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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30회 광시 1 대중가요가 흘러 넘치는 중국의 3대 여행 추천 거리


 

중국 좡족(壯族)은 광시를 비롯 윈난, 광둥, 구이저우, 후난 등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광시 좡족자치구에 대부분 거주하고 있다. 2007년 말 현재 약 1,650만 명이 거주하며 성 전체인구의 약 1/3을 차지한다.

 

네이멍구, 시짱, 닝샤, 신장과 함께 5대 자치구로서 1957년 정식으로 좡족자치구가 됐다. 좡족은 중국 남방지방에서 폭넓게 살아오던 월족(越族)의 한 일파로 분류된다. 창세신화 속 인물 부뤄퉈(포락타, 布洛陀)를 숭상하며 태평천국의 난에 참여한 석달개(石達開)는 좡족 혈통이다.

 

광시 좡족자치구의 수도는 난닝(南寧)이며 카르스트 지형인 구이린(桂林)과 양숴(陽朔)는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며 남쪽 해안 베이하이(北海)에는 유명한 인탄(銀灘)해수욕장이자리잡고 있다.

 

1)  구이린 桂林 말로는 불야성이건만 좀 심심해

 

구이린 시는 량쟝쓰후공정(兩江四湖工程)이라는 관광지 조성 프로젝트가 있다. ‘계림산수(桂林山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리장()을 비롯 타오화장(桃花江) 2곳 강과 무룽후(木龍湖)를 비롯 4곳 호수를 말한다.

 

광시(廣西) 좡족자치구 구이린에 밤이 찾아왔다. 불야성이라는 별명이 붙은 무룽후를 찾았다. 조명이 반사된 호수가 반짝거리며 반갑게 맞이한다.

 

멋진 탑과 정자마다 환한 조명이 비추고 있다. 한가운데 높이가 45미터에 이르는 무룽타(木龍塔)이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수면에 비친 탑 조명이 찬란하다. 아담한 다리 위에 올라서니 호수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

 

이 무룽후 주위는 아담한 산으로 둘러 쌓여 있고 관광지를 조성하려고 호수를 인공적으로 연결해 뱃길을 만들었다. 조명이 반사된 호수 위로 배 두 척이 나란히 움직이고 있다. 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밤배놀이가 아주 분위기 있어 보인다. 아담한 누각과 정자, 돌다리마다 갖가지 휘황찬란한 빛깔로 빛나고 있으니 밤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정말 환상적인 놀이가 아닐 수 없다.

 

호수를 따라 만들어진 오솔길을 따라 가니 송나라 시대에 건축된 성벽이 있다. 밤에는 그 형체만 보일 뿐 역사적 흔적을 찾아 보기는 어렵다. 송나라 시대에는 병영이었다가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거밀집지역이었으나 관광지를 조성하기 위해 주민들을 다 이주시켰다.

 

최근 중국에서 관광지 조성을 위해 민가 철거작업이 자주 문제가 되곤 한다. 민가와 골목길을 전통거리로 잘 복원하는 방향으로 관광지를 조성하지 않으니 역사적 유물들이 자주 훼손될 지경에 놓여 있다.

 

무룽후 공원은 밤배가 호수 위를 오고 가고 있는데 배가 지날 때마다 호수 옆 누각이나 정자에서는 다양한 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부풀린다. 민속공연이나 전통악기 연주를 보고 들으며 밤배놀이를 한다니 정말 낭만적이다.

 

온 사방이 칠흑 같은 밤이고 호수 속에 자리를 잡은 정자에 조명이 켜지고 배우들이 나오더니 노랫가락이 들리기 시작한다. 남녀 배우가 나와 노래 반주에 맞춰 가볍게 춤사위를 보여준다. 사람들을 실은 배는 천천히 이동하면서 그 노랫가락과 춤사위를 보고 있다.

