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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26회 구이저우 1 예쁜 먀오족 아가씨와 결혼하다


 


이저우 성은 동쪽으로 후난 성, 서남쪽으로 윈난 성, 서북쪽으로 쓰촨 성, 남쪽으로 광시 좡족자치구, 북쪽으로 충칭 시와 접해 있다. 중국 전체 면적의 2%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성이며 소수민족자치구는 아니지만 전체 인구의 약 40% 가까이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운집해 있다.


먀오족(苗族)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둥족(侗族) 및 부이족(布依族)과 함께 자치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 밖에도 이족(彝族), 투자족(土家族), 수이족(水族), 거라오족() 등이 자치현을 이루고 살고 있다.


특히 먀오족이 광범위하게 살고 있는 곳으로 독특한 자신만의 문화와 종교, 언어를 지닌 민족이다. 중국 학계의 자료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거슬러올라가 삼국시대 촉 나라의 남만 정벌 당시 남만은 바로 먀오족을 이른다고 한다. 또한, 원래 중원에서 살던 북방민족이 창장 이남으로 이주해 정착한 민족이다.


먀오족 촌락의 독특한 문화와 멋진 폭포들 그리고 수도 구이양의 아름다운 누각으로 함께 가보자.


1)  안순 安順 먀오족 촌락에서 예쁜 아가씨와 결혼하다


연일 비가 내려 일정을 바꿔 구이양으로 갔다. 청두에서 고속버스를 탔더니 무려 15시간이나 걸렸다. 겨우 9백 킬로미터 정도 거리이고 특별히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여러 도시를 거쳐 가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먀오족이 사는 촌락을 꼭 가보고 싶었다. 중국여행사의 일일투어에 참가했다. 이런 단체여행이 재미없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해 혼자 움직이기 어려울 경우 아주 유용하다. 게다가 중국사람들과 대화도 하면서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슬비가 살짝 내리는 날이다. 먀오족촌락인 먀오자이(苗寨) 입구로 들어서니 다소 인위적으로 꾸민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열정적으로 반갑게 맞아주니 기분이 들뜬다.


사람들이 양쪽으로 큰 뿔이 달린 동물을 만지며 지나가고 있다. 먀오족은 우리나라 축구국가대표 응원단 붉은 악마의 상징인 치우천황을 조상으로 추앙하며 살아왔다.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치우천황의 모습과 똑같다.


먀오족 결혼 풍습을 시연한다면서 방문객 중에서 남자들만 모두 한 곳으로 모은다. 빠짐 없이 다 모으더니 먀오족 아가씨들이 나타나 한 사람씩 곁에 앉는다. 그리고 대나무 술잔에 술을 따라 교배주(交杯酒)를 나눠 마시게 한다.


이렇게 먀오족 아가씨와 결혼했다. 모두들 웃으며 기분 좋게 신혼 방이라는 작은 움막으로 들어간다. ~ 그런데, 사례금을 달라고 한다. 물론 안 줘도 되긴 하겠지만 서로 눈치를 보게 된다. 중국 사람 한 명이 주머니에서 조심스레 지폐를 꺼내니 나 몰라라 하기 참 어색하다. 모두들 덩달아 20위엔씩 건넸다.


먀오족은 130여 종에 이른다는 다양한 스타일의 은() 장식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은으로 치장한 먀오족 여성들의 모습은 소수민족 중에서도 가장 예쁘다고 알려져 있다. 먀오족 아가씨가 생머리를 참빗으로 빗는 풍습을 보여주고 있다.


해드뱅잉 같은 민속춤(왼쪽 위), 불 먹는 묘기(왼쪽 아래), 먀오족 어린이(오른쪽)


수풀에 쌓인 좁은 길을 따라 가니 공연장이 나온다. 아담한 공연장은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느라 어수선하다. 공연 시작 전에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생머리 길게 늘어뜨린 한 아가씨가 귀여워 친한 척하고 이름도 물었다. 캠코더 액정을 보여줬더니 자기 얼굴이 나온다며 신기해 한다. 때묻지 않은 모습이 보기 좋다.


공연이 시작됐다. 북소리에 맞춰 나무칼을 들고 나온 청년들이 몇 가지 전통 춤을 선보인다. 곧이어 아가씨들이 대나무 통을 두드리며 머리를 돌리기도 하고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생 머리를 펄럭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손을 펴고 좌우로 돌리면서 머리를 마구 돌리기도 하는데 영락 없는 헤드뱅잉이 연상된다. 목이 아플 만한데 끊임없이 머리를 흔들고 있다.


