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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명의 차이나리포트> 31회 광시 2 장이머우 사단의 소수민족 담은 인상적인 호수 공연


 

5)   양숴 陽朔 대나무 쪽배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

 

양숴의 시제(西街)에서 일찍 아침을 먹고 서둘러 뱃놀이를 떠났다. 시제에서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선착장까지 달렸다. 시내 골목 길을 벗어나 논과 밭 사이로 마구 달려 리장()의 지류인 위룽허(遇龍河) 중간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하니 수많은 대나무 뗏목이 정박해 있다.

 

대나무 뗏목을 주파(竹筏)라고 한다.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나무 잎사귀, 주홍빛 구명조끼가 인상적이다. 주파마다 햇살을 가리는 알록달록한 파라솔이 하나씩 붙어있다.

 

구명조끼를 입고 주파에 올라 타서 한가운데 있는 의자에 앉자마자 곧 출발한다. 양숴의 주파 뱃놀이는 완만한 물살을 따라 잔잔하게 흘러간다. 10개 정도의 대나무로 엮어서 만든 쪽배는 점점 거울 같은 강물을 가르며 멀리 카르스트 지형이 만든 멋진 봉우리를 감상하도록 해준다.

 

앞장 서서 주파 2대가 나란히 떠내려가고 있다. 뱃사공은 긴 작대기를 들고 방향을 잡거나 속도를 조종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물놀이도 할 수 있다. 물총을 가지고 물을 뿌리고 있는 꼬마가 신이 났다. 겁 없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총을 쏜다. 그저 애교로 봐 줄만 하다. 물을 뿜으며 노는 아이들처럼 어른들도 뱃놀이에서는 즐거운 장난감이다. 물총을 당겨 물을 가득 담았다가 쭉 내밀면 물이 뻗어나간다. 하나씩 가지고 타는데 옆 배와 물싸움도 하고 누가 멀리 물을 뿜어내는지 내기도 하고 강변에 있는 나무를 표적으로 맞추는 게임도 하면 재미있다.

 

앞서 가는 대나무 쪽배들을 보고 있으니 맑고 푸른 강물 속으로 파라솔 색깔이 반사돼 쏙 들어와 정말 예쁘장하다. 구명조끼도 강물 속에 살짝 들어가 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강 중간에 턱 진 곳에 이르면 사람들이 모두 잠시 내려야 한다. 뱃사공이 턱 아래로 살짝 쪽배를 내려놓은 후 다시 탄다. 그대로 타고 있다가는 물 속으로 텀벙 빠질 지도 모를 일이다.

 

배를 타다가 물 속으로 들어가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쩐지 레프팅을 즐기는 모습과 같다. 물 위로 다시 올라와 배를 타면 뱃사공은 다시 노를 저어 간다.


양숴 리장에서 대나무 쪽배 타고 유람


물살이 조금 빨라지는 곳에서는 대여섯 대의 배들이 경주하듯 달린다
. 머리를 짧게 깎은 뱃사공이 자기 몸보다 두 배는 길어 보이는 노를 젓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리 깊지 않은 강바닥에 노를 걸치고 몸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길게 밀어 제친다. 다시 노를 저을 때는 긴 노를 한 바퀴 반대로 돌린다. 특별히 그래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이고 그냥 습관적으로 하는 듯하다.

 

머리에 예쁜 꽃을 꽂은 여자아이가 물장난을 치며 대나무 배 위에 서 있다. 배가 비록 잔잔하게 흘러가긴 하지만 물에 빠질까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아이 엄마는 캠코더로 주변을 찍느라 관심이 없다.

 

강물 위에는 옥수수와 생선을 구워서 팔고 맥주와 음료수도 있다. 굳이 말한다면 수상 포장마차라 해야 할 가게들이다. 뱃사공에게 맥주 한 병을 주니 고맙다고 마신다. 잠시 맥주 한 병 마시며 쉬어간다. 우리나라라면 술 마시며 배를 타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물에 빠져도 그렇게 수심이 깊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 배가 출발해 목적지를 향해 간다. 어느덧 1시간 30분이 지났으니 거의 다 왔다. 너무도 아쉬운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종점 공농챠오(工農橋)에 도착했다. 다리 위에서 강 아래를 보니 수많은 쪽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저 배들은 다시 상류로 올라가서 새로운 탑승객들을 기다릴 것이다.

 

고요한 강물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대나무 쪽배는 정말 멋졌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가끔 뱃사공들이 흥얼거리는 노랫가락도 정겨웠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 세상만사 다 잊을 수 있었다.