 

빨간 옷을 입고 머리에 비녀를 꽂은 여배우가 나오고 뒤쪽으로 연두색 옷차림의 배우들 대여섯 명이 춤을 춘다. 밤배가 정자 앞을 지나는 시간에 맞춰 이렇듯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구이린 시의 우룽타(왼쪽), 우룽후의 야경(오른쪽 위), 우룽후의 성벽(오른쪽 아래)


반대편에 누각에서도 피파(琵琶)를 켜고 양친(揚琴)을 두드리며, 구정(古箏)을 타면서 민속악기 연주를 하고 있다. 역시 밤배가 다가오더니 천천히 그 앞으로 지나간다. 배에 탄 사람들이 열심히 이 아름다운 연주공연을 찍고 있다.

 

배가 나타나면 연주가 시작되고 배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연주가 딱 끝난다. 아주 숙달된 타이밍.

 

구이린 시 무룽후의 불야성은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진 밤배놀이가 제격이라 할 수 있다. 그 옛날 선비들이 배를 타고 선녀들의 춤을 구경하면 술잔을 기울였음직한 장면이다. 불야성이라는 이름과 달리 조용하고 한적한 호수이지만 낭만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2)  구이린 桂林 카르스트가 만든 황홀한 유람 때문에 얼굴 다 탄다

 

구이린 관광의 꽃이라는 리장 유람을 떠났다. 리장을 따라 300리 뱃길로 약 4시간 동안 배를 타고 양숴까지 가는 코스다. 리장은 장장 437킬로미터의 긴 강이지만 구이린에서 양숴까지 약 80킬로미터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선착장에 도착해 배 표를 한 장씩 받아 들고 자기가 탈 배를 찾아야 한다. 배들이 굉장히 많아서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겨우 배표와 일치하는 배를 찾았다. 배에 올라타니 1층 객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배 표에 적힌 자리에 앉아서 보니 100명 이상 정원인지 좌석이 아주 많다.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 지나서야 뱃고동이 울린다. 창문 밖으로 얼핏 보니 이런 유람선이 4~50대는 되는 듯하다.

 

서서히 배가 강을 따라 간다. 동그랗게 생긴 봉우리가 하나 둘 나타난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뤄진 산과 계곡을 끼고 있는 강이니 전형적인 수묵화(水墨畫)의 모습 그대로이다. 배 뒤쪽으로 오성홍기가 바람에 휘날리며 그 뒤로 줄줄이 따라오는 유람선의 행렬이 끝이 없다.

 

중국 지폐 뒷면은 유명한 관광지가 그려져 있는데 구이린 유람선을 타고 가는 도중에 강물에 대칭으로 비친 봉우리 모습이 인민폐 20위엔 뒷면에 있다. ‘계림산수갑천하는 천하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 계림의 산수라는 의미일 것이다.

 

구이린에서 양숴까지 리장 유람 뱃길과 카르스트가 만든 산봉우리

 

배를 타고 가면 산봉우리를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수영하는 사람들, 물건 파는 사람들, 대나무 배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강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노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배가 지나다니는데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염려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잘 놀고 있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사람들도 많다.

 

날씨가 더워 갑판을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유람선 비용에 점심도 포함된다. 밥과 기본반찬만 나오는데 별도로 요리를 주문할 수도 있다. 점심 먹고 난 후에는 사람들이 노래방 기계 앞에서 노래도 부른다.

 

도저히 도착할 것 같지 않던 유람선이 포구에 배를 댄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오전 내내 배 위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가며 멋진 카르스트 산봉우리를 많이 봤다. 따가운 햇살 때문에 얼굴이 까맣게 탔지만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강물 유람이었다.

 

3)  양숴 陽朔 산 꼭대기에 뜬 달이 자꾸 바뀐다

 

구이린에서 유람선을 따고 도착하자마자 양숴의 이름 난 관광지들을 구경했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달린다. 여전히 멀리 카르스트 지형의 봉긋한 봉우리가 많이 보인다.

 

이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사원으로 서기 713년 당나라 시대 만들어진 졘산쓰(鑒山寺)가 있고 사원 맞은 편에는 수령이 1,500년이나 되며 높이가 17미터, 너비가 7미터에 이르는 웅장한 용나무가 서 있는 다룽슈(大榕樹) 공원이 있다. 이 나무는바위를 뚫을 정도로 오래된 나무라 하여천암고용(穿岩古榕)’이라 부른다.