청년들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춤을 출 때는 아가씨들이 구령을 붙여주고, 아가씨들이 춤을 출 때는 청년이 구령을 한다. 그 구령이 굉장히 리드미컬하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랩을 읊는 듯하다.


거의 차력에 가까운 묘기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뜨거운 햇불을 들고 나오더니 불을 몸에 대기도 하고 입으로 넣어 먹는 시늉도 하며 심지어 불 위를 걷는다. 더 경악할 일은 뜨거운 불덩이를 혓바닥으로 핥는다는 것이다. 불덩이를 입에 쏙 넣을 때는 소름이 싸~하게 돋는다. 긴장감이 생길 만도 한데 나름대로 관객들과 재미있게 호흡하기도 한다. 약간 엽기에 가깝긴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겁게 볼 수 있다.


공연이 끝나자 먀오족 복장을 한 꼬마 아이 둘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는 아이들이 귀여운 표정으로 웃으며 사람들 속에 나타난다. 동요를 부르며 재롱을 피는데 사람들이 너도 나도 아이들 옆에서 사진을 찍느라 경쟁이다. 정말 먀오족은 아이 때부터 예쁘고 귀여운가 보다.


전통복장을 하고 머리를 곱게 딴 해맑은 먀오족 아이들을 따라 오솔길을 걸었다. 이 귀여운 아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니 아쉽다.


중국에 7~800만 명의 먀오족이 거주하고 있는데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중원의 한족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은빛 찬란한 먀오족들의 옷 매무새와 눈망울이 한 없이 오래도록 남을 듯하다.


2)  안순 安順 1 365일 돌다리를 건너다


구이양 서쪽 약 1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황궈수(黃果樹) 풍경구가 있다. 이곳에는 한적하면서도 자연의 조화로 볼거리가 많은 톈싱챠오(天星橋)가 있다. 오솔길을 걷기도 하고 좁은 시냇물을 건너며 마치 별천지에 온 듯 분위기인데 무엇보다도 1 365일을 새긴 돌다리가 이곳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하천이 꽤 불어난 듯 보인다.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모습이 상쾌하다. 물 가운데에 풀이 돋아있는 땅 위에서 소 두 마리가 두리번거리고 있다. 길거리에도 갑자기 소가 등장한다.


톈싱챠오는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23천만년 전에 형성됐다고 하는데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은 30년이 조금 더 지났다. 산과 물, 바위와 나무, 폭포와 동굴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가량 걸리는 길이다.


큰 나무와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서늘한 길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좁은 길로 접어드니 빨리 걷기는 힘들어 보인다. 먼저 동굴이 나온다. 동굴을 벗어나니 갑자기 자그만 폭포에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물이 많으니 지나가는 길이 그냥 산길이 아니고 온통 물로 잠겨 있는 길이다. 물 위로 놓여있는 바위를 딛고 지나가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바위다리마다 1 1일부터 12 31일까지 금빛으로 새겨놓은 것이다.


1 1일을 보자마자 대번에 하나씩 건너 365번의 걸음을 해야 한다니 한참 걸리겠다 싶었다. 1 365일이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지만 이렇게 돌다리 두드리듯 한 해를 생각하면 건넌다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돌다리에 적힌 날짜를 보고 가는데 잔잔한 물에 비쳐 살랑거리는 나무들이 보인다. 물론 하늘도 물에 비치긴 하지만 물이 맑기는 해도 투명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물 빛깔이 파랗지는 않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쓰레기를 던지는 경우가 많은지 한 직원이 열심히 걷어내고 있다. 돌다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빨리 가지 못하고 멈춰 서 있다. 앞에 누군가가 빨리 가지 못하는 것인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정체가 심하면 그 앞에 동굴이 나오거나 오르막이거나 그렇듯이 뭔가 있나 보다
 

1년365일 돌다리(왼쪽), 텐싱챠오를 건너는 다리(오른쪽 위), 쓰레기 청소 아주머니(오른쪽 아래)


3월 달이 지나니 다시 아담한 언덕길이 나오고 바위가 양쪽으로 놓여있는 좁은 길도 나타난다. 위로 올려다보니 바위가 그냥 바위가 아니라 엄청나게 큰 바위가 둘로 쪼개져 있는 듯 보이고 그 사이로 하늘이 환히 드러난다.