 

6)   양숴 陽朔 장이머우의 소수민족 정서 담은 인상적인 공연

 

양숴에는 장이머우(張藝謀)가 총괄 기획한 낭만적인 공연이 있다. 양숴를 찾는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흥분과 추억을 남겨주는 '인상(印象)'적인 공연입니다. '인상' 시리즈는 중국에 모두 4곳에 있습니다. 윈난(云南) 리장의 '인상리장(印象)', 저장(浙江) 항저우(杭州) '인상시후(印象西湖)', 양숴의 인상류싼제(印象劉三姐)그리고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하이커우(海口)인상하이난다오((印象海南島)가 있다.

 

인상류싼제는 좡족(壯族)의 민간전설에 등장하는 신녀(神女) 류싼제를 소재로 한다. 원래 관람료가 일반석이 188위엔이고 앞 좌석은 320위엔, 그리고 특등석은 680위엔으로 비싼 편이다. 여행사나 호텔을 통해 구입하면 100위엔 이하로 구할 수도 있다.

 

'인상류싼제'는 약 70분 동안 펼쳐지는 환상적인 호반 공연이다. 좌석이 2,000석이 넘는 멋진 야외 무대에서 펼쳐지는데 사람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는다. 모두 600여명의 출연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데 칼라풀한 인상을 잘 드러내는 멋진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소수민족 아이가 등장해 인사말을 한다.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양숴의 경치를 담은 영상이 나타나고 노래하는 여신 류싼제가 배를 타고 나타난다. 블랙의 이미지를 지니고 어둠 속의 한줄기 빛처럼 아리따운 좡족 아가씨가 등장한다. 조명에 비친 모습, 호수에 반사된 모습까지도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이어 횃불을 들고 아가씨들이 등장해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호수 건너편에도 아가씨들이 횃불을 들고 손을 흔들며 노래를 한다. 서로 대구로 노래하던 아가씨들이 사라지면 호반 위에 레드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붉은 색의 긴 천을 드리운 뱃사공들의 향연이다. 수많은 뱃사공들이 수놓는 붉은 천 사이로 류싼제가 배를 타고 떠나간다.

 

그린의 이미지를 드러낸 호수 건너편에는 사람들이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고 그 사이로 뱃사공들이 노를 저으며 사라진다. 조용히 어둠 속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넌 아가씨들과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아이들이 노래를 하는 사이, 가마우지 새를 어깨에 얹고 사공들이 등장해 호수 가운데로 간다. 호수에는 사공들이 배를 타고 그물 낚시도 하고 노 젓듯 물을 튕기고 있다. 골드 이미지가 뿌려지고 흰색 조명으로 대낮같이 불을 밝힌다.


장이머우 사단의 호반공연 인상류싼제의 장면들

 

아이들은 호수 위를 걸어가고 그 뒤로 소를 탄 사람도 따라간다. 소와 아이들이 사라지면 호수 위로 조명이 하나 둘 켜지며 블루 이미지가 가미된 환상적인 초승달 장면이 펼쳐진다.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달 위에서 무희 한 명이 아슬아슬하게 춤을 춘다.

 

조명에 비친 초승달은 꿈을 상징하는데 좌우로 움직이는 것은 애닯은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다. 어느덧 춤추던 아가씨가 사라지면 사랑을 갈구하듯 호수 위에서 한 아가씨가 조용히 기도하고 있다.

 

호수 위에 아가씨들이 날개 옷을 걸치고 춤을 춘다. 전통 옷으로 갈아입은 아가씨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 류싼제에게 자신들의 전통 옷을 입혀준다. 사랑을 기다리던 총각과 함께 배를 타고 멀리멀리 떠나간다.

 

호수 저 멀리서부터 실버 이미지를 품은 전구를 온몸에 걸치고 아가씨들이 등장한다. 빛이 점등되면 흰색 전구가 빛을 냈다 사라졌다 하는 장면이다. 수백 명의 아가씨들의 모습이 마치 활기찬 불꽃처럼 등장한다.

 

멋진 에필로그도 있다. 모든 출연진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호수 위의 무대 전체가 환하게 빛난다. 그리고 호수 중간에 제작진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타난다. 장이머우 그리고 연출자와 제작자도 등장한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이 작품의 제작자는 메이솨이위엔(梅帥元)이며 연출 감독은 장이머우 사단이라고 알려져 있는 왕차오거(王潮歌)와 판위에(樊躍)이다. 3명을 톄싼자오(鐵三角) '철각 트리오'라 부른다.

 

젊은 감독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소수민족의 풍경과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는데 타고난 역량을 발휘한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왕차오거는 여성감독으로서 섬세한 감성을 잘 드러내 촉망 받고 있다.