 

이 나무 뒤편에 있는 호수에는 바위 산이 하나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뻥 뚫린 공간이 있다. 이 나무가 바위를 뚫어서 만들었다고 하는 천암(穿岩)입니다. ‘(穿)’관통하다’, ‘뚫다는 뜻이니 이 오래된 나무가 물을 건너 산 능선의 바위까지 뚫었다는 발상이 아주 재미있다.

아마도 서사시의 주인공이자 좡족인 류싼제(劉三姐)가 사랑을 나누던 곳이어서 그런 듯하다. 좡족의 민간설화에 등장하는 류싼제, 어릴 때부터 아주 노래를 아름답게 잘 불렀다는 류싼제가 서 있었을 법한 두이거타이(對歌台)가 있다.

졘산쓰(위쪽 왼), 다룽슈 공원 입구(위쪽 오른), 쥐룽탄 동굴(아래)

 

다시 버스를 타고 위에량산(月亮山)을 찾았다. 갑자기 운전기사가 마이크를 잡더니 위에량산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오른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왼손으로는 마이크를 잡고 능숙한 솜씨다. 운전도 그렇지만 청산유수로 풀어대는 이야기가 구수하다.

 

명월기봉(明月奇峰)’이라는 불리는 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달이 지고 뜨는 모습이 드러나는 독특한 산이다. 해발이 불과 380미터인 산 정상에 구멍이 뚫린 위에궁(月宮)이 바로 신비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보름달(圓月), 반달(半月), 초승달(眉月)이 차례로 드러난다. 버스가 움직일 때마다 정말 달이 점점 변한다. 운전기사가 달의 이름을 소리칠 때마다 달이 출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버스가 정차한 곳은 종유석 동굴 속 쥐룽탄(聚龍潭)이다. 동굴 입구를 마치 용궁처럼 꾸며 놓았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기기묘묘한 암석이 마치 신의 솜씨로 깎아놓은 듯하다. 조명과 어울린 종유석들이 각양각색의 불빛으로 살아있다.

 

동굴 속 지명들이 재미있다. '노인이 보물을 지키는 형상'(老人守寶)’도 있고, '신선 복숭아의 잔치(蟠桃盛會)’도 있다. '귀비의 신선한 욕탕(貴妃新浴)’, '기이한 돌 숲(石林奇觀)’, '용궁의 옥 기둥(龍宮玉柱)’, ‘바다의 명월(海上明月)’ 등 신비한 이름이 붙은 곳마다 동굴 속 장관이 이어진다.

 

용녀가 영접한다(龍女迎賓)’는 곳도 있고 출구에는용 떼가 환송한다(群龍送客)’고도 하니 친절한 작명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띠게 한다. 이런 절경이 40여 곳이나 된다고 하니 정말 용들이 사는 곳이라는 이름을 그냥 얻은 것은 아닌 듯하다. 숨을 죽여가며 좁은 동굴 길을 걷다 보니 더위가 한풀 꺾인 듯 시원하다.

 

기암괴석 동굴을 따라 30여 분 걸었는데 갑자기 환한 빛이 보인다. 다시 더위 속으로 나가는구나 했는데 아니다. 용들이 모여 사는 연못이라는 이름이 왜 붙었나 했더니만 이 쥐룽탄 속에는 배를 타고 지나갈 정도로 비교적 넓은 하천이 흐른다.

 

쥐룽탄은 흑암(黑岩)과 수암(水岩) 두 곳 종유동굴이 서로 연결돼 조성된 것이다. 그래서, 배를 중간에 갈아타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서서히 배가 햇살을 받으며 나가고 있다. 총천연색 조명으로 빛나던 동굴에서 갑자기 햇살이 비치니 마치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한다.