6월 달에 가니 약간 넓은 공터가 보이고 뾰족한 돌 숲이 보인다. 카르스트 지형은 이렇게 돌들이 융기한 모습이 많은데 비록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날카로운 모양은 똑같다. 대나무 배가 하나 있고 연꽃도 피어 있다. 사방이 돌로 가로막혀 있으니 자연스레 작은 호수가 형성된 것이다.


바위 하나에 새겨진 말이 참 인상적이다. ‘톈싱챠오의 물을 돌을 위해 생긴 것이고 발 아래 바로 물이니 평온한 거울을 보는 듯하며 앞이나 뒤나 옆이나 어디를 봐도 산이며 돌,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고 써 있다. 자기 자신이 그냥 자기의 몸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1 365일을 보내면서 스스로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처럼 이곳의 물에게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정말 물 속에 비친 나무가 참 아름답다. 아름다운 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그저 그대로 좋지만 이렇게 거꾸로 비친 나무도 아름답다는 것이 신기하다. 역시 거울 같은 물의 조화인 듯하다.


9 8일 앞에 섰는데 이날이 무슨 기념이 될만한 날인가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해도 특별한 날은 아니다. 조금 더 지나니 9 25일에 중국의 민족주의자이면서 문학가인 루쉰(魯迅)의 탄생일이고 1881년이라고 써 있다. 제 아들 생일인 10 24일 앞에서도 잠시 멈췄다.


이제 점점 1년이 다 지나가고 있다.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다. 한 해가 다 가는 게 서운한데 충분히 뒤에서 기다릴 수 있다.


바로 저 앞에 1년이 끝나는 곳인가 본데 한 아가씨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용감하게 지나간다. 천천히 12월을 만끽하며 지나가는데 12 25일에는 무엇이라 적혀 있을까 궁금해진다.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들 생일을 잔뜩 써놓았으니 당연히 예수그리스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뉴둔(牛頓) , 만류인력의 주인공 뉴튼이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면서 천문학자인 뉴튼의 생일이 12 25일인 것도 처음 알았지만 중국의 1 365일 돌다리에도 예수를 대신해 기념비적으로 새겨져 있는 줄도 처음 알게 됐다.


바로 그 다음날 12 26일은 마오쩌둥이 태어난 날이다. 그러고 보니 마오쩌둥 옆에 쓴 글자는 단천(誕辰) 즉 탄신이라고 써 있다. 천천히 한 해를 마감하며 12 31일까지 왔다.


무심히 지나가다가도 뭔가 기념이 될만한 날의 다리에 다다르면 한번쯤 무심코 다리를 한번 더 바라보게 되는데 마치 일년을 살아가는 모습, 인생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누군가의 발상인지 모르지만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다 건너서 조금 더 가니 창칭샤()라는 바위팻말이 보인다. 창칭이란 늘 언제나 푸른 에버그린(Evergreen)이라는 말인데 늘 푸른 협곡이라는 말. 말이 협곡이지 다소 물살이 빠르고 아래에서 샘 솟듯 물이 솟아나는 아담한 계곡이다.


비교적 넓은 호수가 하나 보인다. 이 호수 끝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나가면 출구다. 잔잔한 호수를 끼고 나뭇가지 사이로 집 하나가 보이고 하얀 담벼락이 호수에 반사돼 은은한 모습이 연출된다.


돌다리 하나에 하루씩 세어 가며 걸어왔는데 처음 생각보다 365개의 돌다리를 건너는 일이 꽤 흥미롭다.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인생의 깊이를 한번쯤 새겨 볼만한 시간이었다.


3)  안순 安順 무지개로 타오르는 대폭포의 굉음을 들으며


구이저우 구이양에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안순에 있는 황궈수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대폭포(大瀑布)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곳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좁은 길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대폭포로 가려면 걸어가도 되긴 하지만, 엄청나게 길고 높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도 된다. 돌 간판에 우리말로 써 있는 것을 보니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오는가 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데 심심하지 않게 벽에 사진들이 걸려 있다.


아래에 내려가니 우선 멀리 거대한 폭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물이 비가 되어 휘날리고 있다. 굉음도 그렇지만 빗물은 정말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양이 많고 세차다. 비옷을 입는 사이에 공연이 시작됐다.


