표하는 <중국영화보>에 따르면 지난 주(4월4일~10일) <경한2>는 약 40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한2>가 개봉 주말 '1천만'을 돌파했다면 '중박' 정도로 볼 수 있다. <단신남녀>가 주간 1위이고 <경한2>는 중잉(中影, 중국영화집단)이 배급하고 있음에도 5위를 달리고 있다. 누계도 2,120만이다. 이후 3천만(5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발표됐다.


유승준보다는 포청천에도 등장했던 대만배우 자오언쥔(焦恩俊)과 류화(刘烨), 그리고 미스인터내셔널 장즈린(张梓琳)의 인기에 덕을 봤다는 평가가 더 많다. 보도에서처럼 '악역으로 어울린다'거나 '엄청나게 노력해 몸을 가꿨다' 하는 것은 그냥 '하는 소리'이자 영화마케팅에 가깝다. 중국 영화산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청룽(成龙) 사단에 합류했다는 과분한 프리미엄이다.


그러니, 중국에서 '나 죽지 않았다'라고 소리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각 매체는 해당 기사의 내용을, 적어도 '6천만'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각 포털도 사실 확인 후 적절한 조치가 있길 바란다.


기사를 쓰다 보면 오보가 날 수도 있다. 오타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소위 매체의 온라인 부문에서 '중국' 관련 기사의 오류 정도가 갈수록 심각하다. 예전에 중국 상하이의 한 게임전람회 도우미들 사진을 게재한 후 '부패 타락한 게임방'이라고 한 오보가 있었는데, 한국의 언론매체가 그 오보 기사를 사진까지 긁어다 보도한 적이 있었다. 정말 코미디에 가깝다. 물론 '중국' 기사만은 아니겠지만 언론매체의 온라인 뉴스생산 시스템이 과도한 인기경쟁에 휘둘려, 막 가는 기사를 그만 번역하기 바란다.


간만에 유승준이 한국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떴는데 미안하기도 하다. 정말 가수로나 배우로나 중국에서 성공한다면 좋겠다. 군대 문제는 과거지만 그의 선택이 중국에서는 미래이니 부디 분발하기 바란다. 가짜 '6천만'이 아닌 진정한 6천만 관객 앞에 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