 

배가 동굴 밖으로 나와 멈추고 사람들은 모두 내렸다. 배들은 다시 길을 돌려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인해 구멍이 뚫린 산과 함께 멋지고 시원한 종유동굴에서 어둠을 뚫고 지나가는 배까지 탔다. 양숴에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양숴陽朔 대중가요가 흘러 넘치는 중국의 3대 여행 추천 거리

 

양숴의 시제(西街)는 세계적인 여행책자들이 중국여행지 중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거리이기에 양런제(洋人街)라 하기도 한다. 거리 분위기가 굉장히 서구적으로 꾸며져 있다. 공예품 파는 풍물거리이면서 술집거리이고 배낭여행객들의 숙소가 아주 많다.

 

시제는 보행 거리라 자동차나 자전거가 진입하지 못한다. 1킬로미터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지만 온갖 술집, 식당, 호텔, PC, 커피숍, 공예품가게가 즐비하다. 그야말로 외국인들을 위한 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등이 예쁘게 밝혀져 있는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홍등 외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3층 호텔인데 바깥에서 올려다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두말 없이 숙소로 정했다. 생각해보니 숙소 안에 머물면 멋진 홍등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기분은 좋았다. 호텔 방 테라스에는 좁은 공간이 있어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막상 밤이 되니 시끄러워서 마음에 들 지는 않았다.

 

거리를 걸어 다니며 둘러본다. 초상화를 그려 파는 가게에는 유명한 인물들의 초상화가 다소 우스꽝스럽게 그려 있다. 저 그림들을 보고서도 얼굴을 맡겨 그리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니 이렇게 성황일지 모른다.

 

커다란 차 주전자에 지역 특산을 판다고 적혀있다. 시원한 녹두 즙을 판다고 써 있는데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니 아마도 뜨거운 차를 파는 가 보다. 헝겊으로 감싼 조명이 예쁜 곳은 풍경도 팔고 그림이 새겨진 손수건이나 토속적인 그림도 판다.

 

자연에서 생성된 천년고두(千年古豆)를 파는 곳이 있다. 자세히 보니 진한 갈색 나무조각에 글자를 새겨 파는데 실제로 콩알은 아니다. 콩알처럼 작고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글자를 새겨 징표로 선물하면 좋아 보인다.


보행거리(왼쪽 위), 초상화 티셔츠(왼쪽 가운데), 시제의 레스토랑(왼쪽 아래), 숙소의 홍등(오른쪽)

 

거리는 그야말로 어수선한 술집거리의 모습이다. 통기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커커쥬바(可可酒) 술집 앞에 서니 귀에 익숙한 노래가 들린다. 가수이며 배우인 천이쉰(陳亦迅) '스녠(十年)'이란 곡이다. 발라드 풍의 노래로 몇 년 전 히트한 노래다.

 

10년 동안 사랑인지 우정인지 몰랐고 나중에서야 슬픈 눈물이 다른 사람을 위해 흘리던 것이라는 노랫말. 가사야 뭐 그렇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서정적인 정서가 풍기며 아주 잔잔하면서도 호소력이 짙은 노래다. 술집 안에서 두 사람의 아마추어 가수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 술집 앞에서 아가씨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호객하고 있다.

 

이곳 시제는 140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던 옛 거리였는데 서양식 일색으로 변한 것이 조금 아쉽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여행코스인지라 레스토랑도 많다. 프랑스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스테이크에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다. 베란다로 나가니 빨간 꽃 화분이 멀리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예쁘게 피어있다. 간밤에 새벽까지 시끄럽던 거리는 어느새 조용한 아침을 맞았다. 리어카를 끌고 아주머니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

 

시제의 오전 분위기는 전날 밤과 아주 다르다. 조용하고 깔끔한 거리이고 레스토랑마다 분위기도 아주 차분한 모습이다.

 

양숴의 시제에서 이틀을 묵었다. 세계적인 여행책자마다 중국의 3대 명소로 산시의 핑야오고성과 윈난의 리장고성 그리고 이곳 양숴 시제와 자연을 꼽는다. 그러니 이곳 시제가 배낭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저녁에 거리를 하염없이 걸으면서 사람 구경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