흥겨운 동작을 보면서 잠시 쉬었다. 그런데 춤을 추는 소수민족 아가씨들의 옷 색깔이나 동작이 먀오족과는 다소 다르다. 자세히 보니 부이족 아가씨들이다. 부이족은 고대부터 광둥지방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바이위에족(百越族) 계통의 민족이다. 구이저우 남부 일대에 2백만 명이 살아가고 있다.


머리에는 금빛으로 치렁치렁한 모자를 쓰고 검은색 신발, 빨갛고 파란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아가씨 모습이 참으로 단정해 보인다. 보라색과 연한 하늘색과 흰색으로 장식한 모양도 독특하다.


멀리 출렁거리는 다리가 보인다. 그 너머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하얀 안개를 뿜어내고 있다. 멀리까지 폭포수가 날아와 온몸을 다 적시는데 폭포 옆으로 가면 온몸이 다 젓을 듯 하다. 수풀 사이로 보는 폭포는 정말 장관이라 시원하긴 한데 카메라가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라 계속 망설이고 올라가지 못했다.


조금씩 가까이 가보기로 했다. 점점 폭포가 바로 정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폭포수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 엄청난 속도와 무게로 아래로 내리꽂는 물살이 바닥에 닿고 다시 옆으로 번져가는 듯하다. 떨어졌다가 다시 퍼지는 속도도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


눈 앞 시야가 가려서 겨우 눈을 뜨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렴풋하게 무지개가 돋아난다. 무지개는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데 아마도 구름을 벗어났다 들어갔다 하는 햇살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무지개를 볼 수 있다니 정말 대폭포가 아니면 만들어내기 힘든 모습이다.


부이족 공연(왼쪽 위), 대폭포 앞 다리(오른쪽 위), 대폭포와 무지개(아래쪽)


낙차가 74미터에 이르고 떨어지는 너비는 81미터에 달하는데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듯 십 리 밖에서도 들린다고 하는 폭포다. 폭포로 올라가는데 정말 한없이 쏟아지는 물살이 온몸을 다 적신다. 겨우 비옷과 우산으로 막고, 피할래야 피하기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애써 피해가며 찍고 또 피하고 또 막고 그러다가 또 겨우 찍고 그랬다.


이 폭포가 지닌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아주 가깝게 다가가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심지어 폭포 뒤로 돌아가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렬한 물살을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폭포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 아래, , , , 후를 가리지 않고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아래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많지만 좌우에서 그리고 뒷면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폭포의 자랑이다.


아래로 떨어진 물줄기가 물안개를 일으킨다. 물안개는 맞은 편 산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워낙 물줄기가 거세니 다음 물안개가 계속 앞 물안개를 밀어내니 산을 타고 솟아오를 수밖에 없나 보다. 물안개는 산을 넘고 하늘로까지 솟구친다.


폭포 뒤 동굴인 수이롄둥(水簾洞) 안으로 들어갔다. 롄이란 말은 커튼이니 그야말로 물로 커튼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동굴 안에 서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물줄기 소리가 아주 크다. 그래서 귀가 마비된 듯 오히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멍해진다.


동굴 속에서 보는 폭포는 그저 뒤에서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두기도 한다. 그러니 정말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시선으로 떨어지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보면 볼수록 폭포 속으로 끌려들 것 같다. 저 폭포로 끌려들면 뼈도 못 추릴 것 같다.


동굴 앞에서 반갑게도 한국 여대생 몇 명이 사진을 찍고 있다.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인가 본데 중국친구랑 함께 여행을 왔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비옷을 하나씩 입고 있고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들이 귀엽기도 하고 우리 말이 들리니 정말 반갑기도 했다.


이 폭포가 떨어져 만들어내는 아래 쪽을 시뉴탄(犀牛潭)이라 하는데, ‘시뉴'코뿔소'. 코뿔소가 내뿜는 소리에 비유한 것인데 직접 그 소리를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설에 의하면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 장군이었다가 반청의 기치를 들었다가 실패로 끝난 오삼계(吳三桂) 패잔병들이 이곳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뉴탄에 보물을 던졌는데 그 물살이 너무 살벌해 그 누구도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이 폭포수는 늘 변함없이 영원히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동굴 속을 나와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자꾸 폭포를 돌아보게 된다. 출렁다리를 지나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대폭포를 벗어났는데도 마찬가지다. 이런 장관을 지닌 폭포가 있다니 정말 놀랍다는 생각과 물소리의 환청이 한동안 멎지 않았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