 

7)   난닝 南寧 암석등반 마케팅으로 소란스러운 번화가

 

광시좡족자치구의 수도 난닝의 저녁 무렵 시내 구경을 나섰다. 난닝은 중국 서남부 지역의 중심지다. 불과 180킬로미터 거리에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윈난으로 가는 길목이다. 소수민족 자치구라 하기에는 너무 상업적이고 인공적인 거리라 꽤 낯설어 보인다.

 

마침 시내 중심가에서 암벽타기 경연대회가 벌어지고 있어 아주 시끄럽다. 사람들이 순서에 따라 로프를 몸에 맨 채 10여 미터 높이의 암벽을 기어오른다. 암벽 전체가 음료수 한 병으로 꽉 채워져 있다. 암벽 꼭대기에 매달린 종을 쳐야 하는데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종을 치는 사람이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이 행사는 중국의 유명음료회사의 상품 홍보이벤트 행사. 이렇게 중국 번화가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로 재미난 상품 홍보행사가 자주 벌어진다. 암벽에 걸려 있는 광고모델은 인기가수 쑨옌즈(孫燕姿)입니다. 싱가포르 출신으로 나이가 서른이 넘었음에도 귀여운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어서 젊은 소비자 취향의 음료수 모델을 하고 있다. 음료수 병에도 아예 그녀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음료수 브랜드는 빙홍차(冰紅茶)인데 꼭대기에 차오위에우지셴(超越無極限)이라고 적혀 있다. 언리미트를 뛰어넘듯 꼭대기까지 올라가고 목표를 달성한 후 시원한 홍차 한 병을 마시라는 광고 컨셉인가 보다.

 

안경을 쓴 한 아가씨가 군복 티셔츠를 입고 무사히 종을 치고 내려온다. 그런데 그다지 빠른 시간이 아닌 듯하다. 학생인 듯 보이는 남자가 끙끙 힘을 쓰며 올라가고 있는데 힘들어 보인다. 내려오기도 만만해 보이지 않다.

 

다시 한 남자가 올라가는데 제법 빠르다. 금새 다 올라가더니 종을 대번에 손으로 치더니 후다닥 내려온다.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좋은 성적인 것을 스스로 기뻐하고 있다.

 

기록 판 옆에 반짝이는 빨간색 모자에 흰 셔츠를 입은 여자 진행자가 참여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기록을 보니 대체로 사람들마다 1분이 넘는다. 2분이 걸렸다는 기록도 있는데 18 3의 아주 빠른 기록이 있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간 듯하다. 한 사람에게 두 번씩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음료수 병 6개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가운데 원 중심으로 음료수 병을 꼽고 돌리고 있는데 꽤 신기하다. 물 분수가 솟아나고 있고 그 사이에 앞뒤로 흔들거리는 의자가 놓여있다. 의자에 앉아 왔다 갔다 하면서 물줄기를 맞으면 시원할 듯하다.

 

자동차 타이어가 쌓여있는 곳이 있다. 타이어를 밟고 갔다가 돌아오는 이벤트를 하는 것이다. 한 꼬마 아이가 자기도 타이어 안으로 들어가서 놀고 싶은가 보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괜히 무서운지 울려고 한다.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의 홍보이벤트


최근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다 보니 시내 번화가마다 결혼식 예술사진을 찍는 영업이 왕성하다. 괜히 한 아가씨가 캠코더 찍는 것을 막고 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촬영을 막으라는 지시도 없어 보이는데 아주 의욕적으로 가로막는다. 따지고 보면 홍보하려고 이렇게 시내 한복판에 부스를 설치한 것인데 굳이 막을 이유가 무얼지 모르겠다.

 

시내 번화가에서 한참 동안 상품마케팅을 위한 암벽등산경연대회를 지켜봤다. 점점 중국도시들이 서구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쫓아가는 경향이다. 농촌이나 산간벽지 도시에 비해 그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중국정부의 고민이다. 빈부의 격차, 지역간 격차를 잘 극복할 지 그렇지 못할 지 우리도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8)   베이하이 北海 통통배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광시(廣西)좡족자치구 동남쪽 끝에 있는 해변도시 베이하이로 향했다. 베이하이 터미널에서 30분 정도 야자수나무들을 따라 가면 인탄(銀灘) 해수욕장이 있다. 연평균기온이 23.7, 일 년 중 9개월 동안 해수욕이 가능한 곳이다. 1991년에 개장한 해수욕장으로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린다.

 

모래사장이 은빛처럼 곱고 하얗다는 인탄 해수욕장은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긴 해도 한적한 해변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아 보인다. 중국 동쪽 해안도시는 가끔 갔으나 남쪽 해변은 처음이라 기대가 크다.

 

야자수나무 가로수로 이어진 도로는 아열대기후의 해변답게 이국적이다. 바람이 꽤 심하게 불어 파도가 거세다. 이 와중에도 파도를 헤치며 달리는 모터보트가 위험천만이다.

 

모래가 참 맑고도 보드랍다. 아이들은 모래를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는데 음료수 병에 모래를 담고 있는 아이가 파도가 급하게 다가오자 깜짝 놀라며 일어선다. 공기 맑은 해변에서 아이들의 소꿉놀이 장난을 보니 함께 뒹굴며 놀고 싶어진다.

 

중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공기가 좋기로 유명한 도시가 4곳이 있다. 이름하여싼하이이먼(三海一門)’이라 합니다. 베이하이를 비롯해 광둥(廣東) 주하이(珠海), 산둥(山東) 웨이하이(威海), 그리고 푸졘(福建) 샤먼(廈門)이다. 4곳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청정 도시다.

 

해변도로 옆에는 해산물 식당이 줄지어 있다. 물이 넘쳐 흐르는 어항 속에 먹음직스런 싱싱한 물고기들과 조개들이 넘쳐나고 있다.

 

인탄 해수욕장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여전히 해변에는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한밤 중에도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바다 깊이가 깊지 않고 평탄해서이다.

 

해변 광장에서 분수 쇼가 벌어지고 있다. 힘차게 솟아올랐다가 넓게 펼쳐지는 물줄기를 따라 온갖 조명 불빛이 현란하다. 물줄기가 제멋대로 마구 휘날리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아름다운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분수 쇼 옆에서 불꽃놀이를 한다. 어둠 속에서 솟구치는 폭죽이 연방 하늘을 수놓고 있다. 해변가이니 도심에서 보다 훨씬 안전하고 또 인상적이다. 한 가족이 함께 폭죽놀이를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폭죽을 사서 터뜨리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신나게 논다.

인탄해수욕장(왼쪽 위, 가운데), 해산물요리(왼쪽 아래), 포구 아이들(오른쪽 위), 게(오른쪽 아래)


다음날 아침 청아한 바닷가 해변이 산뜻하다. 식당에서 게와 조개 요리를 고추장으로 비벼 밥 한 공기를 먹었더니 배가 부르다. 요기를 하고 다시 해변으로 나갔다. 그냥 발걸음을 떼기가 아쉽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한참 포말이 부서지는 파도를 지켜보노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다시 버스를 타고 베이하이 서북쪽에 있는 한 작은 바닷가 마을로 갔다. 모래톱으로 형성된 곳과 육지 사이에 길게 난 작은 바닷길에 어선들이 줄줄이 이동하고 있다.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어선들은 모두 낡았다.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며 노는 아이들이 있다. 즐겁게 노는 모습이 평화롭기도 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고기를 잡기도 하지만 잠도 자고 먹고 하는 거주공간이다. 배 위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활 모습이 낯설어 보이지만 오히려 서민적인 모습이라 정겹다.

 

배 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 2명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 배가 곧 집이다. 강아지랑 함께 뒹굴며 놀기도 하고 소꿉놀이도 한다. 어른들은 다 어디 가고 보이지 않고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밖에서 논다고 혼을 내자 얼른 배 안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철망 속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웃음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그 순박한 표정이 안타깝기도 하다.

 

어선이 들어오자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한다. 아이를 업은 아주머니, 아이들, 지나가던 청소부들이 모두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 물고기를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다장어를 한 바구니 담아 자전거 리어카에 싣고 간다.

 

하늘색 빛깔이 돋아 있는 아주 먹음직스러운 무화세(母花蟹)를 잡고 돌아온 배가 멈춰 선다.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이 특이한 게들을 산다. 저울에 무게를 재 파는데 정확하게 1근에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말이 먹음직스럽지 사실은 빛깔만 예쁘지 먹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색깔의 게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더위에팅(得月亭)이라는 휴식공간으로 가니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쉬고 있다. 아마 밤이 되면 술을 마실 수 있나 보다. 아이들은 위험스럽게도 계단을 내려가 바다 바로 옆에서 파도와 장난을 치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너도나도 찍어달라고 한다.

 

9 5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매했기에 바닷가에서도 한참 놀고 다시 시내에서도 시간을 보낸 후 터미널로 갔다. 베이하이에서 광저우로 가려고 한다. 에이콘이 곳곳에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실내가 무지 덥다.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중국어 보통화와 함께 광둥어 방언이 나온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홍콩 영화에서 저우룬파(周潤發)나 장궈룽(張國榮)이 하던 말투인지라 친근하다.

 

중국 아열대해변 도시에서 멋진 해변도 좋았지만 작은 어촌마을 배 위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도 인상 깊었다. 광저우로 가는 밤 버스 내내 아이들이 강아지와 장난 치며 노는 모습이 떠올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최종명(중국문화전문가)
pine@youyue.co.kr